그러니까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일전에 언급했던 것 같기도 한데,
오래전에 나는 내가 읽었던 책을 알라딘을 통해 방출했다.
더이상 읽지 않을 책이고 집에는 둘 공간이 없어 알라딘에 페이퍼를 쓴거다. 배송비도 받지 않을 것이며 혹시 필요한 사람에게는 내가 읽었던 책을(밑줄이 그어져 있기도 한) 그냥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페이퍼는 올리기 무섭게 마감되곤 했는데, 신청을 한 사람들에게 나는 책을 그냥 보내주었다. 지금이야 알라딘 중고샵이 있어서 판매 하기도 하고 지난번에 언급한 것처럼 미혼모 쉼터나 노숙자 쉼터에 기부하곤 하지만, 그 때는 그랬다.
B 는 그때 알게되었다.
그는 알라딘 활동을 평소에 하지는 않는 사람이었는데, 책이 필요해 사려고 들렀다가 내 페이퍼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그래서 책을 신청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내주었던 것처럼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보내주었다. 며칠후 내 책을 잘 받았다고, 고맙다며 그가 내게 커다란 박스를 보내왔다. 뜯어보니 그 안에는 CGV 영화티켓 4매와 간식들이 가득했다. 전자렌지에 데워 끼니로 먹을 수 있는 것도 있었고 젤리를 포함한 기타간식도 있었다. 그리고 당시로서는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인기 많았던 맥스봉 소세지가 박스로 들어 있었다. B는 당시에 CJ 에 다니고 있었고 자사 제품을 간식으로 잔뜩 보내준 거였다.
나는 이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에 놀랐다. 내가 책을 그냥 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언가를 보답으로 받기를 기대한 건 아니었고, 책 방출을 여러차례 했지만 이런식의 큰 보답이 온 적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영화티켓을 남동생에게도 데이트 할 때 사용하라고 주고, 맥스봉을 비롯한 간식은 회사 직원들과 나누어 먹었으며, 끼니 대체 식품은 그 당시 혼자 지내고 있던 여동생에게 주었다. 그 일을 계기로 우리는 이메일을 주고 받다가 문자메세지를 주고 받게 되었고, 나중엔 만남으로도 이어졌다. B는 내가 너무 궁금했다고 했다. 이 사람 뭐지, 어떻게 아무런 대가 없이 책을 그냥 주는거지? 종교 단체에 속한 사람인가?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고. 그러나 막상 만나보니 나는 나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간은 흘러 B는 무럭무럭 자라 나의 연인이 되었다.
J 는 K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소개이긴 소개이되 소개라고만 할 수는 없는 것이, K 와 내가 만나기로 한 자리에 K 가 내게 묻지도 않고 덜컥 자기 후배라며 J 를 부른 거였다. 나는 J 의 도착전에도 그리고 그가 막 도착한 후에도 좀 기분이 상한 상태였다. 이런 예상하지 못한 만남, 내게 묻지 않았던 것이 나에게는 신경질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J 는 너무 매력적이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느새 나의 기분은 풀어져 있었으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풀어지기만 했나 J 의 매력에 홀랑 빠져버려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집에 갈 때는 J 가 내 가방을 들어주었고(원래 남자한테 가방 못들게 함. 들고 튈까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뒤로 우리는 K 없이 만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 얘가 한 번 봐놓고 막 밥먹자고 전화하고 그래? J 는 당시 ㅎ자동차에 들어간 신입사원이었는데, 우리 거래처이기도 했던 터라, 사실 내 업무가 아닌데 영업부의 부탁을 받고 내가 그 회사에 갈 일이 있었다. 나는 가는 김에 얘 얼굴이나 보자 싶어, 나 오늘 너네 회사 들어가는데 잠깐 볼래, 했더니 그가 알겠다고 도착하면 연락하라고 했다. 나는 ㅎ 자동차에 도착해 갑자기 도착한 그 회사 회장님과 그 일당들을 보고 오! 한 번 한 뒤에, 그에게 연락을 했다. 그는 접견실로 나를 데리고 갔는데, 도착해 나를 자리에 앉히고는 주머니에서 맥스봉을 꺼내주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서로 근무시간이었던 터라 잠깐만 얘기하고 헤어졌는데, 그 후로 시간은 흘렀고, J 는 무럭무럭 자라 내가 쓴 소설 속 남주인공 모델이 되었다. 아, 물론 J 는 이 사실을 모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 J 와 B 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둘다 내게 맥스봉을 주었다는 공통점 외에도, 처음 본 순간부터 내가 강하게 매력을 느꼈던 사람들인데, 둘 다 엄청 망설임없이 저돌적이며 실패나 상처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일단 해보는 사람들이라고 해야 할까. 게다가 나 한 번 봐놓고 뭘 그렇게 막 연락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심성 없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나 왜 좋아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약간 정신줄 놓고 홀랑 빠져들게 만드는 스타일들이었는데, 놀랍게도 이 둘에겐 또다른 공통점이 있었으니, 둘다 누나가 있다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이 문장이 내게는 적어도 참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해 이성애자인 맏딸은 누나 한둘과 함께 자란 막내아들과 가장 잘 맞는다. 형들이 있는 막내아들도 괜찮지만 더 좋은 것은 누나들이 있는 막내라고 한다. -《첫째 딸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리세터 스하위테마커르.비스 엔트호번, p.18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그렇다면 내가 왜 갑자기 맥스봉 얘기를 했느냐.
얼마전에 ㅈㅈㄴ 님이 정희진 쌤께 정희진 쌤이 좋아하신다는 천하장사 소세지를 선물하셨다는 페이퍼를 쓰신 적이 있다. 거기에 나는 천하장사보다는 맥스봉이 더 좋다고 썼는데, 내게 어제 맥스봉 두 박스가 날아들었다. 어느 다정한 알라디너 분이 그 댓글을 기억하고 있다고 보내 주신 것.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1213/pimg_7903431034115091.jpg)
맥스봉, 정말 너무 웃음 나는 선물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 맥스봉 두 박스가 맥스봉으로만 왔느냐 하면, 그게 아니라, 세상에, 메인은 따로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이것!!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1213/pimg_7903431034115092.jpg)
무려, 이 시대 최고의 에세이스트 '이유경' 의 《잘 지내나요?》를 그린 그림인 것이다. 와-
정말이지 짱이지 않은가. 이 그림을 받았을 이유경의 마음을 짐작해보시오. 아무도 모를 거다. 인생 대박 성공한 느낌이랄까. 증맬루 성공했다 싶은 것이다. 열심히 글을 썼더니 그게 책으로 나왔는데, 그 책을 그림 그려준 사람이 있다니. 아니 증맬루,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살아 ㅠㅠ
감사합니다.
그렇게 이 그림과 맥스봉이 함께 어제 내게로 날아들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1213/pimg_7903431034115093.jpg)
집에 가서 잘 지내나요 놀고 있는 거 한 권 가져와 함께 깔맞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1213/pimg_7903431034115094.jpg)
맥스봉과도 함께!!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1213/pimg_7903431034115095.jpg)
아 감동의 도가니였다.
소중하게 간직해야지. 흑흑. 이민 갈 때 가져갈거야. (응?)
이번 맥스봉은 집으로 가져갔다. 주말에 조카들이 모두 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면 과자를 비롯한 간식이 쌓인 베란다로 아이들은 달려가는데, 이번에 달려가면 맥스봉이 있을 것이다, 얘들아! 물론 내가 먹을 것도 챙겨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맙습니다. 인생 증맬루 잘 살았네요, 저는. 어떻게 이런 귀한 선물을 받게 되는지.
첫째 딸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첫째 딸로 태어나길 잘했다. 흑흑 ㅠㅠ
맥스봉 먹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끝!!
아, 에세이는 이유경 작가의 것이 좋습니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