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무라 미나에'의 《어머니의 유산》을 읽고 있다.


여러가지로 지금의 나와 상황이 겹쳐서 답답하고 공감하다가 안타까워하다가 한다.


주인공 미쓰키의 엄마가 돌아가시고 그 유산을 언니 나쓰키와 나눠 가진 걸로 소설은 시작한다. 갑자기 갖게 된 큰 돈을 가지고 어떻게 쓸까, 하는 대화를 자매가 하는 거다. 계산해보니 우리 돈으로 4억쯤 되는 돈을 자매가 각각 갖게 된 것 같다. 미쓰키야 딱히 여유롭게 살고 있진 않았지만 나쓰키는 부유한 집으로 시집가 여유롭게 살고 있었는데 그래도 자신 소유의 돈이 생기니 흥분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엄마의 젊은 시절과 그리고 자매들을 키우면서의 이야기들이 보여지는 거다. 미쓰키의 엄마는 헌신적이거나 희생적인 엄마라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엄마였고, 그런 점에서 다소 엄마에게 불만을 품기도 했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감사하기도 했고 또 자매에게 애착을 갖기도 한-때로는 질투하기도 한- 그런 엄마였다. 아마 딸들이 대부분 엄마에게 느끼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 같다.



나의 외할머니가 지난주 응급실에 실려가시기 전 걸음을 걷지 못하셔서 요양보호사 님이 기저귀팬티를 채워주셨더랬다. 그런데 할머니는 한사코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시겠다는 거다. 걷다가 넘어지면 큰일난다고, 기저귀 했으니 그냥 소변 보시라고 엄마와 내가 큰 소리로 몇 번이나 얘기해도 할머니는 기어코 화장실에 가고 싶어하셨다. 하는수없이 엄마와 부축해 변기 위에 옷을 벗기고 앉혀드렸는데 볼일을 다 보신 할머니는 평소처럼, 그 힘이 없는데도, 뒷처리까지 깔끔하게 하셨다. 


아무리 몸의 기력이 떨어져도 뒷처리까지 깔끔하게 하는 할머니에게 '그냥 기저귀에 하시라'는 말은 얼마나 비참했을까. 아마 도무지 용납이 안되는 말이 아니었을까. 119에 실려가시기 직전에도 다시 한 번 화장실을 요청하셨고 그렇게 화장실을 모시고 다녀오면서, 엄마, 그 몸에도 뒷처리까지 깔끔하시네, 라고 말씀드렸다. 정신이 말짱한데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의 마음이란 것은 어떤 걸까.



미쓰키의 엄마도 자전거 사고가 나고 몸도 약해지면서 몸을 가눌 수 없게 되고 결국 요양병원과 실버타운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다리를 쓰지 못해 이동식 변기를 집 안에 두어야 했다. 그런것들을 감당하는 일을 내 정신이 멀쩡한데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은 도대체 어떤 걸까. 이건 소설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앞으로 내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일텐데. 소변이 마렵다는 나의 본능과 그런데 나는 내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끌고갈 수 없다는 앎은 소변을 기저귀에 보게 하는 결과로 나와야 할텐데, 그걸 받아들이는 과정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나중에는 영양분 주입을 코에 관을 꽂거나 위에 꽂거나 해서 연명해야 한다는데, 그렇게까지 해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나 영생, 영생을 주장해 왔는데 최근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걸 받아들여야 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걸 받아들여야 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생각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 어쩌면 내 몸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인지하는 시점에 죽는게 더 나은 거 아닐까, 하는. 몸이 내 마음대로 안되는 삶을 이어나가는 것, 그런 영생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그것은 말 그대로 고통이 아닌가. '윌'이 이것이 내 삶이 아님을, 이 삶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루이자를 사랑하지만 그것만으로 이어가기엔 부족함을 말하는 것이, 지금은 더 잘 이해된다. 나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 삶이란 무엇일까.



그런 엄마를 매일 들여다보고 돌보아야 하는 건 미쓰키의 몫이다. 어릴 적 장녀인 나쓰키에게 엄마는 기대를 걸었지만 엄마와 어느 틈에 소원해져 지금 엄마는 전적으로 미쓰키에게 의존한다. 더 연약해진 후에 장녀 나쓰키도 함께 돌봄 노동을 하고 있긴 하지만, 이렇게 간신히 생명줄을 붙잡고 있는 것보다는 그냥 돌아가시는 게 더 나을거란 생각을 자매들도 하고 있다. 그렇게 쨍쨍하게 자기 삶을 이어나가고 자기 자신을 사랑했던 엄마의 누워있기만 하는 힘없는 육체를 보는 일은, 자매에게도 복잡한 마음을 가져다 준 것이다. 그런데,



늙고 병든 엄마를 돌보는 일 만으로도 인생이 뭔가 싶고 육체가 피로한데, 그런 오십대의 미쓰키에게는 이 즈음에 다른 고민도 있었으니, 그것은 남편 데쓰오의 바람이었다. 우연히 남편 데쓰오가 삼십대 후반의 여자와 바람을 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거다. 어머니 간호 때문에 베트남 장기출장에 따라가지 않는걸 선택하면서 미쓰키는 남편에게 여자가 있음을, 그 여자가 베트남에서 남편을 만날 것임을, 그리고 그 둘은 결혼할 것임을 다 알게 되면서, 또 자신의 사진까지 그 여성에게 보여준 것도 알게 되면서 미쓰키는 절망한다. 아직 남편에게 내가 너의 바람을 안다, 는 것을 말하지 않고 엄마의 안부를 주고 받고 있기는 하지만, 엄마가 돌아가시고나자 미쓰키는 베트남에 있는 데쓰오에게도 그리고 데쓰오의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른다. 그리고 엄마로부터 받은 유산을 가지고 자신을 위로할 겸 생각할 겸 그리고 휴식할 겸, 일전에 엄마와 간 적 있던 호텔로 향한다. 그곳에서 미쓰키는 조용히 남편을 생각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은 사실 남편으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남편이 자신을 사랑했다고 생각한 순간은, 둘다 공부하다 만난 파리의 다락방에서 청혼하고 청혼받던 그 순간에만 존재했다. 남편과 미쓰키 사이에는 점차 위화감이 조성되고 그 사이에 남편은 바람을 피고 또 피고 그러다 또 피고 … 나는 사랑받지 못했어, 라는 걸 최종 확인하는 일은 괴롭지만, 그러나 미쓰키는 깨닫는 거다. 



"나는 내가 바랐던 것처럼 사랑받지는 못했다." -p.330



처음 남편의 불륜이 들키고 싸우고 울면서 화해하고 했던 시간들까지 돌이켜보다, 미쓰키는 그 날의 냄새도 떠올리게 된다.



"끝내자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침대에 누운 미쓰키의 마음이 진정되자 데쓰오의 변명이 시작되었다. 미쓰키가 감기에 들지 않도록 깃이불을 덮어주고 자신은 옆에서 머리 위로 손깍지를 낀 채 이불 위에 드러누워 있었다.

머리 위로 손깍지를 끼고 있으니 겨드랑이에서 냄새가 올라온다. 미쓰키가 파리에서 좋아하게 된 어딘가 야성적인 데가 있는, 코를 찌르는 달콤한 냄새였다. -p.353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내가 진짜 오늘 아침 지하철 안에서 이 부분 읽다가 넘나 대충격 받아버림. 아니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 사람은 모두 다 각자의 취향이란 것이 있다. 유독 냄새에 민감한 사람이 있고 유독 시각적인 것에 약할 수도 있고, 그렇게 유독 민감하고 예민한 부분이 있는 것처럼, 또 사람마다 저마다의 흠뻑 반하게 되는 지점, 남들은 아니라지만 나는 반하는 그런 것이 있을 수 있다. 그게 페티쉬로 나올 수도 있고, 내 경우엔 누누이 말해왔지만, 전완근과 등근육에 뒤로 자빠져버리는데, 누군가는 식스팩에 맛이 갈 수도 있고, 뭐 여자들 다리나 발목에 뻑가는 남자들도 많지 않나. 오래전 본 드라마에서는 여자가 남자의 코에 반했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사람마다 반하는 지점이 다를 거라는 것을 나도 안다. 전완근과 등근육에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내 마음은 몹시 흔들흔들. 누가 푸쉬업 한다는 말만 들어도 아찔해지고야 마는 것이다. 그러니까 누군가는 겨드랑이를, 그리고 겨드랑이의 냄새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건 그 사람의 취향이라는 것을 안다. 아는데, 그래도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어떻게 겨내가 '야성적인 데가 있는', 아니, 그래, 야성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몸에서 나는 그대로의 체취 아닌가. 아직 씻지 않았으니, 그래 그걸 야성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 오케이. '코를 찌르는' 그래, 그것도 알겠다. 맞지. 코를 찌르지. 내가 이 더운 여름에 왜 마스크를 계속 하고 다니는데? 퇴근 길 지하철 냄새가 너무 싫어서 나는 마스크를 하고 다닌다. 더워 죽겠는데 내게는 더위보다 이 냄새가 더 환장하는 지점인거다. 사람들 본연의 체취는 나에게 너무나 지독하다. 코를 찌르는 겨내 … 나는 그걸 맡고 싶지 않다. 여름의 퇴근길 지하철에 타보셨나요. 곶통 … 


그런데 이렇게 '야성적' 이고 '코를 찌르는' 겨내를, 아니 '달콤한 냄새' 라고 하다니, 나는 돌아버리겠는 거다. 아, 누군가는 그걸 '달콤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고 그렇게 느낄 수도 있는 거구나!



아니, 내가 아무리 한 사람을 사랑해도 그 사람의 똥은 더럽지 않나요?

아니, 내가 아무리 한 사람을 사랑해도 그 사람의 똥냄새는 싫지 않나요?


뭐 똥냄새랑 겨냄새는 좀 다르긴 하지만 …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 여자친구중 한 사람은 퇴근후 애인 만났더니 '네 정수리 냄새도 좋다'고 말했었다는 걸 들려준 적이 있다. 퇴근 후에 정수리 냄새가 날까봐 걱정했는데, 애인은 그런 나의 친구에게 '너가 오늘 하루종일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잖아, 난 좋은데?' 했다는 것. 어쩌면 당신의 겨드랑이 냄새를 달콤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 당신의 정수리 냄새를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냄새에 담긴 사연을 읽을 수 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더우니까, 열심히 일했으니까, 땀흘렸으니까, 당신에게서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이 바로 그 흔적이지, 아 달콤해 …


라지만, 나는 안되겠어요. 겨드랑이 닦고 나를 만나도록 하세요. 겨드랑이도 닦고 손도 닦고 발도 닦고 양치도 하고 머리도 감고 똥꼬도 박박 닦고 귀 뒤도 닦고 다 닦고 나를 만나자. 나는 겨드랑이의 달콤한 냄새 같은 거에 반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나는 그보다는 향수 뿌린 사람에게 더 반하는 쪽이다. 길을 걷다가도 지나가는 여자사람이나 남자사람으로부터 향수 냄새나면 음 좋아~ 하는 사람이 나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당신의 겨드랑이 냄새 달콤해' 한 적 없고, 앞으로도 내가 그런 사람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사랑 안하고 말지, 겨드랑이 냄새 달콤해하면서 옆에 누워 자기는 싫다. 그런데 상대가 만약 내 겨내를 달콤하게 생각한다면 … 아 모르겠다. 용납이 잘 안될라고 해. 겨내를 좋아한 건 아니지만 겨드랑이를 좋아했던 남자는 있었는데 … 나는 당신의 전완근을 좋아했어. 당신이 사진을 찍어 전송해주면 일단 전완근 먼저 봤지. 손하고. 


눈 코 입 날 만지던 네 손길 작은 손톱까지 다 여전히 널 느낄 수 잇지만




그러고보니 미쓰키가 과거를 떠올리면서 남편으로부터 위화감을 느꼈던 것중에 하나로 자신이 노래부르던 중에 저 멀리로 가버린, 노래 부르는 걸 한 번도 들어준 적 없었던 것도 떠올리는데, 음 … 나는 늘 노래부르는 사람인데 … 그래서 사람들이 '뭐가 그렇게 좋아?'를 늘 묻곤 하는데, 난 뭐가 좋아서 부른 건 아니고 그냥 부른다. 남동생도 그런다. 일어나면 일단 노래부터 부르고 화장실 가도 부르고 나도 아무때나 맨날 흥얼거려서 ㅋㅋㅋ 회사에서도 그래가지고 ㅋㅋㅋㅋ 어느날 올케가 주변에 노래 부르는 사람이 딱 두 명있는데 그게 자기 신랑하고 나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뭐 왜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너무 웃긴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아가 조카, 즉 내 남동생의 딸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말도 하기 전부터 노래를 부르고 다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울집 와서 화분에 분무기로 물주면서 흥얼거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귀여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이야기가 왜 여기로 …



미쓰키가 사랑받지 못했다는 걸 자각할 때 나는 반대로 사랑받았음을 자각했다. 내가 사랑 받고 '아 나 사랑받고 있어' 를 깨달았던 순간들이 눈앞에 스쳐지나갔다. 조카들 생각이 제일 많이 났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어서 내가 사랑을 무조건적으로 준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런데 어느 순간에는 이 아이들이 나에게 주는 사랑이 나를 아주 크게 어루만져준다고 깨달았던 순간들이 있었던 거다. 그렇게 내가 사랑받았던, 내가 기대하지도 않았던 어떤 사랑을 내가 받았다고 확실히 느꼈던 순간들이 눈앞에 떠오르면서 마음이 따뜻해진거다. 난 받았어, 사랑. 난 받았었지. 사랑은 모든 일의 정답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러나 사랑받은 경험과 기억은 인생에 아주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 경험은 확실히, 있는 게 낫다. 원헌드레드펄센트 장담한다.



자, 다시 미쓰키 얘기로 돌아가자.



"끝내자고 말할 때마다 마구 울어서 끊을 수가 없었어."

미쓰키는 코를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도 있을 것이다. 데쓰오는 자상해서 헤어지기 힘들었을 것이다-전화할 때의 유쾌한 목소리가 귓가에 남이 있는데도 미쓰키는 데쓰오의 변명에 자진해서 납득했다. -p.353



네? 자상해서 … 헤어지기 힘들었을 거라고요? 불륜인데요? 바람핀건데요? 헤어지지 않고 양쪽 다 만나면 둘 모두에게 상처를 주는 일인데, '자상해서' 라고요? 미쓰키도 인지하다시피 이건 데쓰오의 변명을 대신해주고 납득하는 것이다. 왜? 그렇지 않고 사실 그대로 직시하면 자신이 상처받을 테니까. 사실은, 데쓰오는 자상한 게 아니라 겁쟁이에 게으른거다. 헤어지자고 말함으로써 겪게 될 그 모든 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거다. 그렇게 이 여자 만나고 저 여자 만나면서 자신은 자신대로 만족하고 그런 한편 힘들고 괴로운 일로부터는 도망치고, 그렇게 도망치면 상대가 더 괴로워하는데도 그걸 선택한 거다. 순전히 자기 자신만 생각한거다. 자상해서 라니. 자상하다면 바람을 피우지 않았을 것이다. 자상하다면 아내 외에 다가오는 여자를 밀어냈을 것이다. 혹여 그 여자가 내 인생 여자라는 생각을 했다면, 아내보다 늦게 만난게 한스러웠다면, 그렇다면 아내에게 그만을 말했을테고. 이도저도 아니고 여기저기 다 만나는 것, 저 여자 만나면서 아내 옆에 잠드는 것은 도대체 어느 지점에서 자상한건가? 게으르고 비겁한 놈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게으르고 비겁한 놈'하고 같이 사는 나를 받아들일 수 없는 미쓰키는 남편을 '자상하다'고 포장한다. 미쓰키는 게으르고 비겁한 놈과 사는게 사실인데, 자상한 놈과 같이 사는 걸로 포장한다. 게으르고 비겁한 놈과 함께 사는 나를 받아들이는 것도 싫으니까.  누구나 내 남자가 좋은 남자이길 바라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보이길 바라니까. 그래서 괴로움을 참고 사는 걸 선택해버리는 거다. 



나는 그런 괴로움으로부터 자신을 떼어놓으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나를 괴롭게 하는 상대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인데, 그런데 사람들이 다 나같지 않다는 것을 안다. 거기엔 자기만의 고유한 사정과 상황이 있을 것이다. 그동안 살아온 환경과 이력과 역사가 비참해도 사랑을 붙들고 있게 하려는, 사랑이 아님에도 사랑이라고 끈덕지게 가장하려는 습성을 갖기도 한다는 것을 안다. 다른 모든 일들과 마찬가지로 그런 것들도 '그러지마' 라고 해서 그러지 않는 건 아니다.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고 결정하지 않는한, 다 잔소리로 들릴 뿐이다. 


아프지만 미쓰키는 이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나는 남편으로부터 내가 원하는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 는 것을. 그 바람을 피고도 남편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를 대신히 그녀가 변명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직도 읽는 중이니 그 후에 아마도 미쓰키가 홀로 서는 걸 나는 읽게 되지 않을까. 오십대의 미쓰키가 홀로 서는 일, 그것을 기대하며 이 책을 계속 읽어볼 것이다. 




아니, 그런데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는데.

엊그제 왓츠앱을 통해 전화가 걸려왔는데 +91 로 표기가 되어 있는 숫자가 뜨는 거다. 

나는 91로 시작하는 나라에 아는 사람이 없는데? 그래서 일단 받지 않고 국가번호 검색해보니 인도라는 거다.

인도? 나는 인도에 가본 적도 없고 인도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 … 설마, 내가 아는 누군가가 인도에 가서 전화했나? 

궁금해서 왓츠앱으로 검색해보니 그 번호를 가진 사람의 사진이 뜨는데 … 인도 남자 … 인 것 같다.


나한테 전화 왜했어요? 나한테 하려면 국제전화였을텐데, 이 번호를 어떻게 알고 했어요?

제기랄. 호텔이며 택시며 예약한 것들이 내 번호를 이제 전 세계에 퍼뜨린건가? 한국으로도 부족해서 전 세계에 퍼져버린거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위 아 더 월드. 

피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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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8-24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24 09:10   좋아요 1 | URL
오늘도 웃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24 11:17   좋아요 0 | URL
여기서는 오늘 저를 웃긴 기념으로 만원 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24 0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지하게 읽다가 겨내와 인도남으로 마무리…. 근데 냄새의 사연 알고 싶지 않음!!

다락방 2023-08-24 09:10   좋아요 2 | URL
한 사람이 좋다고 그 사람의 겨내까지 좋아할 순 없어요, 저는. 저는 차가운 도시여자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8-24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드랑이 냄새... -_-....

저도 얼마 전 <이중 작가 초롱>을 읽으면서 이런 관점에서 너무 불편한 부분을 만났어요. 냄새는 아니고... 다른 감각이긴 했는데. 여튼...

정수리 냄새가 ‘좋아‘ 라는 건 진짜 좋다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는 거지. 근데 저 인물은 겨드랑이 냄새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고...

음. 근데 고등학교 때 좋아하던 남자애는.. 신기하게 땀냄새도 좋긴 했어요. 샤워젤 냄새가 남아있어서 그랬던거 아닌가 싶지만, (앞자리라) 고개 숙이는 척하면서 킁킁하곤 했는데... 하지만 겨드랑이 냄새는 별로였을 거라 장담합니다...

다락방 2023-08-24 09:40   좋아요 2 | URL
아 저는 정수리 냄새도 겨드랑이 냄새처럼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아니지만 ㅋㅋ 겨내도 좋다는데 정수리 냄새라고 안좋을게 뭐냐~ ㅋㅋㅋ 어떤 사람들에게 정수리 냄새는 치명적 매력을 발산하는 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저는 제 친구의 대화에서 ‘너가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았다‘는 건 좀 핑계로 느껴졌어요. 그러니까 실제로 정수리 냄새를 좋아하는 성향인데 그것에 대해서 ‘너가 열심히 살아서‘라는 변명을 한 것처럼 느껴졌달까요. 정수리 냄새 좋아하는 취향을 포장한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혼자만의 생각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저는 담배냄새가 좋았던 남자가 있거든요? 이십오세에 벌어진 일인데, 그 남자도 이십오세였는데, 다른 남자들은 아시겠지만, 담배+맥심커피 냄새 합쳐져서 진짜 세상 똥내 나잖아요? 근데 그 남자는 담배 피고 오면 그 남자가 늘상 뿌리던 향수 냄새랑 섞여서 되게 섹시한 거예요. 그 남자가 담배 피고 와서 물마신다고 정수기 앞에 서있는데 제가 바로 그 뒤에 섰다가 담배+향수의 섹시함에 무릎에서 힘이 빠져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그 남자를 좀 좋아했습니다. 나중에, 몇 년 지난 후에 누군가 제게 전해주더군요. 그 남자가 절 좋아했다고. 아오멍충이 그럼 말이나 좀 해보지 아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랬으면 내가 지금 대학생 딸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댓글의 망상화)

건수하 2023-08-24 09:49   좋아요 4 | URL
아.. 저는... 고등학교 때 이후론 그런 냄새들이 좋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ㅠㅠ 정수리 냄새가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은 아닐거야 그냥 그렇게 생각하려는 걸꺼야 였는데 여기서 다락방님과 제가 갈리는군요 ㅋㅋ

맞아요 담배 냄새 이상하게 안 나는 혹은 나도 안 이상한 사람이 있더라구요. 그런 사람은 딱 한 명 봤는데 유부남 선배였고 이상한 감정은 전혀 생기지 않았습니다 ㅋㅋㅋ 그 분은 집에선 담배를 끊은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퇴근하기 전 이닦기 + 손씻기 + 향수뿌리기 를 시전하고 가셨어요.

대학생 딸... 뭐... 여기 다 그렇지 않습니까 일찍 사고를 쳤으면 저도 대학생... 근데 아들 아니고 딸인 줄은 어떻게 아시는 거죠? ㅋㅋㅋ

잠자냥 2023-08-24 11:19   좋아요 2 | URL
건조수하가 땀냄새 좋아했다는 거 약간 충격입니다...........

근데 정수리냄새도 맡고 그래요?? 난 이것도 좀 충격.. 사귀는 사람 정수리 냄새 따위 맡아본 적이 없어서..
오늘 집에 가서 집사2 정수리 좀 맡아볼까? 아니다. 안 되겠다.......-_-

건수하 2023-08-24 11:26   좋아요 1 | URL
정확하게 말하자면 ‘땀냄새가 좋았던‘ 게 아니라 땀이 많이 난 상태인데도 ‘냄새가‘ 좋았다.. 인데
여튼 저도 누군가의 (깨끗하지 않은 상태의) 냄새를 맡으며 좋다고 생각했던 적은 거의 없어서 그때 맡으면서도 좀 충격이었습니다 (...)

정수리 냄새 일부러 맡은 적은 없는데요, 베개에서 추정 가능.. 하고
애가 안기면 납니다... 크면서 냄새가 점점 나빠지고 있어요.

다락방 2023-08-24 17:41   좋아요 2 | URL
수하 님/ 저는 낳을거라면 딸을 낳고 싶기 땜시롱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딸이라고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딸에게 좋은 아빠를 주고 싶은 마음 같은게 있는데 좋은 아빠를 못만나서 딸이 없습니다. (아무말)

잠자냥 님/ 정수리 냄새를 일부러 맡는 건 아니고요, 맡아질 때가 있지요. 이를테면 남자 연인의 경우 저보다 키가 크잖아요? 그래서 어느 날 만나서 안기거나 옆에 서거나 이케 하다보면 냄새가 훅- 네, 뭐 이런 …(경험담 맞습니다)

수하 님/ 땀냄새도 아가일 때는 전혀 나쁘지 않은데 나이들수록 나빠진다고 하더라고요. 몸 안에 노폐물이 쌓이고 그게 나오는 거라서, 아이들은 노폐물이 아직 쌓이기 전이라 냄새가 안나고 어른들은 … 저는 땀냄새 지독한 사람이고, 그건 아마도 제가 지나친 육식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혼자 추측합니다. 흠흠. (냄새나는 자 올림)

단발머리 2023-08-24 21:29   좋아요 1 | URL
위에서 겨냄새와 인도 남자 때문에 투 스트라이크 펀치 맞고 어질어질한데.... 아, 수하님!
고개 숙이는 척 킁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아무런 설명해도 이해가 되질 않네요.
더우면 귀찮으신 분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부터 킁킁 수하님으로 지정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8-24 21:32   좋아요 1 | URL
어릴 때입니다, 어릴 때…..

아직 안 귀찮을 때….

거리의화가 2023-08-24 1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글 읽고 너무 웃겨서 하마터면 ‘으흐흐 풉!‘ 육성으로 소리가 나올 뻔 했지 뭡니까ㅠㅠ
저는 본래는 결코 좋지 않을 냄새가 좋았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는 그 사람이 그렇게 좋은 것이다라고 포장하는 것이라고 봐요. 그마저도 그 콩깍지 기간이 지나가고 나면 현실이죠뭐! 결코 좋을리가 없습니다!ㅋㅋㅋ

불과 이틀 전에 남편과 했던 이야기였는데 ˝일을 그만두고 싶다.˝ 그러길래 ˝그럼 뭐 먹고 살건데? 80살까지는 벌어야 할걸!˝ 했거든요. 80살은 좀 오버일 수도 있지만 요즘 수명이 워낙 늘어났으니까 ˝거동을 못하기 전에 죽어야지.˝ 그러는 거에요. ˝아니 그게 자기 맘대로 되는 일이야?˝ 자기 몸을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이런 생각을 할 필요도 없겠죠. 무슨 건물주나 재벌이 아니고서야 늙어 죽을 때까지 돈 걱정 없이 아픔 걱정 없이 살려면 참 쉽지 않겠다 여러 모로 생각하게 됩니다.
기저귀를 하고 싶지 않았다는 건 결국 자신의 뒤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겠죠. 휴...

건수하 2023-08-24 11:27   좋아요 1 | URL
화가님 저와 같은 생각 반가워요 ㅋㅋ

‘본래는 결코 좋지 않을 냄새가 좋았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는 그 사람이 그렇게 좋은 것이다라고 포장하는 것‘

다락방 2023-08-24 17:44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거리의화가 님. 본래 좋지 않을 냄새를 좋았다고 얘기하는 경우는, 그 사람이 좋으니 포장하는 경우가 사실 대부분이죠. 거의 그렇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정말 그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좋아서가 아니라, 정말 그런 냄새를 …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요. 정말 그렇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확신하는지 우리, 그건 자세하게 묻지 않기로 해요. 그러면 더러운 19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저는 청결하고 아름답고 순수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지금처럼 쭉 유지하고 싶습니다. 흠흠.

맞아요. 죽는 것도 제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제 마음과 의지대로 하기 위해서 자살을 선택할 수 있겠지만, 극단적인 어떤 방법을 동원하지 않는다면, 그저 내 몸 아프다고 ‘죽고싶다 죽어야지‘ 한다고 되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제가 최근에 깨달은건데, 평소에 정말 죽어야겠다 죽고 싶다 생각을 했다 하더라도, 막상 죽을 위기가 닥쳐오면 말과 몸이 살기 위해 움직이더라고요. 본능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거동 못하기 전에 죽는다는 건, 바람이지만 결코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 ㅠㅠ

미미 2023-08-24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제목도 좋지만 ‘사랑 안하고 말지‘도 좋았을 것 같아요ㅋㅋㅋㅋ
저는 냄새는 그냥 다 싫고요. 남자들 운전할 때 핸들 휙휙 돌리다가 (팔 근육 중요함)
스틱 조절 하면서 바삐 움직이는 (오토보다 수동이 그런면에서 더 섹시..ㅋ)게 참
가슴 두근두근 하더군요. 향수는 불가리 뿌르 옴므 익스트림에 살짝 미치는 편...

허리 디스크 터졌을 때 마지노선이 화장실을 갈 수 있느냐 못가느냐거든요.
화장실 못가면 보통 디스크 수술을 해야해요. 저 심하게 왔을때 화장실 겨우 갔었는데
‘아 살았다!‘했어요. 수술도 무서웠지만 이것만은 지켜야된다는 절실함...생각납니다.

잠자냥 2023-08-24 11:22   좋아요 2 | URL
수술할 때 소변줄 매우 많이 수치스럽......-_-;;;;

건수하 2023-08-24 11:27   좋아요 1 | URL
(끼울 때) 수치스럽기도 하고... 매우 아프기도 했... ㅠㅠ

잠자냥 2023-08-24 11:29   좋아요 2 | URL
자매품 ‘관장‘도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8-24 11:30   좋아요 1 | URL
아악… 출산한 여성들은 다 경험이 있습니다…

미미 2023-08-24 12:00   좋아요 1 | URL
아 그렇겠네요!ㅋㅋㅋㅋㅋ 소변줄까진 생각 못하고 내 뒤를 누가 처리해야만 하는 걸 저는 견딜 수가 없었어요.

다락방 2023-08-24 17:48   좋아요 1 | URL
역시 미미 님도 팔근육에 끌리셨군요. 후훗.
저는 특정 취향의 향수로 딱 정해져 있진 않고요, 좀 음, 남성틱한 냄새를 좋아해요. 그냥 맡았을 때 ‘앗 남자다‘ 느껴지는 그런 향수요. 저는 향기에 정말 예민하고 잘 반응하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 구린 냄새에도 넘나 예민해져버려요. ㅠㅠ 고통스럽습니다. ㅠㅠ 그런데 향기에 미치는 거 좀 좋지 않나요? 난 왜 그런거 좋지? ㅋㅋ

저도 배변의 과정 중 어디라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 아 정말 ㅠㅠ
인생 뭐고 인간은 뭘까요? ㅠㅠ

미미 2023-08-24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올 초 러시아에서 전화왔었습니다.ㅋㅋㅋㅋ

잠자냥 2023-08-24 11:23   좋아요 3 | URL
푸틴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 이분들 국제적으로 인기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3-08-24 11:57   좋아요 0 | URL
아 기회였을까요? 그럴줄 알았음 러시아 욕좀 배워두는건데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24 17:54   좋아요 1 | URL
제가 항상 외국인 친구 하나 없는 제 자신이 안타까웠거든요. 요즘 젊은이들은 다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해서 외국인 친구들 갖고 있는데 나만 없어 … 했더니 신께서 인도 남자 한 번 만나보련? 하고 이어주신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만 그런줄 알았는데 미미 님 러시아에서 전화오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세계는 하나!!

하루 2023-08-24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너무 부모님과의 관계부분에서는 감정이입이 되면서도
주인공과 어머니의 성장과정을 다룬 후반부에서는 도무지 이입할 수 없어서
나라는 사람은 여기까지는 공감하지만, 여기서부터는 도저히 공감도 이해도 못하는구나 생각했던게 기억나네요! ㅜㅡ

다락방 2023-08-25 08:51   좋아요 0 | URL
책이 좀 늘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 [본격소설]도 읽었었는데, 너무 길게 쓰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이제 뒷부분 조금 남겨놓고 있습니다. 남편하고 얼른 빨리 결론내는 거 보고 싶네요.

blanca 2023-08-24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너무 공감 가고 다락방님 할머니 모습도 상상하는 것만으로 가슴 아프고...우리 부모님, 내 미래도 생각하면 무섭고...그러다 마지막 인도 남자에 바로 뿜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 소설 읽어볼게요.

다락방 2023-08-25 08:52   좋아요 0 | URL
네, 블랑카 님. 저란 인간은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인간이고 그래서 좀 늦된 경향이 있습니다. 영생 영생 외치다가 지금 너무 충격을 받았달까요. 영화나 책이나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늙고 병든 이의 모습을 보고나니 앞으로 저의 노년의 생활과 죽음에 대해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과 마음이 휘몰아칩니다. 작년부터 아빠와 할머니가 자꾸 입원하고 수술하시고 119를 부르는 일도 잦아집니다. 나중에 제 모습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두렵고 걱정이 됩니다.

이 책은 블랑카 님이 읽으신다면 아주 멋진 감상을 적어내실 거라 생각됩니다!!

달자 2023-08-24 18: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기 잠시만요.. 글 읽다 겨드랑이 부분에서 읽는 것을 멈추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선댓글을 남깁니다...
‘(...)겨드랑이에서 냄새가 올라온다. 미쓰키가 파리에서 좋아하게 된 어딘가 야성적인 데가 있는, 코를 찌르는 달콤한 냄새였다‘-p.353
겨드랑이 냄새가 파리에서 나는 냄새는 맞는데요, 근데 그걸 코를 찌르는 달콤한 냄새라고요??????????????
더운 여름날 에어컨 없는 백년된 낡은 지하철 출퇴근길에 프랑스인들 사이에 끼어 있으면요.. 땀에 쩔은 겨드랑이 냄새에 질식하다 보면... 그냥 제가 하나의 젖은 겨털이 되어버린 기분이 들거든요.. 몇 시간 전에도 그걸 당하고 출근한 1인으로서 당사장성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저 비유에 반대합니다 결사반대...
(혼자 급발진)
자 그럼 다락방님 글 마저 읽고 오겠습니다...

다락방 2023-08-25 08:55   좋아요 0 | URL
아, 달자 님, 프랑스에서 유머감각 교육 받으 셨나요? 내가 하나의 겨털이 되어버린 기분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빵터졌네요. 겨털.. 이거 저도 써먹어야겠어요. ˝나 지금 겨털이 된 기분이야.˝ 라고요. ㅋㅋㅋㅋㅋ 아 나 왜 이런 농담 좋아하지?
저 1박 2일 파리 갔던 적 있는데요 파리 걸으면서 그 암모니아 냄새에 너무 놀랐었어요. 여기 이렇게 크고 웅장한 도시, 완전 선진국으로 보이는 이 도시에 이 냄새 무엇??

그 왜 누구죠, 그 섹스신에 오줌 싸는 거 넣는 작가 있잖아요, 바타유! 조르주 바타유! 그런 작가가 있는 걸 보면 겨드랑이 냄새를 달콤한 냄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흠흠.

단발머리 2023-08-25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부터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그걸 아시는 여러분들) 요즘은 그 과정, 죽음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지 자주 생각해요.
친구들의 부모님들, 조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니까요. 정말 다종다양한 사연이 있고 ㅠㅠㅠ 무엇보다 사연이 일단 90세부터 시작합니다.
우리는 오래 삽니다. 우리는 그 분들보다 더 오래 살게 될거에요.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할까요? ..............

다락방 2023-08-25 09:00   좋아요 1 | URL
경험이 하나씩 축적될수록 우리는 타인이 그때 했던 말과 행동을 이해하게 되는 일도 비로소 가능해지고 내 자신에 대한 이해도 역시 더 넓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최근에 하게 됩니다.
저는 아시겠지만, 작년부터 아빠의 수술과 반복 후유증으로 늙고 병든 몸을 직시하게 됐는데요, 아빠는 이제 재활중이신데 할머니가 더 늙고 더 병든 몸으로 제 앞에 또 우뚝 서 계십니다. 아니, 누워 계시죠.
나는 삶을 사랑하고 그래서 이 삶을 지속하고 싶고, 그래서 내가 바라는 건 영생이다 라고 늘 생각해왔는데, 최근에 ‘내 몸을 내 의지대로 가누지 못해‘서 화장실조차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걸 보니, 이렇게 살아가는 일은 산다기 보다 견뎌내는 일이 아닌가 싶고 복잡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최근엔 우리가 함께 읽었던 책, [미 비포 유]의 ‘윌‘ 생각이 더 났어요. 그 당시에도 저는 윌의 선택을 이해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무리 루이자를 사랑하고 또 루이자로부터 사랑 받아도 ‘그걸로는 부족했‘던 윌의 선택이요. 그런데 최근에는 그 선택이 더 이해가 돼요. 부족하다, 그걸로는 부족하다. 타인과의 사랑을 주고받는 일만으로는 내 삶을 지속하기에 부족하다, 내 의지대로 내 몸을 다룰 수 없다면, 타인의 사랑으로 다 채워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작년보다 최근에 더 윌을 이해하게 되었고, 또 병든 몸과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도 더 길어졌어요. 그런 한편, 비혼 싱글 여성인 저는, 앞으로 누군가로부터 도움 받을 수 없는 처지이니 더 열심히 돈을 벌어 돈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지도 다져보고, 그런데 그만큼의 돈은 내가 벌 수 없는 돈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저는 자꾸 묻게 됩니다.
어차피 늙고 병들어 죽을텐데, 우리는 왜 태어나서 살고 있는 걸까요?

Forgettable. 2023-08-25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왓츠앱 스캠 많아요!! 종종 문자도 오니 모두 답변하지 마세요!

다락방 2023-08-25 09:20   좋아요 0 | URL
요즘 문자 폭발적으로 오더라고요. 미쳤나봐 진짜. 오는대로 차단합니다 ㅠㅠ

독서괭 2023-08-25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글은 무슨 종합선물세트인가요? 진지와 웃김의 끝에서 끝까지 왔다갔다 한다.. ㅋㅋㅋㅋㅋ 겨냄새에 대한 진지한 댓글 토론도 너무 웃겨요 ㅋㅋㅋㅋㅋㅋ 원헌드레드펄센트도 웃기고 ㅋㅋㅋ
그와중에 아가 조카 너무 귀여움♥️♥️♥️ 말도 아직 못 하는 아가가 노래를 흥얼거리다니 아오~~ 😍😍😍😍😍

다락방 2023-08-25 10:08   좋아요 1 | URL
원헌드레드펄센트 웃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부러 넣은 웃음 포인트였습니다. 엣헴- ㅋㅋㅋㅋㅋ
아 저 아가 조카 너무 귀여워서 미치겠어요. 가까이서 눈 마주치고 있노라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신이 저를 사랑하셔서 아가 조카를 주신 것 같습니다. 흑흑 ㅠㅠ 너무 예뻐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