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가기 위해 숙소 체크아웃을 마치고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는 밤 아홉시 이십분에 출발이고 호텔 체크아웃은 11시였으니 중간에 시간이 남았다. 스키폴 공항은 짐을 맡겨둘 수 있는 곳이 있다. 나는 여행을 가기 전 접했던 책들에서 암스테르담에 토요일마다 열리는 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시장을 워낙 좋아하니 좋아, 공항에 짐을 맡긴 뒤 이 시장을 구경하러 가자! 미리 계획해두었더랬다.
그간 국가간 이동이나 도시간 이동은 유레일 패스를 가지고 자유롭고 편하게 할 수 있었는데 도시 내에서의 이동은 시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엄마가 트램을 타보고 싶어하셔서 이동하며 트램을 타보기도 했고 또 지하철을 타보기도 했다. 시장까지는 검색해보니 공항에서 버스를 타라고 되어있더라. 이왕 자유여행 온 거, 그래 다 타보자 하였지만, 사실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또 사람들에게 물어야 했다. 이번 여행에서 길이든 뭐든 여튼 물을 일이 많았는데, 외국에서 뭔가를 묻는다는 건 매우 피로한 일이었다. 짧은 영어 때문에 더 그랬다. 내가 묻는 건 제대로 묻는건지, 내가 듣는 답은 제대로 된건지 신경을 쓰노라면 진이 빠졌고, 그렇지만 묻지 않으면 또 알 수 없었기에 물어야 하기도 했다. 이번 여행에서 묻고 듣고 해결하는 게 모두 내 몫이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와 이모는 당연히 '한 번 물어봐'를 자주 말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게 반복되니까 어느 날은 확 스트레스가 올라왔다.
"나도 물어보는 거 힘들어."
모르니까 물어보는 건 당연한데 외국에서 영어로 물어보는 건 쉽지 않았고, 내가 영어를 잘하는 사람도 아니니 당연히 생각할 시간도 필요하며 또 들을 때에도 집중해야 하는데, 너무 자꾸 물어봐, 물어봐 하니까 ㅠㅠ 아니, 아는데, 당연히 물어봐야 되는거 알고, 물어볼 사람 나밖에 없는 것도 아는데 ㅠㅠ 휴..
여기서 잠깐. 알라딘에 페이퍼를 연달아 올리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내가 영어 잘하는 줄 아는것 같아서 사실을 밝히고 넘어가야겠다. 내가 이런 대화를 했다, 하고 쓰는 건 다 내 기준 내 생각이다. 내가 이렇게 물었다는 건 내 생각이고, 상대가 내가 말한 의도로 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상대가 이렇게 말했다는 것도 역시 내 생각이고, 상대가 어떤 의도로 말했는지는 내가 잘 모른다. 영어를 듣는 일은 쉽지 않아서 내가 제대로 들은건지 알 수 없을 뿐더러 듣는 것의 절반도 채 이해하지 못한 것 같고, 그나마도 알아듣는 단어들의 조합으로 이번 여행을 마친 것이지, 아 다락방 영어 잘하는구나 라는 생각은 아주 많이, 매우 잘못된 것이라는 걸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래서 물어물어 어떻게 어떻게 내가 가고 싶었던 암스테르담의 시장으로 향했다. 가기 전부터 시장이라 기대가 컸다. 그런데 버스에서 내려가 찾아가면서 이런 곳에 시장이? 라는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아니 이런 주택가에 무슨 시장 … 했는데, 네, 있긴 있었습니다. 아주 작은 쪼꼬미 시장이 … 공항 가기 전까지 시장 구경 하려다가 시장 구경 5분 만에 끝나버려 황 …
Zuider MRKT 이다.
자신이 만든 치즈, 혹은 커피, 볶음밥, 빵등 작은 사이즈의 시장에서 작은 장이 열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는 오호라. 김치를 파는 곳을 만났다. 깜짝 놀라니 상인은 내게 너 한국 사람이냐 물었고 그렇다고 했다. 맛보라고 해서 오 맛볼게 하고 주는걸 먹었는데, 와 너무 맛있는 거다. 엄마랑 이모랑 마트에서 비비고 김치를 사서 먹었었는데, 그것보다 훨씬 맛있다. 나는 맛있다고 잘 만들었다고 얘기해주었고 그는 감사하다며 연신 웃었다. 우리의 여행 마지막 날이 아니었다면, 그 김치를 샀을 터였다. 그러나 우리는 돌아가야 해…
나는 그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고 그는 물론이라며, 내가 찍는 김치 앞에 명함을 놔주었다. 혹여라도 여기 가실 분들, 이 김치 사세요. 진짜 맛있습니다! 아, 침나온다 …
그리고 우리는 반고흐 미술관과 국립 미술관이 있는 곳으로 가 근처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미술관의 기념품 가게에도 들어갔다. 거기서 나는 꽃들의 씨앗을 샀다. ㅋㅋ 이거 여섯종류의 꽃이 피는거야? 물으니 응, 정말 좋은 아이디어지? 라며 사온 꽃의 구근. 현지에서 찍은 사진이 없어 어제 집에 돌아와 찍은 사진을 올려둔다.
이걸 열면,
어제 집에 와서 빈 화분에 이거 올려두고 물 주었다. 기대기대.
공항으로 돌아가 이모가 선물을 산다해 같이 면세점의 상점들을 들렀더랬다. 그러다 발견한 서점에서, 나는 이런 걸 본다.
오오, 요즘 새로 나온 로맨스인가 보지? 작가 이름도 낯설지만 일단 '이따 사야지' 하고 사진을 찍어두었다. 여기 온 김에 영어책 한 권 사가야지, 훗. 그렇게 여기저기 가게들을 둘러보고 최종적으로 뭘 살지 정하고 이제 그 가게들을 찾아가는데, 나는 바디로션을 하나 사면서 옆의 서점에 들어갔다. 내가 이 책들을 본 건 코너를 돌아 있는 다른 서점이었지만, 여기에도 있겠지. 그렇게 찾아보는데, 이 책이 보이질 않았다. 이런 건 보였지만.
나는 '아 그 서점에서만 파는건가?' 싶어 그 서점으로 가려다가, 그래도 혹시 몰라 직원에게 물어보자 싶어 근무하던 직원에게 내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혹시 너네 이 책 없니? 물었더니, 그 직원이 '그건 저 쪽 다른 서점으로 가면 있어'라고 하더라. 그래서 아 거기에만 있구나 싶어 가려는데 아니 글쎄 그 직원이 그러는 거다.
"그 책 너무 재미있어. 너무 좋아. 굉장히 sweet 하고 this girl is strong 이야. 너무 좋아. 난 읽었거든."
오 그래? 너무 고마워, 너의 추천 베리 나이스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고 얼른 그 서점으로 가서 그 책을 샀다. 책의 정보는 하나도 모르는 채로.
2023년 6월의 따끈한 신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나 작업실 출근, 오늘부터 야근각이다.
그런데 한국 왜이렇게 더워요? 땀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행기가 여기서 끝일까요 아닐까요? 알아맞혀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