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호 <정희진 오디오 매거진>을 듣고 있다. 가장 먼저 들은 건 용산통신 코너였는데, 소제목은 <대통령 부부의 성역할, 미달과 과잉> 이었다. 대통령은 성역할에 얼마나 미달한지 그리고 그의 아내는 얼마나 과잉되어 있는지를 얘기하며 성형수술을 언급한다. 일전에도 정희진 쌤은 성형수술을 언급할 때면 '공중보건' 문제라고 짚어주곤 하셨다. 번번이 '왜' 공중보건 문제인지를 풀어주진 않으셔서 '정희진 쌤은 성형수술을 공중보건 문제로 생각한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말씀하셨다. 성형수술을 많이 하고 성형외과 의사가 많아지는 일은 소아과 의사가 현저하게 적어지는 일과 연관되어 있다는 거다.
이번호 시사인에서도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다른 의사들에 비해 얼마나 연봉이 적은지, 그리고 그것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기사로 보여주고 있더라.
대학병원에서 일하던 시절 그도 '3분 진료'를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개원의가 된 뒤 생각이 바뀌었다. 진료비 이외에 수익 낼 항목이 거의 없는 소아과 특성상 환자를 많이 봐야 병원이 돈을 번다는 영리적 목적도 있지만, 진료를 짧게 끊어야만 하는 현실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대기 시간은 '복리'로 늘어나요. 제가 앞 환자를 조금만 오래 봐도 그 뒤에 기다리는 환자들은 연쇄적으로 대기 시작이 길어져요." -시사인 제817호, p.13
얼마전에 나의 아가 조카도 감기와 중이염이 연달아 찾아왔고 그래서 소아과를 찾아야 했다. 비교적 자유로운 일을 하고 있는 남동생은 아가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엄청 기다려야 했다고 얘기했다. 주말엔 더했다. 엄청나게 긴 대기시간으로 진료를 포기하고 나온 적도 있었더랬다. 이번호 시사인에서는 그렇게 병원을 돌고 돌아 겨우 진찰하는 사례들을 얘기하거나 저녁에 가서 밤늦게 가까스로 진찰을 받게된 사례들을 소개해주었다. 고열이 나거나 심각하게 아픈 상황에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아도 진료를 볼 수 없고 치료를 할 수 없는 경우도 허다했다. 소아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였다.
요즘 극심하게 벌어지는 '소아과 대란'은 흔히 소아청소녀과 전공의 미달 사태와 연관해서 얘기된다. 2023년 소아과 전공의 확보율은 17%에 그쳤다. 대학병원을 포함해 전국의 소아과 수련병원 50곳 가운데 38곳이 전공의를 한 명도 확보하지 못했다. -시사인 제817호, p.16
정희진 쌤은 본인의 오디오매거진을 통해 소아과 전공의가 없는 현실, 의대생들이 소아과에 지원하지 않는 현실에 대해 언급하셨다. 그렇다면 어디로 지원하느냐? 성형외과다. 비급여 진료비 때문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성형외과.
압구정동에 한 번이라도 나가본 사람이라면 지하철에서 내려서부터 숱한 성형외과 광고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압구정에는 지나치게 많다는거지, 다른 데라고 전혀 없다는 게 아니다. 버스 에서도 그리고 수많은 인터넷 세계에서도 우리는 성형외과 광고를 많이 보게 된다. 당연히 외모지상주의를 탓해야 하고, 당연히 '내 얼굴 고치는 거 내가 원하는거야' 라며 자기만족에 손을 들어주어도, 그러나 그렇게 성형수술을 하고자 하는 수요자가 많다면, 성형외과가 돈을 버는 건 기정사실이고, 성형외과가 돈을 잘 번다면 성형외과 의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소아과 의사는 돈을 못번대, 그런데 성형외과 의사는 돈을 잘 번대, 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형외과 의사가 되어 돈을 많이 벌고 싶지 않을까?
외모 지상주의, 여성혐오, 자기만족의 단계를 이제는 넘어서야 할 때라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성형외과 의사가 많아지고 성형외과가 많이 생기면 당연히 더 많은 광고들에 우리는 더 많이 노출된다. 그들도 손님을 끌어야 하니까. 그렇게 성형외과를 찾아 내 얼굴을 지금보다 더 예쁘게 고치는 일이, 정말 이 사회만의 잘못일까?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이 사회의 잘못이라고 퉁칠 수 있을까? 큰 돈 들여 성형수술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사회의 피해자이기만 할까? 선생님은, 성형수술을 하는 당사자들에게는 그렇다면 아무 잘못도 없다고 할 수 있을까를 물으셨다. 결국 소아과가 적어져서 아이들이 아파도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일에, 과연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들은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점에 있어서는 선생님의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 단순히 세상 탓, 사회 탓, 자본주의 탓만 하고 있는다는 건, 좀 게으른게 아닌가. 그리고 그 맨 앞에 김건희 여사가 서있다, 과잉된 성역할을 끌어 안고.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그리고 영부인에게 이런 사진은 정말이지,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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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제자리를 찾을 문제일까? 이 '특수 시즌'이 지나면 지금 당장 목도하는 극단적 형태의 소아과 대란은 약간 풀리겠지만 소아과 의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은 앞으로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몇 년째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한 진료 과목은 전공의 확보율을 반등시키기 점점 더 어려워진다. -시사인 제817호, p.17
아마 '베네치오 델토로' 얘기를 하시다 그런것 같은데, 선생님은 자신의 이상형에 대해서도 얘기하셨다. '마르고 고뇌하는 남자', '마르고 고뇌하는 지식인, 시인 유형' 까지만 듣고, 아이참, 왜 여자들은 그렇게나 에곤 실레 타입을 좋아하는거야? 난 싫어!! 하고 있는데, 선생님은 그뒤에 '싫다'고 하셨다. 그러니까 마르고 고뇌하는 남자 싫다, '덩치 크고 씩씩한 남자가 좋다'고 하시는 거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 선생님하고 나하고 닮은점이랄까 공통된 점이 거의 없다시피 하는데, 그래서 나는 당연히 선생님이 마르고 고뇌하는 시인 유형 좋아하시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어!!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도 덩치 크고 씩씩하고 체력이 좋은 남자가 좋다. 적어도 체력이 나보다는 좋아야지, 같이 다니면서 이 남자 아플까 지쳤을까 그런거 신경쓰기 딱 싫고, 같이 다니면서 내게 그런 생각이나 걱정을 하게 한다면, 나는 그 다음부터 그 남자를 만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아무튼 체력과 덩치와 씩씩함과 근육!! 이 너무나 중요한데, 그렇다면 그것만 가지고 있으면 오케바리냐, 하면 또 그건 그게 아니지. 그 강함을 어디에 쓰느냐는 나에게 매우, 몹시, 굉장히 중요한데, 그것을 약자를 보호하는데 써야 하는 거다. 단순히 큰 덩치라면 좋을 리 없다. 돌려 말하지 않도록 하자. 내 이상형은 잭 리처다!! 잭 리처 신간 나왔더라고요?
네, 물론 알자마자 샀습니다. 다음주 책탑에 올릴게요. 껄껄.
나는 내가 이렇게나 근육을 좋아하는 이유가 뭔지, 아마 여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것을 나는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하던 참이었는데, 오늘 아침 트윗에서 이런 걸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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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지로 가져왔지만 트윗에서 저건 영상으로 올라와있다. 골반 운동 몇 가지를 알려주는 것 같은데, 아니 이 영상은 사람의 실체가 없지 않나. 어떤 운동을 하면 어디에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거잖아? 그런데 내가 이 영상, 이 그림이 너무 좋은 거다. 근육 움직이는 거 보는게 너무 좋아!! 아, 이 실체도 없는, 그러니까 구체적 실존 인물이 아닌 영상을 보면서도 내가 이렇게나 좋아한다니, 내가 좋아하는 건 근육 있는 '남자' 가 아니라, '근육 있는' 남자로구나 싶어지는 거다.
그렇다고 보면 되게 모든게 설명되는 것 같다. 그 일전에 등반하는 소설 책 … 하아. 리뷰대회에서 5만원 받기도 했던 책인데 뭐더라, 아 그 고독한 얼굴!!
그 책의 어떤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그 책에서 보여주는 등반으로 인한 근육의 움직임과 땀흘림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읽는게 너무 짜릿했었더랬다. 한 팔을 그리고 다른 한 팔을 순차적으로 앞으로 뻗어가며 이동할 때마다 근육의 움직임이 느껴질 것 같은 거다. 그렇게 정상에 오르면 그간 힘들게 써왔던 내 근육들이 그 어느때보다 빠르고 강하게 타오를 것이었고, 그리고 그 흔적으로 땀은 비오듯 흐를텐데, 그걸 상상하면 진짜 너무 좋아서 당장이라도 나 역시 등반을 하고 싶어지는 거다.
내가 요가를 하면서 내 생각보다 좋았던 것은, 요가가 나에게 근육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 아니다. 게으른 요기니로서 요가가 내 근육을 더 생성하는데 얼마나 도움을 줬을까, 라고 하면 거기에 대해서는 극히 미미한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근육의 움직임을 느꼈다. 당연히 거기 있었을텐데 그간 있었는지 알지 못했던 근육, 그걸 느꼈다. 내 근육이 어떤 동작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힘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그게 진짜 자지러지게 짜릿했다. 팔을 들어올릴 때면 단순히 팔을 움직이는구나가 아니라, '이렇게 팔을 들어올리는 동작은 그동안 하지 않았던 자세인데' 부터 시작해서 '그런데 배에도 힘이 들어가네' 를 알게 되는 거다. 나무자세를 하면서 한 발로 서려고 할 때 어찌나 피식피식 넘어지던지, '아니 이렇게 허벅지가 두꺼운데 서지를 못해?' 하고 의하해하면서, 그러나 중심을 잡아주는 코어에 힘이 있어야 하는구나, 깨닫게 되는 것도. 근육 하나하나가 어디에 자리 잡혀있는지, 어떤 동작을 할 때 어떻게 느껴지는지가 진짜 너무 좋았던거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근육을 보는 일이, 근육의 움직임을 보는 일이 진짜 너무 좋다. 저렇게 단단한 팔의 근육은 물건을 집을 때 혹은 쥘 때 움직이겠지, 부터 시작해서 눈에 선명히 보이는 근육들을 보노라면, 저 근육들은 동작 하나하나마다 다 제 나름대로 움직이겠지 싶으면서 정신을 잃을 것 같아 … 내가 식스팩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전완근과 등근육에 미쳐버리는 건, 그것들이 겉으로 드러나며 움직이기도 하는 근육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근육 많이 쓰는 운동으로 유혹하면 나는 거의 백이면 백, 그 유혹에 넘어가버려. 음… 써놓고나니 좀 변태 같은데, 그렇지만 우린 누구나 저마다의 변태끼를 가지고 있잖아요?
안녕하세요? 근육 성애자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이제 일하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