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학교 가는 첫날이자 reporting day 였다.
사실 레포팅 데이가 뭐하는 날인지 모르겠지만, 며칠동안 싱가포르에 있으면서 영어 자신감 뿜뿜 붙어가지고 흥, 가봤자 내가 다 알아들을 수 있겠지, 그리고 영어 공부하러 오는 애들한테 설마 영어를 빡시게 말하겠어? 하고 학교로 갔다.
그렇지만 학교에서 설명할 때 사용하는 영어는 내가 대화하는 영어랑은 좀 달랐다.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나는 같이 듣는 사람들을 훑어봤다. 혹여나 한국사람이 보인다면 '뭐라는거에요?' 라고 물어보려고 했단 말이지. 그런데 한국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고 내 나이 또래도 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씨부럴 국제적 왕따 되는거 아니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나이에 낯선 나라에서 왕따 되면 어떡하냐. 하아- 아무튼 그래가지고 혼자 한국말로 '뭐라는겨...', '하 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네' 막 이랬단 말이다. 아 힘들어. 나 여기 왜왔지 ㅠㅠ
아무튼 다 끝나고 나서 사람들한테 물어가면서 하여간 내일 건강검진하러 어디로 오라는 말을 들어가지고 오케이 했다. 그리고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가가지고 내꺼 임시 레터 보여주면서 '이걸로 집주인이 계약을 안해주는데 학생비자 언제 나와?' 물었더니 '학생비자는 1주에서 2주 걸리고 그런데 이걸로 계약할 수 있어!' 하는거다. 집주인이 안된대 ㅠㅠ 했더니 전화해서 바꿔달라는게 아닌가! 좋았어! 나는 에이전트에게 전화해서 전화를 바꿔주었고, 그래서 직원은 영어로 통화하다가 갑자기 중국말로 통화하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여간 한참을 통화하더니, 이걸로 계약을 해주겠지만, 일단 에이전트가 계약서를 준비해야 하고 집주인이 나를 만나 직접 계약을 하고싶어한다고 해서 오케바리 했다. 제발 이번주 내로 결론이 좀 났으면. 방랑자 생활 넘나 힘드네요 흑흑. 학교 영어 어려운데 나 수업 따라갈 수 있을까 ㅠㅠ 겁나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싱가폴 와서 제일 많이 한 말이 아마도 '슬로리' 인것 같다. 아임 쏘리 스피크 슬로리 플리즈.. 이걸 많이 말하고 오늘도 학교 직원한테 말했다. 직원이 오케이 오케이 하면서 다시 말해주었다. 스피크 슬로리 플리즈 하면 사람들이 짜증내지 않고 오케이, 하고 다들 천천히 다시 말해준다. 휴..
어제 앤드류한테는 워크 슬로리 라고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사람이 키가 넘나 커서 그런지 걸음이 빨라 걷다가 '나 빨라?' 이래서 괜찮아 하고 같이갔는데 그 뒤로 앞서 가다 보조 맞추고 또 앞설라 치면 보조맞추고 했단 말이지? 밥먹고 식당 나와서는
"너 이제 배부르니까 천천히 걸어"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랬더니 앤드류가 알았다면서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슬로우 워크, 슬로우 워크'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오늘도 지금까지 학교 가서도 힘든 시간 보내고 내일 건강검진 받아야 되니까 알람 맞춰두고 아침 굶어가지고 넘나 배고파서 점심 사먹고 서점 갔다가 교통카드도 사고 또 충전도 시키고 호텔도 하루 더 연장하고 현금 인출도 하고.. 하아 버벅 거리면서, 실패하면 재시도 하면서, 사람들 붙잡고 물어가면서, 채경이한테 물어가면서 아무튼 할 거 다 하고 지금 호텔 들어왔다. 앤드류와 점심 무렵 톡을 하는데 이렇게 보내더라.
You can tell me about your first day of school.
다정해..
오늘 그냥 학교에서 영어 알아들으려고 애를 썼는데 잘 안되어서 기가 빨려가지고 피곤했어. 그래서 피곤하다고 말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Oh no...
is it difficult to sleep?
Or is the time zone difference?
Or the class being too hard?
앤드류야, 너 호주 가면 누나 외로워서 어떡하냐 흑흑 ㅠㅠ 누나 말 누가 다 들어주냐.
아무튼 좀 쉬어야겠다. 쉬다가 앤드류 만나서 저녁 먹으러 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1일 1앤드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빨리 돈 되는 플랫폼에 연재해야 되는데 내가 맨날 너무 바빠서 돈 안되는 글만 쓰고 있네. 내가 돈이 없어서 오늘 아침도 굶었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방금전에 편의점에 물 사러 가서는 직원에게 '제일 싼 물이 뭐에요?' 물었더니 직원이 친절하게 알려주서
I'm poor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유학생의 신분이란 이토록 가난한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