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보내고나서
요즘에는 '케이트 밀렛'의 《성 정치학》을 읽고 있다. 투비에 새로운 글, 알라딘에 쓰지 않는 글을 쓰기 위해 읽기 시작했는데 오, 재미있다! 그래서 아침 출근길의 책으로 선택해 읽는 중이다.
오늘 읽은 부분에서는 '밀'과 '러스킨'이 언급됐다. 요약하자면 밀은 당시 여성이 처한 차별적 상황을 잘 분석해서 써냈다는 것이고 러스킨의 경우에는 온건한 여성혐오자라는 것이다. 여성은 여왕이다, 여성에게도 교육이 필요하다, 라고 말하지만, 그 교육은 남자를 보조하기 위한 교육 정도로 제한한다는 것. 러스킨의 주장을 살펴보면 결국 '여자에게 교육이란 필요없다'는 것이었다. 밀은 '모든 예술과 과학 영역에서 여성을 교육하고 여성에게 전문 지식을 습득하게 해야 한다(P.199)' 고 주장하지만, 러스킨은 '여성은 남편과 남편 친구들의 즐거움에 공감할 수 있는 정도로만 남성이 배우는 언어와 학문을 알아야 할 것이다(P.201)' 라고 했다는 것.
나는 이 부분에서 일전에 읽었던 '로맨스' 소설인 브리저튼 시리즈의 일화가 생각났다.
남주인 '사이먼'이 마을로 돌아왔는데 '다프네'의 엄마가 다프네에게 사이먼의 칭찬을 하면서 '그는 옥스퍼드에서 수학 과목 수석을 했다더라'고 하는거다. 그 때 다프네가 이렇게 말한다.
'I' m sure I would take a first if Oxford would only see fit to admit women.' -BRIDGERTON: THE DUKE &I, JULIA QUINN, p.18
"어머니도 참. 만일 옥스퍼드에서 여자를 받아 준다면 분명히 제가 수석을 차지했을 거예요." (번역본)
실제로 옥스퍼드를 갔을 때 다프네가 수학에 있어서 수석을 차지할 수 있을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런 기회가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기 때문에 수석을 할지 꼴찌를 할지도 알 수 없다. 다만 다프네의 입장에서는 어떤 남자가 수학에서 수석을 차지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자신은 수석을 할지 아닐지 알 수도 없었던 부분에 대해서 어떤 남자의 성과를 듣는 일.
너무 단순한 전제이지만 사이먼이 수학에서 수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사이먼에게 수학 교육과정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수학 교육과정을 주지 않으면서 수학 수석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건 너무 똥같지 않나. ㅎㅎㅎㅎㅎ
양재역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와 주섬주섬 읽던 책과 그리고 메모했던 아이패드를 챙겨 가방에 넣으려고 했다. 어휴, 정말 무거웠다.
세상에 책도 무거운데 아이패드까지.. 나란 인간, 어떻게 살고 있는것이여? 차마 지하철 안에서 넣을 시간이 안돼 내려서 의자에 가방 두고 넣으면서 '세상에, 이 나이에 이렇게 열심히 공부할 거 챙겨 가지고 다니다니, 나도 참 대단하다' 생각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멋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무거운 걸 가방에 넣고 다니다니... 이게 내 팔자구나, 팔자야. 나는 그런데 이런 내가 오늘 또 너무 좋았던 거다. 그런데 이 책만 잇는것도 아니다, 가방에는. 친구들과 원서읽기 함께 할 책도 들어있는 것이다. 원서 읽기 나의 제안으로 2주나 쉬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난번 책을 마치고 우리 한 주 쉽시다, 해놓고서 그 다음주가 되어서는 내가 또 '한 주만 더 쉽시다' 한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란 여자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는 이렇게 쉬어버릇 하면 계속 쉬고싶을 것 같아 안되겠다 책을 똭 꺼내들고 와서 친구들과 진도를 체크했다. 이번 책을 다 읽고나면 로맨스로 다시 가야겠다.
보통 로맨스 소설 읽는다고 하면 비웃거나 비하하는 시선들을 종종 마주치게 되는데, 나는 정희진 쌤이 '책 읽기는 다시 쓰기'라고 한것처럼, 읽는 사람의 몫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독자냐에 따라 내가 읽는 책은 충분히 가치를 지닌다는 것. 오늘 단발머리 님의 훌륭한 글을 읽었고 그 글이 나오기까지는 로맨스 소설이 있었다.
단발머리 님의 훌륭한 글은 요기 ☞ 양자오 대신 애덤, 무의식 대신 섹스 : 주도권이라는 측면에서 (aladin.co.kr)
얼마전 페이퍼에서 나는 사실 사람의 좋고 싫음은 처음에 다 결정되어진다고 했던 바 있다. 나는 어떤 친구들과 오래 관계를 유지하면서 내 생각에 확신을 갖는다. 좋아한다는 건 노력으로 되는 일이 결코 아닌 것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내가 지금도 좋다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친구들에 있어서는, 그러고보면 처음부터 좋아했다.
지난주말에 심었던 화분들이 싹을 틔웠다. 여덟개의 화분이 모두 그런건 아니고 아직 페퍼민트와 고추, 레몬밤은 도무지 싹이 올라올 생각이 없는듯하다. 그래도 상추가 이렇게 푸릇푸릇.
토마토도 이제 얼굴을 내민다.
이건 바질. 얼핏 보면 '어디, 어디?' 싶지만 가만히 보면 여기저기 솟고 있다.. 보이시나요?
허브딜과 고수를 한 화분에 심었는데 튀어나오고 있는게 허브딜인지 고수인지 모르겠어서 인터넷으로 이미지 검색을 해보았다. 허브딜인 것 같다. 고수야, 나와라 나와.
그리고 ㅋㅋㅋ 맹렬하게 자라는 다락방 텃밭의 챔피언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다가 우리집을 다 감싸버리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맹렬하게 정말 맹렬하게 자라는 콩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무서울 정도로 막 자라고 있음 ㅋㅋㅋㅋㅋㅋ
이러다 잭과 콩나무 처럼 우리집 뚫고 나갈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아침에 엄마가 보시더니 '얘는 콩이 아니라 콩나물일까?' 이러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올림픽공원 갔다가 프리지아를 샀다. 여동생이 두 단 사서 한 단은 내게 주었는데, 볕이 좋아 베란다에 함께 내두었다. 이렇게 내가 심은 나의 텃밭과 그리고 사온 꽃이 함께 있다.
토요일엔 아가 조카가 왔었다. 내 텃밭은 베란다의 왼쪽이고 오른쪽엔 엄마가 물 주시는 화분 몇 개가 있다. 원래 아빠가 줬었는데 아빠는 입원 기간도 길었고 그 뒤에도 거동이 불편해지시는 바람에 죽은 화분 몇 개를 비워내서 내 화분이 생길 수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잘 살아가는 화분들을 엄마가 물도 주고 하면서 꽃을 피웠는데, 꽃이 주황색으로 예쁘다. 조카가 와서 화분에 떨어진 꽃을 한 개 주었더니 꽃이라고 좋아하길래 또 떨어진 꽃 하나를 더 주었더니 "많이" 라고 한다.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내가 키우는 화분들 쪽으로 데려가 일단 가장 크게 자란 콩을 보여주었다.
조카야, 이건 콩이야. 했더니 조카가 따라했다.
"콩!"
나는 조카에게 만지면 안돼, 했다.
그리고 이내 상추 화분으로 데려가서 이건 상추야, 했고 내가 기대한 건 조카가 '상추!' 라고 하는 거였는데 갑자기 얍! 하더니 ㅋㅋㅋㅋㅋㅋㅋ손가락으로 싹을 눌러버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카야, 그거 아니야. 그래서 안돼, 그러지마! 하다가 빵터져서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가 조카 진짜 너무 귀여운데, 토요일엔 아가조카 데리고 허브공원에 갔단 말이야? 씽씽이랑 공을 가져가고 또 돗자리와 간식을 가져갔다. 그늘이 있는 곳에 돗자리를 펴두었는데 조카는 공놀이를 하자고 해서 남동생과 나와 아가조카 셋이 공놀이를 했다. 아가 조카는 공을 던지거나 발로 차기 전 "얍`" 하고 기합소리를 냈는데 ㅋㅋㅋㅋ 진짜 너무 귀여워서 미치겠는 부분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그리고 월요일이니까 책탑. 소박하게 올려본다.
《악의 길》은 잠자냥 님의 리뷰를 보고 사게 됐다. 아씨와 돌쇠라니. 나는 이런거 좀 좋아한다. 배관공, 돌쇠, 인력거꾼... 잘만 킹 감성 좋아하는 사람... 고민없이 사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님이 부자된다면 그건 다 나 때문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연 속의 나》는 도나토 카리시의 신작이다. 속삭이는 자 시리즈 다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역시 고민없이 샀다. 그런데 속삭이는 자 시리즈는 참 재미있게 잘 읽히는데 뭐랄까, 명쾌하게 이해되지 않는 지점들이 있다. 이게 원래 문장이 그런건지 번역이 그런건지 뭔가 좀 그.. 여튼 그런 게 있다. 그런데 내가 느낀걸 남동생도 느꼈어가지고 읽고나서 '그러니까 좀 애매한데 이게 그렇다는 거지? 그런데 그건 왜 그런거지?' 이러는데 내가 '나도 그걸 잘 모르겠어' 이렇게 되는 부분이 좀.. 아무튼 이번 신작은 어떨지 읽어보겠다.
《도파민네이션》은 트윗에서 보고 담아두고 사게되었다.
나는 내가 중독으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나란 사람의 의지는 대단해서 무엇에도 중독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다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나는 긴 흡연기간을 거쳐 금연자가 되었고 술도 마시다가 이제 그만 마시자도 할 수도 있다. 나는 이런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고, 마약류에 대해서라면 호기심조차 갖지 않는다. 그거 한 번 했다가 인생 좆되는 수가 있다, 라는 식으로 내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데, 최근에야 그건 내가 그럴 수 있는 부분들이 그쪽 부분들이었다는 걸 깨달은거다. 무슨 말이냐면, 나 역시 취약하게 중독되는 지점이 있다는 것. 그게 SNS 에 있어서 그런데, 트윗이나 인스타그램을 무심코 보다보면 되게 한참을 멍하니 보게되는 거다. 이걸 깨달은 순간 너무 스스로가 한심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앱을 삭제하기 시작했다. 두 앱 다 조절이 불가할 것 같다 싶으면 삭제하고 그러다 필요하면 다시 설치하는 식이다. 지금 인스타그램의 경우에는 삭제했다가 주말에만 켜고 다시 삭제하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주말에는 책탑 올려야 돼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얼마전에 도파민 중독에 대해 알게 되었다. 아무리 의지가 강한 사람이어도 숏츠나 인스타 의 짧은 영상의 중독에서 빠져나오긴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알아보고 싶어서 샀다. 자유롭자, 나여. 스맛폰으로부터 벗어나자!!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영화의 존재를 먼저 알게 되었다. 어디서 봤는지 모르겟는데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다는 예고편을 본거다. 오 그런게 있구나 .. 조만간 봐야지 하다 잊고 살았는데 오, 원작이 있었다! 원작이 더 좋을 것 같아 샀다.
매달 주는 쿠폰을 다 써서 지난주에 소박하게 샀는데 매주 이렇게 소박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4월이라 알라딘은 새 쿠폰을 뿌려줬고, 무엇보다 내가 하아- 김혜리의 <조용한 생활>을 구독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마 책을 더 많이 사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 페이퍼 이만큼만 해도 너무 길어서 그만 쓸건데, 조용한 생활 진짜 너무 대박적 대박이라서... 책 쓸어담고 있다. 어휴.. 바그너랑 니체랑 겁나 오랜 우정 유지하다가 니체가 바그너 쌩깐 거 알아요, 여러분? 너무 재미있어서 내가 니체랑 바그너 책도 살거다. 검색해보니 이런게 있다.
나 이래도 되는걸까? 그리고 김혜리의 조용한 생활 듣다가 이 책도 사고 싶어졌다.
나 정말 이래도 되는걸까? 나에게 읽는 것, 보는 것, 듣는 것이란 무엇인가.....Orz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