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랑'은 2학년 6반 반장이며 전교1등이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학교 선생님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공부도 열심히하고 자기가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선생님들은 따로 불러 격려하기도 하고 문제집을 선물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등이라는 우월감으로 친구들을 무시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다만 한가지,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인지 아랑의 엄마는 아랑의 학업에 큰 관심이 없다. 엄마는 성적보다 인성이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인간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서 고단한 노동에 아랑을 끌어들인다. 고모가 아파서 고모 가게 봐줄 사람이 필요하다는데 니가 당분간 좀 봐줘, 하는데 아랑은 좀 속상하다. 내년에 고3인데 나한테 가게를 보라고? 엄마가 고모한테 돈을 빌리지 않았으면 나한테 이걸 부탁했을까? 게다가 학교 진학상담에도 엄마는 오지 않겠다고 한다. 아랑일 믿으니까, 너가 알아서 잘하니까, 엄마는 굳이 아랑이 어떤 대학을 가면 좋을지 어떤 전공을 선택하면 좋을지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겠다는 것. 아랑은 당연히 서운하다. 딸의 미래를 함께 걱정해주면 안되나. 오히려 엄마는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일찍 취업해 돈을 버는 친구 딸에 대해 기특하게 생각한다. 돈이 없기 때문에 돈에 집착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만, 아직 어른이 되지도 못한 미성년자에게 학업보다 취업을 얘기하는 건 나로서는 개인적으로 아주 많이 속상했다. 나 역시 그런 취급을 받았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내게는 롤모델이 없었다. 어떤 어른을 보면서 저런 어른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렇게 본보기 삼을만한 어른이 내게는 없었다. 나는 그저 모든걸 스스로 깨쳐나가야 했다. 지금와 생각해보면 설사 좋은 어른들이 주변에 많았다 하더라도 나라는 인간 자체의 성격이 롤모델 따위는 만들지 않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니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저런 어른이 되어야지' 라고 누군가를 롤모델 삼은 적이 없으니까. (안젤리나 졸리가 멋지다는 것만 한결같이 생각하고 있다.)


막연하게 중학생 때는 서울대연고대 갈거라고 생각했다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점점 현실에 눈을 떴고, 아 서강대나 한양대 정도를 가야겠다 했다가 고2 되고 나서부터 시발 대학은 갈 수 있나... 이렇게 되어버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내가 고등학생일 때 그리고 수능을 앞두고 있을 때, 아빠가 제일 부러워한 사람은 딸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업해 돈 벌어다 주는 아빠 친구였다. 아빠는 나도 그러길 바랐고 그래서 은근히 그런 이야기를 흘리곤 했다. 만약 엄마가 아니었다면, 나에게 엄마가 계시지 않았다면 나는 아빠가 바라는 아빠의 착한딸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업해서 아빠에게 돈을 가져다주는 삶..을 나는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렇게 일찍 취업해서 월급을 아빠에게 주는 삶을 살았다면, 아마도 (도피하고자) 일찍 결혼해서 벌써 아이 엄마가 되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가끔 그런 시절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엄마, 만약 엄마가 강하게 내 대학 교육을 주장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아빠가 바라는대로 내가 공장에 취직해(아빠는 내가 수능을 망쳤다는 걸 알고는 공장에 취직하기를 직접적으로 권유하셨다) 돈을 벌었다면 지금 어떤 삶을 살았을까? 사실 경험해본 적도 없으면서 간혹 그렇게 과거를 생각하며 나의 불행해졌을지도 모를 미래에 대해 묻노라면 엄마는 이렇게 답해주셨다.


"너는 어딜 가서 뭘했든 니가 살 길 찾아서 지금처럼 똑똑하고 행복하게 됐을거야."


한글을 스스로 깨우친 것은 우리 엄마 아빠의 큰 자랑이고 아직까지도 여전히, 계속 언급하신다. 나는 스스로 깨우치는 사람이었다. 그게 뭐든 스스로 깨우쳤는데, 그렇다면 천재냐, 라고 한다면.


그 게 아 니 다.


누구의 도움 없이 깨우친다는 것은 그만큼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의미했다. 한글은 일찍 알았을지언정, 나는 삶의 모든 것에 대해 느렸다. 나는 늦된 사람이었다. 느려서, 그 느림이 나는 나의 어떤 성공을 막았다고 생각한다. 막았다는 것은 좀 부적절한 표현이고, '더 성공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고집스레 스스로 깨우치고자 함이었고, 그렇기에 남들보다 속도가 늦어버렸다. 어떻게 하는게 나에게 잘 맞는 공부법인지를 대학 졸업때 알았고, 그래서 나에게는 공부 못하는 학생이라는 과거가 남아있다. 물론 성인이 되고 어느 시점부터 학교에서 공부를 잘했다는 것이 꼭 똑똑하거나 지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좋은 대학교를 나왔어도, 장학금을 받았어도 똥멍충이로 살면서 자기 머리로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나는 정말 아주 많이 현실에서 목격하고 마주쳤다. 불쑥불쑥 '너 장학금 받았었다며?' 라고 말하고 싶어질 때도 있을만큼 학창시절 우수한 성적이 지혜로움을 의미하는 건 아니더라. 그렇다해도 나에게 그런 과거가 있으면 좋겠다고 나는 여전히 아쉬워한다. "전교1등 한적도 있었지, 그런데 누구나 다 한번씩 해보는 거 잖아." 이런거 말하고 싶은데, 누가 전공이 뭐냐, 어느 학교 나왔냐고 물어보면 "하버드 법대 나왔어요." 라고 거침없이 말하고 싶은데, 그런 이력을 갖지 못했다는 게 그게 좀 서운하다. 장학금 받아 대학 다녀보는게 어떤 기분일까 싶어서 방통대 편입했다가 거기서도 성적 안좋아 한학기 다니고 자퇴한 나란 사람... 아, 장학금 이란건 내 인생에 없구나, 학교 교육은 역시 나를 건드리지 못하는구나 해버리고 말았다. 나는 연애도 늦게 시작했고 사랑은 더 늦게 시작했다. 나는 다 늦었다. 그리고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공부를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건, 더 늦게 알았다. 누가 알려주지 않고 스스로 알았지만, 그래서 느렸고, 그럴때마다 '나는 왜 느린가'를 좀 답답해해야 했다. 좀 더 빨리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하고. 어쩌면 이렇게 늦된건 내가 고집스러운 사람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롤모델로 삼을 사람이 내 어린 시절 주변에 있었더라면, 내 진로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더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를 종종 생각하고, 그런 사람을 가진 청소년들을 보면 부러워진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세번째 이야기에서 라라 진이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을 때, '네가 가고자 하는 곳 말고 이런 곳도 있어, 거기는 이런 장점이 있지'라고 말해주는 언니가 있다는 게 진짜 너무 부러웠다. 이제 대학생활을 앞두고 있다는 것도 부러웠고, 라라 진에게 다른 선택이 가능함을 알려주는 어른이 있다는 것도 부러웠다. 


아랑이는 진로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고 조언을 해줄 사람이 없다. 그런 아랑에게 친구 연두는 변호사인 사촌 언니와 만남을 주선해주고자 한다.


'권연두'는 아랑의 친구고 아직 1등을 해본 적이 없다. 선생님들은 연두를 볼 때마다 '너도 일등 한 번 해봐야지' 라고 말해서 연두의 스트레스를 자극한다. 연두는 우리가 학창시절 흔히 보던, 바로 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나는 공부 안하는데 이정도의 성적이 나와'를 과시하는 그런 친구. 나 어제 놀았어 그런데 국사 시험 백점 이런 친구들 있지 않나. 학창시절 '어휴 어제도 공부하려다가 자버렸어' 하는 친구들은 많았다. 아직도 기억나는게 유독 그런 친구가 고등학교 때 있었는데, 나를 포함 다른 아이들도 다 그러했지만 한 친구가 그게 유독 심했다. 그 친구는 반에서 상위권에 드는 정도의 성적을 가진 친구였는데, 잠깐이라도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는 친구들에겐 가서 '너가 너무 열심히 공부해서 네 머리에 냄비 올리면 라면도 끓겠다'고 하면서 남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걸 얘기했고, 그러면서 '나는 진짜 공부 안했는데 대단해, 다들 대단해, 나는 진짜 안했는데' 하곤 했던 거다. 그런데 시험 결과 나오면 각 과목 선생님들이 들어와서 백점 맞은 사람 호명할 때 암기 과목에 꼭 그 친구가 있었던 거다. 이게 반복되니 나중엔 백점자에 그 친구 이름이 불렸을 때 아이들이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냈다. 암기과목은 백점 맞지만 다른 과목은 아니었던 걸 보면, 한 번도 일등을 해본 적은 없었던 걸 보면, 그 친구는 암기는 잘하지만 이해는 잘 못해던 건 아닐까, 지금 잠깐 혼자 생각을 해본다. 


연두는 어제 드라마 본 얘기를 친구들에게 재미있게 전달하고, 아이들과 미팅도 주선한다. 다른 친구들은 '넌 어떻게 그렇게 마음 편하냐'는 말을 한다. 다른 아이들에게 공부 안하는 아이로 보이고 싶은거다. 왜? 1등이 아니니까. 1등도 못하면서 공부한다고 말하는게 연두에겐 수치다. 그러나 연두는 열심히 공부를 하는 아이였고 드라마는 동생에게 보라고 시켜서 동생으로부터 실감나게 이야기를 전해듣고 그대로 전달하고 있었다. 보지 않은 걸 봤다고 말하는, 그래서 공부하지 않았다고 거짓말 하지만 사실은 공부를 하는 아이였던 거다. 이건 아주 오래전에 고소영이 주연했던 영화 <비트>에서 바로 고소영의 역할이었다. 고소영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는데 야구장에 가서 어떤 야구 경기를 보았는지 반 아이들에게 실감나게 말해주는 아이었고, 아이들은 그런 고소영에게 '너는 어떻게 즐길거 다 즐기면서 그렇게 공부도 잘하냐'는 말을 듣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고소영은 그 역할을 즐겼다. 놀거 다 놀면서 공부도 잘하는 아이. 그러나 그런 사람이 되기는 얼마나 힘든가. 영화속에서 묵묵히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고소영만큼 잘해내지 못했던 학교 친구가 들어오는 지하철에 몸을 던지는 장면이 있었고 고소영은 그걸 목격하고 충격받는다. 그 뒤로 고소영은 달라졌던 걸로 기억한다.


연두는 집안 형편도 넉넉하고 아버지와 사이도 좋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노는 아이로 보이고 싶었지만, 그렇지만 사실 계속 1등하는 친구가 신경쓰인다. 쿨한척 했지만 선생님이 아랑에게 줬다는 그 문제집도 신경쓰인다. 


아마 대부분의 아이들이 공부를 안했다고 재차 얘기하면서 학교생활을 하는 것은 연두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부를 했지만 1등을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자기변명이기도 할 것이고, 나는 노력하지 않아도 이정도는 된다는 본인의 머리좋음에 대한 과시이기도 할 것이고. 나 역시 그런 학창시절을 보냈었기 때문에 '나는 열심히 노력했어'라는 친구를 만났을 때 정말 신선했다. 어른이 되어 만난 친구인데 4개국어를 하는 친구인거다. 아마 지금은 그보다 더 늘었을 거라 짐작한다. 4개국어는 다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이 가능한 친구였는데, 그 친구에게 하루는 '어떻게 그렇게 외국어를 다 잘하게 됐어?' 라고 물었더니 "죽어라 공부했지" 라고 말하는 거다. 


아!


너무 신선한 태도였고 너무 마땅한 대답이었다. 그래 4개국어를 자기 언어처럼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었다.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고 말하는게 너무 멋진거다. 당연하잖아. 남들처럼 놀거 다 놀면서 4개국어를 그렇게 다 할 순 없는거잖아. 그 친구는 한참 후에도 그랬더랬다. 나는 아직도 영어 사전을 들여다봐, 라고. 내가 모르는 뜻이 혹시 더 있을까, 내가 알고 있는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면 아는 단어 boy 라도 사전을 찾아본다고 했다. 잘하는 사람에게는 잘하는 이유가 있는 거였다. 그 친구가 미친듯이 외우고 공부했다고 했을 때 그 대답을 듣고 내가 한 생각은 '그렇게 노력해야 가능했다니 머리가 좋진 않군' 이었을까? 전혀 아니었다. 마땅했다, 당연하다 였다. 잘하기 위해 노력한 것을 감출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잘하는 건 내가 노력했기 때문이었다, 는 것은 드러내도 되는 것이었다. 


아랑이를 보는데 안타까웠다. 알아서 잘하는 아이에게 어른의 관심이 있었다면 그 미래는 얼마나 더 커지고 얼마나 더 풍요로워질까 싶어서. 나에게도 인생의 중요한 시간마다 관심을 가지고 함께 의논해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내가 늦된사람에서 벗어날 수 있진 않았을까. 스스로 해내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아랑이와 내가 겹쳐 안타까웠지만, 그런데 아랑이는 전교 1등이고 나는.... 그만두자, 이런 얘긴. 

















<룩 백>도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와 겹친다. 학창시절의 두 친구가 나오는데 한 명은 노력하지 않아도 그림을 잘 그리는 걸로 보이고 싶어하고 한 명은 방안에 콕 박혀서 계속 그림을 그리고. 그런 두 친구가 만나 만화를 함께 그리면서 성공하는 것 같은 이야기로 진행되다가 갑자기 도끼 살인마 나와서 좀 멍해졌다. 현실이 잔인한건 사실이지만 왜 도끼 살인마.. 너무 당황스러웠다.


















와칸다라는 가상의 아프리카 나라는 자원도 풍부하고 과학기술도 겁나 발전했다. 완전 이상향의 나라랄까. 선진국들이 그런 와칸다를 노리지만 와칸다는 굴하지 않긔!! 

내용 자체가 나쁘진 않았는데, 이 그래픽 노블은 성인용이구나 싶다. 역시 나는 그래픽 노블은 재미가 없어 몇 번이나 그만 볼까 생각하지만 간신히 끝까지 보기는 했는데, 중간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그래서 너희 프랑스 빠다 놈들이 나치한테 가랑이를 벌린 걸 우리가 구해 줬지."

"그건 너희가 독립 형명 때 입은 은혜를 갚은 거야, 멍청아."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나는 작가가 여성혐오를 하기 위해 이 그래픽 노블을 썼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저 표현은 정말 너무 구리다. 저 표현이 그런데 작가가 창조한 표현이 아니라는게 문제다. 작가는 그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남자들이 대화를 할 때를 그저 그대로 표현했을 뿐이다. 사실 그런 표현을 굳이 책에 넣을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현실 반영이라고 해도 굳이 이런 표현을 써서 또 전달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은 거다. 프랑스 빠다 놈들이 나치한테 가랑이를 벌린... 후아. 너무 한심하다. 저런 표현을 쓰는 사람을 실제로 만난다면 너무 징그럽고 짜증날 것 같다. 친한 사람이라면 표현이 그게 뭐냐 천박하게, 라고 말할 것 같은데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친해지게 될 것 같진 않다. 가랑이를 벌리다니, 너무 역하다 진짜. 상대를 모욕하기 위해 성별이 남자인 어른 둘이 하는 말이 국가를 가랑이 벌린 여성으로 표현하는 거, 진짜 너무 구리지 않나. 어떤 걸 좋아하느냐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지만, 어떤 욕을 쓰느냐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준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거 너무 구리다. 


사실 마블 영화 좋아하는 초등학교 3학년 남자 조카 아이 주려고 샀고, 그래서 주기 전에 내가 한 번 본건데 안주려고 마음 먹었다. 초반에 성매매업소 가서 여자 선택하는 거 나오는데 그 때도 '내 친구가 많이 굶어서' 라고 표현 한다. 뒤에는 '그 여자의 남편을 구해주고 그 여자에게 잠자리로 감사 인사를 받을 거잖아' 라는 표현도 나온다. 아 너무 구려... 내가 지금 이런거 안준다고 해서 그런 표현들로부터 내 조카가 이 한남민국에서 자유로워질 순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가급적 늦게 알았으면 좋겠고, 아예 이런 표현에 대해 몰랐으면 좋겠다.



만화를 보고 내용을 알게 되니 영화가 보고 싶어져서 블랙팬서 영화도 봤다. 

















영화에는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 블랙 팬서로 변신하면 멋져.. 그리고 와칸다의 장군들이 다 여성들인데, 근육이 엄청나다! 그렇지만 가해자의 서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가해자는 사실 피해자였고 그러니 이런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 인간의 삶이라는 게 명징하게 선과 악으로 나눠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해도 이 영화는 나에게 윤리적으로 명쾌하진 않았다. 그래도 재미있게 보아서 그 다음 시리즈를 보려 했는데, 그 다음편이 이번에 개봉한 <와칸다 포에버>더라.


주말에 초등학생 조카 만나 블랙 팬서 얘기하니 자기도 재미있게 봤고, 주연배우가 암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에 울었다고 했다. 얼핏 그런 얘길 들은것 같았었는데, 그 때는 그저 하나의 소식이었다면,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조금 더 가깝게 느껴져서 나도 '이 사람이 사망했다니' 하면서 안타깝고 아픈 마음이 되더라.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최재천의 말이 또 생각났다. 사랑까지 가는게 아니어도, 우리는 관계를 맺는 순간 상대를 미워할 순 없는 것 같다. 욕하고 미워하는 건 몰라서 그런것 같다.




페이퍼가 너무 길어졌으니 그만 써야 하는데, 그래도 월요일이니까 책탑 사진을 투척하자.



룩백과 블랙 팬서는 빠진 사진이다. 
















































페이퍼가 너무 길어졌으니 이 책들을 왜 샀는지는 생략하기로 한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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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11-28 1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은 어쩌다 뒤늦게 구입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요.
(혹시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그의 삶을 다룬 영화(에단 호크 감독)를 꼭 보세요...)

그나저나 다락방님은 롤모델을 다부장으로 삼아서 쑥쑥 자라는데....ㅋㅋㅋㅋ
암튼 제 생각엔 아버지가 원하는 삶을 혹시 살았다하더라도 뒤늦게 공부해서 대학 가셨을 거 같습니다. ㅎㅎ 어머니 말씀에 공감.

다락방 2022-11-28 10:30   좋아요 2 | URL
잠자냥 님이 어딘가에 쓰신 댓글에서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너무 좋았다고 하신걸 봤거든요. 그거 보고서 오오 그래?? 하고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흠흠. ㅋㅋㅋㅋㅋ 영화도 메모메모. 오케오케.

가끔 저에게 주어졌던 환경에 대해 원망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리고 그런 환경이 저의 성격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도 생각하지만, 본질적으로 저란 사람이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잠자냥 님 말씀처럼 어떻게든 살아서 지금과 같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긴 합니다. 물론 살아보지 않은 미래에 대해선 알 수 없는거지만요.

그런데 저기 책들 중에 <경제적 공포> 진짜 더럽게 재미없게 생기지 않았나요? 책 받고 대실망을.. 휴..

잠자냥 2022-11-28 10:40   좋아요 1 | URL
<경제적 공포> 그런데 에세이 부문 최고의 영예! 뭐 이런 상을 받았다네요??

다락방 2022-11-28 10:41   좋아요 1 | URL
아.. 그러니까 제가 무슨 책 읽다가 오오 이거 읽어보고 싶다!! 해가지고 찜해두고 산건데, 무슨 책을 읽다 그런건지 모르겠네요? 껄껄.. 아무튼 읽어보고 싶어서 샀는데 너무 읽기 싫게 생겨가지고 참 고민이 깊습니다..

공쟝쟝 2022-11-28 21:25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시모어는 저도 넘나 좋아해요 ㅋㅋㅋ 저랑 잠냥님이 시모어에서 서로를 알아봤다구 ㅋㅋㅋㅋ (그리고….?)

책읽는나무 2022-11-28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프 책 한 권 오랜만에 겹쳤네요^^
저도 잠자냥님 댓글에 공감합니다.
다락방님은 분명 대학 가셨을 듯!
단, 어쩌면 더 좋은 대학에 더 좋은 성적으로 입학, 장학금 받고 졸업하셨을 듯 합니다.
어쩌면 환경은 더욱 오기를 일으키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죠.ㅋㅋㅋ
저는 대학 이름도 잘 몰랐었던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면(고 2땐 서울대만 알았어요. 친구 오빠가 겁나게 공부한다더니 서울대 갔다길래 아??!!! 했었고, 그 라이벌이었던 동네 오빠 한 분도 겁나게 재수까지 했는데 서울대 떨어졌대서 아????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ㅋㅋㅋ) 확실히 그 시절 가까운 친인척이나 가족 중 롤모델이 있어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 아이의 인생이 조금은 바뀔 수 있겠다는 다락방님 생각에도 동의합니다. 물론 귀 담아 들을 수 있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인생이 바뀔 수 있겠죠?ㅋㅋㅋ
(서울대 간 오빠를 둔 그 친구는 서울대를 못 갔다는 생각이 뒤늦게 떠올라 앞의 문장 조금 수정했습니다^^;;;;)
암튼 10대, 20대 때의 ‘나‘가 있었기에, 지금 더 노력하고 있는 ‘나‘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 노력하는 다락방 박사님이 더 좋네요ㅋㅋㅋ

다락방 2022-11-28 14:18   좋아요 1 | URL
제가 돈 내고 배우는 곳에서는 뭔가 잘 배우지를 못하는 것 같아요. 학교도 그렇고 학원 같은데에도 등록 하면 수업을 들으러 가질 않아요. 이게 이제 이 나이에는 되지 않을까 싶은데 또 그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전 그냥 그런데 들어가면 또 안할 것 같아요. 그래서 참 고민입니다. 스승님이 있어야 제가 더 깊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스승님 있는 학교엘 가면 학교를 안다니고... 저는 어떻게 해야 할런지. 저는 지금의 제 모습이 제가 해낼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아요. 아하하하. 제가 공부를 못해서 그런지 공부에 대한 미련이 많은 것 같아요. 쩝..

그래서 사람은 뭐가 됐든 후회없이 불태워야 하나봐요. 학교때 공부 열심히 했으면 성적에 대한 미련 없었을것을.. 껄껄.

아무튼 지금의 저를 좋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책나무 님. 저도 지금의 제가 좋습니다! 으흐흐흐

건수하 2022-11-28 1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경제적 공포> <정희진처럼 읽기>에 나왔던 것 같아요. 저도 그래서 샀지만…. (뒤는 생략)

다락방 2022-11-28 14:19   좋아요 3 | URL
맞아요 수하 님!! 맞습니다!! 정희진처럼 읽기 를 다시 읽고 구매한 거였어요. 세상에.. 맞습니다! 수하 님은 천재입니까?
여하튼 저 책 되게 읽기 싫게 생겼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11-28 17:40   좋아요 1 | URL
저도 사고 안 읽었기 때문에 그 마음 이해합니다... =ㅁ=

공쟝쟝 2022-11-28 18:00   좋아요 0 | URL
ㅋㅋㅋ 나도 사려다 만 사람ㅋㅋㅋ 기억해요 ㅋㅋㅋ 근데 나 이거 읽다가 지하철 지나침 ㅠㅠㅔ

수이 2022-11-28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웨덴의 저녁은 오후4시에 시작된다, 잼날 거 같아요. 읽어봐야지! 그리고 블랙 펜서_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최 선생님 말씀이 일면 공감가는 면도 있으나 저는 알아서 싫어하게 된다, 라는 생각도 듭니다. 전 알아도 다 사랑할 수는 없을 거 같아요.......

다락방 2022-11-28 14:21   좋아요 2 | URL
저도 스웨덴의 저녁 오후 네시는 되게 읽고 싶어서 계속 사려고 벼르다가 이번에 샀습니다. 어쩌면 비타 님이 저보다 먼저 읽게 되실지도 모르겠어요.
비타 님 말씀대로 알아도 다 사랑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요, 알아서 싫어하게 되는 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차라리 모를 것을, 나한테 알게 하지 말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더러 있으니까요. 인생...

수이 2022-11-28 14:23   좋아요 1 | URL
꺅 차라리 모를 것을….. 그 후 말씀 완전 제 마음

persona 2022-11-28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등학교 때 엄마아빠가 알바를 찬성해주고 대학 안가고 취업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우리나라는 대학이 너무 과대평가 돼 있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대학이 취업의 연장선상에서 취업교육을 하는 것도 좀 아닌 거 같고요. 또 전 대학 전공대로 취업한 것도 아니고 해서 그 등록금 모아서 배우고 싶은 것만 배웠어도 좋았을 거 같아요. 물론 그렇다고 해도 알아서 잘하는 애 대학 못가게 막는 부모는 나쁜 부모같긴 해요.
저는 진짜 어릴 때부터 돈 버는 경험을 하고 공장도 일찍일찍 다녔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근데 또 그런 생각하면 어쩌겠어요. ㅎㅎㅎ 그냥 지금 잘해야지 싶네요.

기술교육할 때 쓰는 말들도 제가 선뜻 쓰기
어려운데 ㅋㅋㅋ 사람들은 제가 이해를 못한 걸로 받아들여요.저는 좀 어휘들이 이상한데 그걸 이상하게 받아들이는 내가 이상하게 보일까봐 그것도 말 못하겠어요.

다락방 2022-11-28 14:28   좋아요 1 | URL
우리나라는 대학이 과대평가 되어 있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정말 그렇죠. 그래서 좋은 대학 나온 사람들중에 인성과는 상관없이 자뻑에 가득찬 사람이 많고요. 우리는 서울대 나와서도 머저리들을 정말 많이 보게 되지 않습니까? 매일 뉴스에도 나오고 말이지요. 좋은 대학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장하는 건 아니죠. 전혀 아니죠.
저는 본인이 취업을 원한다면 취업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 선택도 본인의 몫이고 그 선택으로 얻게 될 결과도 본인의 몫이죠. 저에게 취업을 바란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던 까닭은 ‘취업이 다른 길일 수 있다‘고 말로는 표현했지만 사실 아빠의 속마음은 ‘빨리 돈 벌어서 가져와라‘ 가 느껴졌기 때문이었어요. 그 마음이 징그러웠어요. 엄마는 ‘자식이 잘되어야 한다 자식이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면 아빠는 ‘자식 덕을 보고 싶다‘ 가 느껴졌달까요. 정작 자식을 위해 노력하는 건 딱히 없었으면서 자식 덕을 보고 싶어했던 분이랍니다. 뭐 어쨌든 아빠는 제 가 생각할 때 정말 운이 좋게도 부인을 잘만나서 아빠가 살게 됐을지도 모를 다른 삶보다 훨씬 나은 삶, 압도적으로 나은 삶을 살고 계신것 같다고 저는 생각해요. 저는 엄마께도 말씀드렸어요. 아빠는 엄마를 만나지 않았다면 진짜 후진 인간으로 늙어갔을 거야, 라고요. 그나마 엄마가 그리고 자식들이 그러지 말라고 미친듯이 잔소리를 해댔으므로 아빠가 지금의 아빠가 된것 같아요. 물론, 아직 한참 멀었지만요. (갑자기 답답..)

다시 돌아가서, 저는 취업이든 학업이든 본인이 원하는 걸 선택하는 삶을 사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후에 오는 기쁨과 슬픔 혹은 만족과 후회 모두 본인이 느낄 것이고요.

persona 2022-11-28 15:08   좋아요 0 | URL
본인 의사가 정말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꼬마요정 2022-11-28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아... 정말 스스로 자라야 했던 다락방님 고생 많으셨어요. 저도 혼자 다 해야했거든요.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저 체구가 작다고 맨날 옆자리 남자애한테 책상 선 넘으면 맞고, 괴롭힘 당하고 그랬는데 아무도 안 도와줬어요ㅠㅠ 그래서 결국 맨날 저 괴롭히던 덩치 큰 남자애한테 수업 마치고 운동장에 나오라고 해서 죽도록 맞았어요 ㅋㅋㅋㅋ 그랬더니 난리가 나더라구요. 그 뒤부터는 아무도 저를 안 괴롭혔어요. 아 정말... 제가 그래서 대학 갈 때까지 제 과거의 기억은 온통 암흑입니다. 간혹 사건들이 생각나는데요, 깊이 생각하면 하나씩 떠오르고 그냥 언뜻 몇 살 때? 이러면 까매져요. 요즘은 많이 나아져서 옛날에 있었던 일들 웃으면서 이야기하는데, 저도 저한테 롤모델이 될만한 어른이 있었다면, 뭔가를 가르쳐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요. 다락방님 어머님 너무 멋져요^^

김경일 교수님이 그러더라구요. 우리나라는 노력보다는 재능을 좋아한다구요. 그래서 공부 안 했는데, 이런다고 하네요. 공부 안 했는데 성적이 잘 나오면 재능이 있다는 거니까요. 그래서 노력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건 안 좋은 거라고 그랬어요. 노력만큼 멋진 것도 없는데 말이죠. 노력한만큼만 결과가 나와도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겠어요.

다락방 2022-11-28 17:21   좋아요 1 | URL
저도 국민학교때 남자애들이 여러가지로 괴롭히길래 처음엔 선생님한테 일렀거든요. 아무것도 바뀌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 후엔 제가 때렸어요. 제가 맨 몸으로는 잘 안되니까 손에 잡히는 필통이든 뭐든 잡고 그냥 건드리는 순간 디지게 때렸어요. 남자애들이 막 끌어안는 장난도 치고 그랬는데(너무 징그럽지 않나요?) 막 욕하고 남자애 싸다귀 날린 적도 있어요. 민방위훈련 때는 남자 짝궁이 몸을 저한테 부비길래 콤파스 꺼내서 찔러버렸어요. 어휴. 진짜. 제가 하도 이러고 다니니까 나중엔 여깡패라고 소문나서 안건드리더라고요. 아오.. 크느라 고생이 많았어요, 정말.
저도요 꼬마요정 님, 제 인생의 어느 시절은 뚝 떼어서 내다버려도 괜찮을거란 생각도 해요. 그 땐 제가 죽어있었던 시간 없었던 시간 까맣던 시간 같아요. 그 때를 인생에서 확 들어내 버려도 지금의 나는 그대로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이건 아닐 수도 있지만요.

꼬마요정 님도 스스로 크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결국 운동도 열심히 하는 멋진 어른이 되셨잖아요.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우리 앞으로는 고생 없이 더 멋진 어른이 되도록 해요, 꼬마요정 님. 우리에게 비록 롤모델은 없었을지언정, 우리는 누군가의 삶에 격려와 용기를 주는 그런 어른이 되도록 합시다.

노력을 경시하는 경향에 대해서라면, 저 역시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노력도 경시하고 마찬가지로 성실함도 경시했죠. 성실함은 재능 없다는 증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저는 지금은, 결과적으로 제가 성실한 사람이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꼬마요정 님. 우린 스스로 커서 멋진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엔 좀 늦긴 했지만요.

공쟝쟝 2022-11-28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 아랑한테 엄청 이입해서 다락방님한테 업청 이입해서 페이퍼 읽다가 ㅋㅋㅋ 지하철역 지나쳤어요. 저 역시 언제나 조언을 구할 어른과 선배를 찾아헤맸는 데, 그게 꽤나 제게 안좋게 작용했고… 그걸 포기하고 나니 어느날, 책으로 만난 알라딘 마을이 좋은 언니들, 어른들, 선생님들이 되어있도라고요 ㅋㅋㅋㅋ 감사합니다 큼큼 ㅋㅋ

다락방 2022-11-29 07:51   좋아요 0 | URL
저는 좋은 어른이나 선배를 원한 적이 없어요. 그 때는 그런 존재를 알지 못해서 원하지 못했고 지금은 딱히 원하지 않고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어린 시절에 내게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거죠. 경험하지 못했기에 그렇게 생각하는거지 있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막연히 이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거죠.

공쟝쟝 2022-11-29 11:07   좋아요 0 | URL
다락방은 밑줄 원한적이 없으시다! ㅋ 그럼 이입 금지 ㅋㅋㅋ 암튼 제 경우는 그런 어른을 바란다는 것이 일종의 구원서사 중독임을 ㅋㅋㅋㅋ 좀 바로봤어요, 다락방님은 좋아하지 않는 해리포터에서 아즈카반의 죄수 보면 미래의 해리가 현재의 해리를 구하는 데 해리는 그게 아빠라고 생각해요. 그치만 자기 자신이었던 거죠. 기가막힌 성장 서사라고 생각하는 데… 존경의 대상을 저는 과거의 나에겐 현재의 나로 현재의 나에겐 미래의 나로 정해두자고 했어요 ㅋㅌㅋㅋㅋ 이제는 나에게 알려주지는 않는 그러나 알아서 잘 사는 어른들 보면 그들이 조언하건 말건 배울점을 스스로 찾는 어른입니다☺️

독서괭 2022-11-29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수신지 작가 책이군요. <며느라기> 재밌게 봤는데, <곤>이라는 책은 도서관에서 잠깐 읽어봤지만 참 섬세한 작가같아요. 읽어보고 싶네요. 학교라는 게 개성이 다른 아이들을 몰아넣어두고 경쟁시키고, 비교하게 만들고.. 세상이 넓고 인생이 길다는 걸 잊고 이 좁은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애들을 몰아대니, 참.. 여고괴담의 전교2등의 슬픔 같은 걸 왜 어째서 사람들이 공감하는 걸까요;;
그런데 다락방님 대학 졸업할 때에야 맞는 공부법을 찾았다는 말씀이 진짜 우리 교육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내가 지속하고 싶은 공부는 무엇이고 이걸 장차 어떻게 이용하여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 건지, 내게 맞는 공부법은 무엇인지.. 그런 걸 아무도 알려주지 않지요ㅠ 그런 점에서 좋은 롤모델이나 선생님을 만나는 건 행운인 것 같아요. 그런 사람 못 만나고 대학 졸업할 때에야 맞는 공부법을 찾았어도, 지금의 훌륭한 다부장이 된 다락방님은 뭐가 어찌됐든 결국은 멋졌을 사람 ㅎㅎ 어머님 말씀이 딱 맞네요. 넌 어딜 가서 뭘했든.. 잘 됐을 거라고. 그러고보니, 어머님이 멋진 분이라 다락방님이 멋진 거 아닌가요?^^
그나저나 <경제적 공포>는 진짜 공포스럽게 생겼네요... 덜컥 사신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저라도 안 읽을 것 같아요 ㅠㅠ

다락방 2022-11-29 11:46   좋아요 1 | URL
독서괭 님! 저는 공부의 필요성도 못느꼈고 재미도 못느꼇어요. 학창시절에도 암기과목은 너무 싫고 암기 하는 것도 너무 싫어서 암기과목 정말 다 못했어요. ㅎㅎ 남들 다 점수 잘나오는 국사 세계사 이런거 저는 완전 망했는데, 저는 외우기가 참 안되더라고요? 왜 외워야 하는지를 모르겠는거예요. 이해과목들의 경우 이해를 하면 안외워도 되잖아요? 이해를 하니까 굳이 외우지 않아도 답이 나오잖아요? 근데 암기과목은 저한테 이해도 안되고 절실하게 외우고 싶은 마음도 없는... 하여간 공부 못하는 학생에 특화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ㅋㅋ

대학교 4학년 때 지하철안에서 전공책 읽는데 머릿속에 진짜 겁나 잘들어오는 거예요. 뭐가 중요한지도 알겠고 집중 뽝 되면서 그러고 시험시간 딱 되니까 막 답이 다 써지더라고요. 아아.. 내가 이걸 왜 졸업할 때 알았냐 싶고.. 어쨌든 그렇게 공부에 담쌓고 살다가,

2015년 이었나.. 페미니즘 관심 갖게 되니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강의 찾아 다니고 책 읽고 그러더라고요. 저 윤김지영 쌤 강의 들으로 창원까지도 갔어요. 껄껄. 보통 서울 강의 평일엔 퇴근하고 찾아갔죠. 너무 피곤했는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제가 필요하니까 제가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때 알았어요. 아 나란 사람이 무조건 공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는 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말이지요. 그리고 아마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저처럼 보내겠죠?

독서괭 님, 경제적 공포 진짜 공포스럽게 생겼다는 말씀에 완전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아 저 표지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합니다.....

감은빛 2022-11-29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학창시절에 공부를 별로 안 했는데 성적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나왔어요.
공부하는 것이 아주 싫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았던 것도 아니니까 열심히 안 했던 건 당연했던 것 같아요.
우리 부모님은 제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은 안 한다고 불만이 많으셨지만,
저는 대체로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어요.
운 좋게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고, 운 좋게 수능 점수도 괜찮게 나왔고, 운 좋게 대학도 갔고.

제가 잘 아는 사람들 중에 전교1등 해본 사람이 몇 명이나 있더라구요.
그렇게 학창시절에 공부 잘 했고, 좋은 대학 나왔어도 지금 뭔가 탁월하거나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물론 내가 모르는 어떤 면에서는 그런 사람일지도 모르지만요.

저는 학창시절에도 그랬고, 지금도 1등을 해보는 걸 원하지는 않아요.
그저 무난하게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어서요.
그건 아마 경쟁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성향 탓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제 개인적인 만족 면에서는 좋아하는 만큼 잘 하고 싶은 욕구는 있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일의 경우에 한해서요.

생각해보면 남들이 권하는 어떤 방식들이 저에게는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저는 공부도 일도 전부 제가 혼자 제 방식대로 했을 때 가장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아요.

다락방님의 책탑 사진을 보니, 제 책상 위에 쌓인, 바쁘다고 눈길도 잘 주지 못하는 책탑이 떠오르네요.
바빠도 가끔 들춰보며 살아야 할텐데요.

다락방 2022-11-29 13:51   좋아요 0 | URL
저는 학창시절에 몇 등했었는지.. 이젠 기억도 안나네요? 전교 1등 이었다면.. 기억하지 못할리가 없을텐데. 어쩔수 없이 내내 기억할텐데.. 하하하하하

맞아요, 감은빛님. 전교1등을 했다고 해서, 서울대를 나왔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잘났다는 걸 말해주진 않죠. 저도 그건 익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내 삶에 전교 1등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장학금을 받아봤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기더라고요. 이젠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더 아쉬운 것 같아요. 나름 대학원에 가볼까도 수시로 고민하곤 하지만, 학업을 따라갈 자신이 없네요. 하하하하. 회사 그만두고 누가 등록금도 다 대준다면 다닐 의향도 있는데...

저도 요즘 책 잘 안읽고 부지런히 사기만 해요. 이제 진짜 그만사고 좀 읽어야 할텐데요.. 에휴..

그렇게혜윰 2022-11-29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에도 품격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다락방 2022-11-30 08:50   좋아요 0 | URL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댓글보다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전지갑 2024-01-12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참 맛있게 쓰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24-01-12 21:43   좋아요 0 | URL
잘 읽으셨다니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