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시사인) 제782호, 제783호 : 2022.09.20 - 한가위 합병호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고추 흉년에 재개된 '아가씨' 선발대회>란 제목의 기사에서는 '영양 고추아가씨 선발대회' 소식을 알려준다.오도창 영양군수와 내빈들이 고추아가씨 선발대회 참석한 사진이 기사와 함께 실려있는데 와 너무 징그럽고 끔찍하다. 영양 고추를 널리 알리는 행사에 참가하게 될 아가씨들을 뽑는다는데, '만18세 이상 24세 이하 미혼 여성'만 지원할 수 있댄다. ㅋㅋㅋ 고추 판매하는데 삼십대도 안되고 남자도 안돼 ㅋㅋ 아 너무 징그럽다. 이럴 때 쓰는 더 적합한 단어가 없을까? 누가누가 더 예쁜가 대회 열어놓고 거기 참석해서 박수치고 구경하고 이러는 관객들 보고 있노라니 정말 징그러워. 님들하, 아가씨 선발대회 같은거.. 진작 없어진 거 아니었어? 세상에 고추'아가씨' 라니.. ㅠㅠ


<세상에 이런 법이> 에서는 임금을 받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기사가 실려있다. 받지 못한 임금이 밀려 외국인 노동자가 신고하면, 그들을 고용한 사람은 벌금을 내는 편이 훨씬 싸게 먹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계속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남게 된다고. 그러다 포기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간단다. 

사실 내가 시사인을 읽는 가장 큰 목적은 이런 기사를 보기 위함이다.

내가 전시회를 가고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대부분 내 관심사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시사인을 넘기다보면 아예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것에 대해 알게 되는 것. 이 기사의 말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일제강점기 노동력 부족을 타개하기 이해 조선일을 일본 기업 공장에 강제동원하여 종사하게 한 일을 우리는 '강제징용'이라 부른다. 한국 농장과 공장의 노동력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16개국 외국 청년들을 한국 농장과 공장에서 일하게 하는 제도를 우리는 '고용허가제'라고 부른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직접 알선하여 일하게 한 농장과 공장에서 노동의 대가인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출국하는 외국 청년들은 이 제도를 무엇이라고 부를까? 일본의 강제징용을 비판하는 우리가 이제는 가해자가 되어 외국 청년들의 눈에 피눈물 흐르게 하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시사인782·783 한가위 합병호, p.56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은 어떻게 기억될까? 낯선 나라에까지 찾아와 일했는데, 그 시간동안 겪어야 했던 것들이 수두룩할테고, 거기에는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던 것들까지 포함될텐데, 그런데 일하고 돈 못받아 돈달라고 싸우다가 그렇게 빈 손으로 돌아가는 노동자들의 마음은 어떨까. 



한가휘 합병호라 그런지 어쩐일로 정보라의 단편 소설 <상어>가 실려있어 재미있게 읽었고, 손석희 인터뷰도 읽었다. 무엇보다, 정서경 작가의 인터뷰가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서, 글을 쓰는 사람들 그리고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여러분, 이번 한가위 합병호 시사인 구매하고 읽어보세요! 말이 길었습니다.


이만 총총.



탕웨이 배우와 서래 사이에 공통점이 있나? 서래를 '정확하게' 완성시켰다.


탕웨이 배우는 상자 같다. 안에 뭐가 들어가 있는지 모르는 상자. 모든 걸 받아들여 꾹꾹 눌러 담는 상자. 그런데 사실 탕웨이 배우는 여왕이다(웃음). 뚜벅뚜벅 걸어와서 척, 하고 악수를 청하는데 그 모습을 정말 좋아한다. 시력이 5.0은 돼서 넓은 평야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사람. 처음 탕웨이 배우를 캐스팅하고 나서, '너무 기뻐서 15년 충무로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라고 그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가까이 오라고 하고는 안아주더라. 근데 보통은 자기가 다가와서 안아주는 거 아닌가? 포옹을 하사하는 느낌이랄까. '내가 너에게 축복 같은 포옹을 주리라(웃음).' 그러면 우리는 또 너무 겸손하게 포옹을 당하는 거다. 그런 사람이다. - 시사인782·783 한가위 합병호, p.72 (정서경 작가 인터뷰 中)



사람이 글을 쓰는 것은 인간 본성에 반하는 일이다.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으면 우리 뇌가 여러 가지 생각들을 내보낸다. 어제 만난 그 사람은 성격이 왜 그럴까부터 시작해서 어렸을 때 일, 내가 왜 그때 그 음식을 좋아했을까 이런 것까지. 보통 사람들은 이런 것들이 떠오르면 '안 돼, 집중해서 일하자' 이런다. 그게 안 되면 '나는 망했어, 나는 게을러' 이러면서 좌절한다. 근데 그냥 이런 생각들이 다 지나가야 한다. 건물로 따지자면 제일 밑에 있는 지하실이거나 꼬불꼬불 계단을 올라가면 나오는 다락방까지 가야 글을 쓸 수 있는 거다. 대문을 넘어 추억의 방, 분노의 방, 걱정의 방을 다 지나야 한다. 주로 오전에 하는 게 이런 일인 것 같고 오후에는 그 방을 다 지났기 때문에 쓸 수밖에 없다. 캐릭터와 나 자신만 있는 그 방에 들어가면 글이 시작된다. -시사인782·783 한가위 합병호, p.74 (정서경 작가 인터뷰 中)


중년의 나이에 미래를 약속할 때는 머지않은 앞날에 노화와 질병과 고통과 돌봄과, 그리고 결국 언젠가는 찾아올 상실의 순간을 견뎌야 한다는 의미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다만 그 ‘언젠가‘가 조금이라도 늦게 찾아오기를 희망하며, 적어도 지금은 아닐 것이라 부정하며 새로운 삶에 발을 디뎠다. 시사인782·783 한가위 합병호, p.60 (정보라, <상어> 中)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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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9-08 1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건물로 따지자면 제일 밑에 있는 지하실이거나 꼬불꼬불 계단을 올라가면 나오는 다락방까지 가야 글을 쓸 수 있는 거˝
눈에 들어오는 구절이네요. 아, 다락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08 10:51   좋아요 3 | URL
저는 여기 탕웨이 묘사한 부분이요. ‘그랬더니 가까이 오라고 하고는 안아주더라. 근데 보통은 자기가 다가와서 안아주는 거 아닌가? 포옹을 하사하는 느낌이랄까. ‘내가 너에게 축복 같은 포옹을 주리라(웃음).‘ 그러면 우리는 또 너무 겸손하게 포옹을 당하는 거다. 그런 사람이다. ‘ 여기 읽고 탕웨이에 빙의했네요. 이리 오라고 해서 안아주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2-09-08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08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09-08 1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외국인 노동자들의 처우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참 부끄럽습니다. 비교 내용이 적절하네요. 과거를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데 말이죠.
다락방님. 명절 즐겁게 보내세요^^*

다락방 2022-09-08 11:21   좋아요 2 | URL
네, 거리의화가 님. 저 기사 읽는데 너무 화가 나고 부끄럽고 .. 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저런 짓을 하는걸까요? ㅠㅠ

거리의화가 님도 명절 잘 보내세요. 맛있는 것도 많이 많이 드세요!!

청아 2022-09-08 11: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서경작가 인터뷰 좋은데요?!!
다락방님 좋아하실수밖에 없었네요ㅋㅋㅋㅋㅋ
다락방님 따라 계속 사고있는 시사IN(이번에도 역시 독자를 세심히 배려해 이장님의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을 캬👍)탕웨이가 부르면 저도 가서 안겨보고 싶어요*^^*

다락방 2022-09-08 11:22   좋아요 4 | URL
정서경 작가 인터뷰 너무 좋더라고요. 저 글쓰는 것에 대해서도 좋았고 헤어질 결심의 첫번째 살인이 산이었고 그러니 두번째는 바다여야 했다는 것도 너무 좋더라고요. 대체 그게 왜 좋은건지 모르겠지만.. ㅋㅋㅋㅋㅋ
탕웨이 너무 멋지죠! 사람을 내게 오게 해서 안아주다니.. 너무나 멋짐 ㅠㅠ

얄라알라 2022-09-08 1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추 흉년에 재개된 ‘아가씨‘ 선발대회˝기사 제목만 봤었는데 다락방님 덕분에 ^^

다락방 2022-09-08 14:07   좋아요 1 | URL
‘아가씨‘는 너무 징그러운 단어예요.. 우......... ㅠㅠㅠ

단발머리 2022-09-08 13: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헤어질 결심 1회 감상하고 나서 영화시사회, 인터뷰 이런 거 찾아봤거든요. (유투브 애청자) 정서경 작가 넘 좋더라구요. 정서경 작가랑 박찬욱 감독이랑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서래랑 해준 이야기 하면서 그 감정, 느낌을 서로 이야기 하는데, 그게 참 허황되면서 넘 고차원적인거에요. 문학이란 이런 거지. 영화란 이런거야. 삶을 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혼자 감탄하면서 박수 치고 ㅋㅋㅋㅋㅋ

탕웨이가 안아주면 나 살포시 안길거에요. 제게도 포옹을 하사하소서.
다락방님, 저보고 이리 좀 와보라고 해보세요. 제가 그 쪽으로 가서 살포시 안겨볼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08 14:10   좋아요 4 | URL
정서경 작가 인터뷰 너무 좋더라고요? 시사인 인터뷰 너무 짧았어요. 뭔가 아주 긴 인터뷰 실린 잡지 있다면 사서 읽어볼 의향이 있습니다! 으하하하하. 그 왜 인터뷰 ‘영상‘이 있는것 같더라고요? 트윗 보면 사람들이 거기서 막 짤 가져와서 올리고 그러는데, 저는 왜 영상은 안볼까요? 영상은 볼 생각이 1도 없고, 그런데 잡지에 실린다면 사서 읽겠다... 이러는 것은.. 왜때문일까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저도 영상을 좀 봐야될텐데... 저는 영상을 가까이 하지 못하겠네요. 아 넘나 꼰대스러워... 하아-


탕웨이 진짜 너무 멋지지 않아요? 이리 좀 와봐, 이러고 안아준대. 크- 너무 멋지다.
단발님 다음에 만나면 제가 이리 좀 와보라고 할게요. 그러면 저한테 폭 안기세요~ 라고 하고 싶지만 단발님이 나보다 키가 훨씬 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08 18:04   좋아요 3 | URL
저는 방구석 일열에서 정서경작가랑 박찬욱감독이랑 둘이 같이 대본쓰는거 보고 진짜 경악했거든요. 모니터 각자의 모니터.... 각자의 키보드.. 로 연결해서 실시간으로 같이 쓴대요. 쓰는게 보여지는 거죠. 그리고 바로 바로 지워서 고치고.... 그러니까 뇌가 함께 동기화되는 거잖아요. 그것도 여남이. 그것도. 각자 다들 부인 남편있고요.... 일단 그 둘의 관계도 부럽지만 그것이 오해없이 이해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좋았고... 암튼... 좋은 영화를 만들 수 밖에 없는 작업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여러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단발머리 2022-09-08 18:36   좋아요 4 | URL
제가 다락방님한테는 한 번 이야기한거 같은데요. 두 분이 인터뷰 하다가... 뭐, 그 부분을 네가 썼냐, 내가 썼냐, 그 이야기 하던 중이었는데 정서경 작가가 그 부분 감독님이 쓰셨다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박감독이 ˝그게 그랬던 거, 자기는 어떻게 알아?˝ 그러는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 친한 친구한테 ‘자기‘라고 하잖아요. 한단 말이에요. (그런 사람 없으면 나한테 하고요) 근데 박감독이 정서경 작가한테 그러니까.... 우아... 두 사람은 진짜 남녀 사이에 애정 아닌 관계의 전형이다, 이런 생각 했거든요.
<랩 걸>의 작가와 같이 일하는 연구원, 이름이 빌이었던가요? 아무튼 그 두 사람도 생각났어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관계가.... 혹은 생각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해물에도 불구하고 남녀 사이에 그런 관계가 가능하다는.... 그런 불가능의 가능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08 19:07   좋아요 3 | URL
소통을 잘하고 여성을 인간으로 대하는 남자 옆에는 무조건 소통을 잘하게 교육시킨 여자가 (아내, 엄마, 누나, 연인, 딸, 여동생)있습니다. 이번에 박찬욱 에세이 읽으면서 백프로 확신했습니다. 박찬욱도 처음엔 한남이었다. 그리고 그가 괜찮아진 것은 주변의 괜찮은 여성들 덕분이다!!

책읽는나무 2022-09-08 16: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탕웨이는 역시 멋진 여성!!!
늘 배우가 아닌 여성으로 보입니다.
그 문명특급 때도 박해일 그동안 찍었던 프로필 설명할 때도 포즈가 예사롭지 않았어요. 상대배우에게 무한 관심과 애정이 가득하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여배우들 도도하게 앉아만 있던데~~
좀 해탈한 큰? 사람 같다는 생각도 들고, 자존감도 높으면서 배려심도 있고..자존감과 배려심을 다 갖춘 연예인들 좀 드물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구요.
암튼 정서경 작가 인터뷰도 있다 하니 읽어보고 싶네요^^
저는 어디서 봤는지? 예전에 정서경 작가 영상을 하나 봤는데 정작가님도 완전 노력파였더군요. 그래서 더 멋있더라는~^^
명절 잘 보내시구요♡

공쟝쟝 2022-09-08 18:05   좋아요 4 | URL
후후 그런 탕웨이가 나 와이파이 허가 해줬는데~ 책나무님~ 나 탕웨이 실물봤어요~

책읽는나무 2022-09-08 22:22   좋아요 1 | URL
실물이요???
와~ 최고로 부럽다!!!
예뻤겠군요??
생각할 수록 부럽군요🤤🤤

다락방 2022-09-13 11:13   좋아요 2 | URL
태생적으로 우아한 사람이 있잖아요. 우아하려고 노력해도 잘 안되는 사람이 있고요. 탕웨이는 태생적으로 우아한 사람인 것 같아요. 뭘 하든 우아한 사람이요. 저는... 노력해도 우아해지지 못하는 사람... 아하하하하.

명절은 끝났습니다, 책나무 님 ㅠㅠ

mini74 2022-09-09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서경작가님 인터뷰 넘 재미있네요. 포옹이란 축복 너무너무 받고싶습니다 ㅎㅎ ~ 다락방님도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

다락방 2022-09-13 11:14   좋아요 1 | URL
정서경 작가님 인터뷰 좋아서 정서경 작가님의 에세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서 읽으렵니다. 후훗.

독서괭 2022-09-14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시사인을 읽으시는군요. 다락방님,
있잖아요, 괴테가 파우스트에게 부여한 중요한 특성이 ˝인식했으면, 무엇이 세계를 그 가장 깊은 내면에서 지탱하고 있는지˝라는 아름다운 지식욕이라고 합니다(<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참조). 다락방님 글 읽으니 갑자기 생각나네요?
다락방=괴테=파우스트설?
여기까지만 할게요.

다락방 2022-09-15 09:30   좋아요 1 | URL
저는 항상 제가 가진게 지적 허영심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독서괭님은 그걸 아름다운 지식욕이라 포장해주셨네요. 흑흑. 친절하고 다정하셔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