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리 루니 책에 대한 페이퍼 쓰고 있다가 우울해져서 집어치웠다. 오늘 우울한 거 쓰고 싶지 않고 우울해지고 싶지도 않아. 너
내 남편하고 바람났다는 얘기 들었고 그 얘기 들은 후로 나는 한참을 울었어, 같은 얘기... 쓰고 싶지 않아. 대신에 겨드랑이
냄새 같은 얘기를 해보자.
아니, 그러니까 바로 어제 친애하는 알라디너 님의 글에서 겨드랑이 맛이 나는 술안주에 대한 글을 보았고, 바로 그 겨드랑이 맛을 선사하는 술안주는 이것이었다.
겨드랑이 맛이지만 묘한 중독성이 있다는 그 분의 평에 흐음, 겨드랑이란 모름지기 바로 그런 매력이 있지.. 라고 생각했다. 우리 모두 겨드랑이에 대해서는 좀 거시기한 게 있지 않나요? 겨내 싫어하지만...정말 싫어하나요? 싫어한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아서 하는 거 아닌가요? (닥쳐!)
제가
살면서 남자랑 연애 몇 번 해보다보니까 이게 그 어떤 신체의 특정부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이를테면 가슴은 대부분의
남자가 집착한다면 어떤 남자는 겨드랑이를 좋아하고.. 뭐 그러더라고요? 겨드랑이에 얼굴 파묻고 냄새 맡는.. 그런 구절 나오는
소설 읽었는데.. 가만 있자, 찾아올게요. 딱 기다려!!
방은 지하실의 겨드랑이처럼 찝찔하고 시큼하고 달착지근한 냄새를 풍겼다.(p.34)
찝찔은... 맛으로 느끼는 감각 아닌가요? 이 단편집에 실린 '이그나시오 알데꼬아'의 『영 산체스』라는 단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거 말고 있었는데.. 아.. 뭐지? 영국 남자의 문제, 헤프지바인가??
인용해놓은 거 보니까 아니네? 근데 재미있는거 봤다. 이 책에 대해 내가 구매자평 써놨는데, 구매자평을 너무 잘썼어.. 무려 2012년의 구매자평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뭐더라? 겨드랑이 냄새 맡았나 핥았나 하는 그런 구절이 나오는 소설이 있었는데... 아 못찾겠다. 아무튼, 중요한 건 겨드랑이가
아니라, 그 구매자평에 '알라딘 간식중에 이게 제일 맛있다'는 댓글이 있는게 아닌가. 아니, 이게 제일 맛있다고? 그렇다면,
이게 유일한 게 아니라 다른게 더 있다는 거야? 나는 대충격을 받아서 떨리는 손으로 알라딘에 검색해 보았다. 알라딘..간식
팔어??? 그리고 아아, 이런 것들을 보게 된다.
황태칩도 있다는데 그건 이미지가 뜨질 않는다. 그리고 중고매장에 가면 쫀득이도 있다고... 네???
대충격..
황태칩과 저 겨드랑이 맛 간식 사보고 싶다. 그래서 지금 내가 나와 싸우고 있다. 사지 말라고, 너 어제 책 한 박스 받았다고.. 어쩌려고 이러냐고...
딱
한 번만 더 주문하고 싶다. 이번에는 5만원 구매 마일리지도 받고 쿠폰 사용을 위해 중고도서도 아닌, 커피도 아닌, 디자인
봉투도 아닌, 북마크도 아닌, 저 '김칩스'를 포함해서 사고 싶다. 아 그러면 뭔가 쇼핑 자체가 알차게 느껴질 것 같은데, 그
기분 오늘 한 번 느껴보고 싶지만... 안되겠지..
근데 저 제2의 성 두께 보이시나요, 여러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걸 늘 힘들어 했으면서도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해 혼자 맞는 아침을 좋아한다. 오늘은 안예은의 상사화를 틀어두고 테라스에 서서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바람도 느껴졌다.
좋은
노래와 이른 아침과 흐린 하늘과 시원한 바람과 아무도 없는 혼자인 시간이 너무 좋았다. 아 좋다, 하고 온 몸으로 바람을
맞으면서 행복했다. 이 시간 좋아, 이 시간 참 행복해, 하면서 문득 '아 나는 내가 좋다' 생각했다. 이런 사소한 일들로 행복을
느낄 줄 아는게 너무 좋은거다. 해는 매일 떠오르고 바람도 언제나 불어오니 내가 행복할 순간은 앞으로도 아주 많은 셈이다.
다시 바람은 불고 우린 함께 있으니-
어제 조카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조카는 요가를 배우고 있는데 그동안 안됐던 동작이 어제 됐다며 신나했다. 신나서 선생님께 사진을 찍어달라 했다고 그러면서 이모 내가 사진 보내줄게 기다려봐, 하는거다. 아이는 걸으며 통화중이었던 터라,
"타미야, 너 걸으면서 문자하지마."
했더니,
"응. 멈췄어. 이제 보낼게."
하고
슝- 문자를 보내온거다. 나는 아이들이 내게 응, 이라고 답할 때 진짜 너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겠는데, 어제 타미가 그랬다.
지난번에는 통화중에 뛰길래 '너 횡단보도 신호 바뀌기 전에 건너느라 뛰었지!' 했더니 그렇다는 게 아닌가.
"너 항상 차조심하고 다녀야 해"
했더니,
"응."
하고 대답해주어서 마음이 또 너무 좋아져버렸네.
조심히 건너, 내게 당부하던 입모양까지-
조카로부터 받은 사진을 보고 잘했다고 너무 뿌듯했겠다고 한껏 칭찬을 해주고 통화를 끊었는데, 아 너무 행복했다. 조카가
무언가를 시도하고 성공했을 때 그 성취를 보란듯이 보여주고싶어 하는 마음, 그게 나였다는 게 너무 좋았다. 신나서 통화하는 게 너무
좋았다.
몇해전에는 애인이 요가 하는 걸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내주곤 했었다. 그는 요가를 오래
했었고 나는 막 처음하는 때라 요가를 다녀온 후면 나는 그에게 '오늘 이런 동작 배웠는데 잘 안되더라고' 하면 그는 전화를 끊고
내가 말한 동작을 해보이며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준거다. 요가에서 그런 동작들이 쉽지 않다는 걸 아는터라 나는 물개박수로
호응해주었고 그는 내가 좋아하는 걸 알고 푸시업 영상도 보내주곤 했다. 푸시업 영상 보내주면 나는 너무 좋아서 벌러덩
기절해버려..
최근에는 여동생이 요가 사진을 종종 보내주었었다. 자신이 어떤 동작이 잘 되었을 때 혹은 잘 안되었을 때의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더랬다. 근육의 움직임이 잘 드러난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초등학생인 조카가 요가 사진을 보내주고 있다. 이게 되게 사소한데 어제 조카의 사진을 받고는 순차적으로 생각이 나면서
너무 좋은 거다. 그 순간순간에는 앞으로 이런날이 또 올것이다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그 뒤로 이어져 이렇게 애인-여동생-조카 의
요가 사진을 보게 되는게 너무 좋은 거다(디어 엑스보이프렌드, 돈 보내지마라. 안잊을래). 이 모든게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랄까. 그것이 주는 행복이 분명 있었다.
어제
퇴근길에 동네에서 뼈해장국을 포장해 집에 가고 있는데 여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통화를 하면서 오늘 네 딸과 통화하면서 이런
일이 있었어, 얘기하고 또 내가 그 순간 느꼈던 행복에 대해서도 여동생에게 말했더니 여동생이 내게 말했다.
"언니 목소리에서 정말 행복이 느껴져."
행복했다.
요가를 하는 사람을 사랑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적도 없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요가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 묘한 공통점과 연결됨이 이상하게 가슴 가득 행복함을 채워줘서, 어제는 참 좋았다.
아 이제 며칠 뒤면 아가 조카 만날 수 있다.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