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부아르에 대해서라면 좀 복잡한 마음이다. 그러니까,

나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내심 한나 아렌트랑 보부아르를 내 안에서 경쟁시켜놓고서는 단번에 한나 아렌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제2의 성》이란 엄청난 책을 써낸 것도 보부아르고, 지금도 나는 내가 읽은 그 책으로부터 많은 인용문을 가져오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정체화하지 않은 한나 아렌트 쪽을 너무나 좋아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한나 아렌트가 왜이렇게 좋은걸까. 반면에, 왜 이 위대한 보부아르에 대해서라면 한나 아렌트만큼 좋아하지 않는걸까?

 

그런데 어젯밤 자기 전에 이 책을 마저 읽으면서 보부아르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끔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아, 정말이지,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어. 이 책을 통해 보부아르의 삶과 죽음 그리고 종교에 대한 생각과 어머니에 대한 생각, 그 어머니를 이름으로 호명하며 하나의 인격체로 되살려놓은 것까지, 그 사유가 깊어 나는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다. 마치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래도 날 안좋아할 수 있니?"

 

별 수없이,아 나는 좋아해, 좋아합니다, 다 읽을게요 보부아르 님. 했다. 한나 아렌트 책을 한 권씩 모으자고 생각했지만 보부아르에 대해서는 아직 그 마음까지는 아니었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별 다섯을 주고 책장을 덮으면서 다 읽자, 보부아르 다 읽자, 하게된 거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해서 사두고서도 여태 미뤄뒀었다. 엄마의 죽음이라는 것은 상상만 해도 벌써 슬프고 힘들기 때문이다. 여동생과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언니 시간이 지나면 엄마도 돌아가실텐데 그 때 어떡하지, 라고 동생이 물을라 치면, 야, 상상만 해도 벌써 다리가 후달리고 눈물이 나와, 했던 터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려고 사두었으면서도 읽지 말까, 종내는 울어버리지 않을까 했던 거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받게될 감정의 격함을 받아들이고 감당할 수있을까, 했던 것.

 

이 책속에서 보부아르는 자신의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음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어머니의 죽음을 앞에 두고 엄마와 딸로서 그리고 여자로서 그 삶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과정들을 보여준다. 뒤에 옮긴이의 말을 읽어보면 이 책의 의미는 그부분에 더 있는것 같은데, 사실 나는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암으로 육체적 고통에 괴로워하는 어머니를 수술로 그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이 과연 더 옳은 일이었을까. 그것이 어머니에게 과연 더 나은 일이었을까. 어머니는 저렇게 고통을 당하느니 차라리 돌아가시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이런 후회를 하며 의사들에게 이 생명 연장이 의미가 있냐 따져물어도 의사들은 이것이 본인들의 할 일이라고 답하는 거다. 이런 고통속에 어머니의 삶을 연장하는 것은 괴롭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며 오늘 하루를 또 벌었다고 즐거워하는, 이토록이나 삶을 사랑하는 어머니를 보노라면, 어쩌면 이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는거다. 아프면서도 하루라도 더 살아있는 것, 어쩌면 그게 더 나은 것일까. 게다가 엄마를 잃지 않은 나로서의 기쁨도 있다. 고통속에, 그 고통이 주는 두려움속에 살게 하는 것은 인간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아닌가 싶으면서도 막상 살아있는 어머니를 보는 것이 나에게도 기쁜 것. 이런 일을 대체 어떻게, 누가, 무엇이 옳다고 할 수 있단 말인가.

 

내 엄마가 이 상황에 놓인다면 무엇을 원할까. 만약 이렇게나 통증이 심해서 비명을 질러야 한다면 그러면 그 고통에서 벗어나게끔 생명을 연장하지 않는 쪽을 택해야 하는 건 아닐까, 죽어가는 사람이 하루라도 더 살아있기를 바라는 것은 당사자가 아니라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것은 아닌가. 당사자를 위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안락사인가 수술로 인한 생명연장인가. 나는 선뜻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하다가,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이것은 내 이야기가 된다. 당사자로서의 나, 이렇게 통증으로 비명을 지르는 게 노년의 나라면. 나에게 닥칠 미래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다시 생각하게 되는거다. 나는 무엇을 원할까. 너무 아프니 나를 이대로 죽도록 놓아달라 할까, 죽음으로써 나를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주길 바랄까, 아니면 삶을 하루라도 더 연장시켜달라고, 나는 이렇게 하루를 또 하루를 살아가고 싶다고 울부짖을까. 어쩌면 나는 그 고통속에 있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나는 삶을 사랑한다. 나는 삶을 더 연장하고 싶다. 할 수 있는 최대로 연장해 어떻게든 부여잡고 싶다.

 

 

가끔은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사는 일상이 답답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 가끔은 내가 집에 돌아갔을 때 내가 혼자이길 원하기도 한다. 몇 년후에는 따로 사는 것을 계획하고 있지만 지금은 함께 살고 있으면서 거기에서 오는 좋은점과 나쁜점들을 두루 겪고 있다. 보부아르의 책을 읽고 결국 보부아르 어머님의 죽음 앞에 눈물을 흘리면서, 내가 지금 엄마 옆에 있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후회하고 싶지 않다.

 

 

그토록 신앙이 깊었던 보부아르의 어머님이 죽음 앞에서 오히려 종교를 찾지 않은 것은 놀랍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어도 죽음 앞에서 더러 종교인이 된다는데,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여러차례 들은바, 이해하고 있는것이다. 그런데 신앙을 가진 사람이 죽음을 앞에 두고 오히려 신앙과 멀어진다니. 거기에 대한 보부아르의 생각들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더 좋아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글로 써내는 보부아르가 진짜 자지러지게 좋았다.

 

 

나는 신앙이란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에게 종교는 삶의 버팀목이자 핵심이었다. 엄마의 검은색 서랍에서 찾아낸 문서를 통해 우리는 그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엄마가 기도를 기계적으로 하는 단조로운 행위라고 생각했다면, 낱말 맞추기보다 묵주신공이 더 피곤한 일이라고 느끼진않았을 것이다. 엄마가 기도를 회피했던 건 오히려 그녀가 기도를 집중력과 성찰을 요하는 일종의 수련, 즉 영혼을 어떤 상태에 이르게 하는 행위로 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신에게 해야 할 말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저를 치유해 주소서. 하지만 당신이 뜻하신 바라면 죽음을 받아들이겠습니다"라는 말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엄마는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실해야 하는 기도의 순간에 엄마는 거짓을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가 신의 뜻을 거스를 수 있는 권리를 자신에게 허락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엄마는 침묵을 택한 것이었다. "하느님은 인자하시니"라고말하면서.
"이해할 수가 없네요"라며 보티에 씨가 놀랍다는 듯 내게 말했다.
"그렇게 믿음이 깊고 독실하신 어머니께서 죽음을 그리 두려워하시다니요!"
  p.131-132

 

 

나는 이들에게 마음속으로 답했다. 당신들 모두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고, 종교는 나나 어머니 모두에게 죽고 나서 거둘 성공에 대한 희망이 될 수 없었다. 천국에서든 지상에서든 영원불멸하길 꿈꾸는 것은 삶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있어 죽음에 대한 위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p.133-134

 

다 읽고는 내 생각보다 슬픔이 크진 않았는데 두려움이 크게 찾아왔다. 자기 전에 읽었는데 다 읽고 불을 끄고 눈을 감아서도 두려웠다. 죽음이 나에게 닥칠 미래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해서 두려웠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내 손으로 내 가슴을 쓸어내려준다. 다 괜찮다, 다 괜찮다, 괜찮아. 평안해질 것이다. 그래도 쉬이 잠이 오질 않았다.

 

 

 

 

 

 

 

 

 

 

 

 

 

 

 

 

일전에 《혼자를 기르는 법》을 재미있게 보았기에 이 책도 실망시키지 않을거란 생각을 했지만 중간 부분은 좀 지루했었다. 그런데 워낙에 음식모형 만들기에 대한 설명부터 주문과 납품, 주문이 들어오면 그 일에 들어가는 과정까지 섬세해서 어느 순간부터는 김정연이란 이름을 잊고 이세린 이란 음식모형만들기 달인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것 같았다. 중간중간 가족 안에서의 딸에 대한 차별과 세상으로부터의 외모 평가로 인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아서,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일하는 여자가 되기까지의 자연스러운 수순인 것인가 씁쓸했는데, 세상은 여성도서관도 여성차별이라 하고 여성도 군대에 보내라 하고 여성부를 없애라 한다. 어제만해도 나는 아버지의 친딸 성폭행 기사를 보았는데.

 

책을 다 읽고 저자 후기를 읽다가 비로소 아, 이 책의 작가가 김정연이었지, 이세린이 아니었지! 했다. 워낙 디테일한 장면장면의 설명과 그림들 덕에, 게다가 곳곳에 그 일을 하면서의 과정 같은 것도 섞어둔 바람에 영락없이 이 만화를 그린 사람은 이 일을 진짜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런데 놀랍게도 저자는 이 일에 잔뼈가 굵은 프로 음식모형가가 아니라, 더 늦기 전에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겠다고 훌쩍 독일로 날아가 지내고 있는 김정연이었다. 와우- 이세린도 근사하지만 김정연도 근사하군! 그런 한편 워킹홀리데이도 연령제한이 있을텐데 아아, 작가는 한없이 젊은 사람이구나. 하고 부러웠다. 젊음과, 그 젊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과감히 도전한 것이.

 

책속에서의 이세린도 부러웠다. 혼자 지내고 혼자 일하면서 일거리도 꾸준히 들어오고 그렇게 자신의 일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자기 작업실을 갖춘 거다. 음식 모형을 만들기 위해서 작업실은 필수로 보였는데, 필수로 보인다고 모두 갖출 수 있는 건 아닐 터였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작업실에 대한 로망이 있다. 문제는 작업실에서 할 게 없다는 것... 이지만. 작업실은 갖고 싶은데 그 작업실에서 뭐할래? 물어보면 할 게 없다. 알라딘에 페이퍼 쓰는게 전부일 터. 그것은 돈이 되지 않는데, 작업실 임대료는 어떻게 내나욤?????

 

김정연이 더 늦기 전에 가겠다고 독일로 훌쩍 떠났는데, 그것은 그렇게 바라왔다고 해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터였다. 어떤 사람들은 계획을 하고 그대로 실행에 옮기려고 노력한다. 어쩌면 그만큼 간절한 바람이었기 때문에 실행에 이를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내가 계획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몇 번 언급했지만 지인이 나는 어디 회사에 입사할거고 입사하고 나면 언제쯤 결혼을 할거야, 라고 말하고서는 그대로 옮기는 걸 보고는, 아아 나는 저런 계획 하나도 없는데 역시 무계획의 사람인가, 했던 거다. 또한 여행을 갈때도 어떤 스케쥴을 정해서 가지 않았다. 나는 가서 무엇을 먹을 것이다, 어디를 가볼 것이다, 무엇을 해볼 것이다, 정도의 계획만 있지 며칠에 어디에 가고 몇시에 어디에 가고 이런 식으로 미리 계획을 짜지 않았었기에 내가 무계획의 사람이라고 아주 오래 생각한거다. 여행 역시 마찬가지. 나는 내가 아주 오랫동안, 내가 여행을 다니면서도,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제 나는 안다. 내가 매우 계획적인 사람이고 그 계획을 실행하고자 하는 사람이며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나는 가깝게는 다음 끼니도 다 계획해둔 사람이고, 친구들을 만나기로 하면 미리 식당을 찾아보고 여기가 어떨까 정해두는 사람이다. 한 친구는 이런 내게 '다른 친구들 만나면 길 돌아다니면서 저기 갈까 여기 갈까 하는데 너를 만나면 그런 거 없이 그냥 식당에 가서 편하다' 고 한적도 있다. 아마 이런 걸 친구도 좋아했기 때문에 편하다고 생각했겠지. 미리 식당을 정해두고 그 식당에서 만나기로 하는 것은 내 성격의 전반적인 패턴인 것 같다. 이를테면 내가 백화점에 무언가 살 게 있어서 갔다면, 나는 백화점에 들어가 곧장 그 매장으로 가서 그것을 사가지고 나오는 사람이다. 나랑 같이 백화점에 갔던 친구는, 야 너 다른 층 가서 구경 안해? 라고 물었고 나는 아니 이거 사러 왔으니까 이것만 사가지고 가야지, 했었던 거다. 만약 내가 백화점의 여러층을 돌기로 했다면, 그 계획을 가지고 가야했다. 오늘 백화점 돌아다니러 갈까, 가 있어야 했고 걸어야 한다면 오늘은 걷자, 가 있어야 했다. 이런 나의 최대 부작용은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자, 를 해야만 비로소 아무것도 안하고 쉴 수 있다는 것.. 쉬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인 것이다. 아, 이런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고,

 

나는 그렇게 목표를 정해두고 계획을 세워두어야 뭔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실제 내 삶이 그러했고. 이런 내 성격이 공부 잘해서 하버드 대학 가는 걸 목표로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마는, 그런 목표는 애초에 가진 적이 없어.. 나여.. 왜죠? 그러나 나는 젊을 때부터 '책 써서 타임지 표지 모델에 실릴거야'라고 말하고 다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을 썼는데 타임지 표지 모델에 실리진 못했고 국내 베스트셀러도 되지 못했으니 완전히 이룬 꿈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어느만큼은 이룬 것 같다. 하버드대학을 목표로 했으면 서울대라도 갔을지 모르는데... 쓰불..

 

아 근데 왜 자꾸 글이 삼천포로 빠지지... 김정연, 독일! 김정연의 독일 때문에 할 말이 있었는데.

그러니까 나는 오래 한 남자를 좋아했었고 그는 저기 비행기를 타고 열시간 이상을 날아가야 닿을 수 있는 곳에 살았다. 그가 거기 있다는 것만 알지 거기에서도 어디에 있는지 몰랐던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언젠가는 기어코 그를 만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살았다. 살아 생전 그를 한 번이라도 꼭, 어떻게든 만날 것이다. 어떤 날은 이 계획이 너무 허황되게 나아가서 내 상황극속에서 나는 그 대륙으로 날아가 말을 타고 달리고 있었다. 말을 타고 이곳저곳 달리다가 그를 우연히 만나기도 하고, 아주 낯선 곳에 작은 호텔을 차려두고(호텔 사장님!!) 오가는 손님을 받다가 여행중 그 호텔에 닿은 그를 만나기도 했다. 그와 다시 굿바이 하긴 하지만 어떻게든, 기필코 한 번은 꼭 만날 것이리라. 그가 사는 곳이 정확히 어디인지도 모르면서도 그렇게 내 인생의 큰 그림을 그려두었던 거다. 그래서 이곳 알라딘에서 그 나라에 산다는 분을 만났을 때, 언젠가 이런 나의 꿈을 얘기한 적이 있다. 사실 그가 그 넓은 나라의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데 나는 이런 꿈을 갖고 있어요, 라고. 그러자 그 분은 니가 마음 먹고 오기만 하면 최대한 찾을 수 있게 도와줄게, 라고 하셨더랬다. 교포들 사이에서 묻는 방법도 있을 거고 어떻게든 시도해볼 방법은 있을 거야, 라고. 아, 말씀만이라도 얼마나 고맙던지. 그의 연락처도 모르고 그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를 언젠가는 만나겠다는 누가봐도 허황된 꿈은, 그러나 이루어졌다. 몇 년만에 그와 소식이 닿았고 나는 그를 한 번만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가졌는데 몇년간 관계를 유지했으며, 그가 나를 보기 위해 한국에 오기도 했고 우리가 머무르는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각자 비행기를 타고 와 만나기도 했다. 내 꿈보다 더 크게 이뤄진 셈이었다.

 

비록 내가 그를 만날거란 목표를 가지고 수절하고 지낸 건 아니지마는.... 나는 그동안 연애하며 지냈지마는.. 어쨌든 거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인생은 즐겁게 살아야 하잖아요? 난 언젠가 너를 만나러 갈거야, 그 때까지는 다른 남자들 좀 만나면서 살게...의 마인드랄까. 인생은 재미지게!!

 

 

아, 김정연, 독일!

그래서 한참 전에 나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다른 나라로 가는 꿈을 꾸었다는 것.

 

지금은 베트남을 꿈꾼다.

베트남은 누구를 만나러 가기 위한 게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한 곳, 내가 머무르기 위한 것. 최종적으로 나는 내가 있었던 이곳으로 돌아오겠지만, 나는 베트남에 가서 머물고 싶다. 이것도 목표와 계획이 있어야 한다. 말을 타고 간다는 허무맹랑한 계획이 아니라, 자 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갈것인가 하는 것. 한달이상 장기간 머무르기 위해서라면 퇴사한 후가 좋을 것인데, 코로나 시국에 퇴사하면 나는 뭣도 아녀... 베트남에 갈 수도 없을 뿐더러 그 다음 돈을 버는 것도 막막해진다. 그러니 지금은 계획을 이렇게 세워뒀다. 코로나 상황이 종료되면 퇴사하자, 그 후에 퇴직금으로 베트남에 가자, 하는 것. 나는 이것이 가급적 빨리 오길 바라지만 내 말을 들은 동료가 '코로나가 끝날까?' 하고 말하는 바람에 이내 침울해지고 말았다... 나는.. 베트남에 못가나염?????

 

 

오늘은 소고기버섯볶음밥 을 도시락으로 싸왔고(냉동식품을 프라이팬에 볶은 것), 튀긴건빵과 복숭아가 간식으로 준비되어 있으며, 알라딘 커피로 아이스커피를 내려 마시고 있다. 점심에 산책을 할것이고 산책 후에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다른 옷도 준비해왔다. 냄새.. 노노해...

 

 

 

(덧. 제목은 본문과 아무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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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7-21 1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체리랑 올리브는 안 나왔네요....찾으려고 두 번이나 읽었는데 맨 나중에 ‘제목은 본문과 아무 상관이 없다‘ 이건 왜 지금 보이는지;; ㅋㅋㅋ

저도 보부아르한테 딱히 정이 안 가요. 그건 아렌트도 마찬가지... 왜지;;;? 왜일까요? 그 두 사람이 하필이면 내가 싫어하는 남자들을 만나고 그렇게 똑똑하면서도 그런 관계에서 평생 못 벗어나서 그런가;;; ㅋㅋㅋㅋㅋ -_-?? <아주 편안한 죽음>에서도 가끔 사르트르 등장하는데 넘 싫었어요;;;

저는 <아주 편안한 죽음>에서 보바르나 엄마도 엄마지만 동생이 참.... 여러모로가엾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 점심으로 샌드위치+과일(복숭아블루베리방울토마토) 입니다. 지금 저도 알라딘 커피로 아이스커피 마시고 있습니다.
저도 오늘 같은 날에도 산책 나갈 겁니다. 화이팅!

다락방 2021-07-21 11:05   좋아요 3 | URL
제가 아침 출근길에 걷다가 저 문장을 생각했는데 딱히 내용은 떠오르질 않아서 그냥 제목으로 던져버렸습니다. 언젠가 쓸 일이 있겠지.. 하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부아르도 아렌트도 말씀하신 것처럼 이성애에 있어서 저도 너무 화가 나는데요. 이렇게나 똑똑한 여자들이 왜그랬을까 왜그랬을까.. 하면서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저 역시도 멍청하고 후회되는 연애를 해본적이 있는데, 누군들 그런 일이 없겠나 싶고. 물론 저들은 하고 만게 아니라 평생을 지배한 사랑이지만... 저도 아주 편안한 죽음에서 사르트르 얘기 나오는게 되게 싫었어요. 이거 왜케 싫죠? 보부아르에게 사르트르는 치명적이었나보구나 새삼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여기엔 안나왔으면 좋겠네..하는 마음이 있어요. 그러다가 또 보면 저도 툭하면 좋아했던 남자 얘기하고... 인간이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드러내고 싶은 것인가.. 하기도 하면서 참 거시기하고 그래요.

저는 죽음을 다룬 글을 읽을 때면 <토지>의 용이 아내 생각이 나요. 죽기 전에 죽기 싫다고 막 발악을 하는데, 저는 그 심정이 너무 이해가 되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보부아르의 이 책 읽으면서 나 역시 죽기전에 엄청 발악하지 않을까, 우아한 죽음이 내게 있을까 자꾸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오늘 진짜 엄청난 더위라고 해서 저 안에 갈아 입을 옷 단단히 챙겨왔어요. 산책길에 만나요. 동쪽 한 번 보세요. 저도 동쪽 볼게요. 산책하면서 잠시나마 한방향을 봅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낭만 터지는 다락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이팅!!

독서괭 2021-07-21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주 편안한 죽음> 읽으면서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이거 리뷰 써야지 생각하며 계속 미루게 되네요. 잭리처 리뷰만 제때제때 쓰고 있는 듯 ㅋㅋ <이세린 가이드>도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저는 보부아르와 사르트르 보면서 지적인 끌림이 그렇게 강했을까? 상대를 구속하고 배타적으로 소유하는 것 없이 관계를 유지해도 좋을 정도로 그렇게 그와의 대화가 좋았을까? 싶어 약간 부럽기도 했습니다. 평생 그런 상대 만나기 어렵잖아요.
오늘 엄청나게 덥던데 산책 잘 하셨길요^^

다락방 2021-07-21 14:01   좋아요 1 | URL
사무실 들어와서 땀에 젖은 속옷을 모두 벗고! 깨끗한 속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회사를 도대체 어떻게 다니고 있는건지 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부아르도 그렇고 아렌트도 그렇고 남들이 뭐라든간에 자기 인생에 되게 강한 연인이 있는거잖아요. 어쩌면 그런 연인이 있기 때문에 사실 남들이 뭐라는것도 신경 안쓰이는 건가 싶기도 하고, 스스로 잘난 사람들이었으니 자기 사랑을 자기 방식대로 지켜나가는 데 있어서 망설임이 없었던가 싶기도 하고요. 계약결혼은 보부아르를 좀먹은 것 같기도 하지만... 사랑을 하면서 늘 기쁠수만은 없겠지요.

저는 보부아르의 [모든 사람은 혼자다]도 너무너무 좋았는데 [아주 편안한 죽음]도 너무 좋았어요. 저는 이제 제 마음에 보부아르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7-21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빨리 코로나가 끝나야 다락방님이 베트남엘 갈텐데요. 에휴.... 오늘 집에 남편이랑 둘째가 백신 맞고 왔고, 저는 다음 주 백신 예약이에요. 그런데 망할 코로나는 지금 또 너무 급속하게 번지고 있고....
날이 너무 더운데 산책길 일사병 걸리지 않게 조심하셔요. 그 회사는 샤워실만 따로 있으면 최고겠습니다. ^^
보부아르의 책은 얇던데 올 여름에 읽어봐야겠네요. ^^

다락방 2021-07-22 14:49   좋아요 0 | URL
제가 베트남을 좋아하는 데에는 베트남의 더운 날씨도 한몫 했는데요, 어제 퇴근하다 보니 하노이보다 서초구 온도가 4도 높더라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게 무슨 일이에요? 대한민국은 이제 베트남보다 더 더운건가요. 그러면 저는... 어쩌나요? 하하하하하.

코로나 오늘도 확진자가 엄청 많이 나왔더라고요. 다들 얼른 백신 맞고 세상이 좀 안정적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나저나 저는 언제 맞나요 ㅠㅠ

보부아르 책은 추천합니다, 바람돌이님. 저는 참 좋았어요.

자성지 2021-07-21 1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나 아렌트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나면서 사랑에 대한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열정이 가슴 속에 자리하여 삶을 아우르는 철학을 궁구하였고 사상가를 사랑하였습니다. 때로는 열정이 이성적인 판단을 압도하고 말 때가 있죠. 특히 사랑에 빠졌을 때에는 더더욱 그러하고요. 한 남자와 살면서 늘 사랑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아주 편안한 죽음>>산 지 꽤 되었는데 차근차근 읽어야겠습니다. 중복에 자극 받아 갑니다. 강건한 여름 보내요. ^^

다락방 2021-07-22 14:52   좋아요 1 | URL
한나 아렌트는 계속 읽어보고 싶어요. 한권씩 한권씩 아렌트가 쓴 책과 아렌트에 대해 쓴 책을 모아보고 들여다볼 생각입니다. 저에게 한나 아렌트는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에요.

아주 편안한 죽음 읽으시면 어떤 느낌을 받으실까요. 저는 무척 좋았고 그래서 내친 김에 보부아르 책장 한 칸도 만들어보자, 하고 있는데 자성지 님께도 좋은 느낌을 주는 책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무척 덥네요. 물 많이 드세요, 자성지 님.

공쟝쟝 2021-07-22 0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작업실에서 알라딘 페이퍼쓰자!!!!!! 우리의 꿈!!!! 작업실에서 알라딘 페이퍼쓰기!!!!!ㅋㅋㅋㅋㅋ 아니 이 재미진 글을.. 한나 아렌트에서 시작해서 보부아르를 좋아하다 죽음을 떠올리고 연애를 하면서 대륙을 횡단하고 베트남으로 마무리짓는 이 즐거운 스토리텔링을... !!!!! ㅋㅋㅋㅋㅋ 작업실에서 쓰실 수 있도록 소인 몸이 부서져라 돈을 벌겠나이다!!!! 제가 건물을 사게 되면 꼭 한 층을 스터디카페처럼 꾸려 페이퍼 생산 사무실로 ㅋㅋㅋㅋ 쓰는 즐거움 읽는 기뿜이 뿜뿜한 전 사회의 효용이 올라가는 투자이지요. 계획이 있는 삶, 꿈이 있는 삶. 얼마나 아름다운가.

다락방 2021-07-22 14:54   좋아요 3 | URL
나 진짜 알라딘 페이퍼 쓰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는데 알라딘 페이퍼 때문에 임대료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넘나 아까운 것. 임대료 안내도 되게 쟝님이 어떻게 잘 해봐요. 알았죠? 그렇게 나 작업실 하나 주는 겁니다! 그래도 몸이 부서져라 돈 벌지는 마요. 돈 벌었는데 몸이 부서지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아무튼 우리 알라딘 페이퍼 생산 사무실에서 자주 만나도록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주말은 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7-23 14:49   좋아요 2 | URL
알라딘 페이퍼쓰고, 한잠 자고 일어나 책읽다가, 플랭크하고 달리기하고 돌아와 씻고 술 곁들인 요리먹으면서 읽은 책 ㅇ야기하고 잠드는 삶을 생각하니… 너무 아름답고, 벅차오른다. 40평대 아파트여. 우리의 꿈이여. 반드시 반드시 해내리라!!!!

초딩 2021-08-06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역쉬! 변함 없쉬!
이달의 당선 페이퍼 축하드립니다!

독서괭 2021-08-06 1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1-08-06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새파랑 2021-08-06 1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의 ㅋㅋㅋㅋㅋ 보면 그냥 재미있더라구요. 축하드려요 ^^

행복한책읽기 2021-09-01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구매를 고민하며 리뷰와 페이퍼를 둘러보던 중, 님 글에서 구매 결정을 내렸슴다. 저도 좋아해 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