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 이거 한 권 읽는데 며칠이나 걸린건지. 요즘 회사에서 일이 터져가지고 ㅠㅠ 퇴근할 때 녹초가 되는 바람에 책을 못읽는다. 때문에 이 소설책 한 권 읽는데 오만년 걸렸고, 오만년 걸려 읽다보니 책이 재미가 없어... 휴.
그건 그렇고 이언 매큐언도 참.. 뭐랄까. 늙은 할아버지 작가들은 젊은 여성과의 로맨스가 로망으로 자리잡고 있고 그걸 현실에서 실현하지 못하면 소설에서라도 기어코 실현해내야 하는 것 같다. 박범신은 고딩 은교에 대해 성적 판타지 갖고 그걸 문학이라고 내놔서 하루만에 다썼다~ 밤에 읽으시라~ 이지랄 해댔었는데, 이언 매큐언은 그래도 미성년자가 아닌 이십대 초반의 대학생 여성과 교수의 사랑을 그려냈다. 물론, 그것이 전부도 아니고 그 사랑이 끝까지 연결되는 것도 아니지만, 이십대 초반의 여자주인공은 그 늙은 교수랑 사랑했던 때를 내 인생에 다시 못올 때라고 생각하며 그리워한다.
지금의 내 나이에 그렇게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남자 어른에 대해서라면 나는 당연히, 네버, 판타지가 없다. 싫다. 그렇지만 젊은 시절에 대해서라면 나이가 훌쩍 많은 이성에 대해 로망도 있었고 실제 사귀어보기도 했었다. 젊은 여성들이 이제 막 어른이 되어서 나보다 훌쩍 어른인 것 같은 사람에 대한 어떤 기대나 로망 같은게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화 자체가 그들과 더 잘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당연히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어른을 바라던 내 젊은 시절에도 내가 원한 건, 나보다 나이 많은 어른이라고만 생각했지, 결코 할.아.버.지. 는 아니었다. 할아버지라니..
참 어쩌지를 못하나보다. 필립 로스는 자신의 소설 《휴먼 스테인》에서 젊은 여교수가 늙은 남교수를 짝사랑하는 걸 그려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심지어 이 여자는 페미니스트이고 그 사랑이 불발되자 엄청 쪽팔린 상황속으로 밀어넣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참나원 필립 로스, 아니, 너무하지 않소? 내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가지고...
존 쿳시도 마찬가지. 소설 《추락》에서 마음껏 여대생과 자유 연애 즐기는 늙은 남교수 나온다. 오, 신이시여.. 이 소설을 나는 아주 재미있게 읽긴 했는데 마지막 강간씬까지 생각해보면, 내가 이 소설을 다시 읽는다면 어떤 걸 느끼게될지 몹시 두렵다. 여튼, 이 남교수가 여차저차하여 교수직을 더이상 하지 못하게 되니 그저 평범한 늙은이가 되었고, 그저 평범한 늙은 남자가 되자 그에게 찾아오는 연인은 나이들고 뚱뚱한 여자였다. 아 쉬바 뭐 어쩌라고... 뭘 말하고 싶은건데?!
여대생은 교수를 좋아한다? 출세지향주의다? 젊은 여자는 늙은 남자랑 꼭 한 번 사랑에 빠진다? 젊은 여자는 늙은 남자와의 사랑을 잊지 못한다?
아, 이쯤하고. 사실 나는 프라이업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프라이업.
스위티 투스에 나온 프라이업. 그러니까 등장인물들이 프라이업을 먹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각주로 설명이 되어 있는 거다.
프라이업 * 달걀과 소시지, 베이컨, 토마토, 버섯을 기름에 지진 영국식 아침식사.- P183
아니 이게 뭐여.. 달걀, 소시지, 베이컨, 토마토, 버섯...은 모두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심지어 기름에 지져버림? 대박.. 아 미치겠다. 자, 이미지를 검색해보자.
아 미치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이거 읽다가 당장 영국가서 프라이업 먹고싶다 하고 울부짖고야 말았는데, 아아 코로나 코로나 너무 싫어. 왜 나 한국에서 콩나물국밥 먹게 해? 물론 콩나물 국밥 베리 러블리 하지만, 그리고 그제 아침에는 삼겹살 먹었지만, 아니 그래도 나 프라이업 먹고 싶네? 아무튼 이렇게 되어가지고 부르르 온 몸을 떨었는데, 그러다가 어? 내가 몇년전에 런던 갔을 때 비슷하게 먹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고보니 그 때도 영국에 아침 먹으러 간거였다. 친구에게 야, 런던가자, 거기 되게 헤비한 아침 식사 있더라고, 그거 먹으러 가자! 했었던 거다. 그래서 친구가 그래! 해가지고 헤비한 브렉퍼스트 먹으러 갔었단 말이야? 그런데 그 헤비한 브렉퍼스트 먹으러 간 식당이 마침 주말은 쉬었고, 우리가 갔을 때는 토요일이었고, 그래서 우리는 벙쪄가지고 우앗 어떡하지, 하다가 근처에 있는 겁나 큰 레스토랑에 '대신' 들어가게 되었는데, 오 세상에 여기는 수제맥주도 엄청나게 팔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대신' 들어간 레스토랑에서 수제맥주를 마시는데, 뭘 골라야할지 몰라서 직원에게 너의 패이버릿은 뭐니? 하니 뭐라고 찝어주길래 우리도 그거 한 잔씩 줘, 해서 모닝 비어 시작했다.
크- 사진을 보니 그날의 기억 선명하다. 그리고 우리는 브렉퍼스트를 시킨다. 나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였나 그거 시키고 친구는 나눠먹자면서 에그 베네딕트 시켰는데, 나 왜 에그베네딕트 사진 저따위로 찍었지? 다시 가서 다시 찍고 싶다..
2017년 런던에 갔을 당시 내가 인스타 올려놔가지고 언제 갔는지도 알 수 있었네. 여하튼 이렇게 먹으면서 친구랑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예정대로 착착 되진 않았는데, 예정에 없이 찾아간 곳에서 너무 기분이 좋았던 거다. 모닝 맥주는 생각도 않고 있다가 모닝 맥주에 헤비한 아침식사 먹으면서 아 너무 좋다, 너와 함께 와서 다행이야, 우리가 이걸 또 기분 좋게 받아들이네, 이런게 여행의 묘미지, 하면서 실컷 즐겁게 웃으며 먹다보니 기분이 너무 좋아진 것이야. 그래서 우리는 와인을 주문한다. 아침에!
와인도 많이 따라줘서 씐난 우리는 식사도 다 했겠다, 안주를 시키고 싶다. 그런데 배는 부르다. 마침 연어샐러드가 디너 메뉴에 있어서 직원에게 물었다. 혹시 우리에게 디너 메뉴인 연어샐러드를 해줄 수 있니? 물었더니, 셰프한테 물어보고 올게, 하고 다녀와서는, 원래는 디너 메뉴는 디너에만 줄 수 있는데 이번엔 특별히 해줄게, 라고 하는게 아닌가. 힝 고마워, 우리가 너무 오래있지? 했더니 노 프라블럼! 이라면서 즐기라고 했다. 그렇게 받아든 아침 연어샐러드.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저 헤비한 아침식사, 내가 먹어봤다. 세상에, 소시지를, 베이컨을, 버섯을, 토마토를, 계란을... 기름에 '지져' 버린대요. 와. 세상 모든 지져버림 중에 가장 황홀한 지져버림이 아닐까요...
아, 가고싶다. 여행.. 과거 사진 재탕해서 페이퍼 쓰는 거 말고, 새로운 사진을 올리고 새로운 이야기 펼치고 싶다. 흑흑. 여행 못가서 너무 짜증나. 스트레스 대박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 싫어 세상은 똥이야. 울라말라깽이다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점심에 육개장에 밥 말아서 그릇째 들고 먹어버리겠어 진짜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럼 안녕.
일하러 가는 다코타 부장님 되시겠다.
(ㅈㅈㄴ 님 예언대로 음식사진 곧 올라와버렸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