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민(전도연)과 기홍(공유)은 핀란드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둘다 아픈 아이를 핀란드의 국제학교에서 치료해보고자 찾아왔던 것. 아이들을 부모없는 캠프에 보내놓고 둘은 함께 아이들 캠프에 몰래 뒤따라 가보기로 하고 그렇게 캠프장을 보고서 돌아가는 길에 폭설을 만나 고립된다. 그들은 서로의 이름도 모르는채로 함께 밥을 먹고 아무도 없는 사우나에 들어가서 섹스도 하게 된다. 사실 섹스에의 전조 같은 거 딱히 있었다고 여겨지진 않지만 그런건 뭐 내가 느끼는 거 아니고 자기들이 느끼는거니까.
그러다 7개월 후, 그들은 한국에서 재회한다. 우연은 절반정도 작용했다고 하는데, 기홍이 상민이 일하는 곳에 찾아온 것. 상민은 상민대로 기홍은 기홍대로 나름 패션과 건축쪽에서 성공한 사람들이고 그래서인지 그 전부터 그랬는지 어쨌든 좋은 집에 살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아마도 그래서 핀란드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올 수 있었겠지만.
일에서도 성공하고 경제적으로 여유있다고 해도 그들의 자신들의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니었다. 인간은 누구나 저마다의 공허함을 가지고 있겠지만 이들은 아픈 아이를 항상 돌봐야 했고 배우자와의 관계도 썩 좋은건 아니었다. 자신들의 가족으로 돌아가서 웃을일이 딱히 없었달까. 그런 차에 서로를 만나게 됐고 그렇게 서로에게 끌리게 됐다. 영화 바깥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나는 딱히 이 둘에게 어떤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그러니까 어떤 사랑할만한 순간이라던가 하는 것들이 있었던 것 같지 않은데, 아마도 이들 사이에 생긴 감정이라든가 관계는 자신들의 공허하고 고단한 삶에서 찾을 수 있는 한줄기 빛 같은 것, 숨쉬는 구멍 같은 것이었던 것 같다. 각자 가정이 있고 배우자가 있으니 이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만나는 것은 불륜이지만, 이 불륜에는 서로에 대한 욕망 보다는 자신들의 공허함이 더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나는 느꼈다. 상대를 만나야 비로소 가슴이 뚫리는 것 같고 좀 살아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러면서도 그들은 각자의 가정을 버릴 수도 없었다. 자신들의 가족이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이 없으면 안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 구속력이 너무 커서 그래서 더 상대에게 달려가고 싶었던 것 같다.
문자메세지 보내고 전화해서 목소리 듣고 싶다고 말하고 가게 앞에 찾아가고 하는 행동들을 보면서, 그러니까 한 번 만나고 나니까 또 만나고 싶고 또 보고 싶고.. 그런 것들을 보노라니, 어휴, 이제 어떡하냐.. 그 말만 자꾸 나왔다. 어휴 어떡하냐 이제, 어떡해...
분명 결혼할 당시에 각자의 배우자에게도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하고 보고 싶어서 만나러 가는 것들, 내 앞에 상대의 손을 보았을 때 그 손에 내 손을 가져가 살며시 잡아보는 순간들이, 결혼전 그들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함께하는 생활은 왜 그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싶어하게 만들었을까? 왜 함께하는 상대가 옆에 있는데도 한밤중에 다른 사람을 만나러 가도록 만든것일까? 내 옆에 함께하는 사람이 있는데 자꾸 다른 사람 만나러 가고 싶어지는 그 마음이 너무 안타까웠지만, 나는 함께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도 안타까웠다. 내가 여기 있는데 자꾸 다른 사람 만나러 가는 사람이라니, 나랑 함께 있고 싶어해서 우리가 비로소 함께하게 되었는데, 그런데 함께하게 된 지금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내자고 집에 안들어오는 사람이라니... 내 상대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 시간동안 그가 무얼 하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일을 한다고 하면 일을 하나보다 믿을 뿐이다. 그런데 나가서 다른 사람 목소리를 듣고 있고 다른 사람을 만지고 있었다니.. 다른 사람 보고 싶다고 피곤해 죽을 것 같은데도 찾아가고 그런걸 내가 알게 되면, 그때의 나의 마음은... 역시 연애와 사랑은 안하는 게 장땡이여..
그들의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보는 내내 안타깝고 이제 어떡하냐, 하는 생각만 자꾸 들었는데, 그래서 그 대사가 나오는 책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에서 에미가 레오에게 그러는거다.
"이제 우리 어떡하죠?" (p.382)
그러게. 진짜 어떡하냐. 어떡해 진짜. 핀란드에서 만났던 그들이 또다시 핀란드에서 각자의 자리에 있을 때,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며서 각자 눈물을 흘릴 때 계속 아휴 이제 어떡하냐, 했다. 이 어른들의 사랑이 안타깝다. 아, 안타까운 어른들의 사랑이여.
사랑과 연애에 있어서 해피엔딩은 어떤걸까? 함께하는 것만이 해피 엔딩은 아닐 것이다. 함께하는 것으로 엔딩이라고 말할 순 없으니까. 함께 하는 동안에도 무수히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또 다른 길을 가게 될 수도 있으니까. 모든 사랑은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라는, 어떻게든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줄리언 반스의 말은 불변의 진리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그들에게 서로가 있었던 순간이 존재한다는 것이 앞으로 그들의 삶을 또다르게 채워줄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랑은 세상으로부터 잘못됐다고 손가락질 당할 수도 있지만, 각자가 차지하는 혹은 각자가 감당하고 받아들이는 사랑이 있을 것이다. 인생에서 공허함과 고단함이 나를 공격할 때 그들에게 서로가 있었기 때문에 그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다면, 그들이 '그래서 그들은 결국 행복하게 함께 살았습니다' 라고 이 순간 결정되는게 아니더라도, 나중에라도 '그 때 그런 일이 내게 있었지' 하는 것은 또다른 방식으로 인생을 조금 더 채워주는 게 아닐까. 그 순간에는 이제 우리 어떡하지, 싶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그런 시간이 있었지' 하게될 것이다. 영화속에서 상민은 기홍에게 기대며 '우리 이제 어떡하냐' 자조적으로 내뱉는데, 그들의 사랑이 깊어지는 것도 어떡하냐 싶지만 또 그들이 더이상 만나지 못하는 것도 이제 우리 어떡하냐 해야할 상황이 아닌가. 나는 좋았던 사랑, 결국 헤어졌어도 좋았던 사랑이 인생에 있었다는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돌이켜보면 좋았던 순간들을 몇 개쯤은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 그래야 삶을 버티는 것이 좀 더 수월해진다. 어떻게 내게 그 사람이, 어떻게 내게 그런 일이, 어떻게 내게 그런 감정이 있었을까. 그 때 참 좋았지, 그리운 시간이야, 하는 시간들이 내 인생에 있었다는 것, 어느 한 지점에 그런 일들이 있었다는 것은 필요하다. 그걸 입밖으로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상민과 기홍은 아마 비밀로만 가지고 있어야겠지. 그러나 또 모르는 일이다. 앞으로 그들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인상적인 건 핀란드의 택시기사였다. 상민이 기홍의 가족을 목격하고 뒤돌아서면서 택시를 타고 가는데, 그러다가 울게 되고, 그러자 택시 기사님(여자분이셨다)이 차에서 나와 바깥에서 상민이 우는 동안 기다려주는 장면이, 와 세상에 너무 좋았다. 나는 이런 것들 때문에 인간에게 희망을 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들이 많고 상처주는 사람들이 많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방법으로 나를 위로하고 배려해주니까. 내가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내내 안타까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았고 이제 우리 어떡하죠, 하는 대사가 계속 생각나긴 했지만, 중간에 내가 영화로부터 툭- 하고 튕겨져 나오는 장면이 있었다. 그러니까,
어른들의 사랑에는 자주 그리고 대부분 섹스가 필요하다. 섹스가 사랑의 시작일 수도 있고 과정일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람마다 섹스에 대한 취향도 다를 것이고 견딜 수 있는 것도 다를 것이다. 내가 봤던 로맨스 소설 중에 하나는 자꾸 여자 팬티 찢으면서 섹스하는 장면도 나왔는데, 실제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팬티를 찢어가며 섹스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어느 영화에서처럼 공중화장실에서 섹스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동차 안에서, 잔디밭에서, 모래 사장에서, 비상구 계단에서, 사무실에서 섹스를 하는 걸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너랑 섹스를 하기만 한다면 뭐든 다 좋아, 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살다보면 섹스를 하게 되고 섹스를 하다보면 아니 내가 이런 사람이라니... 하는 경우도 더러 생기게 된다. 내가 원하는 섹스가 a 라고 해서 언제나 a 같은 섹스만 하게 되는건 아니고, 하다보면 내가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z 같은 섹스도 하게 되고, 뭐 그렇다. 내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 줄은 몰랐어, 아니 내가 이런걸 하다니, 으윽 다시는 이런걸 하고 싶지 않아, 아아 이거슨 나의 잠재력인가 등등, 섹스를 하다가 알게 되거나 깨닫게 되는 것도 많을 것이고, 어떤 요구에는 그건 안돼, 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음악을 들으면서 할것이고 누군가는 향수를 뿌려두고 할것이고 누군가는 불을 다 켜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거울로 지켜보며 할 것이고,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섹스가 있을것이고, 저마다 오케이 하는 지점도 다를 것인데, 하아, 내가 왜이렇게 거창하게 말을 하냐면, 이 영화속 섹스신 중에 하나가 몹시 신경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상민은 부산에 출장을 가야했는데 나름의 고단한 며칠을 보낸 기홍이 면도도 하지 않은 채로 상민을 찾아왔다가 그녀의 부산 출장 소식에 기차역까지 내가 바래다줄게, 한다. 그렇게 상민은 부산행 기차를 탔는데 거기에 기홍도 타는게 아닌가. 그만큼 보고싶었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큰 바람에 예정에 없이 부산에 기차를 타고 함께 가게 되었고, 그렇게 부산역에서 빠이빠이하고 기홍은 다시 돌아간다. 그러나 출장 내내 상민은 기홍 생각이 나고, 아까 헤어져놓고 기홍은 상민에게 전화해 목소리 듣고 싶었다고 하고.. 그렇게 서로를 향해서 막 애를 태우고 보고 싶어하고 그러는거다. 그래서 이 출장에서의 업무가 끝나고 상민은 기홍을 만나기 위해 달려간다. 다다다닥 달려가서 기홍이 기다리고 있는 호텔방으로 가게 되는데, 호텔 방에서 만난 그들은 너무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안고 싶었으니까 얼마나 좋아? 그래서 기홍은 상민을 침대에 앉히는거다. 그러더니 가만가만 그녀의 다리를 쓰다듬으며 하이힐을 그녀의 발에서 벗겨낸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 때부터 나는 영화에서 튕겨져나가기 시작하는데... 나의 뇌에서는 이 장면에서 냄새밖에 연상되질 않는 것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바깥에서 일했다, 내내 바깥에서 일했다고, 내내 하이힐을 신고 있었고, 게다가 하이힐 안은 맨발이었다. 야.......힐 벗는 순간 장난 아닐텐데...... 게다가 그 신발을 남자가 벗겼어. 그 냄새 직통으로 날텐데. 그러더니 신발을 벗겨서 종아리부터 허벅지까지 입을 맞춘다. 하루종일 바깥에서 일했는데 씻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입을 맞추면... 더이상은 말하지 않겠다. 이때 너무 내가 영화에서 튕겨져나가 버려서. 나는 이들이 좋은 호텔에 묵는데, 그러니까 서로를 갈망하는 마음도 알겠는데, 아니 그런 갈망 누구나 살면서 가질 수 있잖아? 그러니까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서로를 보자마자 끌어안고 서로에게 달려드는 것도 알아,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일어나잖아요? 그래 알겠다고, 그렇지만 저게 너무 걸리적거리는 거다. 발냄새가 ㅠㅠ 이게 그렇잖아, 하다보면 엎어치고 메치고 막 그렇게 되잖아. 발이 여기갔다가 저기 갔다가 막 그러고.. 그러면서 다리도 막 이케이케 막 요케요케 움직이고 그러면 그 때마다 공기중에 발냄새가 퍼져버릴텐데, 저걸 아아, 어떻게 감당해. 누군가는 발냄새 같은 건 섹스하는데 있어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혹은 그쯤은 감당할 수 있다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아니란 말이다. 그래서 너무 ㅠㅠ 곶통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게다가 하루종일 바깥에 나갔다 왔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바깥에서 일하다 왔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냥 옷벗고 섹스를 하면 흑흑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좀 씻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가 유독 청결한 사람이라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또 막상 상대는 너의 모든 냄새를 사랑해, 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내 지인중 한 명은 연인으로부터 '네 정수리냄새 좋아'라는 말도 들어보았다 했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니까 어떤 사람들은 '네 발냄새가 너무 좋아' , '네 배꼽 냄새는 날 미치게 해' 할 수도 있겠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너모 싫어 싫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상대가 손을 안씻고 나를 만지는 것도 싫고 화가 나. 물론 모든 섹스가 준비된 섹스는 아니니까, 우리는 깨끗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로를 끌어안게 될 수도 있다. 당연하다. 어떻게 매번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품 샤워한 뒤에 섹스를 하겠는가. 그렇지만 나는 저 장면에서 아 발냄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된거다. 아무리 천하의 전도연이라도 밖에서 하루종일 구두 신고 일했으면 발냄새가 나지 왜 안나겠어요 흑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상태면 발냄새도 보통 발냄새가 아니었을텐데, 정말 코를 훅- 찔렀을텐데, 아아, 사랑의 힘은 위대한가, 서로를 원하는 마음이 너무나 절실하면 발냄새 따위...그럴 땐 차라리 신발을 신고 있는게 덜날텐데... 흐미....... ㅠㅠ
고통의 섹스였다. 내 섹스는 아니었지만..
백쌍의 커플이 있으면 이야기도 백개가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없나?) 그러니까 저마다의 사랑은 전부 다 다를 것이다. 상민과 기홍은 둘다 한국사람이고 한국말이 모국어이고 한국에서 돈 벌고 사는데, 그런데 핀란드에서 우연히 만나 핀란드에서 사랑을 시작한다. 이건 이것대로 또 특별하구나 싶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살면서 핀란드 가서 한국 남자 사랑하게 될 확률은 내 인생에 몇 프로나 될까? 내가 보기엔 현재는 0프로고 그러나 내가 핀란드에 혹여라도 간다면, 그 때는 아마도 0.00001%정도의 가능성이 생기겠지. 일단 핀란드에 내가 있을 테니까 핀란드에 없는 것보다는 가능성이 생기지 않겠는가. 어떤 사랑은 시작부터 꽤 다른데 이들의 사랑도 그랬던 것 같다. 아무튼 안타까운 영화였다.
이 영화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감상이 궁금해 아까 알라딘에서 검색했다가, 한 알라디너의 이 리뷰에 대해 내가 비밀댓글을 남겼던 걸 발견했다. ㅋㅋㅋㅋㅋㅋㅋ 거기에는 비밀댓글로 내가 이렇게 써놨더라.
뭐야..누구땜에 이런거 쓴거야..뭔데, 누군데..... 이 댓글이 달린 날짜를 보건데 누군지 나는 알지롱. 그렇지만 날짜는 내가 잘라냈다. 자기가 자긴줄 알까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름 잔인한 칼같은 여자다, 나는.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추혜인'의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을 읽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책을 펼치고 책날개의 작가소개를 읽는데, 와, 대박.
<1996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입학했으나, 1학년 겨울 성폭력상담소에서 자원활동을 하다 "성폭력 피해자의 입장에서 진료해줄 의사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진로를 변경해 이듬해 같은 대학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작가소개 中
나는 공부 잘하는 사람을 언제나 경이롭게 보곤하는데, 서울대 공과대학에 입학한 것으로도 우와 공부 엄청 잘했구나 싶었건만, 같은 대학 의과대학에 진학했다니... 진짜 대박적 대박이다.. 대박..... 세상에 대단한 사람들 왜케 많아?
이 책도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은 다른 책들과 달리, 내가 그런 적이 없었는데, 가장 먼저 <옮긴이의 말>부터 읽었다. 책 맨뒤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러 그랬다. 이 책의 공동 번역가 중 한명인 '유경민'은 <옮긴이의 말.에서 '페미니즘 법학 이론의 기초에 대해 알고 싶은 열의는 가지고 있지만' 이라고 써두었다. 그러다 소은영 박사로부터 이 책을 추천 받았고, 이 책의 공동 번역가인 동료들이 응해주어 스터디를 하면서 번역 작업을 했다는 거다.
<초벌 번역기 끝날 무렵에는 참석자 모두가, 이 책을 단순히 내부 스터디용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제대로 번역을 하여 국내에 소개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p.367 <옮긴이의 말> 中
그렇게 이 책을 추천해준 사람과 페미니즘 법학 이론의 기초에 대해 알고 싶었던 사람과 스터디를 함께 했던 사람들이 이 책으로 공부를 하고 번역을 한 뒤, 이 책이 좋아서 다른 사람들도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다시 재벌 번역을 하고 서로의 번역을 검토하기도 하면서 이 책에 세상에 나오게 된거다. 우와- 사람들 진짜 왜이렇게 열심히 살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고 번역을 하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읽자고 제안한다. 너무 대단하지 않은가. 아무튼 열심히 읽어볼 참이다. 내게 형광펜은 많으니 밑줄도 박박 그으며 읽어야지.
그런데 인간적으로,
마라탕은 살 안찌는 음식 아니냐? 당면과 야채만 가득한데 살찔게 뭐야? 나 왜 일주일에 한 번씩은 마라탕을 먹어야 되지? 어제 중국당면 추가해서 마라탕 먹었다.. 그렇지만 괜찮아, 마라탕은 살 안찌니까.. 살 안찌는거 맞잖아?
에, 그리고 며칠전 크리스마스 카드 보내기 이벤트에 응모해주신 다섯분들께 모두 카드 발송하였습니다. 세 분은 본명을 안적어주셔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는수없이 닉네임으로 보냈으니, 본인 닉네임 잘 기억해 두셨다가(응?) 받으시면 되겠습니다. 카드 청구서나 각종 고지서 대신 크리스마스 카드 우편함에 꽂히게 해드릴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들락날락 들락날락.
그럼 모두 이만 안녕!
괜찮은거니? 어떻게 지내는거야? 밥은 잘 먹고 다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