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몹시 힘들고 지치는 하루였다. 개인적으로 온종일 신경쓰이는 일이 있어 몹시 힘들었다. 어제는 지친 마음이 나를 온통 지배했고, 일어나면 나아져있겠지, 했지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새벽에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떠서는 말똥말똥 천장을 쳐다보았다. 왜이렇게 힘들까. 나는 어제 집에 돌아가면서 나와 사주팔자의 일간이 같은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나 요즘 너무 힘들어서 미칠 것 같은데 너는 지내기 어때? 이 친구와는 가끔 만나서 너 요즘 어땠어? 나 힘들었는데 너 괜찮았어? 묻곤 했기에 이번에도 물었던 것. 친구는 기다렸다는 듯, 나 너무 힘들어서 상담도 받았어, 라고 답해왔다. 올해는 몇몇 인물들이 나를 지독하게 괴롭힌다. 특별히 투닥거리며 싸운게 아닌데도 아주 지독하게 괴롭힌다. 잊자고, 신경 끄자고 계속 생각하지만 잘 안된다. 괴롭다.
토요일에 치아바타를 구워야겠다.
그와중에 좋아하는 작가들의 신간 소식을 접했다. 아니, 이분들...다들 열심히 살고 계셔. 멋지다. 새 작품 퐁퐁 내주시는 거 너무 반갑고요. 일단 이승우 님의 책은 주문해서 토요일에 배송예정이다. 뭣땜시 늦는당가...
《어린이라는 세계》는 김소영 작가의 신간이다. 워낙에 블로그에 올려진 글들의 조회수가 높았으니 책으로 나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 터. 어제 김소영 작가는 본인의 트윗을 통해 올해 가장 잘한일로 금요일 연재를 꾸준히 했다는 걸 꼽던데, 나는 이 책을 냈다는 것도 훗날 돌이켜보았을 때, '와 내가 진짜 잘한일이다'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좋은 글들이다. 물론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김소영 작가는 알라딘의 '네꼬' 님이다. 김소영 작가의 이 책은, 기존 김소영 작가의 책들처럼 당연히, 어른들이 읽으면 더 좋을 책이다. 어린이라는 세계에 접근하는 일은, 내가 장담하건대, 결코 후회하지 않을 일이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도덕적 혼란》은 단편집이라고 한다. 애트우드는 오만년전에 도둑신부를 읽고 작년에 시녀이야기를 읽었던 바, 아직 읽지 못한 많은 책들이 있고... 그중에 몇 권은 사서 또 쌓아두고 있는데...(인간이여.....나여.........) 또 나오면 또 사야되고 막 그렇습니까?
신간 뭐 나왔나 훑어보다가 이승우 소설 보고 으앗 뭐야, 왜 이승우 신간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나... 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네..
그리고 이런 책들을 읽고 있다.
여성괴물은 뒤에 후기만 남겨두고 있으니 곧 다 읽을 것이다. 좋은 독서였다. 주군의 여인은 1권을 거의 다 읽어가고 있는데, 이거 너무 재미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주의 남편이 진짜 찐따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너무 대단해, 짱이야' 라고 생각하는 못난이 오브 못난이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반면 주군의 여인의 남주는.... 뭐랄까, 맨스플레인 대마왕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읽다가 오잉? 했던 부분이 있다. 우리 쏠랄..쏠랄이가, 여자를 유혹하겠다고 앉혀놓고서는 주절주절 말 졸라 많은데, 뭐 다 틀린 말은 아니지마는, '그래 틀린 말 아니지, 그런데 그래봤자 어차피 너 변장해가지고 여자 방에 몰래 침입한 새끼잖아, 추잡한 새끼' 막 이렇게 되어버려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지가 잘생긴 거 지가 아는 쏠랄이가, 안나 카레니나를 언급한다.
안나는 멍청한 브론스끼의 육신을 좋아한 거고, 오직 그뿐이오. 아무리 아름다운 말을 해봐야 그것은 수증기처럼 공허한 것, 고깃덩이를 가려주는 레이스 장식일 뿐이오. 왜 이리도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냐고 묻고 싶소? 내가 유물론자 같소? 생각해보시오. 만일 브론스끼가 내분비계 질환이 있어서 비만 상태였다면, 복부에 지방이 30킬로그램, 그러니까 100그램짜리 버터 300장이 들어 있었다면, 그래도 안나가 첫눈에 사랑에 빠졌을 것 같소? 결국 고깃덩이의 문제요! 그러니 아무 말 마시오. -주군의 여인1, p.474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이거 읽으면서 만약 브론스끼가... 진짜 .... 100그램짜리 버터 300장.... 배에 품고 있었다면, 그들이 그런 뜨거운 사랑을 시작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나도 드는 거다. 아아, 역시 고깃덩이의 문제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네 ㅋㅋㅋㅋㅋ고깃덩이의 문제다. 내분비계 질환..... 아 쏠랄....... 그러니까 인간은 어차피 고깃덩이에 끌리고 자기 고깃덩이 너무 훌륭한 거 자기가 아니까 안훌륭한것처럼 변장해서 진실한 사랑을 갈구했다..... 뭐 이런 뉘앙스로 그의 잘못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지마는, 그것은 자기 자신의 생각과 태도였고, 자기 잘생긴거에 대한 어떤 자기의 그 뭐시냐..거시기..뭐 그런 거였던 것 같은데, 그건 진짜 순수하게 너 자신만의 것이고, 그렇다고해서 아아, 니가 그래서 변장해서 몰래 숨어들었구나, 라고 이해해줄 순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 맨스플레인 쏠랄이여. 아무튼 브론스끼 지방 30킬로그램.. 너무.... 나잖아? 흐음... 그렇다면 나는 사랑에 빠진 적이 없느냐, 하면,
물론 안나와 브론스끼 사이에 지방 30킬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에 그 사랑은 시작되었고 뜨거웠다고 나도 동의하는 바이지만, 그러나 사랑이 반드시 고깃덩이의 문제만은 아니다, 라고 나는 항변하고 싶다. 어떤 사랑은, 어떤 사람은 고깃덩이 때문에 사랑을 시작하긴 하지만, 내 경우에는 버터 100그램짜리 배에 300장 들러붙어 있어도, 만난 첫 순간에 사랑에 빠진 적이 있거든. 나도, 그리고 상대도. 그래서 만난 첫날 드럽게 뜨거워서 막 불타오르네~ 했던 적이 있단 말이다. 내 고깃덩이는 형편없지만, 그러나 고깃덩이 아닌 다른 무엇이 상대를 건드렸던 것. 나는 그 다른 무엇이 내게 있음에 자랑스럽다. 그렇다면 그 당시 나는 상대의 고깃덩이와는 전혀 무관하게 그에게 끌렸느냐 하면..... 솔직히 나는 그의 고깃덩이도 좋아했다. 그의 고깃덩이와 나의 고깃덩이와 만나 일으키는 작용을 나는 몹시 좋아했더랬다. 내가 육식동물이라 그런것인가.... 기억나니 고깃덩이야, 너의 고깃덩이를 나에게 자랑스레 보여주던 일....나는 너의 고깃덩이가 푸시업 할 때 정말 뜨겁게 욕망에 시달렸지. 푸시업은 그런게 있어? 나는 푸시업만 보면 약간 정신이 헤롱거려? 푸시업 만세!!
그래, 쏠랄, 네 말이 맞아. 안나가 기차안에서 만난게 그런 모습의 브론스끼 였기 때문에 사랑에 빠진거지. 버터 30장이라면 그건 이루어지지 않았을일이야. 그래, 그건 맞다. 인정한다. 그렇지만 사랑이 꼭 그런건 아니라는 것도 내가 말해주고 싶다.
아니 근데 쏠랄은 여자 꼬시겠다고, 내가 너를 지금부터 유혹할거야, 하고 여자 앉혀놓고 장광설 어마어마하고..남자들 왜케 장광설 심한거야? 영문을 모르겠네.. 그래서 1권이 다 끝나가도록 아직 사랑을 시작도 안해. 어쩔라고 그러는거? 아무튼 장광설 쏠랄도 그렇고 남편 됨의 그 한심한 업무 태도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웃긴 캐릭터고 너무 현실적인 캐릭터다. '나는 왜이렇게 잘났을까' 생각하는 못난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중쇄를 찍자는 일단 1권만 주문하길 천만다행. 1권도 다 못읽고 있다. 몇 장 넘겨보니 안읽고 싶어져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팔아버릴라고 했더니 매입불가 상품이래. 하하하하하. 여러분 중쇄를 찍자 1권 읽고 싶으신 분, 댓글 달아주시면 걍 제가 읽은 거 보내드릴게요... 택배비 제가 부담합니다. 어차피 팔지 못할 책이니 선물... 샤라라랑~ ♡
아 이래도 기분이 안좋다. 계속 마음 쓰이고 신경 쓰이고 ㅠㅠ 글 쓰면 좀 나아져야 되는데 ㅠㅠ 힝
아무튼 월급 타면 애트우드 사고, 김소영 신간도 사고, 푸코도 막 사고, 올리브 키터리지 신간도 사고 막 다 사고 그럴거다. 이러면 월급 타기 전에 책 안사고 있는 것 같지만 어제 벌써 스누피 일력 받게 주문 하나 마쳤지롱. 그리고 월급날 살 거는 김소영과 애트우드 포함해서 성의 역사 2-4 권!! (이번 달에도 과연 다락방은 완독할 수 있을 것인가. 두둥-)
아, 그리고 어제의 주문에는 '샤론 볼턴'의 희생양의 섬이 들어있다.
재작년인가 읽고 팔았던 책이고 샤론 볼턴의 책 중에서는 가장 먼저 읽었던 책이었다. 그런데 어제 미국 대선 관련 소식을 접하면서 이 책이 너무 생각나는 거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백인 남자들이 섬 하나를 자기들것인양 대하는 태도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거다. 트럼프나 바이든이나, 왜 다들 늙은 백인남자인걸까, 요즘 뉴스를 볼 때마다 생각했던건데, 어제 트럼프가 자기 승리다, 바이든이 자기 승리다, 하는 거 보면서 늙은 백남 둘이서 잘들노네 싶었던 것. 그러자 퍼뜩 샤론 볼턴이 읽고 싶어진거다. 지금 읽으면 희생양의 섬 그 때와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아서. 뭔가 더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아.. 사두고 안읽은 책들이 수두룩한 가운데 읽고 판 책 다시 사는 나란 여자 무엇.... 나도 참 나다... 어떤 고깃덩이 되게 보고싶네.
내가 많이 약해져있는 것 같다. 희생양의 섬, 빨리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