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17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도스토예프스키는 톨스토이와 함께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라는 사실만을 알았던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그의 작품을 읽었다. 워낙 유명한 문학 작품이기도 해서 예전부터 읽고 싶은 생각과 마음은 있었건만, 막상 매번 시작은 못하고 미루게 되는 고전 가운데 하나였다. 더 이상은 미루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과 각오로 무장하고 일단 책을 샀다. 그리고 읽기를 시작했다. 사실 방대한 양이다. 처음 책 두께를 보고 흠칫 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처음이 주는 인상에 지나지 않았다.
소설은 까라마조프 가문을 그린다. 아버지 표도르와 드미뜨리, 이반, 알료사 외의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표면적으로는 '친부살해' 사건을 둘러싼 심리적 갈등을 농밀하게 그려내고 있으면서도 이면적으로는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한 이야기의 걸작이었다. 드러내놓고 추리소설이라고 하기는 멋하지만, 추리소설과 유사한 표현기법으로 긴밀하게 구성된 작품이다. 사상적, 종교적인 문제를 상징적으로 다루고 있어 심오하다. 그래서 조금 버겁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미리 예상하고 쫄았던 수준보다는 많이 어렵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지금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은 소설을 100% 완전히 이해한 것 같지는 않다는 거다. 그러나 적어도 이런 이야기를 한 자 한 자 끝까지 다 읽어냈음에 혼자 스스로 느끼는 뿌뜻함과 만족감을 안겨주는 소설도 흔치는 않다는 것이다. 맥없이 유명한 고전은 없는 듯하다.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기존 가까이 했던 가벼운 소설들과 비교가 팍 되는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야말로 뛰어난 통찰력을 느끼실 수 있을 듯.
한 작품 속에 다양한 인물이 포진하고 있고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지고 나와 서로 복합적으로 얽히고설키는 관계를 맺는 '총합소설'의 원형 같은 작품으로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지금도 영향을 주고 있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남을 '가치 있는 명작' 으로 남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두께의 압박으로 마냥 미루게되는 작품인 것도 사실이지만 시작하면 끝낼 수 있다. 쓰는 거에 비해서 읽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면 못 읽을 책도 없는 법이다. 색다른 재미를 주는 탁월한 소설이기도 하니까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시간 날 때 편안하게 읽으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