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삼성 어린이 세계명작 (고학년) 19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최영란 그림, 정진숙 엮음 / 삼성출판사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독일의 대표작가라면 괴테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또 괴테하면 단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굳이 직접 읽지 않아도 얼핏 내용은 상식 차원에서 다 알고 있었다. 허나 직접 읽어보진 않았기에 읽고 싶었다. 동화라서 더 쉽게 읽혔던 것 같다. 순수한 열정으로 로테를 사랑했던 베르테르. 세상의 빛 같던 그 아름답던 사랑이 어두움으로 변할 수 있다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 '짝사랑'을 다룬 세기의 문학. 대단한 유행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었다는 이 작품.

서정적인 편지라는 형식으로 로테를 향한 간절한 사랑을 보여준 베르테르. 사랑이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베르테르의 사랑은 슬픔이다. 너무 많이 좋아하면 슬프게 되는 걸까. 마음을 아끼며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불가능하다. 사랑을 하면 이성은 잠시 외출을 하게 마련이니깐. 난 그 누군가를 베르테르만치 좋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괴테의 체험과 친구의 이야기를 소재로 지금은 누구나 다 아는 고전이 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꼭 소설이 체험을 동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가 직접 체험하고 아팠다면 내용은 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더 절절해지는 것 같다.

끝이 없이 반복되는 슬픈 사랑 이야기. 혼자 너무 좋아하는 건 슬픔이다. 하지만 사랑의 속성 중의 하나가 아픔일 테니, 어쩔 수 없는 이야기다. 그래도 사랑해서 행복했던 베르테르였으니 다행이다.고전은 정석적으로 이야기를 말한다. 고전의 처음은 고전이 아니었을 테니, 이 작품이 처음 출판됐을 때의 젊은 독자층의 지지는 알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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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 김현의 일기 1986~1989
김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행복한 책읽기"는 언젠가 내 읽으리라 하고 마음속으로 벼르고 있던 책이었다. 지금도 뭘 그다지 잘 아는 편은 아니지만, 지금보다 책에 대한 관심도 덜하고 읽지도 않았던 과거의 그 어떤 시점부터 그의 이름은 내게 이미 익숙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글을 읽었던 것은 전혀 아닌데 말이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이 내뱉은 언어 속에서나 글 속에서 그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가끔의 짧은 만남에서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고 떠올리던 점이 뒤늦게나마 그의 유작을 읽도록 나를 움직였지 싶다.

김현이라는 문학평론가가 쓰는 일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어려워 읽히지 않는 그런 책은 또 아니다. 조금 어려워도 곱씹을수록 뭔가 머리속에서, 마음속에서 깨달아지는 그런 책이 좋은 책이라면 이 책은 좋은 책이 확실하다. 그의 많은 문학 작품에 대한 촌평을 볼 수 있는 책이면서 동시에 그의 깊은 사유를 볼 수 있고 알 수 있는 책이다. 난 그저 꼼꼼히 읽어내려갔다. 그저 계속 읽어내려갔다. 배우고 싶고, 닮고 싶은 그의 넓고 깊은 사유의 본질의 시작점도 분명 책에서 왔을 것이다. 정말 치열하게 책을 사랑했던, 그의 삶의 가장 큰 자리를 차지했을 그만의 '책'의 자리. 나에게 있어서 '책'의 자리는 지금 얼마나 될까. 점점 커지는 나만의 책의 자리가 조금씩 커짐에 내심 좋아하다가도 이런 유의 책을 보다보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착각했구나 싶어서 정신이 바짝 들게 된다. 굳이 티를 안 내도 어떤 식으로든 본질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다만 정말 아쉬운 것은 이런 분이 고인이라는 점이다.

행복한 책읽기. 좀 더 깊이 있게 책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혼자만의 사유가 여럿이 볼 수 있는 분명하고 확실한 글이 되면 힘이 생긴다.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힘 말이다. 날카롭게 찌르는 촌평에서나 길지 않은 간결한 사유의 흔적에서 읽는이는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힘을. 내면에 침잠의 세계를 만드는 고요한 그의 사유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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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09-08-23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리뷰를 보니까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네요 ^^ ㅋ

거친아이 2009-08-25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뵙네요. 읽은 지 꽤 시간이 흘러서 기억에 별로 남은 게 없지만
깊이있는 사유들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죠.^^
 

딴짓하면서 오늘 리뷰를 간단하게 세 개를 썼다. 길게는 못 쓰겠군.
역시 밀리면 힘들어진다. 쓰기 싫으면 안 쓰면 그만인데, 또 그렇지도 못하다.
진짜 싫은 건 아니니깐. 본 건 한 줄이 되더라도 흔적을 남겨야지.
모조리 다 잊어버리니깐.

여전히 리뷰 밀린 게 있다.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도 읽었는데.
몸 좋은 사내들이 떼거리로 나오는 "300"도 봤건만.
나중에. 나중에 쓰자꾸나. 변해야 발전할 텐데. 쳇.

오늘 바람은 꼭 가을바람 같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시원한 것 보다는 선선한 바람.

그레이 아나토미를 새로 시작할까 하는데 시즌 1은 에피소드가 9개밖에 안 돼서
금방 볼 수 있겠지만 너무 많아서 시작하기가 좀 그렇다.
차라리 영화를 보고 말지 싶다. 지금 생각은 이런데 또 모르지.
사람 생각이란 금방 변하기 마련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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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06-15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레이 아나토미 전 시즌 1까지만 재미있게 봤어요 ㅎ
저도 리뷰 미뤄놓으면 당췌 쓸 수가 없어서 제깍제깍 쓰는 ㅎㅎ

물만두 2007-06-15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은 즉시 쓰는게 제일이죠.

마늘빵 2007-06-15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친아이님 원래 서재이미지가 저거였나요? 바뀐거 같아.

거친아이 2007-06-22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저도 시즌 1까지만이라도 볼까 해요. ㅎㅎ 재밌어 보여서리.
물만두님/ 맞습니다. 그게 가장 좋죠. ^^
아프락사스님/ 원래는 아니었지만 바꾼 지 꽤 됐어요. 그 뒤로 쭉 같은 거예요.
 
스코어 - [할인행사]
프랭크 오즈 감독, 에드워드 노튼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범죄 영화는 재미있다. 뭐 에드워드 노튼이 나온다면 재미없는 거라도 찾아서 볼 요량이지만. "스코어"는 반전 보다는 연기력들의 합이 좋은 영화였다. 로버트 드니로, 말론 브란도, 독보적인 반전의 귀수인 에드워드 노튼이 한 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화제가 될 만하다. 노튼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 이번에는 장애인 역할로 살짝 놀라게 하는군. 전설적인 금고털이범 닉 웰스는 자신만의 규칙을 어쩔 수 없이 어겨가면서까지 마지막으로 한 탕 잡기 위해 세 사람은 손을 잡는다.

각자의 꿍꿍이는 숨기고 한 팀이 된 세 사람. 빠른 회전과 기발함은 부족한 편인 액션물이지만, 영화가 항상 그럴 수는 없는 법 아닌가. 설사 그렇지 못했다 해도 전체적으로 잔잔하게 흘러가는 영화라서 무리는 없었다. 예상 가능한 결말이 좀 실망스럽다면 실망스러웠다. 연기 잘하는 사람들을 모아 놓아서 그런가. 그래도 나름 재밌게 본 영화다.

결말부의 클라이막스는 보고 나서 떠오른 속담 하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라는 주제로 간략히 마무리 해주는 센스. 영화 정보 찾아보기 전까지 맥스 역할의 그 사람이 말론 브란도 라는 배우인줄 몰랐다는. 대부를 봤었어야 알지. 그냥 유명한 옛날 배우인줄만 알았는데 이 배우가 얼핏 들어서 알고 있었던 그 배우분이셨군. 이제껏 내가 본 노튼이 나온 작품 중에서 가장 예상 가능한 역할이었다. 그래도 연기는 여전히 훌륭했다. 화면을 채우는 그의 연기를 보는 건 언제나 좋다.

"파이트 클럽"의 잔상이 남아 이 영화가 더 비교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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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름 - 상 - 제1부 아름다운 여름, 제2부 언덕 위의 악마
체사레 파베세 지음, 김효정 옮김 / 청미래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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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청춘이란 한 시기를 빗대어 말하기에 여름이란 계절은 적절하게 보인다. 굳이 '아름다운'이란 형용사를 덧붙이지 않아도 여름이란 계절은 짧고 강렬하게 사라져버리는 그 무엇이다. 불안과 기대감 사이에서 마냥 주저하기 쉬운 그런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아니, 지금도 그렇다. 조금 겉모습만 달라졌을 뿐. 어느 한 시기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겠지만, 유독 젊었던 그 시절이 더 괴롭고 힘이 든 이유는 청춘만이 누릴 수 있는 성장통 쯤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듯 싶다.

두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아름다운 여름]은 지니아와 아멜리아라는 두 인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이듦'이 꼭 타락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지만, 순수의 옷을 점점 벗어버리기는 십상이기에 다른 문학 작품에서도 이런 식으로 그려지고 있는 거겠지. 지니아는 아멜리아를 만나면서 변화한다. 아니, 변질된다. 시간을 거슬러 처음으로 되돌아갈 수도, 되돌아간다 해도 이전처럼 똑같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언덕 위의 악마]가 더 끌렸다. 세 명의 남자 대학생인 피에레토, 오레스테, 화자가 부자인 폴리와 그의 아내 가브리엘라와 함께 여름을 보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에 대한 작가의 동경을 글에서 느낄 수 있다. 자연을 단순히 묘사의 대상이 아닌 더 농밀하게 생동감 있게 표현한 글귀들이 인상깊었다.

사실 이야기로서의 느낌은 별로일 수도 있으나, 체사레 파베세란 처음보는 작가의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작품인 듯하다. 작가들의 생과 그가 창조한 예술 세계의 분리란 있을 수 없는 일인가 보다. 난 여름이란 계절을 가장 좋아한다. 쨍쨍하게 비추는 햇빛에 초록의 싱그러움이 분명해지는 여름의 시간. 지나가버리면 '벌써'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그 계절에 어울리는 젊음을 품은 사람들이 방황하며 즐거워하는 그런 시기가 바로 '아름다운 여름'이 아닐까. 인생 중의 한 시기와 이별하기에 어울리는 그 계절이 바로 여름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우리는 한 뼘 더 자라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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