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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름 - 상 - 제1부 아름다운 여름, 제2부 언덕 위의 악마
체사레 파베세 지음, 김효정 옮김 / 청미래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청춘이란 한 시기를 빗대어 말하기에 여름이란 계절은 적절하게 보인다. 굳이 '아름다운'이란 형용사를 덧붙이지 않아도 여름이란 계절은 짧고 강렬하게 사라져버리는 그 무엇이다. 불안과 기대감 사이에서 마냥 주저하기 쉬운 그런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아니, 지금도 그렇다. 조금 겉모습만 달라졌을 뿐. 어느 한 시기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겠지만, 유독 젊었던 그 시절이 더 괴롭고 힘이 든 이유는 청춘만이 누릴 수 있는 성장통 쯤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듯 싶다.
두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아름다운 여름]은 지니아와 아멜리아라는 두 인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이듦'이 꼭 타락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지만, 순수의 옷을 점점 벗어버리기는 십상이기에 다른 문학 작품에서도 이런 식으로 그려지고 있는 거겠지. 지니아는 아멜리아를 만나면서 변화한다. 아니, 변질된다. 시간을 거슬러 처음으로 되돌아갈 수도, 되돌아간다 해도 이전처럼 똑같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언덕 위의 악마]가 더 끌렸다. 세 명의 남자 대학생인 피에레토, 오레스테, 화자가 부자인 폴리와 그의 아내 가브리엘라와 함께 여름을 보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에 대한 작가의 동경을 글에서 느낄 수 있다. 자연을 단순히 묘사의 대상이 아닌 더 농밀하게 생동감 있게 표현한 글귀들이 인상깊었다.
사실 이야기로서의 느낌은 별로일 수도 있으나, 체사레 파베세란 처음보는 작가의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작품인 듯하다. 작가들의 생과 그가 창조한 예술 세계의 분리란 있을 수 없는 일인가 보다. 난 여름이란 계절을 가장 좋아한다. 쨍쨍하게 비추는 햇빛에 초록의 싱그러움이 분명해지는 여름의 시간. 지나가버리면 '벌써'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그 계절에 어울리는 젊음을 품은 사람들이 방황하며 즐거워하는 그런 시기가 바로 '아름다운 여름'이 아닐까. 인생 중의 한 시기와 이별하기에 어울리는 그 계절이 바로 여름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우리는 한 뼘 더 자라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