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박완서 외 12명 지음 / 한길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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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먹거리가 마냥 귀하던 시절은 지났다. 그리고 흔하고흔한게 먹거리가 된 지금의 시대는 어떤가.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소비는 넘치는 동시에 낭비도 넘치고 있지는 않은지. 음식에 대한 감사함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여러 지은이들이 각자 간직하고 있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깃든 음식들을 소개하는 이 책은 전체적으로 참 따뜻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기억하겠다고 기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건만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추억의 냄새를 풍기며 그때 그 시절의 음식을 그리워한다.

박완서의 글을 필두로 추억담이 쏟아졌다. 전혀 화려하지 않은 음식들. 투박하고 토속적인 그래서 더 정감있고 편안하고 몸에도 좋은 우리 음식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진짜 별것 아닐 수도 있는 그 음식이 누구에게는 평생의 추억거리가 되어 그 음식을 볼 때나 떠올릴 때 기억을 부른다는 그 사실이 생각해보니 맛이라는 게 얼마나 귀한 것인지 사뭇 진지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책을 보면서 반가웠던 점 하나는 나와 같은 추억의 음식을 꼽고 있는 작가의 글을 발견할 수 있었던 점이다. 그 음식은 바로 '강된장과 호박잎쌈'이다. 내겐 이 음식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그 음식을 맛있게 먹던, 함께 했던, 그날의 즐거운 풍경이 매번 반사적으로 떠오른다.

지금은 함께 할 수 없어서 그리운 어떤 사람과 함께 했던 즐거운 맛있는 기억들. 맛있는 기억은 대체적으로 너무나 맛있었던 강렬한 혀의 기억에서 태어난다. 누구나 몇 가지씩은 가지고 있을 자신만의 혀의 기억들이 있을 테다. 책에 등장한 많은 지은이들처럼 묘사하지는 못하겠지만 내 기억의 창고에 놓인 나만의 추억의 음식들을 더듬더듬이나마 말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옛날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은 그때 난생 처음 먹어보던 양념게장의 맛, 날은 저물어 사위는 어두웠던 여름날에 온가족이 모여 고기를 구워먹었던 그 장소의 그 맛은 평생 잊을 수 없다. 왜 그 기억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렸던 나는 아마 내 곁을 지켰던 식구들을 둘러보면서 아마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며 밥을 먹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잠시 잊었었던 그러나 결코 잊을 수 없는, 내겐 의미가 되는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은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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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낱말편 1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김경원.김철호 지음, 최진혁 그림 / 유토피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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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국어를 영어처럼 공부했던 적이 있었던가. 여러 번 생각해봐도 그런 시간은 없었다. 그냥 말 그대로 '국어'라서 당연하게 말하고 쓴 시간들만 있었을 뿐이다. 특별히 읽을 이유가 따로 있어서 읽은 책은 아니었지만 보는 순간 읽고픈 마음이 불현듯 생겼다. 애매모호하게 알고 있는 것들. 이상하게 입말보다는 글말일 경우가 더 많이 헷갈린다. 이게 맞나, 저게 맞나 하면서. 뭔가 틀린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이 들어 고치기는 고쳐서 간신히 문장 하나를 만들어내지만, 그렇게 잠깐 고민하고는 항상 넘겼었다. 모르는 걸 확실히 배울 생각은 안하고 말이다.

비슷하지만 명백히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유사한 낱말들. 그 의미차이를 자세하게 짚어주기 때문에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다. 비슷하게 느껴져서 혼동하고 바르게 쓰지 못했었는데 이제 책에 나온 내용만큼은 확실히 알겠다. 내용을 시작하기 앞서 약간의 문제가 나오는데, 한국사람이라면 정답이 눈에 뻔히 보이는, 그런 수준의 문제처럼 보였는데도, 몇 개 틀렸다. 다 맞출 수는 없었다. 이래서 실력이 필요한가 보다. 아무리 국어라지만 이해를 요하는 아리송한 부분이 있다.

국어 실력의 향상도 좋지만 <국.밥>이란 책을 계기로 잠시나마 우리말을 정확하게 알고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좀더 관심을 갖은 나의 태도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 책의 취지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헷갈리는 게 어찌 이것 뿐이겠는가. 별 차이 없겠지 생각하고 넘긴 부분들이나 다른 뜻인 줄은 알겠는데 어떻게 다르냐고 누가 묻기라고 한다면 설명하지는 못하고 얼버무리게 되는 그런 수준의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부분과 미처 모르고 있던 의미상, 표현상의 정의를 속시원하게 찬찬히 설명해주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금방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가볍게 들춰보기 좋은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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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생활백서 - 2006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민음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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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창 열심히 일하고 배워야 할 20-30대의 정체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는 벌써 오래다. 순수한 의미로 '노는' 백수보다는 그래도 취업의 희망을 갖고 노력하며 준비하는 '공부하는' 백수가 당연히 더 많을 것이다. 백수생활백서에 등장하는 백수는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백수의 개념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다른' 종류의 백수라는 점에서 신선한 느낌을 주기는 했다. 주인공은 책을 좋아한다. 무던히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책과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원하는 주인공은 자발적 백수가 되기를 희망한다. 주인공처럼 기본적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된다면, 프리터족 같이 잠깐의 노동으로 약간의 수입을 벌어 그 돈으로 읽을 책을 사면 된다.

이 이야기가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삶의 모습이라는 게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는 것이고, 인생이라는 게 전적으로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부분은 분명하게 선택만으로도 이루어지는 것이기도 하니까. 각자의 삶의 방향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공감대를 형성할 만큼의 유사함은 분명 존재한다. 난 이 책을 보면서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지금 내가 책을 좋아하는 백수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일 거다.

백수생활백서에 인용된 책이 적지 않다. 아는 책보다는 모르는 책이 단연 많았다. 이 책들을 훗날 보게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메모해 두었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1인칭 시점의 글이라 어떤 대목은 화자의 모습과 실제 작가의 모습이 포개지는 부분일 거라 상상하고 읽었다. 읽기를 잘하고 좋아하던 독자가 작품 밖에서 책을 쓰는 작가가 되는 모습은 언제나 내게 인상깊은 부분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말 그대로 독서가 인생의 동반자가 되는 사람이 있다. 옆사람에게 큰 폐 안 끼치고 자신이 원하는 그 한 가지만 하면서 살 수 있다면, 많은 부분이 부족하게 보이겠지만 정작 부족한 면을 본인이 느끼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행복하다면, 그것도 좋은 거 아닐까. 정작 본인이 행복하다는데, 타인이 무슨 상관할 바가 있겠는가 싶다. 제일 좋은 한 가지, 그거 하나면 된다. 문학적으로 어떤 힘이 느껴지는 강렬함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난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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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의 과학 SE (2disc) - 일반케이스
미셸 공드리 감독,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외 출연 / 와이드미디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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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셸 공드리 감독의 이전 작품이었던 '이터널 선샤인'을 정말 좋아하기에 감독이 연출한 새로운 작품인 '수면의 과학'도 보고싶었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감상에 임했다. 이번엔 각본까지 쓰셨군. 작품은 작가를 드러내는 법. 자연스레 감독 자신의 모습이 많이 투영된 듯하다.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색다른 영상을 보는 재미가 있다. 여러 형식이 혼재된 영상의 기발함이 인상깊었다. 자고로 상상이 남달라야 이런 영화를 쓰거나 찍는 게 가능할 것 같다.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소년의 모습을 버리지 못한, 스테판이 옆집에 사는 스테파니에 대한 사랑을 키우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수면을 하면 꿈이라는 매체를 경험하게 된다. 꿈은 거창하지가 않다. 지나간 기억들, 맘에 들지 않는 현실들, 바라는 미래의 모습이 커다란 한 공간 안에서 자리한 채 결코 알 수 없는 방법으로 꿈을 움직인다. 꿈은 어떻게 움직이는 것일까. 사뭇 궁금해진다. 스테판이 현실과 꿈 사이를 들락날락 거리는 모습이나 이야기가 현실과 꿈을 교모하게 잇는 방식이나 화면의 전환을 보는 재미가 이 영화에 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 귀여운 상상력이 만든 스테판의 발명품들은 기실 감독의 발명품일 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가지고 있는 소년의 이미지와 배역이 잘 어울렸다. 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현실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어딘가에 붕 떠있는 모습을 한 유약한 소년 스테판과 스테파니는 어떤 관계로 발전되었을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스테판의 꿈속에서는 스테판과 스테파니는 함께한 행복한 모습이다. 우회적으로 해피엔딩을 암시하고 있는 듯 했지만, 꿈이 아무리 현실처럼 느껴졌다 하더라도 꿈은 여전히 꿈일 뿐이다. 잠이 깨면 꿈은 사라지는 법 아닌가. 개인적으로 로맨스에 몰입 보다는 독특한 영상 기법에 더 깊은 인상을 받으며 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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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생각들을 다 놓치며 산다. 자고로 적지 않으면 사라지는 법이니까.
이제 내겐 세 달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아직은 세 달씩이나 남은 거다.
더 이상의 부정적인 생각은 위험하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최하 100권이 목표량이었는데, 지금 페이스로는 부지런히 읽어야 겨우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요즘 책도 별로 열심히 읽지도 않는다.
이렇게 말했다고 해서 예전에는 많이 봤느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다.
이전보다도 훨씬 덜 보고 산다. 책 볼 시간에 미드 보고 놀았으니 할말 없다. 좀 후회가 된다.
이상한 편집증의 발동으로 한번 보면 마무리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끝을 본다.
너무 재미없는 게 아닌 이상. 중간에서 멈추는 법은 드물다.

민음사 세계명작시리즈의 목록을 살폈다.
우선 보고픈 생각이 드는, 봐야 할 목록만 얼핏 짚어도 수십 권이다.
꽤 재미를 주는 문학이 많아서 볼 만한 것 같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한 권 한 권 차근차근 볼 생각이다.

지금 우울한 노래가 흐르고 있다.
우울한 게 좋을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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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0-03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친아이님, 민음사 명작시리즈 저도 몇권만 있는데 다 읽고 싶어요.
차근차근, 좋지요. 역시 고전으로 모이는 것 같아요.
우울한 때는 우울하게, 그거 나쁘지 않지요. 오늘 휴일 잘 보내고 계신가요?^^

거친아이 2007-10-05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작이라 제목만 알거나 작가만 알았지, 정작 읽어본 책은 적어요.
누가 따라오는 것도 아닌데 차근히 읽어나갈 생각이예요. 혜경님도 같이 하실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