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을 그리다
에드워드 B. 고든 지음, 노지양 옮김 / 북노마드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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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워드 B. 고든이 미국의 화가 Duane Keiser 에게 영감을 받아 '하루에 하나의 그림'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그가 살고 있는 베를린과 그 인근을 6년 넘게 그린 작품들을 담은 화보집이다. 하루에 하나라는 단순한 퍼포먼스 작업이라고 가볍게 치부할 습작 수준이 아니다. 15×15cm 캔버스라 무리한 작업은 아니었겠지만 하나 하나 내공이 느껴진다. 그것을 6년이나 했다니 그 끈기와 열정은 박수받기에 충분하다.


소셜네트워크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야기와 성찰을 담은 사진, 그림 책이 많은 것을 생각할 때,  고든이 매일 그림을 블로그에 올리고 이 책까지 내면서 그런 점은 부족한 게 아쉬웠다. 보들레르가 들라크루와를 비평하듯, 하이데거가 고흐의 신발을 비평하듯, 푸코가 마그리트를 비평하듯, 들뢰즈가 프란시스 베이컨을 비평하듯 하는 거까진 바라지 않고ㅡ자신이 자기 작품을 비평하는 것도 기이할 테니ㅡ롤랑 바르트가 쓴 <카메라 루시다>정도면 어땠을까. 뭐든 무리한 요구일까.


화가가 당시의 주변 상황이나 대기나 소리, 빠르게 스쳐가는 상념 등 좀 더 풍부히 담으려 했다면? 아마 고든은 순수히 화가 입장에서만 접근해 총체적인 관점의 기록은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 같다. 그의 그림은 흔한 풍경이나 정물에 그치지 않고 참 많은 이야기를 던지는데, 해석을 독자에게 맡겼다기 보다 나는 창작자가 놓쳤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잠깐, 더 중요한 무언가 걸리는 게 있다. 
장르만의 성격, 장르만의 완결성에 대해서. 
지금껏 이어져 온 예술 장르들ㅡ문학, 음악, 사진, 영화, 미술 등등ㅡ 이 모든 걸 다 담을 수가 있었던가. 그것들은 제각각 그 개성에 따른 한계를 가지고 있는데 현재 가장 포괄적 예술은 영화일 것이다. (게임은 매니악한 상태니 열외) 그럼에도 많은 장르들이 건재한 건 그 장르만의 독특한 개성 때문일 텐데, 고든의 이 책에 대한 내 아쉬움은 과한 요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갑자기, 사라진 예술 장르는 없었을까 궁금해진다.


빗속에서 춤을

 

 

(왼쪽) 얼어붙은 그림자  / (오른쪽) 붉은 태양

 

 

다이아몬드 나무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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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6-12-02 06: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바일에 엄지만으로 글을 써도 이정도 훌륭한 글이 나오는군요, 정말 대단....^^

AgalmA 2016-12-02 06:29   좋아요 2 | URL
예전 메모를 수정한 거라; 양철나무꾼님 1일 1그림에 댓글 달며 문득 생각나서 올려 봤어요^^
북다이제스터님 밑줄긋기 뽑는 내공에 비하면 제 엄지는 이곳에서 한량인 듯ㅎ;;;
쌀쌀한데 출근 준비 잘 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새벽에 글을 자주 올리다보니 늦게 자는 이웃,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이웃이 훤히 보이네요ㅎㅎ

북다이제스터 2016-12-02 06:2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이미 출근했습니다. ^^
날씨 무척 춥습니다. ^^

AgalmA 2016-12-02 06:31   좋아요 2 | URL
이 새벽에 출근-0-; 대단! 물론 저도 사무실~ 제 경우는 철야지만ㅎㅎ
일 안하고 이거 쓰고 있으니 나중에 발등에 불이ㅠ.ㅠ;;;

북다이제스터 2016-12-02 06:33   좋아요 2 | URL
둘 모두 자본주의에 착취 당하는 불쌍한 프롤레타리아...?ㅠㅠ

2016-12-02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12-02 15:50   좋아요 2 | URL
예술은 끈기, 근성 없음 추진이 안되죠^^ 그거 하나로 악으로 버티며 스스로를 끌고 나가는 거 잖아요. 설렁설렁한다면 언제 그만둬도 그만인 취미로 한단계 내려가게 되겠죠. 취미의 의미를 깎아내리려는 건 아니고, 예술과 취미의 정도에 대해 비교했단 걸 알아 주세요~
 

***님이 선물해주신 민음북클럽 포인트로 40% 할인받아서 구입했습니다. ***님 감사합니다^^ 책탑이 또 가득...소품 구성이라 그나마 다행ㅎ;

전체적으로 연말에 읽을 만 한 책 구성입니다. 알라딘에 민음사 메리 헤르헨 시리즈가 검색이 안 되어서 안데르센 <성냥팔이 소녀>는 입력하지 못했습니다. 얼마 만에 다시 읽어보는 <성냥팔이 소녀>인가.

저는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외에 여기저기 실린 단편 몇 편만 봤는데요. 그가 쓴 단편이 160여 편 정도 된다고 하니 아직도 볼 게 한참 많습니다; 대단한 분량의 이유가 아내 젤다의 사치벽을 감당하기 위해서였다고 하죠. 젤다와 피츠제럴드 관계는 <위대한 개츠비> 스토리와 비슷하니 그런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던 듯.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는 단편 5편이 실린 단편집입니다. 제목이 딱 피츠제럴드스럽다 싶은 건 편견ㅎ? 임경선 작가는 여기 실린 <해외여행>을 ‘자신이 읽어 본 중 가장 낭만적이고 아련한 기운을 품은 피츠제럴드의 작품‘이라고 호평합니다. 추천 글을 썼기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직접 읽어봐야 알겠습니다.

시크릿 선물로는 버지니아 울프 양장노트와 세계시인선 엽서세트가 왔습니다. 세계문학 클래식 캘린더 은근히 바랐는데...췟. 그나저나 버지니아 울프 양장노트 포스 ㅎㄷㄷ... 이게 제일 좋음! 그런데 제일 저렴ㅎㅎ 홈페이지에서 3500원에 구매 가능하더군요.

다른 책들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에 비해 시집 커버들은 한참 못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추후 조정했으면 합니다.

내용 확인해보고 좋으면 다른 분께 연말 선물로 보내려고 했는데 이미 재고 부족ㅜㅜ...
그러고보니 알라딘도 굿즈 많잖아요. 알라딘도 블랙프라이데이 시크릿박스 한 번 기획해 보시길~ 빈말 아님^^

 

 

● 시크릿박스에서 처음 읽은 책 리뷰

ㅡ 백석《사슴》 : http://blog.aladin.co.kr/durepos/8948956

 

● 시크릿박스에서 두 번째 읽은 책 리뷰

ㅡ F. 스콧 피츠제럴드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 http://blog.aladin.co.kr/durepos/8968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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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떤 기념
    from 공음미문 2017-01-06 02:31 
    민음사 2016년 블랙프라이데이 시크릿박스 후기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 열 권을 받았습니다.상품으로 받을 책은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에서 본인이 직접 고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민음 모던 클래식 전집 쪽이 더 나은 게 많은데 그건 선택할 수 없어서 아쉬웠던...4권은 선물, 6권은 나에게 주는 선물.제세공과금 22%를 주더라도 이것은 이익! 1등 되어 30권 받았으면 선물 마구마구 뿌렸을텐데 안타깝습니다!제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가 없어 좀
 
 
[그장소] 2016-12-01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지니아 울프 노트 ㅡ는 화보같아요.^^
전 카뮈 것만 하나 있는데,
인기가 제법였나봐요 . 이 시크릿 박스~^^
전 구경만 했어요!^^ ㅎㅎㅎ
포스팅이 선물입니다~

AgalmA 2016-12-01 17:45   좋아요 1 | URL
예전에 칼비노 달력 노트 시리즈 살까 말까 했었는데, 이 정도면 살 걸 그랬어요ㅎ
저도 구경이 더 좋은데 이건 이리 되었네요^^ 여러모로 고맙습니다.

[그장소] 2016-12-01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몇자만 시를 옮겨 적고 카뮈 노트를 내버려주고있는데..줄이 없는 무선지라 ㅎㅎ예쁘게 정리가 안되서..ㅠㅠ

AgalmA 2016-12-01 17:51   좋아요 1 | URL
무선지는 그림그리기도 좋아 저는 무선지 애호가ㅎㅎ
그래서 몰스킨 플래인 다이어리를 사랑T^Tㅇ~~

[그장소] 2016-12-01 17:56   좋아요 1 | URL
우웅~ Agalma 님은 최적화 일듯했어요 . 진작 알았음 이런거 보내주는건데.. 벌써 낙서같이 써버려서.. 에궁.. 전 그림을 그릴일이 많지 않아서 유선지가 좋아요!^^

2016-12-01 1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12-01 17:55   좋아요 1 | URL
아..닉넴 ..지멋대로 오타네요!^^;; 분명 하나하나 정성껏 타이핑했건만.. 별 말씀을 .. ^^

AgalmA 2016-12-01 17:58   좋아요 1 | URL
저도 오타를 많이 내서 민망할 때 많아요^^;;
최근엔 ˝지나가네요˝를 ˝니나가네요˝로 적어 책읽는 나무님께 죄송했습니다ㅜㅜ 키보드 미워...

[그장소] 2016-12-01 18:09   좋아요 1 | URL
ㅎㅎ오늘의 불행 속에서 저를 웃겨주시는 당신~ 살앙함댜~^^♡♡♡

양철나무꾼 2016-12-01 1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보고 어쩌라는 겁니까, 철퍼덕~OTL.
저도 책 사고 싶어요~~~ㅠ.ㅠ
책뿐 아니라, 굿스까지 다 땡겨요~ㅅ!

AgalmA 2016-12-01 17:48   좋아요 1 | URL
저 시크릿박스는 민음북클럽 회원 대상(가입비 3만원도 있고;;)이라 알라딘엔 미리 알리지 않았어요^^;; 뭐 탐나는 거 있음 선물로 드릴까요?

[그장소] 2016-12-01 17:48   좋아요 1 | URL
ㅎㅎㅎ 늦으셨어요. 민음 시크릿은 동이 났더네요.. 어뜨케~

양철나무꾼 2016-12-01 17:50   좋아요 1 | URL
뭐, 어뜨케요~--;
사진만 어루만져야죠~ㅠ.ㅠ

AgalmA 2016-12-01 17:53   좋아요 1 | URL
그래서 이 글 말미에 알리딘도 시크릿박스 기획해 봐라 하지 않았겠어요? ㅎㅎ

[그장소] 2016-12-01 17:54   좋아요 1 | URL
오옷 ~ 시크릿 박스! 좋네요!^^

2016-12-01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12-02 00:09   좋아요 0 | URL
알라딘이 시크릿박스 이벤트하면 서재에 난리도 아닐 듯ㅎㅎ

지키미 2016-12-01 2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서울국제도서대전에서 민음사 시크릿박스 만원에 구입해서 세계문학전집 특별판 당첨된 적 있었네요. 아직 전시용으로 집에 있어요.^^*

AgalmA 2016-12-02 00:12   좋아요 0 | URL
와우~ 지키미님 운이 좋은 편인가 봅니다^^! 집에 놀러온 친구에게 자랑용으로 좋은데요ㅎ 다 못 읽으셔서 전시용이라고 하신 거지요. 그럴만한 양이죠^^

지키미 2016-12-02 0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특별판은 10권으로 되어있는데 디자인이 다 다르게 양장으로 되어있어서 아직 그대로 보관중입니다. 궁금하시면 사진 올려드릴까요?

AgalmA 2016-12-02 00:24   좋아요 0 | URL
책 얘기하는 곳인데 아직 인증사진 안 올리셨어요ㅎㅎ? 특별히 양장이라니 더 궁금하네요. 구경시켜 주십시오~^^

지키미 2016-12-02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올렸어요. 댓글로는 사진이 안 올라가서~~~

cyrus 2016-12-02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느 독자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있는 포크너의 <압살롬, 압살롬>이 故 장왕록 님의 예전 번역본을 표절한 증거를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출판사 측은 거의 한 달 동안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다가, 표절 이의를 제기한 독자에게 따로 답변을 보냈다고 합니다. <압살롬, 압살롬> 번역자과 연락하면서 사안을 정리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세계문학전집 이벤트 때문에 독자의 문제 제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점에 실망했습니다. 출판사 이벤트 때문에 문단 내 어수선한 상황들이나 출판사의 문제점이 잊혀질까 봐 걱정됩니다.

Agalma님 이벤트 관련 글에 초 치는 댓글을 달게 돼서 정말 죄송합니다.

AgalmA 2016-12-02 15:43   좋아요 1 | URL
전혀요. 불쾌라뇨^^ 그런데 그런 정보는 댓글이 아니라 정식 포스팅으로 알려야 되지 않나 싶어요?

제 이 글도 민음사 시크릿박스 내용이 어떠했나 내용의 퀄리티를 각자 생각해 보시라 하는 차원도 있었어요. 이런 이벤트가 자주 있으니 따져볼 필요가 있죠. 민음북클럽 포인트가 아니라면 사야할 정도의 매력있는 책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민음북클럽 회원일 정도면 한두 권 가지고 있는 책이 끼어 있을테니 더욱 그럴 테고요. 저야 저기서 가지고 있는 책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구성이 다 흡족하진 않았죠. 재미 차원에서 구매한 거고 금전적으로 손해도 아닐거다 뭐 나름 계산도 있었고^^

cyrus 2016-12-02 22:19   좋아요 1 | URL
표절 문제를 제기하신 분이 여기 알라딘에 번역본을 비교한 글을 여러 편 남겼습니다. 알라딘에 <압살롬, 압살롬> 검색하면 관련 글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분의 글을 보고 알았어요. 출판사 측의 정식 답변이 올 때까지 지켜보고, 정말 표절 사실이 확인되면 저도 공개적으로 글을 써서 알릴 생각입니다. ^^
 

 

 

 

 

2016년11월 24일에 펼쳐진 피에르 로랑 에마르(프랑스, 1957~) 연주는 로베르트 슈만(1810~1856) "갖가지 소품"과 죄르지 쿠르탁(헝가리, 1926~) "게임"을 교차했다. 정형적인 형식을 거부하는 아방가르드가 이번 공연의 특징이었다. 

죄르지 쿠르탁 "게임" 시리즈는 피아노 솔로와 피아노 앙상블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성격은 비트겐슈타인 "놀이"와 비슷하다. "게임"은 어린이가 처음 피아노를 받아들이며 건반에 반응하며 갖고 노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렇듯 한 곡 한 곡 연주할 때마다 감전된 듯 튀어 오르던 피에르 로랑 에마르. 그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 기복이 심한 화성 변화와 서정성이 뭉쳐 있는 음악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그것은 내가 음악에서 특히 느끼는 흥미이기도 하다.
 
싱긋 미소를 지으며 세 번의 앙코르 연주. 독특한 인문학 강의를 듣는 듯하게 만드는 연주자였다.

 

 

 

 

 

 

 

 

 

 

 

《메시앙 헌정 앨범》(독일 에코 클라식상), 《바흐:푸가의 기법》(도이치 그라모폰 데뷔 앨범, 황금디아파종상, 쇼크 드 몽드 뒤 라 뮈지크 상,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 《드뷔시 :24개의 전주곡》은 현대 피아노 음악의 교과서라는 칭찬이 자자하다.

 

 

 

 

올리비에 메시앙(1908~1992)은 음악을 '카톨릭 신학 교리에의 봉사'라고 생각했다.

신과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랑을 피아노를 통해 '새의 지저귐과 울음소리'로 표현하려 했다. 여러 선법과 불협화음, 인도네시아와 그 외 동양적 리듬, 반복과 반전의 효과 등이 메시앙의 전형적인 기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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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통과 고뇌에 대한 보고서
    from 공음미문 2016-12-04 19:47 
    나는 여러 언어로 누구나 참여해 만들어가는 위키 백과를 인간의 은유로 자주 느낀다.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탐구해 기록하고 누군가 그것을 보완 수정한다. 이곳 알라딘에 있으면서 나는 같은 느낌을 자주 받는다. 누군가(작가) 썼고 우리(독자)는 그것을 읽고 또 글을 쓴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작가일 수도 독자일 수도)가 또 다른 글(작품일 수도 리뷰일 수도)을 쓴다. 《슈만, 내면의 풍경》을 다시 읽으며 '나를 다시 만나 읽는' 기분이었다. 고뇌가
 
 
[그장소] 2016-11-27 0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식인의 항해를 생각나게하는 선곡이네요!^^


AgalmA 2016-11-27 02:28   좋아요 1 | URL
연주 스타일도 특이해서 보면서 듣는 재미를 주던 연주자였어요. 동영상 찾아서 보셔도 좋을 듯^^
이번 공연에는 없었던 드뷔시와 베토벤 연주는 어떤가 저도 찾아 들어보고 있는 중~

[그장소] 2016-11-27 0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웅 ~ 안그래도 유툽 항해중~ 찾아보려고~^^v

AgalmA 2016-11-27 19:20   좋아요 1 | URL
공연 때만 해도 살 수 있는 음반이 꽤 있었는데 어느새 품절이 많아져서 부득이 유튜브 신세 좀 많이 져야 할 듯;;

[그장소] 2016-11-27 19:30   좋아요 1 | URL
유투브 갔다가 곡 하나 듣다가 아래게 자동재생 그래서 이것저곳 많이봤네요~^^ 덕분에 ,
벌써 품절반이 ...많다니 ..링크를 복사해놔야겠네요.

yureka01 2016-11-27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찾아서 들어야겠어요..아침에는 소개시켜 주신 곡으로 ^^.

AgalmA 2016-11-27 19:23   좋아요 0 | URL
아방가르드한 곡도 있지만 서정적이고 친근하게 들을 만한 곡도 많습니다. 품절된 음반이 많아 알라딘에겐 안됐지만ㅎ; yureka01님도 유튜브로 찾아 들어 보시길요/
 

 

시라솔미파솔도...도시라솔미파솔도... 어떤 철학 이론보다도 어려운 비밀 같다.


캐논부터 그 유명한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 988에도 도시라솔미파솔도 변주가 있다.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났다. 도시라와 닮았나, 라솔미와 닮았나, 파솔도와 닮았나 이런 쓸데없는 생각은 항상 뒤에 온다. 저 우주에선 블랙홀이 이 비슷한 소리를 내고 있을지 모르지만 어떤 지구인도 아직 듣지 못한 소리, 인간의 귀는 들을 수 없는 소리. 그때 어떤 이는 추상의 세계로, 어떤 이는 상상의 세계로 향한다. 현실은 이 모든 걸 품고 있다. 보려고 하는 자, 들으려 하는 자에게 열린다는 문은 완전하다 말할 수 있을까. 표현과 현상 속에 압도되고 갇히지 않을 것. 흐림은 맑음도 품고 있다. 보이지 않음은 보임도 품고 있다. 항상 주체의 시점이 문제가 된다.


가문비나무와 단풍나무로 만든 바이올린, 양의 창자로 만든 현, 송진을 바른 말총으로 만든 채, 회양목으로 만든 오보에, 흐르는 물에 수차례 씻어내 만든 악보지, 악기를 만들고 연주하기까지 무수히 움직이는 인간의 뇌와 손. 생각해보면 너무도 이상한 수수께끼.


메르쿠리우스가 아폴로(아폴론)에게 건네준 최초의 리라는 거북이로 만들어졌다. 왜 음악의 신 자리를 주고 상업과 가축의 신이 되었나. 나라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거야. 두 신은 바흐가 살던 당시 교역과 음악의 중심지였던 라이프치히의 수호신이다. 지어낸 이야기들의 수수께끼.



오늘은 잠들 때까지 내내 도시라솔미파솔도 상태.




ㅡ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Tafelmusik Baroque Orchestra) 《 J. S. 바흐: 창작의 세계(J. S. Bach: The Circle of Creation)》LGArts, 2016. 11. 20)를 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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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1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2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2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춤, 연극, 서커스, 마임, 비디오, 영화, 그래픽, 음악을 결합해 만화경처럼 보여주는 독특한 예술 형식을 만들어낸 Philippe Decouflé(필립 드쿠플레)
그의 창의적인 연출 방식 때문에 '드쿠플러리(Decoufleries:드쿠플레 방식의)'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그는 뛰어난 안무가이면서 영화와 광고, 뮤직비디오 제작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는데 1989년 칸 영화제 폴라로이드 광고 은사자상도 수상했다. 캐나다의 유명한 서커스단 Cirque du Soleil(태양의 서커스)와 3대 프랑스 카바레 쇼 Crazy Horse Paris(크레이지 호스 파리)의 몇몇 작품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의 진가가 가장 화려하게 드러난 무대는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개막식이었다. 그의 나이 31세 때였다. 드쿠플레 상상력의 역동성을 "예술"이란 말 외에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Albertville 1992 Opening Ceremony

   

 


이번 내한 공연 Contact 》 (LGArts, 2016.11.11~11.13)는 선배 안무가이자 현대무용의 거장 피나 바우쉬  《 Kontakthof 》 (콘탁트호프, 1978)를 오마주 하여 명명한 것이라 한다. 《 Kontakthof 》를 연상케 하는 장면을 무대에 선보이기도 하는데, 《 Contact 》의 기본 콘셉트는 《파우스트》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거래를 하겠냐고 따라다니며 묻는데 주인공은 연애에 빠져 내내 딴청을 피우다 공연 말미에서 마침내 거래를 수락한다. 그 조건이란 게 고작 우스꽝스러운 솔로 무대.... 아, 지금 생각해도 너무 웃겼던 장면이었다.

 

 

피나 바우쉬  《 Kontakthof 》 에서도 유쾌한 장면이 많은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가져와 봤다.

 

 

 

 

《 Contact 》는 나이와 체형, 인종이 제각각인 16명의 출연진이 무용수, 가수, 배우 역할을 모두 소화하며 종횡무진 움직였다. 특히 거울을 이용한 만화경 효과를 통해 무대 위 출연자의 동작을 스크린으로 무한히 확장해 마법 같은 효과를 보여줬을 때 나는 보르헤스 영상이잖아!  마음속으로 탄성을 지르며 눈으로 빠르게 스케치를 했다. 이 장면을 그려 기억해두고 싶었는데 계속 시간이 없었다. 언젠가 꼭 그려 보리라. 정말 멋진 장면. 아래 영상에 잠깐 그 장면이 지나간다. 상자를 두고 남녀가 공간을 교차해 이동하던 연출은 다시 보고 싶은 명장면. DVD 판매를 했었다면 분명 샀을 것이다.




무대에 직접 참여하는 음악 담당 노스펠(Nosfell)은 다양한 창법과 함께 카리스마가 장난 없다-_-!

 

Philippe Decouflé 작품에 대한 이모저모

http://www.lgart.com/UIPage/Azine/Azine_detail.aspx?Id=55621&SearSt=&page=1


 "그저 제가 보고 싶은 공연을 만들 뿐, 어떠한 것에도 확신을 갖지 않습니다. 주로 공연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해 새로운 종류의 '엔터테인먼트'로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 작업의 대부분은 매우 진지하지 않은 것들, 때론 유치하기까지 한 것들에서 출발하지만, 그것들을 구현하는 방법은 매우 진지하고 정확한 편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TV를 덜 보고 공연장을 더 많이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만드는 이런 타입의 공연, 여러 예술 형태가 혼합된 공연들이 사람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ㅡ Philippe Decouflé

 


내게 환상을 제공하는 지상의 천재 한 명을 또 알게 되어 기뻤다.

내 꿈에도 나타나 공연을 해줘. 요즘 내 상상력 극단 실력이 너무 형편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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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11-19 05: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재 분위기가 너무 전쟁터 같아 올릴까 말까 하다가 올림. 누구에게라도 휴식이 되길 바라며.

겨울호랑이 2016-11-19 06: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드쿠플레의 작품을 Agalma님 덕분에 처음 알게 되었네요. 말씀하신대로 낯설지만,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관중들로 하여금 안무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 느껴지네요^^: 현대 무용을 잘 모르지만, 새로운 세계를 보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AgalmA 2016-11-19 17:58   좋아요 1 | URL
말없이 서로 공유하고 합일되는 느낌... 예술을 그래서 무한히 사랑하고 존경하게 됩니다. 맘에 드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yureka01 2016-11-19 07: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알림 포스팅이 없더라면 전혀 모르고 살뻔 했습니다....사람은 다양하고 종합적이라서 다른 세계의 이야기도 봐야 하니까요...잘 봤습니다.언제 기회가 되면 이런 공연 꼭 보고 싶어집니다.

AgalmA 2016-11-19 18:06   좋아요 0 | URL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재지변 속에서도 삶은 계속 되니까 두루 살피고 꾸려야죠... 빠르면 내년 쯤에도 다시 오지 않을까 싶은데 그땐 제가 미리 알릴께요. 가족과 함께 꼭 보셨으면 합니다. 혼자 보기 너무 아까웠어요. 삶을 풍성하게 하는 행복감을 주는 공연이었죠. 지난 주에 공연 보자마자 알릴까 하다가 중대차한 시국 분위기에 철닥서니 없이 보일 거 같아.... 그러나 오늘도 토요일. 하루이틀 지나 끝날 일들이 아닌 게 참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