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을 그리다
에드워드 B. 고든 지음, 노지양 옮김 / 북노마드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워드 B. 고든이 미국의 화가 Duane Keiser 에게 영감을 받아 '하루에 하나의 그림'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그가 살고 있는 베를린과 그 인근을 6년 넘게 그린 작품들을 담은 화보집이다. 하루에 하나라는 단순한 퍼포먼스 작업이라고 가볍게 치부할 습작 수준이 아니다. 15×15cm 캔버스라 무리한 작업은 아니었겠지만 하나 하나 내공이 느껴진다. 그것을 6년이나 했다니 그 끈기와 열정은 박수받기에 충분하다.


소셜네트워크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야기와 성찰을 담은 사진, 그림 책이 많은 것을 생각할 때,  고든이 매일 그림을 블로그에 올리고 이 책까지 내면서 그런 점은 부족한 게 아쉬웠다. 보들레르가 들라크루와를 비평하듯, 하이데거가 고흐의 신발을 비평하듯, 푸코가 마그리트를 비평하듯, 들뢰즈가 프란시스 베이컨을 비평하듯 하는 거까진 바라지 않고ㅡ자신이 자기 작품을 비평하는 것도 기이할 테니ㅡ롤랑 바르트가 쓴 <카메라 루시다>정도면 어땠을까. 뭐든 무리한 요구일까.


화가가 당시의 주변 상황이나 대기나 소리, 빠르게 스쳐가는 상념 등 좀 더 풍부히 담으려 했다면? 아마 고든은 순수히 화가 입장에서만 접근해 총체적인 관점의 기록은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 같다. 그의 그림은 흔한 풍경이나 정물에 그치지 않고 참 많은 이야기를 던지는데, 해석을 독자에게 맡겼다기 보다 나는 창작자가 놓쳤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잠깐, 더 중요한 무언가 걸리는 게 있다. 
장르만의 성격, 장르만의 완결성에 대해서. 
지금껏 이어져 온 예술 장르들ㅡ문학, 음악, 사진, 영화, 미술 등등ㅡ 이 모든 걸 다 담을 수가 있었던가. 그것들은 제각각 그 개성에 따른 한계를 가지고 있는데 현재 가장 포괄적 예술은 영화일 것이다. (게임은 매니악한 상태니 열외) 그럼에도 많은 장르들이 건재한 건 그 장르만의 독특한 개성 때문일 텐데, 고든의 이 책에 대한 내 아쉬움은 과한 요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갑자기, 사라진 예술 장르는 없었을까 궁금해진다.


빗속에서 춤을

 

 

(왼쪽) 얼어붙은 그림자  / (오른쪽) 붉은 태양

 

 

다이아몬드 나무

 

 

 

 민주주의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다이제스터 2016-12-02 06: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바일에 엄지만으로 글을 써도 이정도 훌륭한 글이 나오는군요, 정말 대단....^^

AgalmA 2016-12-02 06:29   좋아요 2 | URL
예전 메모를 수정한 거라; 양철나무꾼님 1일 1그림에 댓글 달며 문득 생각나서 올려 봤어요^^
북다이제스터님 밑줄긋기 뽑는 내공에 비하면 제 엄지는 이곳에서 한량인 듯ㅎ;;;
쌀쌀한데 출근 준비 잘 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새벽에 글을 자주 올리다보니 늦게 자는 이웃,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이웃이 훤히 보이네요ㅎㅎ

북다이제스터 2016-12-02 06:2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이미 출근했습니다. ^^
날씨 무척 춥습니다. ^^

AgalmA 2016-12-02 06:31   좋아요 2 | URL
이 새벽에 출근-0-; 대단! 물론 저도 사무실~ 제 경우는 철야지만ㅎㅎ
일 안하고 이거 쓰고 있으니 나중에 발등에 불이ㅠ.ㅠ;;;

북다이제스터 2016-12-02 06:33   좋아요 2 | URL
둘 모두 자본주의에 착취 당하는 불쌍한 프롤레타리아...?ㅠㅠ

2016-12-02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12-02 15:50   좋아요 2 | URL
예술은 끈기, 근성 없음 추진이 안되죠^^ 그거 하나로 악으로 버티며 스스로를 끌고 나가는 거 잖아요. 설렁설렁한다면 언제 그만둬도 그만인 취미로 한단계 내려가게 되겠죠. 취미의 의미를 깎아내리려는 건 아니고, 예술과 취미의 정도에 대해 비교했단 걸 알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