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연극, 서커스, 마임, 비디오, 영화, 그래픽, 음악을 결합해 만화경처럼 보여주는 독특한 예술 형식을 만들어낸 Philippe Decouflé(필립 드쿠플레)
그의 창의적인 연출 방식 때문에 '드쿠플러리(Decoufleries:드쿠플레 방식의)'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그는 뛰어난 안무가이면서 영화와 광고, 뮤직비디오 제작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는데 1989년 칸 영화제 폴라로이드 광고 은사자상도 수상했다. 캐나다의 유명한 서커스단 Cirque du Soleil(태양의 서커스)와 3대 프랑스 카바레 쇼 Crazy Horse Paris(크레이지 호스 파리)의 몇몇 작품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의 진가가 가장 화려하게 드러난 무대는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개막식이었다. 그의 나이 31세 때였다. 드쿠플레 상상력의 역동성을 "예술"이란 말 외에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Albertville 1992 Opening Ceremony
이번 내한 공연 《 Contact 》 (LGArts, 2016.11.11~11.13)는 선배 안무가이자 현대무용의 거장 피나 바우쉬 《 Kontakthof 》 (콘탁트호프, 1978)를 오마주 하여 명명한 것이라 한다. 《 Kontakthof 》를 연상케 하는 장면을 무대에 선보이기도 하는데, 《 Contact 》의 기본 콘셉트는 《파우스트》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거래를 하겠냐고 따라다니며 묻는데 주인공은 연애에 빠져 내내 딴청을 피우다 공연 말미에서 마침내 거래를 수락한다. 그 조건이란 게 고작 우스꽝스러운 솔로 무대.... 아, 지금 생각해도 너무 웃겼던 장면이었다.
피나 바우쉬 《 Kontakthof 》 에서도 유쾌한 장면이 많은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가져와 봤다.
《 Contact 》는 나이와 체형, 인종이 제각각인 16명의 출연진이 무용수, 가수, 배우 역할을 모두 소화하며 종횡무진 움직였다. 특히 거울을 이용한 만화경 효과를 통해 무대 위 출연자의 동작을 스크린으로 무한히 확장해 마법 같은 효과를 보여줬을 때 나는 보르헤스 영상이잖아! 마음속으로 탄성을 지르며 눈으로 빠르게 스케치를 했다. 이 장면을 그려 기억해두고 싶었는데 계속 시간이 없었다. 언젠가 꼭 그려 보리라. 정말 멋진 장면. 아래 영상에 잠깐 그 장면이 지나간다. 상자를 두고 남녀가 공간을 교차해 이동하던 연출은 다시 보고 싶은 명장면. DVD 판매를 했었다면 분명 샀을 것이다.
Philippe Decouflé / Compagnie DCA : Contact clip 3
무대에 직접 참여하는 음악 담당 노스펠(Nosfell)은
다양한 창법과 함께 카리스마가 장난 없다-_-!
Nosfell - Jaun Sev zul
Philippe Decouflé 작품에 대한 이모저모
http://www.lgart.com/UIPage/Azine/Azine_detail.aspx?Id=55621&SearSt=&page=1
"그저 제가 보고 싶은 공연을 만들 뿐, 어떠한 것에도 확신을 갖지 않습니다. 주로 공연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해 새로운 종류의 '엔터테인먼트'로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 작업의 대부분은 매우 진지하지 않은 것들, 때론 유치하기까지 한 것들에서 출발하지만, 그것들을 구현하는 방법은 매우 진지하고 정확한 편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TV를 덜 보고 공연장을 더 많이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만드는 이런 타입의 공연, 여러 예술 형태가 혼합된 공연들이 사람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ㅡ Philippe Decouflé
내게 환상을 제공하는 지상의 천재 한 명을 또 알게 되어 기뻤다.
내 꿈에도 나타나 공연을 해줘. 요즘 내 상상력 극단 실력이 너무 형편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