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도 서재에 뜸한 인간이었지만, 그간 참 적조했네요...  

사실은 책을 잘 못 읽고 있었어요. 결과적으로는 좋게 잘되었는데, 결행하기까지 심란하고 힘들고 괴롭고... 그런 나날이 두어 달은 넘게 계속되었거든요. 제가 어딜 다녀왔냐면, 음, 저 위에 있는 책들을 보시면 알겠지만 홋카이도에 다녀왔는데요, 왜 다녀왔냐면요,  

신혼여행 갔다왔어요. 

저의 동거녀 네꼬씨도 시집 가고, 저도 시집 가고... 이렇게 우리는 저희 어머니 바람대로 각자 짝을 찾아 "좋게 헤어졌"습니다 ^^  

제 혼인식은 아주 조촐하게 했어요. 작은 레스토랑 하나를 빌려서, 식구들과 친구들 모두 합해 40명 정도 모여서, 세 시간 넘게 함께 저녁을 먹고 축하 인사를 듣고 노래를 듣고 또 노래를 부르기도 하면서요.  저는 웨딩드레스를 입지 않았고, 좋아하는 살구색 원피스를 입고 신부임을 표시하기 위해 머리에 꽃 장식만 좀 했습니다. 제가 바라던, 부모님과 어른들을 위한 식이 아니라 온전히 저희를 위한 혼인식...  이렇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부모님들께 정말 고맙습니다. 일일이 말씀도 못 드리고 초대도 못 드린 많은 분들께는 죄송하고요... 

신혼여행은 원래 저희 커플이 좋아하는 제주도로 가려고 했는데, 아아, 날씨가 너무 덥고 성수기라서 비용도 많이 들어 포기. 어디 시원한 곳 없을까, 생각하다가... 그래, 홋카이도!! 요새는 일본 쪽으로 가는 비행기가 엄청 싸게 나온 것이 많아서, 예년의 반값 정도로 아주 싸게 잘 다녀왔답니다. 게다가 신랑은 해산물과 유제품을 엄청 좋아하고, 구황작물인 감자 옥수수 고구마 등도 엄청 잘 먹습니다. 그렇다면 홋카이도는 그에게 파라다이스인 거죠! 저는 꽃과 나무를 좋아하고 한여름에도 서늘하니까 저희에게 딱 맞는 여행지였습니다.  

9년 전, 혼슈에서부터 기차를 타고 홋카이도까지 혼자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14시간 동안 배를 타고 교토 쪽으로 내려오면서, 아, 나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 불끈! 이런 결심을 했던 곳인데, 짝꿍을 만나 함께 여행가게 되다니 왠지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신혼여행에서 한 일은,  

_ 삿포로 중앙도매시장 구경가기 (싱싱한 해산물 덮밥과 초밥을 먹기 위해서)

  _ 삿포로맥주박물관 구경. 삿포로 개척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꽤 괜찮은 박물관이었습니다. 게다가 생맥주가 엄청 맛있어요! (원래는 맥주 맛 보러 간 거였는데, 전시 내용이 엄청 충실해서 감동받았습니다.)

 _ 라벤더가 한창인 후라노, 메밀꽃과 감자꽃이 한창인 비에이로 놀러가기. 꽃을 원없이 봤습니다. 비에이는 이번에 처음 가봤는데, 이탈리아 남부나 프랑스 남부의 분위기가 났어요. 이런 데 갈 때마다 부러운 것은, 어쩌면 이렇게 닭백숙 오리고기 가든 하나 없고 모텔도 하나 없냐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무 데나 찍어도 멋있어요...    

"여기는 그냥 온통 감자밭 메밀밭 밀밭뿐이네... 어쩌면 '가든' 하나 없이 이렇게 고요할까..?" 

"여기 농부님들은 농사 짓는 게 더 좋은 거겠지. 농사만 지어도 잘 살 수 있다는 소리고. 우리나라 농부님들은 농사 짓는 게 싫고 돈도 안 되고... 그러니까 가든도 만들고 외지인들에게 땅 팔아서 모텔도 들어서고... " 

신혼부부는 비에이의 하얀 감자꽃 앞에서 이런 씁쓸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_ 눈이 워낙 많이 오는 동네라서, 눈이 오면 길이 다 묻히니까 길 끝에 화살표로 '여기가 도로의 끝지점이다' 하고 표시를 합니다. 중앙선 있는 자리도 표시해놓고요. 

 

_ 느릿느릿 달리는 노롯코 열차를 타고, 사방이 온통 초록인 구시로 습원에 구경 갑니다. 우포늪의 몇배쯤이나 될까요...?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헉 소리 나오게 멋있습니다. 습지의 강에서는 사람들이 카누를 타면서 구경하고 있더군요...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은 엄써요 ;; )  

그리고 삿포로 시내 서점에서는 엄청난 양의 요리책과 잡지들 앞에서 입맛을 다시고 왔습니다. 홋카이도는  일본의 식량기지,라고 불린대요. 정말이지 곳곳에서 싱싱한 채소와 유제품들(우유가 진짜 맛있습니다. 그러니 버터도 맛있고 치즈도 맛있고 푸딩도 맛있고 생크림빵도 맛있고...)을 만날 수 있고, 홋카이도의 음식점들은 이런 현지 재료들을 쓴다는 것을 가장 큰 자부심으로 여기는 듯했습니다. 가장 번화한 삿포로 역 앞에 있는 큰 빌딩에는 홋카이도 내의 농특산품과 가공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큰 가게도 있고요. 농사 짓는 사람이 대접받는 곳,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곳입니다. 이렇게 저는 잘 다녀왔습니다! 앞으로는 정신 차리고 책도 잘 읽고 글도 잘 써보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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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1-07-29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악!! >_<
먼저, 결혼 축하합니다!!
그리고 또 결혼 축합니다!!
다시한번 결혼 축하합니다!! ^-^


또치 2011-07-29 21:53   좋아요 0 | URL
레와님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
정말정말 고맙습니다!!!

마노아 2011-07-29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완전 멋져요! 오롯이 두 사람이 주인공인 멋진 결혼식과 농사 짓는 사람이 대접받는 곳에서의 신혼여행이라니요! 또치님 축하합니다. 그리고 정말 부럽습니다. 훌륭해요! 근사해요! 두 분 내내 행복하시기를!! 그리고 반가워요! ♡

또치 2011-07-29 21:54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반갑~~ 고맙습니다!
저 혼인식하느라고 속눈썹 연장술 받았는데, 눈화장에 관심 있는 마노아님이 생각났어요, 히힛. (지금은 절반쯤 떨어졌답니다 ㅋ )

마노아 2011-07-30 10:43   좋아요 0 | URL
저 지난 주에 속눈썹 증모술 받았는데 그게 같은 거죠? 저도 절반쯤 떨어졌어요. 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1-07-2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그리고 완전 부러워요 ♡.♡ 저희도 신혼여행 홋카이도에 갔었어야 했다며 엄청 후회 중~

또치 2011-07-29 21:56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감사!!
홋카이도 가면 휘모리님이랑 오이지군이랑 눈이 땡그래질 거 같아요, 맛있는 맥주와 음식들 앞에서!
이스타항공이 삿포로 취항해서 비행기삯 굉장히 싸졌어요! 가세요, 가세요~~~!! ^^

울보 2011-07-29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리는데 글을 읽으면서 참 부럽다,,그리고 참 멋지게 사시는 분이구나 싶네요,결혼 축하드려요,
행복한 이야기 앞으로 자주 들려주세요 왠지 많이 행복해질것 같네요,,,

또치 2011-07-29 21:56   좋아요 0 | URL
아아, 울보님... 고맙습니다. (눈물이 많으신 분인가봐요, 저도 그런데...)
씩씩하게 멋있게 현명하게 잘 살아보겠습니다!!

마늘빵 2011-07-2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축하해요. 막 알라딘에서 만났던 분들이 하나둘 결혼을...ㅠ 멋지군요! 이 비 피해를 겪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또치 2011-07-29 21:59   좋아요 0 | URL
아프님 오랜만입니다아~~ ^__^
삿포로에서 뉴스 보다가 완전 깜짝 놀랐는데, 와보니 서울시장은 '오세이돈'이 되어 있고 막...;;
그나저나 구두 홀딱 젖어서 어떡해요 ;; 신문지 뭉쳐서 안에 잘 넣어놓고 말려보아요... 흑...

무스탕 2011-07-29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 축하드립니다~
어디에선가 결혼하신다는 글은 읽은듯 싶은데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했네요.
멋진 결혼식을 올리신거 와방 부럽습니다. ㅎㅎㅎ

또치 2011-07-29 22:01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고맙습니다~~
좀 재미난 결혼식을 해보고 싶었는데, 신랑 신부가 몸개그도 하고, 축사해 준 친구가 "신랑의 장점은 소화기관이 튼튼하다는 것이다"라는 둥 웃기는 칭찬을 해줘서 하객들이 아주 즐거워했습니다요 ^^

네꼬 2011-07-29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 (<-모든 것을 말해주는 거 알죠?)

또치 2011-07-29 22:01   좋아요 0 | URL
히힛, 고마웡~~

2011-07-29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코죠 2011-08-05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꽥!!!!!!!!!!!!!!!!!!!!!!!!!
뚜아아아아아아악!!!!!!!!!!!!!!!!!!!!!!

나도 몰래 결혼해버린 얄미운 타조님하!!!!!!!!!!!몰라요 미워요 나 버리고 으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앙
이제 지구상에 멋진 여자가 정말 몇 남지 않았군요 다 날아가버렸어
고양이도 가고 타조도 가고 오즈마돼지도 가고...
다 갔군뇨!!!!!!!!


(뒤늦게야 소식을 알고 너무 놀래서 횡설수설)
아..축하해요 또치님. 너무너무나 근사하다!!! 저도 그런 결혼식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그건 용감한 부부만이 할 수 있는 것이죠. 동화책에서나 보던 결혼식이었겠다. 제가 거기 없었다는 게 너무 아쉬워요 ㅠㅠ

축하해요 또치님. 이렇게 우린 알라딘 새댁 시스터즈가 되었어요. 누가누가 더 밥 잘 하나(이건 내가 또치님한테 지겠고...) 누가 누가 책 더 많이 읽고 사나(이것도 네꼬님한테 지겠고...) 누가누가 토실토실 살이 오르나 내기하고 살아요. 그렇게 우리 행복하게 재미지게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감자처럼 캐면서 살아요. 아아, 나의 또치님, 이 아름다운 여인, 결혼을 축하해요. 축하하고 또 축하해요! 다음 생엔 저랑도 결혼해줘요!!!

2011-08-05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넛공주 2011-08-13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치님 결혼 축하드립니다! 선남선녀....
 

 

 

 

 

       

 

  

  요즘 나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하염없이 읽고 또 읽는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아이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알 수 없어지기만 할 때, 이런 생각을 하며 기운없어하는 건,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탓이라는 걸 이 무서운 할머니가 작품마다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영화 <정복자 펠레>에서 보았던 스웨덴 사람들의 혹독한 가난, 고된 이주노동의 현장을 기억한다. <그리운 순난앵>에 등장하는 아이와 어른들은 모두 그런 무시무시한 가난 속에 산다. 표제작 <그리운 순난앵>의 어린 남매는 심지어 부모조차 죽고 없다. 농부의 헛간에서 우유를 짜고 청소를 하며, 청어를 절였던 소금물에 감자를 찍어 먹는 것 외에는 먹는 것도 없다. 

남매는 겨울 동안 잠깐 열리는 학교에 다니는 순간만큼은 행복할 줄 알았지만, 거기서도 가난뱅이의 잿빛 티를 벗어 버리는 일은 너무나 어려웠다. 식어 버린 감자 몇 개를 구석에서 먹는 남매에게 팬케이크를 싸온 부잣집 아들은 “이런 음식 구경도 못해 봤을걸?” 하고 놀리고, 농부는 우유를 짜는 시간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르렁댄다. “앞으로 우리한테 재미있는 일이 단 한순간도 없을 것 같아” 울먹이다가 “이럴 거면 봄까지 살아 있을 이유가 없어”(<남쪽의 초원의 순난앵>에서는 더 세게 “차라리 봄이 오기 전에 죽었으면 좋겠어.”라고 번역되어 있다.) 하고 여동생이 말했을 때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예닐곱 살밖에 안 되었을 여자아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직설을 이 또래 아이들은 오히려 후련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린드그렌의 답이 바로 순난앵,이다. 학교를 마치고 나서 빨간 새를 따라 돌벽으로 난 문을 열고 들어간 곳, 남매가 어릴 적 살던 마을과 같은 이름이지만 보드라운 모래와 푹신푹신한 잔디가 있고 나무배를 깎아서 띄우며 놀 수 있는 곳, 팬케이크에 크림을 얹어주는 어머니가 있는 곳. 하지만 오빠는 우유 짜는 시간까지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둘러 순난앵을 나오곤 한다. 팬케이크를 잔뜩 먹었지만, 밖으로 나오면 허기가 몰려온다. 그리고 세상은 다시 잿빛이 된다. 하지만 정말 두려운 것은 순난앵에 다시는 갈 수 없게 되는 일이다. 겨울이 다 지나고 학교가 더 이상 열리지 않으면, 남매는 밖으로 나올 수조차 없다. 학교가 열리는 마지막 날 그들은 결심한다. 순난앵에 영원히 머물러 있기로. 
 
순난앵으로 들어가는 문을 조용히 닫는 마지막 장면은 너무 아름답고 슬퍼서, 나는 읽고 또 읽곤 한다. 어른이 된 나는 이 장면을 아이들의 죽음,으로 읽을 수밖에 없어 운다. (게다가 동생은 바로 앞 장면에서 “오늘이 내 인생에서 마지막 날이 될 것 같아.” 하는 말까지 하니까.) 천국으로 가는 아이들의 여정을 이렇게도 평화롭고 행복하게 그려낸 린드그렌 할머니는 참 독하시다, 어떻게 툭하면 이렇게 애들을 죽이면서 끝내냐...(이 작품집의 <에카의 융케르 닐슨>이란 동화도 그렇고, 아예 죽으면서 시작하는 <사자왕 형제의 모험>도 있다. 이 작품을 처음 읽은 스물몇 살의 나는 충격에 휩싸여 정신을 못 차렸음), 얘들아 이 세상이 다가 아니란다, 이런 얘기를 어쩜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게다가 아름답게 하시는 거냐고요, 이 지독한 비관주의자 할머니 같으니라고!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작품 속에서의 삶/죽음이 (어른들이 느끼는 만큼) 돌이킬 수 없이 분리되어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저, 어린 남매는 다른 곳으로 간 것일 뿐. 린드그렌 할머니는 이렇게 얘기한 것이다. 지금 발디디고 있는 곳에서 행복하지 않더라도, 너희가 행복해질 수 있는 때가 분명히 있으니, 얘들아 살아라, 순난앵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잘 견뎌라, 너희만의 순난앵을 꼭 찾아내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권정생의 동화, 그리고 미야자끼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히는 것이 무슨 힘이 되기는 할까요 하는 질문이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는 힘든 날, 나보다 몇백 배, 몇천 배는 더 비관주의자였을 이 (득도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남기신 지혜의 말들을 읽고 꺼내 보곤 한다. (<모노노케 히메>의 일본 포스터에는 "살아라" 라는 글귀가 강렬하게 씌어 있다. 갑자기 이 말이 어찌나 사무치던지... 이 말을 화두처럼 마음에 새기고 있다, 요즘엔.) 그래도 네가 뭔가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결국 고맙게 받아든다. 나도 지혜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 어린이날, 또치 씨의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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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1-05-0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추천!

또치 2011-05-05 15:42   좋아요 0 | URL
해피 어린이날, 치니님! ^^

마노아 2011-05-05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어린이 날이 다가왔다고 생각하니 또치님 생각이 많이 났어요.
이 서늘한 감동과 섬뜩한 현실감이라니, 목구멍이 불로 지진듯 화끈화끈해요.

또치 2011-05-05 15:43   좋아요 0 | URL
우앙... 저를 다 생각해주시고!!
놀러가기 좋은 어린이날이네요. 오늘 하루는 행복하게 꽃구경했음 좋겠어요!

웽스북스 2011-05-05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또치님. 멋져요 멋져!!!

읽는데 나도 같이 짠허네 그냥 ㅜㅜ

또치 2011-05-05 15:44   좋아요 0 | URL
웬디님 만나 아이스크림 얻어먹고 매실액 줘야 하는데!
예쁜 새옷 입고 나가는 날 연락할게요 흐흐흐.

2011-05-06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6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굿바이 2011-05-06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글이 참....또치님 글 읽고 자꾸 커피만 축냅니다 ㅜ.ㅜ

레와 2011-05-06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엉엉...ㅠ_ㅠ
 

 

언제부터인가 전주,라는 도시가 참 좋아졌다. 아마도 한옥마을이 예쁘게 단장되고 난 뒤부터였을 것이다. 영화 <약속>에 나와 더 유명해진 멋있는 전동성당을 둘러보았고, 성심여고 앞 베테랑 칼국수에서 깜짝 놀랄 만큼 맛있는 칼국수와 쫄면을 먹었고, 한옥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때마침 앞마당에서 열리는 재즈 공연을 보았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막걸리 한 주전자를 시키면 안주가 한 상 떡 벌어지게 나오는 막걸리집 골목에서 술 많이 못 먹는 나 자신을 미워하며 안주발을 세웠다. 푹 자고 일어난 뒤에는 평화동 성당에 가서 문규현 신부님이 집전하는 미사를 보고 왔다. 집에 와서도 한옥마을의 골목골목이 눈에 선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자꾸 생각나 침이 고여 왔다. 

지방 도시에 내려갔을 때 그 도시 고유의 색채를 찾을 수 있는 곳은, 슬프게도 그리 많지가 않다. 특히나 시내 한복판이나 주택 밀집 지역에 들어서면 '흠, 좀 후진 서울?' 이라고밖에 평가를 내릴 수 없는 도시가 대부분인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  그런데 전주는 고도 경주처럼 도시 전체가 개발제한에 걸려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한옥마을 보존지구뿐 아니라 도시 전체에서 고아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런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덕에 일부러 전주로 이주해서 조그만 가게를 열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는 듯하다.

<전주, 느리게 걷기>라는 책을 보면 전주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수많은 밥집과 찻집, 문화예술인 들에 대한 정보가 있다. 전주에 이렇게 멋진 곳들이 많았나, 새삼 놀랐다. 하루 나들이를 해도 좋고, 몇박씩 머물면서 맛있는 것들만 먹고 와도 몸과 마음이 풍성해질 것 같은 곳 전주.  이 책을 보면서, 가고 싶은 곳을 하나씩 점 찍다가 하루에 다섯 끼씩 먹어도 안될 것 같아 손꼽기는 포기했다.

그러나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니... 그곳은 바로 '다락방 감자탕'집! 

그 집 풍경을 묘사한 대목을 읽다가 푸하하 웃음이 나왔다. 이곳은 다락방님이랑 꼭 같이 가서 돼지 뼈다귀를 산처럼 쌓아놓고 감자탕을 먹으며 소주를 한정없이 마셔줘야 할 거 같은... 

 전주는 굳이 큰 도시가 되지 않으려고 해서 좋다. 으리으리하게 테마 파크를 짓는다거나, 관변 행사를 크게 연다거나 하지 않는다. 큰 행사라면 전주 영화제 정도? 굳이 서울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 도시, 자기네 고장의 음식과 문화에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도시, 그래서 전주는 시끄러운 축제를 벌이지 않아도 참 아름다운 것 같다.  

어제 오늘 부여에 다녀왔다. 작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6400억을 들여(이 돈이 도대체 어디서...?) '대백제' 테마파크를 짓고, 곳곳에 넓은 길을 닦아 놓은 모습이 내 눈엔 처연하게까지 보였다. 역사에서 大 자를 붙이는 건, 프랑스 대혁명 정도나 되어야 붙이는 것 아닌가? 스스로 나를 높이는 일이 이렇게 처량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냥, 작은 걸 인정하면 안 되나? 이건 다른 지방 도시를 가도 늘 마찬가지로 느끼는 감정이다. 

전주가 생각난다. 집집마다 특징 있는 안주와 함께 병맥주를 파는 '가맥'집들이 있고, 개성있는 안주를 경쟁하듯 내놓는 막걸리집들이 있고, 두 가지 다른 스타일의 콩나물 해장국집이 있고, 만원짜리 한정식 집이 있는가 하면 수랏상 버금가는 한정식 집도 있는... 자기 고장에 대해 자긍심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 그런 사람들을 만나러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찾아오는 곳 전주.  

다음에 가면 꼭 '다락방 감자탕집'에 가볼 테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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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11-01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전주가 참 좋아요. 가본 적은 한 번 밖에 없는데, 그 때의 느낌을 잊지 못해서.
아. 또 가고 싶다 :)

레와 2010-11-01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주, 저도 한번 가봤는데 첫인상이 좋았어요.
기회되면 한옥집에서 몇일 묵으며 가맥집도 가보고 아침에 콩나물국밥도 먹어보고..^^

언제 전주에서 깜짝 번개 이런거 해도 좋겠어요. ㅎㅎ

태그에도 공감백배!!

산사춘 2011-01-09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주, 전주, 전주!!!!!!!!!!!!!!!!!!!!!!!
전주 너무 사랑해요, 또치님도 사랑해요.
다락방님 감자탕도 이번 달 안에 사랑하려구요.
주변에 델구 가달라는 사람이 엄청 많은 전주여요.
 

지난 토요일엔 인제 점봉산에 다녀왔는데, 곳곳에서 억새 꽃대가 한들한들 흔들리고 있어 깜짝 놀랐다. 작년만 해도 계절이 바뀌는 것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흠 ... 나이탓일까. 변하는 모든 것이 참 속도가 빠르다 ㅠㅠ

억새를 보며 제주 생각을 했다. 10월말 11월초면 육지에선 한창 단풍 구경에 열을 올릴 때인데, 그때쯤 제주에는 억새가 가장 보기 좋다. 특히 한라산 주변을 돌아가는 산록도로 주변은 키가 큰 하얀 억새로 덮여 장관이다. 산굼부리 같은 데는 따로 억새 산책로를 근사하게 마련해 놓아서 연인끼리 "나 잡아봐라" 놀이 하기 딱 좋다 ;; 

꽃 피는 봄, 바다에서 놀기 좋은 여름, 이런 때는 제주 여행도 성수기여서 비행기삯도 비싸고 잠잘 곳도 붐비는데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11월초는 비수기라고는 하지만 제주의 정취를 누리기에 이만큼 좋은 때도 없는 것 같다. 비행기삯은 물론 숙박요금도 싼 시즌인데다, 왠지 이때는 생선도 더 맛있는 것 같단 말이지!! (방어나 갈치는 찬바람이 불어야 제맛~)  2박 3일만 휴가를 낼 수 있다면 단풍놀이 대신 억새 구경이 어떨까! 

 

억새를 찍은 게 없나 해서 봤더니, 이 사진을 찍은 날짜는 무려 12월 6일이군요...  여기가 바로 산굼부리입니다... 얼굴은 차마... 사진은 구리지만 걍 분위기가 이렇다고요 ;;

작년과 올해 '제주올레' 열풍 덕인지 제주 여행책들이 엄청 많이 나왔다. 그야말로 여행 가이드북도 있고, 제주올레를 걷고 난 뒤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로 쓴 듯한 에세이+사진집들이 올여름 휴가철 전에는 반드시 나와야겠다는 듯 쏟아져 나와서 올 여름에는 그 책들을 읽느라 나름 바빴다. (정작 나는 여름에는 제주에 못 갔음) 

이 책은 올해 4월에 초판이 나왔다. 제주올레가 16코스까지 소개되어 있고(9월 25일 현재 17코스까지 열렸다), 제주시와 한라산 주변, 이름난 오름, 맛있는 집, 다양한 형태의 숙박지, 골프코스까지 컨텐츠가 방대하다. 잡지처럼 사진도 시원시원하게 잘 배치되어 있고(어떤 것은 너무 관광 홍보용 사진 같기도 하지만) 설명글도 자세한 편이다. 다만, 비싼 음식점과 호텔, 골프코스 같은 곳에 대한 설명은 너무 보도자료 같은 냄새가 나서 슬렁슬렁 넘기게 된다. (나랑 별로 상관없는 곳이기도 하고 말이지.) 

작년과 올해 나온 여행책 가운데서, 제주 여행 초심자에게 가장 권할 만한 여행 가이드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혼자 여행할 예정인 사람이나 가급적 돈을 적게 썼으면 좋겠다는 사람은 이 책에 소개되는 음식점이나 숙박지가 별로 탐탁치 않을 수 있겠다. 홀로 여행하는 분이나 알뜰한 여행책을 찾으시는 분께는 정원선의 <제주 풍경화>라는 책이 가장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 

<스타일 제주>는 <제주 풍경화> 같은 책과는 대척점(!)에 서 있다고 봐도 좋은데, 고급스러운 제주의 명소들을 소개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재미나게 살펴볼 수도 있겠다.   

 패션 에디터 출신 저자가 쓴 책이다. 특급호텔과 부띠끄호텔, 수영장 딸린 풀빌라 리조트, 독특한 갤러리, 고급 스파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여기 소개된 곳들도 11월 비수기에 가면 비교적 싼값에 예약을 할 수 있으니 하루 이틀쯤 사치를 부리고 싶다면 가보는 것도 좋을...까? ^^ 

아, 나는 그런데 패션지의 한글 문장에는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 익숙해질 생각도 없고 말이지. 포도호텔 레스토랑에 우동 먹으러 가는 김에 비오토피아에 들러 박여숙 갤러리 같은 데 가봐야겠다고 생각한다거나, 이 책에 소개된 부띠끄 호텔을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둘러보니 9월 이후에는 1박에 17만원 정도니까 한번 질러볼까 고민하게 해준다거나, 제주 전통 가옥 형태를 그대로 살린 씨에스호텔의 회원으로 가입하면 31만원에 1박 숙박권 + 자잘한 혜택이 주어진다거나 하는 정보에 귀가 솔깃하게 해준 건 고마웠으나, 설명하는 문장들이 하나하나 참... 읽다가 읽다가 나중에는 막 웃어버렸다.  

 "보오메꾸뜨르 호텔의 인테리어는 젠 스타일을 기본으로 프렌치 감성이 더해졌다." "계량화된 서비스 대신 조용하고 프라이빗한 구조와 서비스로 특별함을 더했다"  "어메니티가 하나도 구비되어 있지 않아... " <-- 아니, 제발 좀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주세요. 젠 스타일은 알겠다고 쳐도 프렌치 감성은 어떤 것이랍니까?? 계량화된 서비스란 무엇이며 프라이빗한 서비스는 어떤 걸 말하는 거랍니까? 투숙객 각자 식성에 맞춰 아침식사라도 따로 준비해주나효?? 세면도구나 편의용품이 없었다고 해도 될걸 꼭 어메니티란 말을 써야 하나?? 이건 패션지가 아니라 단행본이니 어메니티, 컨씨어지, 이런 말은 좀 안 쓰거나 덜 쓰면 어디가 덧나나. 아아, 진짜 자기만 다 안다는 듯한 이런 문장 정말 싫다. (언어를 통해 자기가 속해 있는 계급을 상향해 보여주고 싶어하는 과시욕으로 보여 영 불편...)    

이 책 표지가 바로 11월쯤의 제주 중산간 풍경이다. 그리고 이 책은 정말 깨알같은 정보를 자랑한다. 제주 초심자가 아니라 중급 이상(?) 여행자, 남들 다 가는 곳이나 사람 많은 곳은 질색인 삐딱한 여행자, 혼자 여행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많지 않은 숙소 정보에서도 새로 생긴 게스트 하우스들을 잘  소개해놓았다.) 

음,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좀 씁쓸했던 것은 1) 나 제주 좀 아는 남자야, 당신은 나만큼은 제주를 몰라, 하는 듯한 약간의 허세가 느껴지는 문체  2) 오리엔탈리즘,이 아니라 제주엔탈리즘,이라고 해야 할까... 제주에서 인생 후반부를 보내야겠다고 결심한 나 스스로에게도 그렇고, 제주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부러 경계를 하는 것이 바로 이렇게 제주를 신비화하고 절대화하는 시선이다. 그런 것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제주도 결국 한국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한림에서 비양도까지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어떻게든 땅 장사 집 장사를 해보겠다는 욕망 또한 항상 들끓는 곳이다. 제주를 그저 자주 왔다갔다 할 뿐인 사람들에게는 도시의 원색적인 욕망이 탈색되고, 추억 속의 여성들을 우연히 만나기도 하고, 삶을 꾸리고 돈을 벌며 살아갈 곳이 아니라 소비하고 떠날 곳이기 때문에 그저 얼마간 머무는 아름답기만 한 곳일 수 있다. 이 책은 사진도 글도 아름답다. 하지만 '타자'의 시선일 뿐이었다. 정색하고 쓴 여행책 <올레! 제주 여행 바이블>이 훨씬 더 건강한 시선으로 느껴졌다. 

올레를 걸은 이야기를 책으로 낸 건 이제 너무 많아서, 앞으로 책을 낼 사람은 제주 전체를 돌아가는 올레 코스가 완성이 된 다음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하듯 전체를 다 돌아보고 책을 내야 할 성싶다. 

 

 

 

 

 

 

 

 

 

 

 

 

 

 

 

우앙... 정말 많다...!  어린이용 만화책까지 나왔으니... 

이 가운데는 '흠, 이건 일기장이면 족한데 왜 책으로 냈을까' 하는 것도 있었다. 올레 책들에 대해선 일일이 코멘트하기가 벅차다. 올레에 대한 정보를 굳이 이 책들에서 찾을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한 코스 정도를 그냥 걷고 나면 이 책들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이 다 쓸데없는 말로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억새가 피는 가을이다. 제주에 가기 좋은 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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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0-09-28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월초의 산굼부리는 저런 분위기군요. 여름겨울 빼고는 휴가가 없지만, 1박2일이라도 휙 다녀오고 싶어집니다.

또치 2010-09-28 09:25   좋아요 0 | URL
네, 바람 쐬고 오는 거 좋죠!! 저도 가끔 토요일 아침 비행기로 휙 갔다가 일요일날 저녁에 돌아오기도 하고 그런답니다 : )

치니 2010-09-28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으, 영국만 아니면 11월에 무조건 지르는 거였는데! 하지만 내년에 꼭!
우선 위 책들 중 두 권 보관함에 넣었구요, 올레 관련 글은 쓰지 말아야지 ㅋㅋ 결심했고요,또치님이 나중에 내려가시면 거기서 제주 관련 책 소개하는 작은 도서관 하나 만들어도 (오프로) 참 좋겠다 그런 생각도 들었고요. 앙앙 좋아요.

또치 2010-09-28 13:41   좋아요 0 | URL
도서관도 이미 많고, 북까페도 이미 많고... ;;
뭔가 창의적인 걸 해야 할 텐데요, 끄응!

2010-09-28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또치 2010-09-28 13:42   좋아요 0 | URL
네네네!! 저도 연휴 페이퍼 잘 봤어요. 걸으면 마음속에 잡념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많이 걸어요, 우리!!

레와 2010-09-28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제주..!

또치 2010-09-28 13:42   좋아요 0 | URL
혹시 침이 고이셔서 그런 거? : )

마노아 2010-09-28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사해요! 10월 말에 엄마는 제주 여행을 준비하고 계신데 억새를 잔뜩 보고 오실 수 있겠어요. 나도 막 날아가고 싶어요. ^^

또치 2010-09-28 13:43   좋아요 0 | URL
와, 딱 좋을 때 여행 가시네요. 산굼부리 꼭 가보시라 말씀 드려주셔요. 좋아하실 거예요. 근처 비자림도 좋고, 그 동네(조천 교래리)에는 토종닭 요리 잘하는 집도 있거든요~

바이런 2010-09-28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여름 끝자락에 제주도에서 정말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는데..이 페이퍼 보니까 또 가고싶어요 ㅠㅠ 끝없는 제주앓이..가을의 제주도 역시나 근사하겠지요? T_T 가고싶다!!

또치 2010-09-28 13:44   좋아요 0 | URL
흐르는 눈물이 느껴지는 댓글이네요 ㅠㅠ
우리 호시탐탐 다시 갈 기회를...

2010-10-14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요하고 청순한(?) 포크 음악을 하는 '재주소년' 두 사람은 학교를 제주에서 다녔다. 원래 일산인가에 살았던 거 같은데, 제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제주에 있는 학교를 가기로 마음먹었다고 들었다. 그래서 정말로 한 사람은 제주대에서 철학을, 또 한 사람은 한라대에서 실용음악을 공부했다고. (역시 예술가의 피에는 '결단력'이 흐르고 있는 것인가...) 

재주소년 2집에는 <봄비가 내리는 제주시청 어느 모퉁이의 자취방에서... >라는 연주곡이 있다. (위에 링크해놓은 음악입니다) 제주 중산간에는 비가 한번 오면 막 쏟아져 내려 무서울 때가 있지만, 봄날 시내에 내리는 비는 이렇게 조용하고 촉촉한 느낌이다. 제주 생각이 날 때는 이 음악을 틀어놓고 '지금 날씨가 어떨까...' 하면서 상상하곤 한다.  

재주소년은 이제 제주에 살고 있지 않지만, 음악가들 중에 제주에 내려가 있는 분들이 좀 있는 듯하다. 장필순, 함춘호(아니, 조동익 옵빠던가??), 그리고 또 몇분이 애월읍 어딘가에 살고 계시다고 들었다. 장필순, 함춘호 두 분이 만든 <그는 내 안에 있네> 음반 속지를 보면, 맨발에 커다란 리트리버를 발밑에 두고 편안한 모습으로 기타를 잡은 장필순 언니의 사진이 있는데 참으로 평화롭고 좋아 보인다. 애월의 집에서 찍었을 것 같은 사진.     

 (발냄새를 맡고 있는 뵨태 리트리버 같으니!  >.<  )

뭐 거창한 계획이 있어서라기보다, 살 곳을 찾아 자연스레 제주로 내려가게 된 사람들 가운데는 나이 어린 사람은 드문데, 20대에 결혼하자마자 제주로 내려가 살고 있는 참 예쁜 부부가 있다.  

한 다리 건너 아는 부부인데, 얼마전 KBS 인간극장에도 나와서 깜짝 놀랐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각각 광고와 북디자인 일을 하던 광국씨 정은씨 부부는 결혼하고 바로 제주로 내려갔다. 차 한잔을 마실 공간을 찾기 위해서도 돈을 지불하고 남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서울이 싫어 "나랑 결혼해서 제주로 내려가 살든가 아님 헤어지자"라고 단호하게 청혼(!)했다나. 

날마다 소풍을 즐기듯 제주 구석구석을 놀러다니기 좋아하는 이 부부는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광국씨가 북디자인 일을 해서 살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만 돈을 벌고 한달에 50만원 가지면 충분히 산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한다. 만사 태평하고 느긋하기 짝이 없는 이 부부가 어떻게 광고회사를 다니고 마감날짜를 지키며 살았는지 지금 모습을 보면 의아할 따름...  

여유를 얻고 창조적 에너지를 받기 위해 가난을 택하기란 그닥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용감하게 가난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세상이 조금씩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언제가 될지 공개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나도 수도권을 떠나 더 가난하게, 하지만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 것이다. 제주에서 살아가는 육지 사람들이 나에게 계속 용기가 되어주고 있다. 그들의 블로그를 뻔질나게 드나들며 날마다 혼자 좋아하고 있다.

 역시나 인간극장에 나와 유명세를 탔던 박범준 장길연 부부. 내로라하는 좋은 대학을 나온 젊고 예쁜 부부가 무주 산골에 묻혀 사는 모습을 사람들은 참 신기해했고, 찾아가서 보고 확인하고 싶어했나 보다. 그 등쌀에 괴로웠던 두 사람은 다른 곳을 찾아 헤맸고, 지금은 제주에 내려가 조천읍 와흘리에서 '바람도서관'과 함께  B&B(Bed & Breakfast)를 운영하고 있다. 박범준씨는 제주에 가더니 어린이들에게 제주를 알려주는 정보책도 썼네.   

나도 제주의 다양한 컨텐츠를 책으로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다. 부러 제주를 택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연도, 제주의 자연환경, 음식, 신화, 여성들 이야기 등도... 신나는 일이 많이 기다리고 있는 곳일 것만 같아, 제주를 생각하면 좋아하는 사람 생각하듯 가슴이 떨리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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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9-08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매혹시키는 제주도의 특별함을 저도 곧 만나고 싶어요. ^^

또치 2010-09-08 10:03   좋아요 0 | URL
가실 때 저한테 연락 주세요. 맛있는 집을 동서남북 구역별로 정리한 엑셀 파일을 드리겠습니다 ㅋㅋ

레와 2010-09-08 15:36   좋아요 0 | URL
(슬쩍)
또치님, 저 막 친한척 하고 싶어요.

^^;

또치 2010-09-08 21:31   좋아요 0 | URL
하하, 레와님 반갑습니다! 친한 척, 얼마든지요!! : )
맛집 파일 필요하면 말씀하셔요 호호

레와 2010-09-09 09:27   좋아요 0 | URL
시간 나실때, 날려주세요.
제 이메일 주소 입니다. vino4@hanmail.net

고맙습니다. 또치님!
제주 맛집을 다니면서 또치님을 생각할께요! 헤헤..:)

2010-09-08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8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8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0-09-08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극장에 나왔던 그 부부가 책도 냈군요. 그 인간극장,주위 또래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였어요.

또치 2010-09-08 21:35   좋아요 0 | URL
BRINY 님, 반갑습니다아~
음, 그 방송을 화제로 삼는 분들은 분명 좋은 사람들일 거예요 >.<
많은 사람들은 20대에 미친 듯이 일해서 뭔가를 '성취'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누구나한테 다 통용되는 가치는 아니잖아요. 그게 자기 몸에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기도 어렵고, 깨닫고 나서 다른 삶을 살기로 결단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 부부는 참 용감해요. 막상 자기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히히 웃고 말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