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이 되기 전에 꼭 해보라고 권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낯선 곳에서 석 달 이상 살아보기'다. 나는 철이 늦게 들어서 서른둘에 방황을 가장 심하게 했다. 그때 오사카에서 보냈던 석 달, 처음으로 혼자 밤기차에서 자고 다니며 홋카이도까지 올라갔다가 배를 타고 다시 교토로 내려왔던 여행을 잊지 못한다. 비로소 나 혼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때를... 

외국어도 자신없고, 어디 가고 쉬고는 싶은데 딱히 가고 싶은 나라도 없고... 하다면 제주도에서 살아보라고 한다. 도시의 편리함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제주 신시가지의 오피스텔을 얻으면 되고(한 달 단위로 단기임대가 되는 원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월세 50만원 안팎), 이방인이 된 느낌을 조금 더 진하게 느껴보고 싶다면 옛날 북제주군 쪽이나 서귀포의 한적한 동네에서 살다 오면 좋을 것이다. (민박을 하는 집에서 한달 이상 장기로 묵겠다고 하면 월 25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     
어디에 살든 차로 30분이면 바다에 갈 수 있고, 몸 고되게 등산하고 싶다면 한라산에 오르면 되고, 마음이 심란해 바람 좀 쐬고 싶다면 360여 개나 되는 오름 가운데 하나에 올라 실컷 바람을 맞으며 꺽꺽 외로움을 토해낼 수 있다. 명상에 잠기기 좋은 포인트가 사방에 널려 있다. 좀더 한적한 섬으로 가고 싶다면 가까운 가파도, 비양도 등으로 배를 타고 가도 좋다. 육지 음식과 좀 달라 처음에는 낯설 수 있지만, 생선과 돼지고기와 해조류가 들어간 음식이 뭐든 다 맛있다는 걸 알게 되면 하루에 다섯끼씩도 먹고 싶어진다. 동네에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구경만으로도 신난다. 서울에 가고 싶다면 공항이 그리 멀지도 않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나는 제주시가 춘천시보다 심리적으로 가깝게 느껴질 정도.) 여름이 상상을 초월하게 습하다는 것, 겨울 바람이 생각보다 매섭다는 것 빼고는 제주의 자연환경에서 단점이 무엇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제주가 좋아서 정말로 제주에서 몇년간 살았던 사람들이 쓴 제주 여행기들 가운데 두 권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여행자의 자세와 생활인의 입장이 섞여 있는 이런 책들이 요새 많이 나오고 있다. 어쩌면, 누구라도 제주에 오래 살면 책을 쓰고 싶어질 것 같다. 제주는 그런 곳이니까... (진짜로 몸을 움직여 책을 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 이들에게 우선 박수를!) 

이 책의 지은이는 잡지사 기자로 일하다가 지친 어느 날, '이런 곳에서 한번쯤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제주로 떠났다고 한다. "1년 있다 올게~" 했지만 2년을 있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섬을 잘 모르겠다고... 

지은이가 프롤로그에서 밝힌 대로 "제주의 참다운 맛과 멋은 유명 관광 명소에 있지 않다. 바닷가 작은 마을과 동네 사람들이 들르는 소박한 식당, 네비게이션의 실수로 우연히 접어든 한적한 오솔길이야말로 제주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간직한 곳이다." 라는 말에 동감하며 이런 여행을 하고 싶다 생각한다면 제주에 가기 전에 이 책을 보면 좋을 것이다. (저 말은 다른 모든 여행지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나는 생각한다만...)

제주의 곳곳을 서쪽 해안 / 서귀포 / 한라산과 중산간 / 동쪽 해안 / 제주시 권역으로 나누어 얘기해주고 있는데  잡지사 기자로 일했던 젊은 여성이라서 그런지, 사진도 참 아기자기하고 내용 설명도 비교적 꼼꼼하다. 걷기 좋은 곳, 생각에 잠기기 좋은 곳 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아이의 '체험학습' 결과물을 가져가야 하는 가족 단위 여행자나 (드라이브나 낚시 등을 즐기는) 남성보다는 혼자서 혹은 많아야 서넛으로 여행할 아가씨들의 취향에 어울릴 것 같다. 지은이의 관점에 동의만 한다면, 제주에 처음 가보는 사람에게도 기꺼이 추천하고픈 책. 일정은 짧지만 이름난 명승지는 다 돌아봐야겠다는 사람에게는 비추. 숙소와 식당 정보가 짧게 언급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은 주로 볼 것 위주로 쓰여 있다. 그리고 대중교통보다는 렌트카 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보는 것이 좋겠다.  

잠깐 딴 얘긴데, 난 '체험학습'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목에 가시가 걸린 것 같이 불편하다. 그냥 '물놀이장'이라고 하면 될 텐데 '물놀이 체험장'이라고 써놓은 걸 보면 우습기도 하고. 귤 따기 체험, 도자기 체험 ... 여행지가 될 만한 곳에 가면 사방이 '체험'장이란다. 이 말은 그곳과 나(혹은 아이들) 간의 거리를 영원히 낯설게 벌려 놓는 말 같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쓰는 말이니 계속 이러겠지. 좀 슬프다.  

 <제주 풍경화>는 책 제목에서 주는 느낌이 별로 없어서 '뭐 별거 있겠어' 하고 보았는데, 의외로 참 좋았다. 제주 초급자용은 아니고 제주 여행 중급자(?) 이상에게 추천. 다른 책에서 잘 볼 수 없는 정보가 꽤 많았다. 최근에 나온 책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작년 6월에 개관한 제주도립미술관이 얼마나 멋진 곳인지를 잘 얘기해줘서 내 마음도 므흣.  

또 딴 얘긴데, 제주에 가면 커피 마실 곳이 별로 없어 아쉽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지금은 곳곳에 좋은 카페가 많이 생겼다. 내가 추천하고픈 곳은 제주시의 '이레하우스'라는 곳과 제주도립미술관 커피숍이다. 제주도립미술관 커피숍은 물과 산이 어우러진 풍광이 너무 좋아서 '아아, 여기서 하루 종일 된장녀 놀이 하고 싶다아...' 생각했던 곳 ^^  미술품 관람도 좋지만, 여기는 커피숍 때문에 또 가게 될 거 같다.

다시 책 얘기!  이 책의 지은이는 73년생 남자이고,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숨을 돌리러 내려갔던 제주에서 '삶의 거처를 이곳에 두고 싶다'고 생각한 뒤 정말로 섬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대형 서점의 인터넷서점 컨텐츠 기획과 서비스 일을 하면서 1년에 십여 차례 서울을 오가며 산다고.  

그런데 이분은 '제주올레' 열풍이 살짝 못마땅했나보다. 뒤표지를 보니 '제주도' 하면 그저 '올레길'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라고 쓰여 있는데, 흠... 뭐 이렇게 도전적일 필요까지 있나 싶기도...  올레길을 한번 제대로 걸어본 사람들이라면 제주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생각할 텐데 말이다. 사실 올레라는 게 제주의 집앞 길을 가리키는 말이니, 제주에 살면서 여기저기 골목골목을 숱하게 돌아다녔던 사람들은 별스럽지 않게 다니던 길이 갑자기 올레길이 되면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이 마뜩찮았을 수 있겠다 싶다. 작정하고 '올레길'말고 다른 곳들을 소개해야겠다 마음먹은 것이 여러 곳에서 느껴진다 ^^ 

내가 이 책을 무엇보다 좋게 본 것은 '공정한 여행'을 위한 갖가지 세심한 서술 때문이다. 맛있는 횟집을 찾아가는 것도 좋지만 시장에서 싱싱한 생선을 사다가 요리를 해먹어보라는 권유나, 이왕이면 좌판을 펼치고 있는 할망들에게 먹을거리를 구입해보라는 얘기,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숙소를 꼼꼼히 소개하는 대목들이 자못 감동적이다. 그리고, 차를 갖고 다니지 않을 사람들을 위한 버스 정보가 정말 자세하다. 제주에 사는 동안 버스만 이용하면서 여기 쓴 모든 곳들을 걸어서 가보는 확인작업을 거친 끝에 나온 정보라고.    

총 40여 곳을 소개하는데, 꼭지마다 '볼멍놀멍'(주변의 볼거리, 놀거리) '잡술멍'(음식점) '쉴멍'(숙박업소) '탈멍'(그곳으로 가는 대중교통편) 정보가 아주 꼼꼼하다. 제주 여행책을 숱하게 보았지만 이렇게 자세한 책은 처음 보았고, 특히나 숙박지 정보는 지역 주민들이 운영하는 민박집과 비싸지 않지만 경치 좋고 소박한 풍광을 지닌 펜션과 호텔 들을 정말 잘 소개해주었다. 비수기 기준으로 1박에 10만원을 넘지 않는 곳들이 대부분이고, 어느 곳은 직접 홈페이지에서 예약해야 싸고 또 어떤 곳은 여행사를 통해야 싸다는 정보도 잘 소개해서 앞으로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난 빌붙을 곳이 있긴 하지만... ^^ 내 취미는 내가 좋아하는 곳의 숙박지 검색이거든요~) 

다음에는 육지에 살면서 제주를 자주 왔다갔다하는 여행(전문)작가들이 쓴 제주 여행책을 정리해볼 텐데, 음... 사실 나는 제주 사람이 쓴 <제주 여행법>이 가장 좋았고, 그 다음으로는 이 페이퍼에 소개한 두 책이 좋았다. 그래도 제주의 여러 가지 모습을 소개해주는 책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으니, 마음이 왠지 바쁘네. 아, 얼른 제주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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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i 2010-08-30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첫번째 책에 홀딱 반했던 사람. 작년에 다녀왔는데, 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제주병을 앓아요. 지금도 이 페이퍼를 읽으면서, 아 딱 한 달만 살다오면 좋겠다. 하루에 한끼 라면만 먹고, 한 달 민박집 25만원, 저가항공 왕복이면... 이렇게 계산을 하다가,
아, 우리 아이들은 어쩌지ㅠㅠ
이런 생각을 혼자 아주 짧게, 그러나 아주 심각하게 했답니다.
그런데, 이 페이퍼가 연재라는 거죠?
죽이십시오-_ㅠ

또치 2010-08-30 21:29   좋아요 0 | URL
제가 언젠가 제주에 집을 얻어 놓을 테니 그때 걍 애들 델꼬 내려와 놀다 가세요.
큰애는 제주에서 학교까지 보내시고, 음하!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친구들에게 방 한 칸 내주고, 제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어서 밥도 같이 먹으면서 좋은 글 멋진 그림 그리고 가라고 토닥토닥해주며 사는 게 제 꿈 가운데 하나...

치니 2010-08-30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쯤 되면 제주시에서 또치님에게 민간인 홍보대사 임명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오, 정말 추천 10개가 모자랍니다.
흠, 월 25만원도 땡기네요, 년세로 처음부터 살려면 조금 부담스러울 거 같고...

또치 2010-08-30 21:31   좋아요 0 | URL
어떤 부부는 귤 농장 하는 집에서 귤 좀 봐주는(?) 조건으로 농장에 딸린 집을 걍 얻어 살기도 했더라구요. 사는 데는 참 여러 방법이 있나 봐요 ^^

마노아 2010-08-30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치님의 제주 사랑도 누구 못지 않군요. 다음 편이 또 있으니 기대감으로 돌아가요~

또치 2010-08-30 21:36   좋아요 0 | URL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자꾸 먼곳에 마음이 쏠리나봐요. 그렇다고 거기가 낙원은 아닐 텐데... 뭐 이런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해요. 근데 가면 갈수록 마음이 끌리는 곳을 찾기가 쉽지는 않겠지요.
마노아 님 방학 때 꼭 가보세요~~~ ^^

코코죠 2010-08-31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친구들에게 방 한 칸 내주고, 제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어서 밥도 같이 먹으면서 좋은 글 멋진 그림 그리고 가라고 토닥토닥해주며 사는 게 꿈 가운데 하나라니요... 아아, 저도 또치님의 절친이 되고 싶어요. 아니면 그냥 아는 사람으로라도 있다는 게 너무나 영광이에요. 또치님은 뭘 드시고 살길래 이리도 멋진가요, 정말. 이토록 뭉클하신 분이라니 맙소사!

또치 2010-09-01 09:16   좋아요 0 | URL
안빈낙도를 좋아하실 것이 분명한 오즈마님도 대환영!!!!!

2010-08-31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1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7 0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분들이 송당리의 오름에 데리고 가주지 않았더라면, 보목포구에서 자리물회와 한라산 소주를 사주지 않았더라면, 제주시에 사는 분들이 운동삼아(!) 오르내리는 사라봉 별도봉에서 보는 제주항 풍경이 얼마나 멋진지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버찌를 닮은 '삼동'이라는 까만 나무열매를 맛보게 해주고, 산록도로 주변 어디에 산딸기가 지천인지 가르쳐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나도 제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런데 대부분의 제주 여행 책은 육지에서 나고 자란 여행작가들의 손으로 쓰였기 때문에 제주의 넓고 깊은 속사정을 조곤조곤 얘기해주기보다는 제주를 여행지로 며칠 훑고 지나갈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목적에 충실하다. 물론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나는 석 달에 한 번은 제주의 바람을 콧구멍에 넣고 와야 도시에서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거꾸로 일 년에 한두 번만 서울 바람을 쐬면 되도록 삶을 바꿔볼 생각이다.) 나는 왜 제주에 가면 외할머니 댁이나 이모 댁에 가는 것보다 마음이 편하고 좋을까. 저런 사람과 이웃이 되면 좋겠다, 하는 분들을 많이 만난 탓일 텐데 왜 유독 제주에 그런 사람이 많았을까... 를 이 책을 보면서 조금 짐작할 수 있었다.  

"여기 소개하는 음식점들의 대부분은 제주 사람들 사이에서 모르는 이가 거의 없을 만큼 유명한 곳들이다. 이곳들 중에는 제주도의 적은 인구수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하려면 줄을 서야 하는 곳이 많은데 특이하게도 일요일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든지 영업시간이 짧기도 하다. 주변의 서울 친구들은 그렇게 장사가 잘되면 휴일도 없이 하루 종일 장사를 해야 되는 거 아니냐 묻기도 했었지만 바로 그게 제주도 사람들이다." (256쪽 '제주 여행법 속 맛있는 여행' 가운데서)  

"가끔 TV 에서는 남보다 몇 시간 일찍 일어나고 몇 시간 늦게 자는 부지런으로 성공을 했다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거창한 배경음악과 함께 나올 때가 있다. 제주도에서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그런 장면을 보고 있다면 분명히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야, 저렇게까지 할 거면 성공 안하고 말겠다.' 이런 것이 제주도 사람들의 성공을 바라보는 쿨한 소견이다. 제주도는 정말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너무 잘 사는 사람도, 너무 못사는 사람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른 사람보다 더 성공해야지, 더 노력해야지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저 주어진 만큼에 만족하고 지금보다 조금만 더 나은 내일이면 된다. 집주소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고 모두가 성공을 위해 치이면서 달리는 서울에 살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항상 제주도가 그립다." (330쪽, '섬 사람 이야기' 가운데서) 

이 책을 쓴 홍창모 씨는 제주 출신의 디자이너다. "매번 갈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맞이하는 섬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하는데, 정말이지 재미난 이야기가 많았다. 제주 사람들이 산책하고 운동하는 공원(이런 데를 가보면 정말 작고 예쁘다. 한적하고. 최고다.), 관광객이 잘 찾지 않는 피서지, 시장, 바다가 보이는 동네 목욕탕 ... 334쪽의 적지 않은 책에는 마치 오래전부터 그 동네를 알고 지내던 사람처럼 제주를 여행할 수 있는 고급의 정보가 가득하다. 

읽으면서 깔깔 웃었던 대목이 있는데,  바로 제주의 응원전 이야기다. 

  북한의 카드 섹션을 연상케하는 제주 학생 축구리그 백호기 응원전 얘기다. 축구부가 없는 고등학교를 나온 친구는 군대 얘기에 끼지 못하는 여자들만큼이나 소외되어 술만 마신다고. 나도 말만 좀 들었지 이렇게 사진과 함께 제대로 된(?) 설명을 듣고 나니까 내년 3월에는 일부러 이 응원전을 보러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삼다수 이야기.  

 저자는 삼다수를 마시지 않는다. 나도 이 책을 읽고 가끔씩 사서 마시던 삼다수를 아예 끊었다. (사먹는 물 가운데서는 삼다수가 가장 맛있기는 한데... ) 이유를 간단히 얘기하자면, 물이 귀한 제주에서 지하에 곤히 저장되어 있는 용천수를 이렇게 내다 팔면 뒷감당을 어찌 하려는지 모르겠다는 것. 물이 귀한 섬의 물을 판매하는 곳은 전세계에서 제주도밖에 없다고 한다. 게다가 골프장의 잔디를 위해 엄청난 양의 지하수를 쓰고 있는 데다 농약 때문에 지하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말이다. 선조들이 어려운 환경을 이기며 고이 저장해둔 자원을 함부로 돈과 바꾸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저자의 바람인데, 아아 육지에 있는 우리는 어쩌자고 강바닥을 파대는 것인지... 왜 우리는 이렇게 당연한 바람을 어렵게 지켜가며 살아야 하는 신세인지... ㅠㅠ

<제주 여행법>은 흔한 관광지가 싫은 여행자, 제주에서 한 달 이상 살아보고 싶은 사람, 난 이제 더이상 제주에선 볼 게 없는 거 같아! 하며 자만하고 있는 콧대 높은 친구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제주 출신 친구 하나를 둔 것 같이 마음 든든하게 해주는 좋은 여행책.  서귀포 쪽의 유명한 관광지 이야기도 물론 있지만, 옛날 북제주군 쪽과 제주시 쪽의 숨은 명소들을 잘 알려준다는 것이 장점이다.  

단, 이 책에는 숙소 정보가 하나도 없고 결정적으로 지도가 그닥 친절하지 않다. 제주시권 / 제주 서쪽 / 제주 동쪽 / 서귀포시 권 등 네 부분으로 나누어 서술했고 책 말미에 간단한 지도 + 모델 여행코스가 붙어 있어서 실용적인 측면도 고려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지명만 대도 어디에 붙어 있는지 째깍 알아채는 '고급' 제주도 여행자라면 모르겠지만, 산방산이 어느 쪽이야? 협재 해수욕장은 제주시에 있나 서귀포에 있나? 하는 것이 헷갈리는 초중급 여행자에게는 아무래도 추천하기 망설여진다. 하지만 제주의 삶을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에겐 참 좋은 책이고, 여행 정보 측면에서 가장 좋았던 건 무엇보다 음식점 정보다. (여기서 언급된 집들은 정말 무시무시하게 맛있는 집들임. '대화동 신선생'이라 불리는 무자격 요리사 또치가 보장합니다.)  

제주 토박이가 쓴 책으로 빼놓을 수 없는 건 (사)제주올레 이사장 서명숙 씨가 제주올레에 대해 쓴 두권의 책.  

 단순히 제주올레가 생겨난 이야기뿐 아니라, 서귀포에서 나고 자란 저자의 체험이 맛깔나게 녹아 있어 좋다. <제주 여행법>에서 제주시 사람들의 삶을 엿보고, 서명숙 씨의 책에서 서귀포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제주에 대해 완벽한 공부가 될 것 같다.  

제주올레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새 코스 개장 행사가 있으면 내려가서 단체로도 걸어보고, 행사에 참여 못하면 사람들 북적이기 전에 얼른 걸어봐야지! 하면서 서둘러 내려가곤 했다. (헤헤, 그래서 ,<놀멍 쉬멍 걸으멍...> 어딘가에는 내 뒤통수가 나온 사진도 실려 있다 ^^ )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한 달에 한 코스씩 개장을 하니까 10 코스 이후로는 따라잡지를 못하고 있다.  

<꼬닥꼬닥 걸어가는...>이 출간되고 나서 바로 사서 보았고, 비행기표를 끊었다. 3월 어느날, 챙겨야 할 결혼식이 있는 것도 까먹고 충동적으로 내려간 이후로 한 번도 못 가서 몸이 달아 있던 참엔데 이 책을 읽었으니... 9월초라도 오후에 기온이 좀 높다 싶으면 바다에 몸을 담가도 괜찮은 곳이 제주다. 김녕 해수욕장에서 요트 투어를 할 생각인데, 돌고래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요트 투어 회사 홈페이지에 가보니 돌고래 씨가 "180회 가운데 123회 출현"했다신다 ㅋㅋ ) 어쨌든 배에서 내리면 바닷속에 최소한 무릎까지는 담가 보리라. 그리고 14-1 코스인 무릉 곶자왈 구간을 꼭 걸어보리라. 책에 소개된 '제1회 올레걷기축제'는 홈페이지가 열리자마자 참가신청을 해놓았다. 11월초다. 그렇다. 이 두 책은 정신없이 '제주 지름신'을 부른다. 부디 조심하시길. 

다음에는 제주에 와서 살아가는 육지 것들(제주 사람들이 외지인을 부르는 말 ^^)이 쓴 책들에 대해 얘기해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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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08-28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저에게 꼭 필요한 연재 페이퍼! 다음 편이야말로 왕기대! 또치님, 게으름 부리지 말고 ㅋㅋ 꼭 써주셔야 해요.
(아 물론 9월에 제주 다녀와서도 여행기 써주셔야 하고. 돌고래씨가 출연했는지도. ㅎㅎ)

또치 2010-08-29 23:06   좋아요 0 | URL
어익후, 치니님도 제주도 잘 아실 텐데...! 부끄럽사와 ;;

마노아 2010-08-28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편이 더 있다니 역시 기대치를 높여주십니다. 제주도 한 번도 못 가본 이 처자 가슴이 왈랑거려요.(>_<)

또치 2010-08-29 23:07   좋아요 0 | URL
엄훠, 마노아님 제주에 안 가보셨다고라!
방학 때 제주도 같이 가욧!!

rainer 2010-08-28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통수(!) 찾아봐야겠어요. ^^

또치 2010-08-29 23:08   좋아요 0 | URL
rainer 님 반갑습니다아~
뒤통수, 흐흐, 가로 세로 2.5mm 정도밖에 안 보여요.
그래도 책에 나온 게 영광이지요 뭐~

다락방 2010-08-31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외출할때 편의점에 들러 삼다수를 사먹곤 했는데, 이제 삼다수를 끊겠어요!
 

제주에 처음 갔던 건 15년 전쯤. 그땐 제주시와 서귀포시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바보였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온식구가 서귀포 일대를 돌아다녔다. 숙소는 제주시에 있어서 돌아가려면 (당연히) 한라산을 넘어야 했는데, 아아.. 서귀포의 날씨와 한라산 중산간의 날씨는 천국과 지옥의 간극만큼 컸다. 여기가 제주야 설악산이야 할 만큼 엄청난 눈과 비바람... 결국 우리는 산을 넘지 못하고 다시 서귀포로 내려가 바닷가를 빙빙 돌아 제주시로 귀환했다. 이것이 제주에 대한 나의 첫번째 기억. 

엉뚱하게도 제주 하면 하얀 눈밖에 기억나는 것이 없던 내게 제주를 새로이 보게 한 것은 한권의 그림책이었다. 권윤덕 선생님의 <시리동동 거미동동>.  

이 책을 냈을 무렵, 마침 제주와 서귀포에 '기적의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제주에서 작은 도서관을 운영해오시던 허순영 선생님의 제안으로 이 책의 원화 전시회를 열기로 했는데, 권윤덕 선생님의 열정과 꼼꼼함이 더해져 그냥 그림만 갖다 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제주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하게 되었다. 신동일 선생님이 노래도 만들어주시고 애니메이션 회사 '오돌또기'와 함께 짧은 애니메이션도 제작했다. 권윤덕 선생님은 제주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함께 서랍장을 만들어서 전면에는 그림을 붙이고, 서랍을 열면 그 그림과 관련된 사물들(제주의 돌, 해녀 사진, 물고기 사진 등등...)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까마귀, 아이, 토끼를 손가락 인형으로도 제작했다.  

담당 편집자였던 나는 이 일들을 진행하면서 제주에 여러 번 왔다갔다했다. 그림책으로 보았던 풍경들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가 입체영화처럼 자꾸자꾸 내 앞에 펼쳐졌다. 제주에서 전시를 도와주시던 분들,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도서관 개관을 함께 기뻐해주던 제주의 동화작가들은 나에게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었고, 오름 꼭대기에서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었다. 용눈이 오름, 다랑쉬 오름, 따라비 오름... 오를 때마다 나는 울었다. 그냥, 모든 것이 다 너무 아름답고 슬퍼서... 그래서 제주에 놀러간다는 사람들에게 꼭!꼭! 오름에 올라가라고 얘기한다. 마치 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일 거라고. 체력이 되면 다랑쉬 오름을, 안 된다면 용눈이 오름을 추천한다.

  

 

 

 

 

 

 

이 책들을 쓴 작가 오경임 선생님도 제주 분이다. 따라비 오름에서 라면을 끓여 주고 한라산 소주를 따라 준... <교양 아줌마>에 실려 있는 <숨비 소리>라는 단편은 참으로 걸작이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다. 언젠가는 더 스케일 크고 더 가슴 저미는 작품을 꼭 쓰실 거라고 믿고 있다. <주희>는 글과 그림 모두가 제주의 색이 잘 전해지는 작품이다.

 

 

 

 

 

 

 

이 책들에 그림을 그린 화가 이승민 씨도 제주 사람이다. 일하면서 맺은 인연을 이용(!)해 나는 참 뻔뻔하게도 제주에 내려가면 이 집 신세를 지곤 한다. (콘도 회원권이 있기는 한데, 거기서 머문 기억이 이제 희미하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 바로 아래가 집인데, 노루가 내려와서 애써 키워놓은 밭작물이랑 어린 나뭇잎을 망쳐놓고 가곤 했다. 그런데 이젠...  

아니, 세계자연유산으로 정해졌으면 가만히 잘 놔둬야지 왜 거기다 자연유산센터라는 콘크리트 건물을 짓는 걸까?????? (물음표를 몇 개 해야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라나) 거대한 건물과 주차장이 이 집 바로 뒤에 들어설 예정이다. (그나마 마을 주민들이 열심히 싸워서 주차장 규모를 축소시켰다.) 지금은 포크레인이 공사를 시작했다. 이렇게. (사진은 승민 씨 부부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왔다)  예민하기 짝이 없는 노루들은 어디로 숨어들었을까...  

 어, 그런데 원래 내가 쓰려던 글은 이게 아니었는데...  (그래서 글 쓰다가 지금 제목도 바꾸었다.)  

제주에 관한 (여행)책이 나오면 거의 다 읽어본다. '제주올레'가 생긴 뒤로 엄청 많은 책들이 나왔다. 깜짝 놀랄 정도로 많았다. 그 가운데서 내가 추천하고픈 책들에 대해 쓸 참이었는데, 개인적인 얘기들만 하고 말았네.   

그럼 본격적인 책 얘기는 다음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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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8-27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편도 기다릴게요. 아침에 제주도 여행 다녀온 직장 동료의 사진을 봤는데 여기서 다시 제주를 만나요.^^

또치 2010-08-27 11:59   좋아요 0 | URL
어젯밤에 마저 다 써버리려고 했는데, 기운이 딸려서 못하겠더라구요 ;;
괜히 기대감만 부풀리는 거 아닌가 몰라요 ㅜㅜ

딴 얘긴데,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가시나요? 전 티켓 일찌감치 샀답니다 호호호 ^^

마노아 2010-08-27 12:49   좋아요 0 | URL
가려고 하는데 아직 티켓은 못 구했어요. 언니가 조카 데리고 가라고 해서 고민이 되고 있어요. 조카는 이제 9살...ㅎㅎㅎ

치니 2010-08-27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음 편 기대! 제주에서 살아볼까 고민 중인데, 또치님의 고견을 듣고 싶어집니다.

2010-08-27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7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궁화 2010-12-30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주의 책을 찾다 우연히 만난 곳, 시간이 지난 후에도 다음 글을 찾지 못하는 것은 이 시대와 친하지 못함이겠지요. 마음에 드는 글 잘 읽었습니다.

또치 2010-12-30 14:30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
다음 글은 http://blog.aladin.co.kr/dotch/4148076 <-- 여기에 썼어요.
최근에 또 한권 괜찮은 책을 발견해서 올해가 가기전에 리뷰를 쓰려고 합니다.

 



내가 사는 신도시에는 온갖 대형마트들이 다 있는데, '마트를 끊겠다'는 결심을 거창하게 하지 않아도 1, 2년새 자연스럽게 마트에 발걸음을 잘 안하게 되었다. 공산품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사고, 식재료는 집앞 채소가게와 정육점, 5일장과 상설시장이 공존하는 일산시장 등지에서 해결한다. 집 근처 하나로마트는 그래도 자주 가는 편인데, 주로 유제품과 모두부를 사러 간다. (한포대에 300원밖에 안 한다는 중국산 콩가루가 아니라 국산 콩으로 만드는 정말 맛있는 두부가 그 안에 있다)  빵은 잘 먹지 않아서 살일이 별로 없는데, 필요하면 전철로 한 정거장 떨어져 있는 동네 빵집을 이용한다.  

왜냐, 마트에서 파는 것들은 정말 맛이 없기 때문이다. (채소와 과일에서 하나로마트는 좀 예외. 평균 이상은 한다.)

철따라 나오는 과일 먹기를 즐기는 나는 단골 과일가게가 두 군데 있다. 가까워서 만만하게 다니는 곳은 성당 앞에 있는 '일번지청과'이고, 좀 비싸도 정말 맛있는 과일을 먹고 싶으면 라페스타 앞의 '무지개청과'에 간다.  

일번지청과는 그야말로 '단골'이 되어서, 어디 과일바구니 선물을 해야 하거나 부모님 댁에 뭘 좀 사가야 할 때는 품목도 정하지 않고 그냥 주인 아저씨께 "제일 맛있는 거 주세요!" 하면 실패가 없었다. 냉해 때문에 과일 먹을 걱정이 태산 같았던 봄을 보내고 나서도, 일번지 청과에서 맛있다고 하는 건 다 달콤하니 좋았다. 좀 싸게 많이 먹고 싶으면 또 그런 종류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된다.  

'무지개청과'는 좀 비싼 집이다. 마트 > 일번지청과 > 무지개청과 순이다. 마트보다는 20%쯤, 일번지청과보다는 10%쯤 비싼데, 먹어보면 그 이유를 안다.

그 무지개청과에 오디가 들어왔다. 앵두는 이제 들어갔고, 오디와 산딸기가 나오는 철인데, 정말로 반짝, 한순간만 나오는 과일들이라, 있을 때 먹어야 한다. 까맣게 잘 익은 뽕나무 열매 오디는 정말 달고 맛있다. 얼른 먹지 않으면 뭉크러지니까 보자마자 흡입해야 한다!!  

그리고 산딸기란 녀석, 보면 볼수록 참 고혹적으로 생겼다. 보면 바로 입에 넣어야 할 것 같지 않은가.    

나는 얘들을 요구르트에 넣어먹는 게 정말 좋다. 잘 익은 오디를 달지 않은 요구르트에 넣어서 먹는 맛이란!! (내가 좋아하는 건 덴마크 요구르트 플레인~) 

조한혜정 선생님이 '마을'과 '단골'이 답이라고 하셨을 때, '그러게요. 하지만...' 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 동네 채소가게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걸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조그만 과일가게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서, 좀 비싸지만 맛있는 동네빵집이 오래도록 건재한 걸 보면서(나는 이 동네에 11년째 살고 있다) 그래도 세상이 아주 나빠지진 않는구나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치사한 상술로 사람들을 유혹해도, 좋은 거 맛있는 거는 일차원적으로 알게 되는 것 같다. 장사에 꼼수를 부려서는 오래 가지 못하는 법. (대형마트는 꼼수 빼면 뭐가 남나 몰라...)

5천원 주고 산 오디 한 팩을 거의 다 먹었다. 입술이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기분이 좋다. 바야흐로 오디의 계절이다. 더 즐겨야겠다. 

  우리 동네에 무슨 빵집이 맛있나 찾아 보려면 이 책을 참조하면 된다.  내가 좋아하는 가게도 물론 이 책에 나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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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6-24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오디!
저희 동네(시골)에서는 오돌개라고 했습니다.
지난 주에 시골에 가서 실컷 따먹고 어린시절이 그리워서 입술주변을 오돌개로 새까맣게 칠한 후 아이들에게 그때의 추억을 들려주었답니다.
저 산딸기도 참 먹음직 스럽네요. 한움큼 따서 입에 넣고 씹는 맛이 제법이었지요.
아웅 입안 가득 군침돌아요. ^*^

또치 2010-06-25 09:18   좋아요 0 | URL
실컷 따먹고 또 군침이 도시다니 흐흐 ^^
저도 주말에 이모랑 외삼촌네 동네 내려가(충남 홍성) 오디나 한가득 딸까 진지하게 고민중입니다.

마노아 2010-06-25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디를 먹어본 적이 있는 건지, 오디가 어떤 맛인지 떠오르질 않아요. 과일 가게로 달려가야겠어요.(>_<)

또치 2010-06-25 21:05   좋아요 0 | URL
네, 마노아님~~ 사라지기 전에 얼른 가세요!!! ^^

레와 2010-06-25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퇴근하고 장에가서 아삭고추를 2천원치 샀는데, 한봉지를 줬어요.
너무 행복했어요. ^^

또치 2010-06-25 21:09   좋아요 0 | URL
맞아요. 고기랑 생선은 없어도 별로 조바심이 안 나는데 제철채소가 없으면 뭔가 불안해요. 게다가 한봉지만 있으면 부자가 된 것 같죠 ^^
고추는 비타민C도 엄청 많다죠! 많이 드시고 예뻐지세요!!!

치니 2010-06-25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맛을 떠나서도 마트를 못 가겠어요. 들어가면 공황 상태에 빠지기 일쑤, 사람이 너무 많고 너무 시끄럽고 너무 무례해요, 모든 것이. -_ㅠ

또치 2010-06-25 21:09   좋아요 0 | URL
아아 무례하다는 말에 백배 공감. 그래서 저도 마트에 가야 한다면 아침 일찍, 혹은 문닫기 전 시간을 이용해요 ;;
 

나는 운동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음, 별로,라고 쓰고 나니까 이것도 거짓말 같다는 생각이 들려고 하네. 그렇다, 나는 운동하는 걸 매우 싫어한다. 그래도 걷기랑 등산하기는 좋아하는 편이라서, 평지를 4킬로미터쯤 걷는다든가(일산 호수공원 한바퀴 돌기), 적당히 볕 좋으면서도 선선한 날 북한산 대남문 코스(왕복 5시간쯤) 갔다오는 건 즐기는 편인데, 작정하고 근육을 단련시키기 위한 운동은 정말 하기 싫어한다. 피트니스 클럽은 등록할 생각도 안 한다. 거기 들어서면, 벌 서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으흑, 그런데...
내가 이번주에 읽기로 한 책은 바로 이것이다. <근육 운동 가이드>. (어휴 표지 정말 무섭다... 그래도 할 수 없어, 읽어야 해.)
왜냐면,
무릎에 연골연화증 비슷한 증세가 왔기 때문이다.
얼마전부터 무릎이 시큰시큰거리고, 특히나 지난주에 양평에 출장 가느라 두어 시간을 운전을 했는데, 그리 긴 시간도 아니건만 무릎이 말도 못하게 시린 것이 아닌가. 이건 사태가 심각하다 싶어 여기저기 물어도 보고 인터넷의 바다에서 클릭질도 해보고... 했더니, 연골연화증 증세인 듯하다. (관절염...까지는 아닌 것 같다 ㅠㅠ )
약을 먹나? 주사를 맞나? 노노노, 근육을 키우는 것말고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아아, 정말 싫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살고 봐야지.
나는 살이 찐 편은 아닌데, 체지방과 근육량을 따져 보면 비율이 꽤 심각하다. 그러니 사실 굉장히 살 찌기 쉬운 체질인 거다. 근육이 이렇게 없는 상태로 계속 살기 고집하면 앞으로 점점 힘들어질 것 같은 위기감이 살 떨리게 다가온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근육의 정체(!)를 샅샅이 파악하는 것이 이번주의 미션이며,
일주일에 세번 정도 하던 108배를 날마다 할 것이며 (내가 그동안 108배를 한 것은 잠을 푹 잘 자기위해서,라는 이유가 가장 컸는데 사실 108배는 여기저기에 운동효과가 꽤 좋다고 한다. 내가 하는 데는 20분쯤 걸리는데 땀이 꽤 난다),
더불어 누워서 자전거 타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나 집 앞 공원을 30분씩 걸을 것이다. 날마다.
사무실에서도 다리를 쭉 뻗고 일하려고 어린이용 스툴도 주문했다.

아아... 한여름에 운동이라니... 이런 비극이 있나.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면서 '이 정도면 운동이 되겠지?' 했었는데... 흑흑,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얘기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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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06-21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운동하려고 다리근육 키워주는 운동화도 샀어요. 또치님. 또 찌찌뽕.
저도 댓글 달아놨으니 꼭 운동하겠습니다.

또치 2010-06-21 12:42   좋아요 0 | URL
어, 웬디양님. 리복 운동화 샀어요? 나도 살까 고민중.
일단 이번주에 열심히 운동하는지 어쩌는지 봐서 하나 살까봐요.
(꼭 운동한다매!!!)

웽스북스 2010-06-21 13:07   좋아요 0 | URL
네네. 리복 운동화. 배달오면 신고 일주일에 세번 30분 이상 운동하는 게 목표 ㅋㅋㅋㅋ

마늘빵 2010-06-21 15:22   좋아요 0 | URL
어어 나도 운동화 사야 하는데 머 사야 하나 그러고 있어요. 운동화는 백만년만에 사는 거라... 잘 모른다눈. 리복 좋아요?

또치 2010-06-21 15:47   좋아요 0 | URL
아프님 / 리복 이지톤,이라는 운동화가 좋다고들 하네요.
근데 이건 제 맘에 드는 색깔(보라색)을 사기가 힘들어서
프로스펙스 W 시리즈를 살까 생각중이에요. 며칠 더 고민해보구요 헤헤^^

무해한모리군 2010-06-21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매일 걷기로 결심을 한지 삼일만에 자꾸 비가 와서요 ㅎㅎㅎ

근육운동을 해야 된다는데 그건 어찌해야 되는지 몰라서..라고 주장하고 싶어요 --;;

또치 2010-06-21 13:54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저도 고민 끝에 '근육'님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저런 학구적인 책을 읽기로 했다는...
전 이제 꼼짝없이 나잇살이 쪄요. 휘모리님은 젊으니까 괜찮아~~
(글고 왠지 근육도 많을 거 같아!!)

무해한모리군 2010-06-21 14:05   좋아요 0 | URL
배가 자구 나와서요 ㅠ.ㅠ
(요즘 원피스 입고 나가면 자꾸 사람들이 자리를 양보해요.
얼마전에 마트 아가씨가 막걸리 시식하려는데 '마시셔도 되요?'하지 뭐예욧!)
다리엔 근육이 많아욧!
굵다고 남들은 놀리지만 뭐 전 좋아요.. 더 굵어지지만 않는다면 ㅋㄷㅋㄷ

마노아 2010-06-21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릎이 아파서 토요일에 정형외과 가서 사진 찍었어요. 갑자기 무리해서 그렇대요.ㅜ.ㅜ
지금도 무릎이 아파요..ㅜ.ㅜ

또치 2010-06-21 15:07   좋아요 0 | URL
앗, 동병상련 ㅠㅠ
우리 같이 도가니탕이라도 한그릇 먹어야 할까봐요.

2010-06-21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6-21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굉장히 건강한 무릎을 가지고 있는데 무릎이 안좋냐는 물음을 들었어요. 이건 뭐임 -_-
저는 제가 안좋은건 머리밖에 안좋다고 답했지요. 그러자 그 친구는 '성격도....'라고 했어요. 이런 ㅠㅠ 돌았나봐요. 어떻게 감히 나한테 ㅠㅠ

저도 해야되요, 운동. 다이어트 해야 되요.
그런데 기분이 나쁘면 음, 살빠진 기분이 자꾸 들어서....그러니까 탕수육을 먹고 스팸을 구워먹고 순대국을 먹으면서도 제가 살빠진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물론 몸무게를 재진 못하겠어요. 무서워서요 --

그런데 살빠진 기분이라구요! 흑흑 ㅠㅠ (저 뭔가 술주정 하는것 같나요? 대낮인데 -0- )

또치 2010-06-21 15:09   좋아요 0 | URL
난 요새 살빠진 기분이라는 걸 느껴본 적이 없어요 흑...

다락님, 기분 나쁠 때 너무 에너지 많이 쓰지 말아요. 그건 진짜로 살이 빠져서 그럴 거예요. 에너지를 막 쓰니까 탕수육에 스팸이 땡기죠. 건강한 몸을 위해서라도 기분 좋~게 살아요!!

2010-06-22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3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10-06-24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근, 식스팩, 짐승남 저도 해보고 싶지만
당장 이넘의 뱃살도 주체할 수 없음에 또 좌절하고 마네요.ㅠㅠ
현상유지라도 해야쥥!!!
아뵤오~~!

2010-06-24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4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4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