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고 청순한(?) 포크 음악을 하는 '재주소년' 두 사람은 학교를 제주에서 다녔다. 원래 일산인가에 살았던 거 같은데, 제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제주에 있는 학교를 가기로 마음먹었다고 들었다. 그래서 정말로 한 사람은 제주대에서 철학을, 또 한 사람은 한라대에서 실용음악을 공부했다고. (역시 예술가의 피에는 '결단력'이 흐르고 있는 것인가...) 

재주소년 2집에는 <봄비가 내리는 제주시청 어느 모퉁이의 자취방에서... >라는 연주곡이 있다. (위에 링크해놓은 음악입니다) 제주 중산간에는 비가 한번 오면 막 쏟아져 내려 무서울 때가 있지만, 봄날 시내에 내리는 비는 이렇게 조용하고 촉촉한 느낌이다. 제주 생각이 날 때는 이 음악을 틀어놓고 '지금 날씨가 어떨까...' 하면서 상상하곤 한다.  

재주소년은 이제 제주에 살고 있지 않지만, 음악가들 중에 제주에 내려가 있는 분들이 좀 있는 듯하다. 장필순, 함춘호(아니, 조동익 옵빠던가??), 그리고 또 몇분이 애월읍 어딘가에 살고 계시다고 들었다. 장필순, 함춘호 두 분이 만든 <그는 내 안에 있네> 음반 속지를 보면, 맨발에 커다란 리트리버를 발밑에 두고 편안한 모습으로 기타를 잡은 장필순 언니의 사진이 있는데 참으로 평화롭고 좋아 보인다. 애월의 집에서 찍었을 것 같은 사진.     

 (발냄새를 맡고 있는 뵨태 리트리버 같으니!  >.<  )

뭐 거창한 계획이 있어서라기보다, 살 곳을 찾아 자연스레 제주로 내려가게 된 사람들 가운데는 나이 어린 사람은 드문데, 20대에 결혼하자마자 제주로 내려가 살고 있는 참 예쁜 부부가 있다.  

한 다리 건너 아는 부부인데, 얼마전 KBS 인간극장에도 나와서 깜짝 놀랐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각각 광고와 북디자인 일을 하던 광국씨 정은씨 부부는 결혼하고 바로 제주로 내려갔다. 차 한잔을 마실 공간을 찾기 위해서도 돈을 지불하고 남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서울이 싫어 "나랑 결혼해서 제주로 내려가 살든가 아님 헤어지자"라고 단호하게 청혼(!)했다나. 

날마다 소풍을 즐기듯 제주 구석구석을 놀러다니기 좋아하는 이 부부는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광국씨가 북디자인 일을 해서 살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만 돈을 벌고 한달에 50만원 가지면 충분히 산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한다. 만사 태평하고 느긋하기 짝이 없는 이 부부가 어떻게 광고회사를 다니고 마감날짜를 지키며 살았는지 지금 모습을 보면 의아할 따름...  

여유를 얻고 창조적 에너지를 받기 위해 가난을 택하기란 그닥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용감하게 가난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세상이 조금씩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언제가 될지 공개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나도 수도권을 떠나 더 가난하게, 하지만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 것이다. 제주에서 살아가는 육지 사람들이 나에게 계속 용기가 되어주고 있다. 그들의 블로그를 뻔질나게 드나들며 날마다 혼자 좋아하고 있다.

 역시나 인간극장에 나와 유명세를 탔던 박범준 장길연 부부. 내로라하는 좋은 대학을 나온 젊고 예쁜 부부가 무주 산골에 묻혀 사는 모습을 사람들은 참 신기해했고, 찾아가서 보고 확인하고 싶어했나 보다. 그 등쌀에 괴로웠던 두 사람은 다른 곳을 찾아 헤맸고, 지금은 제주에 내려가 조천읍 와흘리에서 '바람도서관'과 함께  B&B(Bed & Breakfast)를 운영하고 있다. 박범준씨는 제주에 가더니 어린이들에게 제주를 알려주는 정보책도 썼네.   

나도 제주의 다양한 컨텐츠를 책으로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다. 부러 제주를 택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연도, 제주의 자연환경, 음식, 신화, 여성들 이야기 등도... 신나는 일이 많이 기다리고 있는 곳일 것만 같아, 제주를 생각하면 좋아하는 사람 생각하듯 가슴이 떨리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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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9-08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매혹시키는 제주도의 특별함을 저도 곧 만나고 싶어요. ^^

또치 2010-09-08 10:03   좋아요 0 | URL
가실 때 저한테 연락 주세요. 맛있는 집을 동서남북 구역별로 정리한 엑셀 파일을 드리겠습니다 ㅋㅋ

레와 2010-09-08 15:36   좋아요 0 | URL
(슬쩍)
또치님, 저 막 친한척 하고 싶어요.

^^;

또치 2010-09-08 21:31   좋아요 0 | URL
하하, 레와님 반갑습니다! 친한 척, 얼마든지요!! : )
맛집 파일 필요하면 말씀하셔요 호호

레와 2010-09-09 09:27   좋아요 0 | URL
시간 나실때, 날려주세요.
제 이메일 주소 입니다. vino4@hanmail.net

고맙습니다. 또치님!
제주 맛집을 다니면서 또치님을 생각할께요! 헤헤..:)

2010-09-08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8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8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0-09-08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극장에 나왔던 그 부부가 책도 냈군요. 그 인간극장,주위 또래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였어요.

또치 2010-09-08 21:35   좋아요 0 | URL
BRINY 님, 반갑습니다아~
음, 그 방송을 화제로 삼는 분들은 분명 좋은 사람들일 거예요 >.<
많은 사람들은 20대에 미친 듯이 일해서 뭔가를 '성취'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누구나한테 다 통용되는 가치는 아니잖아요. 그게 자기 몸에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기도 어렵고, 깨닫고 나서 다른 삶을 살기로 결단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 부부는 참 용감해요. 막상 자기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히히 웃고 말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