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가 아주 어릴 때, 그녀는 강아지가 갖고 싶었다.
참고로 그녀는 나보다 20살 많다. 즉, 그녀의 어렸을 때란, 60~70년대를 의미한다.
그 당시에, 집에 가정부를 두고 살 정도로 풍족했던 그녀의 집에서 왜 개 한 마리
안 키웠는지 나는 모른다. 어쨌거나 그녀는 강아지가 너무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느 날, 그녀는 아마도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누군가로부터 '땅강아지'에 대한
이름을 접했고, 그 동물(?)을 만났다.
어리고 순수했던 그녀는 그 '강아지'는 땅 속에 살기 때문에 '땅강아지'일 뿐 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강아지를 입양(?)하기로 했다.
마음에 드는 한 녀석을 잡아다가 실로 목줄을 만들어서 묶어 놓았다.
그래놓고 밥 준다고 먹을 것이랑 물을 갖다 주었겠지.
그런데 왜 강아지가 자라지 않는지, 아직도 왜 그렇게 꼬딱지 만한지 어린 그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이뻐해 마지 않았던 강아지는....

이 녀석이다. ㅡ.,ㅡ..... 즉, 동물은 동물인데... 곤충이다.
메뚜기목 땅강아지과, 몸길이 30~35mm, 서식장소-땅굴생활.......
몸길이 4cm도 안 되는 그 놈의 목에 실로 '개 목줄'을 만들어준 그녀의 실력도 놀랍다.
그녀의 순수함이 최고치로 달하는 시기가 아니었을까.
나는 어릴 때, 하얀색 너구리 인형을 무척 좋아했다. 항상 껴안고 잤었다.
자다가도 인형이 침대 밖으로 떨어져서 보이지 않으면 나는 일어나서 다시 품에 안고 침대로 돌아왔다.
그런데 13살이 되자 어느 날 그 인형이 없어졌다. 나는 악을 썼다. 내 인형 어딨냐고.
이제 내가 다 컸고, 더 어린 아이한테 필요할 것 같아서 누구 줬단다. 나는 그 날...
괴성을 지르며 한바탕 난리를 폈다. 그 후로.... 내 단짝이 된 하얀색 곰인형은 지금까지 무사히 내 곁에 있다.
다른 인형들도 이젠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분명 내가 또 한바탕 난리를 칠 게 뻔하므로. -_-
어릴 때는 자기만의 친구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곤충이 되기도 하고, 인형이 되기도 하고, 어느 특정 사물이 되기도 한다.
어른들은 간혹 실수를 하기 마련인데, 어른들이 보기엔 별 것 아니어도 어린이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나는 그녀가, S가 '땅강아지는 보통 강아지처럼 될 수 없다'라는 사실을 어른들을 통해 알았을 때 얼마나
실망을 했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개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나는 내 너구리가 나한테 배신 당했다는 생각을 했다면, 너구리가 얼마나 슬펐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너구리가 새 주인을 더 좋아했을 거야,라는 끔찍한 상상은 하고 싶지 않다. ㅡ.,ㅡ
너구리는 나를 더 좋아했어야 한다. 날 원망할지언정.(웃음)
나는 누구에게나 마음 속에 순수함이 아직도 살아 있다고 믿는다.
단지 그들은 어렸을 때 처럼 순수함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을 쑥쓰러워 할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하늘에 퍼지는 비누방울을 보고 좋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