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얼린
지난 주에 Y가 우리 집에 바이얼린을 가져왔었다.
내가 방에서 한참 늦잠을 자고 있을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낮은 소리의 띵띵똥똥 소리.
나는 늘 그렇듯, 남들과 다르게 클래식처럼 우아한 음악에는 '수면제' 역할이 아닌 '각성제'
역할이 도져서 잠을 깨버린다...-_-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보니, 일찍 일어난 Y가 다른 사람들 깰까봐 현으로 못 켜고
손으로 바이얼린 줄을 뒹가당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내 얼굴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웃음..
"어? 바이얼린이네~?"
"아..네, 깰까봐 그냥 손으로..."
난 그 손으로 퉁가당하는 소리에 깼거든? -_-; (라고는 말하지 못 했다. 다른 사람과 다른 청각구조이므로)
"야아~ 나도 바이얼린 배울 건데, 나중에~"
잠도 깨지 않은 목소리에 세수도 안 하고서 털썩 Y 앞에 앉아 부러움의 레이져 눈빛 작렬(눈꼽 낀 눈으로)
을 보내주었다. -_- 힛.
그러자 내 마음을 알았는지 나에게 덥썩 바이얼린을 주더니 켜 보란다. 으흐흐흐흐.. +_+
나는 13살 때, (바이얼린을 어릴 때 부터 배웠던) M 친구에게 배워보려고 하다가, 내가 켜는 소리가 너무
끔찍해서 '바이얼린과 나는 별로 친하지 않은가봐' 하고 포기했던 쓰라린 추억이 있다.
그래서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조심히 바이얼린 줄을 켜 보았는데, 오옷,,,, 나는 감동을 먹고 말았다. ㅜ_ㅜ
생각보다 괴로운 소리가 나지 않았다. 아... 어릴 때 친구한테 좀 배웠더라면....(울음)
"바이얼린은 기타와는 달리 플랫이 없어서 음 잡기가 어렵죠~"
어....기타처럼 플랫이 그려져 있지도 않고 줄도 4개라서... 나보고 알아서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찾으라는데,
나한테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거 아님? -_- 바이얼린을....19년 만에 처음 잡아본 사람한테..너무하는 거 아님?
그래도 나는 (내가 내는 그 소리가) 너무 감동스러워서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을 계속 켜면서 좋아했다.
그러다... 곤히 자고 있던 N님께서 깨셨다. 욕 먹을까봐 바로 바이얼린 내려놓은....아, 이런 소심한...( -_-);
나도 나중에...꼭! 바이얼린 배우고 말테다.
피아노 배울 때 처럼 선생님이랑 실랑이 벌일지도 모르지. 나는..악보 보는 게 싫으니까...무식하게 음을 외워서
한다고 마구 뭐라 할지도 몰라. 하지만 괜찮아. 대게는 선생님들이 포기하거든. ㅋㅋㅋㅋㅋㅋ
나는 언제나 (되먹지 못한 똥고집으로) WIN ㅡ_ㅡv
내가 바이얼린을 배울 예정이라고 하자, Y가 다음에 올 때는 나한테 바이얼린 하나 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러면 엎드려 절을 할 것이다. Y님을 찬양해라~ ㅎㅎㅎ
▒ 그리스 조각전
며칠 전에, 서울로 그리스 신화의 조각전을 보러 갔다 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처음 가봤는데..좋더라..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청년의 디오니소스' 상이었는데, 그리스 말에는 남성을 여성처럼 부드럽게 조각하는 게
유행이라서 그랬단다. 그 시대의 특징은, 여성들은 천 옷을 입힌 모습이지만 남성은 대체로 나체다.
나체거나 말거나 나는 조각을 360도 빙 둘러 보면서 마음껏 구경했다. 역시 인체의 아름다움을 그 당시 조각이
당연 최고로 표현한 것 같다. (그런데, 서양인 치고는 거기가... 좀 작더라. 으하하하하하핫 !!!)
몇 달 전에, 친구랑 테라스에서 장난치면서 놀다가 내가 무심코 '생각하는 로뎅'의 자세와 비슷하게 취한 적이
있었다. 친구가 뭐라고 대꾸하자, 난데없이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이게 무슨 생각하는 오뎅이야!"
아.....OTL (털썩) 무식이 탄로난 순간...오뎅이라니...친구는 마음껏 비웃어 주었다...ㅜ_ㅡ
내 생각에 아마도 로뎅을 조각한 사람은 지금 다시 태어나서 오뎅을 팔지도 모른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래서 내가 찾아낼테다. 그러니까 내 입에서 오뎅이 튀어나온 건 우연이 아니죠?라고 우길테다. ( -_-);
▒ 빨간 실
어디서부터,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주로 '인연'을 '빨간 실'로 비유한다.
내가 이것을 처음 배운 것은, 마노님이 몇 년 전에 선물해준 동화책에서 한 번. 그리고 내가 우연히 빌려본
만화책에서 한 번 보았다.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인연 사이엔 보이지 않는 빨간 실이 이어져 있다고.
얼마 전에, 친구와 함께 발길 닿는대로 (아무 생각없이) 어떤 호프집에 갔더랬다.
거기서 친구랑 실컷 (일방적으로 나 혼자) 떠들어대고 있었는데, 뒤에서 누군가 아는 척을 한다.
오옷, 몇 년 전 끊어진 줄 알았던 인연을 거기서 다시 만날 줄이야. 신기했다....라기 보다는, 이 눔의 고성방가
큰 목소리가 방정이다. 게다가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말하는 내용이 똑같단다...ㅡ.,ㅡ
만나야 될 인연은 반드시 만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인연은 다시 만나고 싶어도 두 번의 기회가 없다.
▒ 겨털
지난 주에, 나는 우연히 욕실에서 거울을 보았다. (원래 씻을 때 거울을 잘 보지 않는다.. 뱃살을 빼긴 전엔..-_-)
무심코 팔을 들어보였다. 나도 겨드랑이에 털이 있나? 하고.
그랬더니 몇 개가 보인다. 요즘은 남자나 여자나 겨털을 뽑는 게 대세다. 암~ 나도 21세기판 지구인으로 살려면
대세에 따라줘야지~하고 집게를 가져와서 뽑아봤다. 끼아아아악~! 아프다... ㅜ_ㅡ
하지만 몇 개 안 되길래 다 뽑아버렸다. 그리고 한찬 동안 팔을 내리지 못 했다....
따끔한 걸 막으려면 겨드랑이에 밀가루라도 발라줘야...;;; 아헹헹~!
털이 몇 개 밖에 없어서 다행이다. 그거 뽑다가 황천 갈 뻔 했다...( -_-);
2,3일 전? C와 함께 거실에서 TV를 보면서 생각지 못한 정보를 접했다.
'3D 업종'에 대한 소개 프로였는데, 그 날은 소가죽을 정리하는 공장이었다. 즉, 소가죽을 지갑이나 신발, 의류
등을 만들기 위한 1차 공정 작업이었다. 소가죽의 털을 벗겨내는 과정에서 무슨 석회(?)을 사용하는데 그게 너무
독해서 조심한다고 한다. 사람 머리에 잘못 닿으면 몽창 빠진다고. 그래서 C와 나는 괜히 흥분해서 떠들었다.
"말도 안 돼~ 그럼 왜 여성들 제모할 때 저걸 사용하지 않는 거야?"
"아마도... 너무 독해서? 털만 빼는 게 아니라 피부에도 좋지 않으니까?"
우리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려는 듯 TV에서는 바로 그 과정을 보여주었다. 친절하게 그래픽으로 그려서.
문제의 그 뭐시기 석회 물질이 모공을 넓히면서 모근과 함께 모낭을 전부 녹여 버린단다.
나는 거기서,
"그럼, 그렇지. 화장품 회사에서 효과도 좋고 위험도 없다면 진작에 만들었을 거야." 라고 말했다.
그러자 C는 더 현실적인 답변을 했다.
"모공이 넓어지니까..그런가봐."
오옷, 여심을 아는 C. 그렇다. 아무리 제모가 확실하다 해도 모공 넓어지는 약을 여성들이 쓸리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소가죽 공장의 작업 내용을 끝날 때 까지 재밌게 보면서 그런 결론을 내렸다.
소가죽의 털을 제모하는 약품은 인간에게는 안 쓴다. ㅡ_ㅡv
▒ 화장실
오늘, 우리 집 배수관에 관련되어서(?) 공사를 한다. 그래서 S가 나보고 물을 쓰지 말랬다.
그래서 나는 세수도 못 하고, 볼일 봐도 화장실 물도 못 내렸다. ㅡ.,ㅡ
그리고 도서관에 가려고 땅콩잼과 딸기잼을 바른 샌드위치를 도시락으로 챙겨들고 책을 가방에 쑤셔가지고
나왔다. 그래놓고 PC방서 이래~ 놀고 자빠졌다. ㅎㅎㅎ (이제 가야지....)
도서관 가서 세수해야지~ 하고 나왔건만, 지금 시간 벌써 오후 3시 반이 넘었다. 에이, 오늘은 그냥 넘겨? ㅋㅋ
어차피 모자 쿡 눌러쓰고 나왔으니 내가 세수를 안 했는지 다른 사람이 알게 뭐람.
신기한 것은, 일어나자마자 세수를 안 하면 아무리 시간이 많이 지나도 잠에서 완전히 깬 것 같지가 않다.
어쩌면 나는 지금 꿈속에서 이 페이퍼를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일 일어났을 때 이 페이퍼가 없으면
자빠져 울지도 모른다. 얼마나 열심히 썼는데....하고 괴성을 지르면서. -_-
나는 블랙커피가 먹고 싶었다. 그런데 여기는 믹스...커피 뿐이다. 그것도 고양이가 오줌 싸다 만 것처럼 양이..
종이컵 반 밖에 안 나온다. 그래서 두 잔 째 마시고 있다. 믹스 커피는 맛있지만...다이어트 중인 나로써는...;;;
악, 오늘이 벌써 토요일인가?
즐거운 주말들 보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