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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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행동하는 주요한 동기는 무엇일까? 의식주일수도 있고, 아니면 사회적 지위, 권력, 명예일수도 있다. 성욕일수도 있고 인간이 가진 기본적 욕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행동의 동기는 무엇일까? 이것에 대한 물음을 체스 챔피언 사무엘 핀처의 의문의 죽음(사랑에 치여 죽다)으로부터 이끌어내면서 이 소설은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조사하면서 뤼크레스와 이지도르는 뇌의 여러 가지 기능들에 대한 핀처의 연구와 그 신비에 대해 실마리를 붙잡게 된다.

이 소설은 두 이야기의 동시진행적인 구성을 통해 사건을 풀어나가고 있다. 우연한 사고로 뇌의 활동을 제외한 모든 몸의 기능을 상실해버린 마르탱이라는 환자와 그의 삶을 도우려는 핀처박사의 또 다른 이야기를 통해 두 이야기는 나선형으로 꼬여서 사건을 이중적 시각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마르탱은 컴퓨터에 연결된 뇌를 통해 빠른 속도로 뇌의 학습을 해나가고 있으며 그의 세상과의 물질적 접촉이 사라진 후의 모든 행동의 동기는 자신에게 또 다른 삶을 살게 해준 핀처박사의 인정이 강력한 행동의 동기가 되어 핀처박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뇌의학분야에 관한 놀랄만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한다.

물질적인 세상 접촉이 단절된 뒤 그는 새로운 정신적 세계가 있음을 깨닫게 되고 컴퓨터와 연결된 뇌를 연구함으로써 그는 새로운 몸을 얻게 된다. 세상과 교류하고 직접적이고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도구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신적 영역의 감각이 생겨나면서 그가 느낀 것은 인간의 현실 파악이라는 것이 자신의 동기에 의해 제한적으로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의도한대로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자신의 현실로서 삼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마음에 따라 여러 가지 다차원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과 존재의 인식의 기관인 뇌를 연구함으로써 어쩌면 우리의 물리적인 세상 너머의 또 다른 세상과 또 다른 존재가 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물음에 이르게 된다. 그 열쇠는 바로 우리의 사고기관인 '뇌'에 있다. 우리는 다시 이렇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과연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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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앨런의 생각의 지혜
제임스 알렌 지음, 공경희 외 옮김 / 물푸레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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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아내와 휴대폰으로 입다툼을 하곤 한다. 그 입다툼은 때에 따라선 나에게 고통과 분노를 자아내게 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선 아지랑이 피어나듯 작은 행복감이 가슴속에서 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다툼은 갈등을 그 기본으로 하고 있기에 보통은 마음의 상처와 괴로움을 낳기 마련이다. 특히 6개월밖에 되지 않은 결혼 생활에 그녀에게서 미움과 분노의 생각 한 점이 생겨날 때에 나는 그것을 붙잡고 생각에 잠겨보기도 한다. 그러면 어김없이 내리게 되는 결론이 있다. 그것은 그 한 줌의 미움과 분노라는 것이 나의 이기심과 욕망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늘 우리의 사소한 다툼 속에는 이런 감정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것도 아직 신혼인지라 상대방의 모습속에서 당연히 발견되기를 바라는 자신의 기대와 욕구가 뒤틀린 모습을 하고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깨달을 때엔 내가 한없이 부끄러워지고 작아지고 만다. 저자의 말대로 나란 존재는 내가 하고 있는 생각 그 자체라는 사실이 확연해지고 만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나의 모습이 만들어진다는 확연하고도 명백한 사실 앞에서 나는 또 하나의 진실을 대하게 된다. 내가 아내에게 뒤집어씌우는 나의 기대와 욕망은 자꾸만 그녀에게 채울 수 없는 짐을 지우고 그것은 행복해야할 나의 신혼생활을 실망과 좌절로 이끈다. 그리고 나의 모습대로 내 아내의 모습도 만들고만다. 나의 의지대로 달라진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나를 괴롭히고 있는 괴물을 본다. 그 괴물은 바로 그녀에게 투영된 나의 자아의 모습이다.

이러한 사실이 명확해지면 비로소 나는 잘못이 온전히 나에게 있음을 깨닫게 된다. 좀 전에 분노의 칼로 그녀의 가슴에 생채기를 낸 그 휴대폰 마이크를 통해 이젠 사과의 말을 전한다. 내가 그녀에게 남긴 마음의 상처가 빨리 아물기를 바라면서.....그리고 나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한 업이 조금이라도 해소되길 바라면서..... 내 간절한 마음이 가닿게 되면 그녀의 가슴이 열리는 그 환희의 소리가 내 심장을 마구 두드린다. 콩다콩 콩다콩....

슬픔과 마음의 상처는 비로소 정화의 의식으로 새롭게 내 마음 속에 자리하게 되고 나는 비로소 그녀의 눈물이 가진 의미를 통해 사랑과 평화라는 마음의 보석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가 내 인생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알게 되고 그녀를 위한 올바른 마음씀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게 된다. 이제 비로소 심연의 어두운 길이 걷히고 여명의 빛에 의해 아침이 열리듯 마음 속 작은 오솔길 하나가 그 자태를 드러낸다. 그 평화와 행복이 깃든 오솔길을 따라 천국의 문으로 들어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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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버려라 - 잃어버린 삶의 복원을 위하여
제리 맨더 지음, 최창섭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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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 오후 여러분은 할일도 없이 텔레비전을 켜놓고 별로 재미도없는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지루해하면서도 딱히 또 할일이 없어 그냥 재미없는 텔레비전 앞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낸 기억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여기 미국사회에서 텔레비전이 가정에서 보편화되는 초기에 그 해악성에 대하여 이렇게 자세하면서도 분석적인 시도를 하였다는 사실은 놀랍다. 또한 그 분석이 지금은 너무나도 일상적인 매체가 되어버린 현대생활에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너무나도 큼은 또한 놀라운 사실이다.

저자는 텔레비전이라는 매체, 그 자체가 중립적인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텔레비전이라는 테크놀러지 그 속에 숨겨진 반민주성과 상품 이윤 논리 그리고 반생명적인 논리와 사기와 기만에 대해 저자는 철저하게 해부하여 우리 앞에 그 결과를 드러내놓는다. 사실 기존의 저서들은 과학기술과 대중매체는 중립적이며 그것을 이용하는 인간의 의지에 따라 선과 악의 모습을 달리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하지만 여기서 저자는 그러한 이데올로기가 가진 해악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에 이미 텔레비전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대안으로 텔레비전을 버리라고 한 저자의 식견은 대단히 선구적이다. 특히 텔레비전이라는 매체는 인간의 오감 중 시각과 청각의 감각만 사용하게 하고 그것도 서로 독립적이고 현실과는 무관하게 인위적으로 조성된 생명체의 기운이 죽은 감각만을 전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는 누구도 얘기한 적이 없는 자연광과 텔레비전을 포함한 인공광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는 점 등 우리가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매체의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영향에 대해 많은 근거있는 비판을 하고 있다는 점은 아주 독창적이고 선구적이다.

사실 텔레비전은 우리들의 많은 일과 후 시간을 흡수해버림으로써 우리들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생명체와 직접 접촉할 기회를 차단한다. 전자매체라는 상자 하나에 우리의 일생을 얼마나 많이 소비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더욱이 그것이 우리들의 사고와 감각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무디게 하고 소멸시켜버리는 죽음의 매체라는 것을 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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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데레사의 아름다운 선물 (반양장)
마더 데레사 지음, 베키 베니나트 엮음, 이해인 옮김 / 샘터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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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심게 하소서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심게 하소서' 하는 그녀의 기도문에서 나는 커다란 부끄러움을 느낀다. 지금까지의 내 삶은 비록 그것이 이기심과 탐욕을 추구하는 삶은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누구 한 사람에게 진정으로 위안이 되고 도움이 되는 삶은 되지 못했을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 책은 이해인 수녀님이 마더데레사의 간략한 전기와 그녀의 삶의 태도를 그녀의 행적이 남긴 메세지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그런 책이다. 깊은 침묵은 기도로 기도는 사랑으로 사랑은 봉사로 그리고 봉사는 마음의 평화로 이른다는 마더 데레사의 말은 이기심과 탐욕에 얼룩진 우리 일상의 삶에 조용하면서도 거대한 파문을 일으킨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버림받고 헐벗고 굶주리며 사랑을 잃고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며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봉사속에 자신의 삶의 이유를 찾는 그녀의 삶은 어둠 속의 등불이 되어 우리 삶의 나아갈 길을 비추어준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그녀가 가진 마음의 선물을 내가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조금이나마 내 삶 속에서 실현해내고 또 그녀처럼 조금이나마 나누어 줄 수 있는 마음의 선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내 삶도 그리 헛되지만은 않을 것이다. 여기 그녀가 권한 아주 작은 실천 하나를 나에게 그리고 이 책의 독자들에게 권한다. '우리는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단순한 한 가닥의 미소가 할 수 있는 그토록 큰 일에 대하여...' 내가 살아가는 삶에서 마주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에서 신이 현존함을 느끼고 그들에게 내가 나누어주고 돌려받을 수 있는 사랑이 이미 내 안에서 넘쳐나고 있음을 깨우친다면 내 인생은 보다 값질 것이고 우리 세상은 보다 아름다워 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마더 데레사가 남긴 아름다운 선물이 아니고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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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홀로 선 나무 - 조정래 산문집
조정래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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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닐 때 유난히도 난 슬프고도 애잔한 노랫가사를 좋아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 슬픔과 애잔함 뒤에 꿋꿋하게 도사리고 있는 강력한 생명력이 베어 있는 그런 노래들....'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마른 잎 다시 살아나'는 대표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었다. 그런데 조정래의 자서전적인 이 산문집을 대하면서 내가 드는 노랫말들이 바로 이것들이다. 누구나 홀로 선 나무.그러나 서로가 뻗친 가지가 어깨동무 되어 숲을 이루어 가는 것.그것을 저자는 삶이라고 불렀다.그의 삶속에는 치열한 역사의식과 사회의식이 지반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것은 자신의 이기심과 탐욕의 삶에 휘둘리지 않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이 책의 제목 뒤에 붙어있는 '그러나 서로가 뻗친 가지가 어깨동무되어 숲을 이루어 가는 것'이라는 말에서 그의 삶이 지향하는 방향성에 대해 우리는 알 수 있다.

작가로서의 소명을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진실에 의한 미래를 열어가는 것으로 알고 독재와 국가보안법의 압제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삶의 진실성을 추구해왔던 그의 30년 작가생활은 개인주의와 자유분방한 서구적 삶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젊은 작가들의 가벼움을 나무라고 있다. 대표작 '태백산맥'은 바로 우리 민족이 당면한 분단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 분단의 슬픔을 온몸으로 겪은 자만이, 그 분단의 슬픔을 지금도 직접 몸소 겪고 있는 사람들의 깊은 감정이입을 해 본 사람이라야 빚어낼 수 있는 글이었을 것이다. 소설가적 자질 이전에 그가 가진 사상이나 이데올로기에 앞서는 인간주의가 그의 커다란 그릇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의 인간됨은 청운스님이라는 아버지의 교훈이 컸다. 부주지로서 절의 땅을 소작인에게 무상분배를 주장하다 여순반란사건이 일어나자 주지의 밀고로 갖은 고문과 고생을 겪은 아버지의 모습에서 자연스레 민족을 알게되고 만해 한용운 선생님을 알게 되고 또한 민족과 역사의식을 아버지의 삶을 통해서 배우게 된 그는 자연스레 체득하게 된 이 민족적 현실 앞에서 두 눈을 감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의 삶과 사상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안다면 그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아직 읽지 않은 아리랑과 한강을 나는 어쩌면 더욱 잘 읽어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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