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홀로 선 나무 - 조정래 산문집
조정래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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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닐 때 유난히도 난 슬프고도 애잔한 노랫가사를 좋아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 슬픔과 애잔함 뒤에 꿋꿋하게 도사리고 있는 강력한 생명력이 베어 있는 그런 노래들....'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마른 잎 다시 살아나'는 대표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었다. 그런데 조정래의 자서전적인 이 산문집을 대하면서 내가 드는 노랫말들이 바로 이것들이다. 누구나 홀로 선 나무.그러나 서로가 뻗친 가지가 어깨동무 되어 숲을 이루어 가는 것.그것을 저자는 삶이라고 불렀다.그의 삶속에는 치열한 역사의식과 사회의식이 지반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것은 자신의 이기심과 탐욕의 삶에 휘둘리지 않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이 책의 제목 뒤에 붙어있는 '그러나 서로가 뻗친 가지가 어깨동무되어 숲을 이루어 가는 것'이라는 말에서 그의 삶이 지향하는 방향성에 대해 우리는 알 수 있다.

작가로서의 소명을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진실에 의한 미래를 열어가는 것으로 알고 독재와 국가보안법의 압제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삶의 진실성을 추구해왔던 그의 30년 작가생활은 개인주의와 자유분방한 서구적 삶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젊은 작가들의 가벼움을 나무라고 있다. 대표작 '태백산맥'은 바로 우리 민족이 당면한 분단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 분단의 슬픔을 온몸으로 겪은 자만이, 그 분단의 슬픔을 지금도 직접 몸소 겪고 있는 사람들의 깊은 감정이입을 해 본 사람이라야 빚어낼 수 있는 글이었을 것이다. 소설가적 자질 이전에 그가 가진 사상이나 이데올로기에 앞서는 인간주의가 그의 커다란 그릇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의 인간됨은 청운스님이라는 아버지의 교훈이 컸다. 부주지로서 절의 땅을 소작인에게 무상분배를 주장하다 여순반란사건이 일어나자 주지의 밀고로 갖은 고문과 고생을 겪은 아버지의 모습에서 자연스레 민족을 알게되고 만해 한용운 선생님을 알게 되고 또한 민족과 역사의식을 아버지의 삶을 통해서 배우게 된 그는 자연스레 체득하게 된 이 민족적 현실 앞에서 두 눈을 감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의 삶과 사상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안다면 그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아직 읽지 않은 아리랑과 한강을 나는 어쩌면 더욱 잘 읽어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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