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글쓰기 특강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논쟁거리를 다루고 있는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단순한 논리적 대립을 넘어 차마 입에 담지못할 욕설과 비난으로 가득찬 댓글들을 보게 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중들의 생각과 의식에 관심을 가진 위정자가 이런 글들을 보게 되면 그야말로 수준낮고 감정으로만 상황에 반응하는 우매한 대중이라고 생각할런지 모른다. 꼬리에 꼬리를 문 댓글이 무분별한 비판과 비논리적 감정싸움으로 이어질 때 내가 이 뻘밭에서 뭐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의 모습이라고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 부부가 싸울 때, 형제끼리 싸울 때, 부모와 다툴 때, 유심히 한 번 들여다보라. 과연 그들이 정말 싸우고 싶어서 싸우는지. 사소한 말 한마디가 애초에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싸움을 만들어낸다. 한쪽에서는 별 생각도 없이 던진 말이 날아가는 도중에 비수가 되어 상대방의 가슴을 찌르면 상대방은 더욱 무시무시한 무기를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예전에는 말이 사람들 사이의 주된 커뮤니케이션의 매체였다면 인터넷 시대에는 글쓰기가 그 매체가 되고 있다. 휴대 전화도 길지는 않지만 서로간의 간단한 정보와 사실을 교환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매체가 되고 있다. 글쓰기는 말하기와는 차이가 있다. 말하기는 일회성으로 허공으로 흩어져버리지만(물론 문제가 된 말이 모두 없어지지는 않지만 말이다)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이 글로써 표현되었기 때문에 언제든지 누구에 의해 옮겨질 수 있다는 점이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무한 복사와 전파의 특성을 감안할 때 글쓰기는 더욱 신중하고 상대방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이 사용하는 글쓰기는 말하기의 천박함을 거의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에 있어서나 사회적인 사안에 대한 생각의 교류에 있어서나 그 밖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생활 전반에서 글쓰기는 문제를 더욱 증폭시키기도 하고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책읽기의 붐이 사회적으로 분지도 벌써 몇 년이 되어간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어디에서건 책읽는 분위기는 어느 정도 정착되어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책을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구할 수 있다. 더구나 전국적으로 도서관의 수가 많아지고 신간서적들을 정기적으로 충원하고 있는 실정이니 책읽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책읽기는 타인의 인생을 간접 경험하거나 타인의 어떤 분야에 대한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한 글이기 때문에 읽는 행위가 새로운 사고능력과 창의성, 상상력을 개발하게 해주고 독자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독서를 하면서 생기는 단편적인 생각과 어떤 발상들은 대체로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책을 덮는 순간 허물어져버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전체적으로 구상해보고 창조력과 상상력을 발휘한 사유의 모델들을 정리하기 위해 글쓰기는 중요하다. 글쓰기야말로 책읽기의 완성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에서도 논술이라는 이름으로 글쓰기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며 입시에서의 비중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학 교수인 저자가 학생들의 글을 접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공간을 마련할 필요를 느꼈다. 이미 인문학에서 학문적 영역을 가로지르는 글쓰기로 유명하고 또 시원하면서도 날카로운 관점으로 사회현상에 대한 명쾌한 설명으로 정평이 나 있는 사람이다. 그의 글쓰기는 모두에서 '사회과학적 글쓰기'라고 밝히고 있다. 즉, 주로 논쟁문제에 대한 글쓰기 중심으로 책이 구성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논쟁문제는 서로 대립되는 두 시각이 있고, 어떤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 없으나, 한 쪽의 선택에 의해 그 사회적 영향이 큰 사회적 문제를 말한다. 대립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논점을 뚜렷이 하는 것이 필요한 까닭에 극단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글들이 많이 보이게 되고 이러한 점이 일반 대중들에게 소화되면서 논리적 요소는 사라지고 감정적인, 또는 자신의 지위나 입지에 서 있는 견해를 정당화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글쓰기가 화해하지 못하고 싸움을 위한 싸움으로 전락하게 된다.

거기에서 우리는 개념의 정확성이나 논리전개시 따르는 오류를 피하는 것이나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것과 될 수 있으면 대안을 명확히 제시하면서도 조화로운 관점에서 결론을 유도할 것 등을 배워야 한다. 적어도 사회과학적 글쓰기로서는 아직 저자만큼 해박하고 명쾌한 글쓰기 책을 아직은 우리 사회에서 발견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스스로가 충분히 글쓰기에 능하고 많은 저서를 써내려간 자신의 경험이 충분이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강단에서 학생들의 글쓰기를 지도한 경험까지 이 책에 그대로 살아 있다.

물론 글쓰기엔 사회과학적 글쓰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영역의 글쓰기도 있을 것이다. 철학적 글쓰기와 문학적 글쓰기 나아가 자신의 삶의 의미를 묻고 답을 찾는 종교적, 영성적 글쓰기도 있다. 그래서 모든 글을 이 잣대로만 해석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가치가 절감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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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8-02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추천하고 갑니다.^^

달팽이 2006-08-02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

파란여우 2006-08-04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의 즐거움> 사 놓고 그냥 있습니다.
인터넷 용어나 은어 비속어로 도배하는 글쓰기가 정말 많습니다.
이건 글쓰기로 볼 수 없고요, 일종의 허접한 의미없는 배설일뿐입니다.
글쓰는 일에 전문 작가가 아닌 한 특별히 무게 잡을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 날림으로 장난질하듯이 쓰는 글쓰기는 지양해야죠.
네, 저도 가끔 그 짓을 합니다만..--;;

달팽이 2006-08-04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으.. 저도 반성합니다.
때로는 이 짓도 지적 배설(제대로 소화를 시키지 못해서일수도...)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