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 들녘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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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까지의 나의 글쓰기는 책을 덮은 직후 책을 읽은 느낌이나 생각의 흐름을 적어낸 것이었다. 글을 쓰고 난 후 다시 제대로 교정을 본다든지 내용을 다시 구성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더구나 글쓰기의 계획을 세운다든지 결론을 어떻게 낼 것인가에 대한 준비는 애초부터 없었다. 그래서 나의 리뷰를 글쓰기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나에게 있어 글쓰기는 읽은 책의 내용이나 느낌을 다시 정리해보는 계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나탈리 골드버그는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바깥에서는 어떤 배움의 길도 없다.”고 했다. 사실 이제까지의 내 생각도 그러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조금씩 가다듬어지는 생각들과 늘어가는 표현력이 스스로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서 골드버그의 말은 어떤 면에서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지내던 어느 날, 리뷰를 쓰기 위해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놓은 나는 멍한 마음이 되어버렸다. 책을 방금 덮었지만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리뷰를 써야지 하고 생각하며 좀 더 자리를 지켰지만 결국은 다른 책을 들 수밖에 없었다. 그때 이미 글쓰기는 의무감이 되어 없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짜내게 하는 강제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집을 지을 때 우리는 설계도가 필요함을 안다. 그리고 필요한 재료도 구입해야 하고 그 재료를 집의 구조에 맞게 제작해야 할 때도 있음을 안다. 필요한 인부를 고용해야 하고 될 수 있으면 숙련자를 구하는 것도 유념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쓰기의 테마가 정해지면 필요한 정보와 가공된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글의 구성이 서론, 본론, 결론으로 짜여져 있어야 한다. 나아가 서론은 어떤 형식으로 구성하며, 본론은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전개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계획해야 한다. 결론은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두어야 한다.

 

  이렇게 준비된 글쓰기는 아무 계획 없이 쓰는 글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집짓기에도 꼼꼼한 계획과 좋은 설계도와 뛰어난 기술이 편안하고 좋은 집을 만들어내듯이 잘 구성된 계획은 이미 좋은 글쓰기의 바탕을 마련한 것이 된다. 이 책은 이러한 글쓰기의 이론과 전략에 대해 우리가 좋은 준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제까지의 나의 글쓰기를 둘러볼 때 가장 큰 반성이 바로 글쓰기의 전략 없이 즉흥적으로 써내려갔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준비 없이 지은 집으로 거친 비바람에 대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집짓기의 준비가 다 되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집짓는 날의 날씨와 인부의 수와 컨디션, 숙련도의 정도, 집짓는 기간도 많은 변수가 된다. 마찬가지로 글쓰는 사람의 심리적 요소(원고제출 마감기간), 그 날의 기분, 날씨, 글쓰는 이에게 일어난 사건이나 상황 등이 변수가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글쓰는 순간의 그의 생각의 흐름과 마음의 흐름이다. 그것이 자연스러우면 글도 자연스럽게 나오기 때문이다. 그것을 다듬는 것은 차후의 일이 된다.


  따라서 나는 다시 골드버그의 말로 돌아가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깊이 담아내고 책을 읽고 난 후 생긴 마음의 흐름을 잘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글로 옮기는 데에 구성력도 아이디어도 문장력도 필요하다. 글의 형식을 보다 문맥에 맞게 고치고 문단을 보다 적절하게 나누고 문장 간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하며 글 전체가 쉽고 재미있게 읽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책에 깊이 몰입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글은 항상 글쓴이의 마음에 그 비결이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글쓴이가 세상을 보는 특별한 눈이며 세상을 담아내는 아름다운 가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쓰기의 기법과 방법이 그 가슴과 만나게 될 때에야 비로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적인 글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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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7-24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을 보는 특별한 눈, 세상을 담아내는 아름다운 가슴... 맘에 새기고 갑니다.^^ 거기에 잘 된 설계도 한 장을 가지고 말이죠..

파란여우 2006-07-25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이 형식에 비하여 튀면 거칠고
형식이 내용에 비하여 튀면 사치스럽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님의 글은 중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조율성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종종해요

달팽이 2006-07-25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께 도움될지 모르겠군요...
여우님의 칭찬에 몸둘바를 모르는 달팽이 집 속으로 숨고만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