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의 어머니와 일흔의 딸이

늙은 소나무 아래서

빈대떡을 굽고 소주를 판다

잔을 들면 소주보다 먼저

벚꽃잎이 날아와 앉고

저녁놀 비낀 냇물에서 처녀들

벌겋게 단 볼을 식히고 있다

벚꽃무더기를 비집으며

늙은 소나무 가지 사이로

하얀 달이 뜨고

아흔의 어머니와 아흔의 딸이

빈대떡을 굽고 소주를 파는

삶의 마지막 고샅

북한산 어귀

온 산에 풋내 가득한 봄날

처녀들 웃음소리 가득한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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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3-22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주잔에 동동 띄운 벚꽃의 자태가 떠오릅니다.
매화를 꽃의 으뜸으로치지만 집 앞 도로에는 벚꽃나무가 지천이니
올 봄에는 벚꽃잎 소주잔에 띄워놓고 웃어 봐야겠군요.
풋내 나는 웃음, 세상에 여백으로 남겨놓고.

달팽이 2006-03-22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을 덮은 벚나무 아래서 술잔을 들고서
바람불면 잔으로 떨어지는 벚꽃잎들
우리 지난 사랑이야기로 밤을 잊었던
달빛은 가지 사이에서 비춰들고...
세상은 온통 눈으로 덮히고..

비로그인 2006-03-23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네요.(이 말이 참 촌스럽게 느껴집니다^^;;)

달팽이 2006-03-23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ㅎㅎ
그래서 더 좋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