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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몽쇄언 - 꿈과 인생
김대현 지음, 남만성 옮김 / 을유문화사 / 2004년 12월
평점 :
꿈을 꾼다. 우리는 꿈 속에서 펼쳐진 상황이 진실인 듯 느낀다. 우리의 몸도 꿈 속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꿈 속에서 달리면 숨차오르고 꿈 속에서 어여쁜 여인을 만나면 가슴이 달아오른다. 꿈 속에 빠져 있을 때엔 그 꿈이 현실이다. 하지만 깨고 난 후에 꿈은 그저 한 때의 소일거리일 뿐 나의 하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가 깨었다고 하는 이 인생이 한 편의 꿈이라면 어찌할텐가?
장자는 호접몽에서 꿈에 나비가 되어 꽃밭을 나는 꿈을 꾸다가 문득 깨어보니 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돌이켜 생각하메 나비의 꿈에 장자라는 인간이 등장한 것인지 장자의 꿈에 나비가 등장한 것인지 헷갈리더라는 이야기다. 그것은 우리들이 육체로서 느끼는 오감각들이 진실을 파악하는 데 한계를 가진다는 생각에서 보면 이 인생이라는 것도 진리를 접하기 전에는 한 편의 꿈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가끔 나도 꿈을 꾼다. 때로는 어떤 꿈이었는지도 기억되지 않는 것이 있는 반면, 때로는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도 기억되는 꿈이 있다. 처가 인천에 떨어져 살았을 때 나는 산아래에 집을 구해서 혼자 생활하고 있을 때였다. 그 때 나의 공부에 도움이 되었던 시기였는데 한 때 나는 꿈 속에서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꿈을 꾸게 되었다. 내가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한 여자가 자연스러운 속옷차림으로 내 옆에 눕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았지만 처가 아니었다. 순간 깜짝 놀라서 등을 돌렸는데 그녀는 뒤에서 길고도 검은(정말 새까만 머리가 얼마나 생생한 느낌을 주던지...)머리칼로 내 얼굴을 쓸어내리며 나를 뒤에서 껴안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꿈에서 깨었다.
친구들에게 가끔 이 이야기를 했더니 나보고 '바보'란다. 꿈에서 왜 굴러온 떡을 차버리냐.하는 것이었다. ㅎㅎㅎ...그러나 꿈 속에서 여인의 속살이 비치는 젊은 몸을 보고도 마음이 전혀 흥분되지 않았고 이상한 느낌만이 가슴을 가득 채운 나는 그 꿈을 이렇게 해석하였다. 내 속에 있던 낯선 모습의 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내 곁에 늘 있어왔던 그것이었다고...그것이 무엇이냐고? 그 때 난 나름대로 마음공부에 몰두하고 있었으니 내가 늘 바라마지 않던 그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할 따름이다.
삶도 한 편의 꿈이다. 하지만 우리는 삶 속에서 환상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여러 가지 것에 마음을 빼앗긴다. 예쁜 얼굴의 여자에게도 마음이 뺏기고, 좋은 아파트에도 마음이 뺏긴다. 멋진 차에게도 마음이 뺏기고 자식의 교육과 성장에도 마음이 뺏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욕망에 마음이 빼앗긴다. 자아에 혼을 빼앗기고 만다. 그래서 없는 괴로움을 스스로 만들어 마음에 쌓고, 희노애락의 마음을 짓는다. 세상은 아무런 의도없이 나에게 주어지는대도 나의 마음이 망견을 지어 스스로 힘들어하고 괴로워한다. 이런 인생의 꿈을 깨면 모든 것이 달라보이는데도 말이다.
이 책도 마음 속에서 큰 의심과 분심을 만들어내게 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과연 삶이 한 편의 꿈이라고 하는데 그럼 깨어난 세상은 어떠한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꿈에서 깨어날 수 있는가? 아침에 눈을 뜨면서 시작되는 꿈이 또 다시 잠들면서 다른 꿈으로 이어진다. 하루 24시간을 꿈꾸면서 살고 있는 우리들, 언제 그 꿈 한 번 깨어보고 죽는가? 아니, 죽는다는 꿈도 깨어볼 것인가? 깨어있지 못하면 지금 이것이 꿈이라는 것은 알고 살아야 할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