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 외 - 교양사상신서 18
플라톤 지음 / 육문사 / 199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판결에 대한 그의 변명과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의 그의 인생관과 삶과 죽음에 대한 견해를 피력한 것을 그의 제자 플라톤이 옮긴 것이다. 처의 서재에서 꺼낸 아주 오래된 책을 읽으면서 나는 소크라테스가 단순히 지혜로운 자였을 뿐만아니라 그가 삶과 죽음을 초월한 영적인 깨달음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면서도 자신에게 부여된 사명감을 한 치의 오차없이 수행하는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이다.

  변명에서는 소크라테스를 고소함으로써 자신의 명예와 지위를 유지하려했던 소피스트들에 대한 비판과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 결백의 주장을 자신의 면책을 위한 논리로만 했던 것이 아니라 그 연설 자체를 하나의 대화법으로 함으로써 상대방이 스스로의 논리적 오류를 인지하게 하고 스스로의 도덕적인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의 대화는 쉽고도 아름다우며 사람들의 가슴을 매료시키는 마음의 연금술이다.

  크리톤에서는 자신의 오랜 친구 크리톤이 탈옥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소크라테스를 설득하지만 오히려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통해 그를 어쩔 수 없이 만들어버린다. 결국 악법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신에게 부여받은 사명대로 살았던 삶에 대해 사람들에게 세상에게 떳떳하지 못할 이유가 없으며, 아테네 시민들이 내린 결정이 부당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어길 수 없다는 것이다.

  향연에서부터는 소크라테스의 정신적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말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그는 참다운 에로스라는 것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으로, 생겨나거나 소멸하는 일도 없고,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일도 없다고 한다. 그것은 어떤 데서는 아름답고 어떤 데서는 추한 그런 것이 아니요,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추한 그런 것도 아니요, 또 어떤 방향에서 보면 아름답고 어떤 방향에서 보면 추한 그런 것이 아니요, 또 어떤 사람에게는 아름답고 어떤 사람에게는 추한 그런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결국 그는 상대적인 아름다움이나 지혜를 떠나 절대적 아름다움이나 지혜 또는 진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파이돈에서 더욱 나아가 삶과 죽음의 문제, 영혼과 육체의 문제에 대한 그의 생각을 잘 보여준다. 그에게는 육체란 단지 영혼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며 영혼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육체는 조절되고 영혼의 명령에 따라 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그의 생각들이 대화법을 통해서 명쾌하게 전달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이라고 하는 진리에 접근하는 매력적인 방법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내 삶을 살아가면서 내 스스로에게 항상 물어야 되는 물음을 주었다. 또한 그가 단순히 현자나 지자가 아니라 삶과 죽음을 불사하는 절대적 진리에 대한 내적 체험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러한 점에서 그는 수행자였다는 점이다. 비록 세상이 그를 알아주지 못했더라도 그의 삶에 있어서 그가 보여준 많은 말들과 생각이 자신의 열린 눈과 마음에서 나왔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그의 깨달음이 플라톤에게도 잘 이어지고 있을까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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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아 2005-11-12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에 이 책을 읽었어요.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소크라테스는 철학자가 아니라 수행자이며, 한 사람의 붓다라고 느꼈습니다. 심장을 울리는 구절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가물가물...^^;;

파란여우 2005-11-12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크라테스....의 연속.
님의 깊은 독서가 저에게는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전 당연히(!!!) 이런 책 완독 못하죠^^

달팽이 2005-11-13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동감입니다.
파란여우님, 가사의한 일이죠...
전 당연히 님이 이런 책을 완독하고도 남을 능력의 소유자라 믿거든요...
인연이 언제인가가 문제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