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환하게 비치는

책장 속에

나 시선을 놓는다

선명하게 드러난 글의 명암에

나 마음을 놓는다

햇살타고 들어온

늦가을 속의 봄의 기운

어느듯 마음은

꽃천지 봄길을 걷는다

창가에 맴도는 햇살 한 점

사랑의 기억을 품고

마음의 동심원을 터트린다

아! 보일듯 만져질듯

기억으로 난 길 위에

둥그런 무지개 걸렸다

책 속 글 위에

빨주노초파남보의

빛깔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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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11-08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내일 아침에 햇살속에 책장을 펼치고 싶은 글입니다.
생생한 화면이에요^^

달팽이 2005-11-08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에서 종례후 애들을 보내고 잠시 펼쳐든 책에 가득히 눈부신 햇살이 비쳐 도저히 책을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문득 눈이 부시다고 생각하는 순간 마음은 이미 책을 떠나서 어느 꽃천지의 오솔길을 걷고 있었죠...
그래서 문득 옮겨본 글이랍니다.

어둔이 2005-11-09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정만 ...잠자는 돌 전문)

이마를 짚어다오,
산허리에 걸린 꽃 같은 무지개의
술에 젖으며
잠자는 돌처럼 나도 눕고 싶구나.

가시풀 지천으로 흐드러진 이승의
단근질 세월에 두 눈이 멀고
뿌리 없는 어금니로 어둠을 짚어가며
마을마다 떠다니는 슬픈 귀동냥.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없는데
반벙어리 가슴으로 바다를 보면
밤눈도 눈에 들어 꽃처럼 지고
하늘 위의 하늘의 초록별도 이슥하여라.

내 손을 잡아다오,
눈부신 그대 살결도 정다운 목소리도
해와 함께 저물어서
머나먼 놀빛 숯이 되는 곳.

애오라지 내가 죽고
그대 옥비녀 끝머리에 잠이 물들어
밤이면 눈시울에 꿈이 선해도
빛나는 대리석大理石 기둥 위에
한 눈물로 그대의 인印을 파더라도,

무덤에서 하늘까지 등불을 다는
눈감고 천년을 깨어 있는 봉황鳳凰의 나라.
말이 죽고 한 침묵이 살아
그것이 더 큰 침묵이 되더라도
이제 내 눈을 감겨다오,
이 세상 마지막 산山, 마지막 선禪 모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