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모든 신체적 능력과 사고력이 쇠퇴하는 경험들을 천천히 하게 되겠지.

그러면 나는 하나씩 능력을 잃어갈 때마다 아픈 상실감을 느끼게 되겠지.

어느날 문득 내 발에 내가 걸려 넘어지게 되고

어느날 문득 내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을 몰라보게 되고

어느날 문득 물넘기는 것을 잊어버려 목을 켁켁거리게 되고

어느날 문득 일상생활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게 될 때,

친구들과 모여 앉아 옛 이야기를 회상하는 시간에

"그 때가 언제였지?" 하는 물음에 "네시 반이야."하는 말을 하고서는

사람들이 어리둥절하게 될 때

그러면서도 가끔 나의 모든 것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느끼고 괴로워하며 마음아플 때,

그 때 나는 무엇에 의지하여 남은 삶을 살아갈까?

어떤 용기로 나는 나의 삶을 꿈꿀 것인가?

모든 것이 혼란으로 돌아가 나마저도 잊어버릴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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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이 2005-10-10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는다고 다 잊혀지는 것이 아니지
몰라본다고 다 모르는 것 또한 아니지
존재한 것은 결코 없어지지 않고
안 것은 다시 모르게 되지 않아
몰랐던 것을 알게된다거나
안 것을 모두 다 잊는다면 그건 그건 말이지
나마져도 잊어버릴 그때 만날 나
그 나를 몰라서 하는 소리지
생명의 빈탕에 헤딩하는 소리 그게
나를 알아보고 한바탕 웃는 골때리는 소리 아닌가?
돌!

파란여우 2005-10-11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있다고 먹었다
맛없다고 투정한다
어젯밤에 허깨비짓을 했었나 기억도 모른다
태양이 지면 달이 뜨는 일도 기억 안난다
그런 미래를 지금 안다면 준비는 뭘 할까
제 손으로 글 한 줄 읽는 일도 게으름 자가
하기는 뭐 할까
풀이나 뜯자
-이상 여우가 풀 뜯는 소리 들려 드리고 갑니다-

어둔이 2005-10-12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의 현상으로 부터 벗어나
사자가 들판에서 양떼와 함께 놀고
여우가 풀밭에서 풀을 뜯어도 달리 딴 생각이 없다면
그런 세상이어야 우리가 바라는 대동의 새세상을 만난 것이겠지요

장횡거의 서명에 보면 이런 말이 있지요

하늘과 땅에 가득 차는 것이 나의 몸이요
하늘과 땅이 이끌고 가는 것은 나의 본래 모습이라
무리의 사람들은 나와 한 배에서 난 형제들이고
온갖 것들은 나와 함께 더불어 사는 생명이더라



먹고 마시면서 하루를 보내는 하루
해가 지고 달이 뜨는 편안한 하루
우리의 노고가 고단치 않는 하루
그 하루 하루를 세상과 함께 하며 살아갑니다

여름철 무성했던 풀들이 가을이 되니
저절로 시들고 쓰러집디다
그런 시간 깊어가는 가을을 어둔이 물끄러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