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은 높고도 넓어 걸쳐 있는 고을이 일곱이나 된다.

정상에 오르면 북으로는 적상산을 바라볼 수 있고, 남으로는 한라산을 굽어볼 수 있다.

월출산과 송광산쯤은 모두 손주뻘이다.

위에는 열세 봉우리가 있다.

늘 흰 구름이 지키고 있다.

사당이 있는데 무당이 관리한다.

그 말이, "우레나 번개가 치고 비와 구름이 일어나는 변화는 늘 산허리로부터 일어나 자욱이 아래로 밀려 내려가지요. 하지만 산 위에는 푸른 하늘 그대로랍니다."라고 한다.

그 산 됨이 과연 빼어나지 아니한가?

중봉의 꼭대기에 서면 표연히 세상을 가벼이 보고 홀로 신선이 되어 날아가고픈 마음이 일어나, 인생의 고락이란 마음에 둘 것이 못됨을 깨닫게 되니, 나 또한 까닭을 알지 못하겠다.

 

                                                                                                                    - 정약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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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9-21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을 내려오면
다시 산을 그리워하고
산을 오르면
비로소 커지는
이것을 무엇이라 하는지
나 또한 까닭을 알지 못하겠다.

달팽이 2005-09-21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을 내려오면
비바람이 불고 천둥이 치고
산위에 올라서면
푸른 하늘 그대로랍니다.
삶의 희비애락 속에 파묻힐 때
가끔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 그대로의 모습을 찾는 것

어둔이 2005-09-22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을 오르지 않아도
만나는 하늘인데
산을 올라보아야 비로소
하늘을 만난듯 하고
산을 내려오지 않아도
딛고 있는 땅인데
산을 내려와서야만 비로소
땅을 바로 딛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산이 사람을 속이는 건가?
사람이 산을 속이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