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은 높고도 넓어 걸쳐 있는 고을이 일곱이나 된다.
정상에 오르면 북으로는 적상산을 바라볼 수 있고, 남으로는 한라산을 굽어볼 수 있다.
월출산과 송광산쯤은 모두 손주뻘이다.
위에는 열세 봉우리가 있다.
늘 흰 구름이 지키고 있다.
사당이 있는데 무당이 관리한다.
그 말이, "우레나 번개가 치고 비와 구름이 일어나는 변화는 늘 산허리로부터 일어나 자욱이 아래로 밀려 내려가지요. 하지만 산 위에는 푸른 하늘 그대로랍니다."라고 한다.
그 산 됨이 과연 빼어나지 아니한가?
중봉의 꼭대기에 서면 표연히 세상을 가벼이 보고 홀로 신선이 되어 날아가고픈 마음이 일어나, 인생의 고락이란 마음에 둘 것이 못됨을 깨닫게 되니, 나 또한 까닭을 알지 못하겠다.
- 정약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