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가 휘면 칼을 만들 수 없고

나무가 굽으면 멍에를 만들 수 없다.

나도 이와 같으니

어리석고 몽매하여 쓸모가 없구나.

달갑게 명예와 이익 버리고

전원으로 돌아가 숨으리라.

초가에 앉았다 누웠다 하면서

오로지 거문고와 술을 마주하며 살리라.

몸은 고삐의 구속에서 벗어나고

귀는 세상의 소란함을 떠났다.

한가롭게 거닐며 하는 일 없이

때때로 노자의 글을 읽노라.

근심 없으니 본성은 즐겁고

욕심 적으니 마음은 맑아지네.

이제야 알았노라, 재주 없는 사람만이

진리의 근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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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이 2005-09-13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시 44분의 방이
5시 45분의 방에게
누워있는 나를 넘겨주는 것
슬픈 집 한채를 들여다보듯
몸을 비추던 햇살이
불현듯 그 온기를 거두어가는 것
멀리서 수원은사시나무 한그루 쓰러지고
나무 껍질이 시들기 시작하는 것
시든 손등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되는 것
5시 45분에서 기억은 멈추어 있고
어둠은 더 깊어지지 않고
아무도 쓰러진 나무를 거두어가지 않는 것

그토록 오래 서 있었던 뼈와 살
비로소 아프기 시작하고
가만, 가만, 가만히
금이간 갈비뼈 혼자 쓰다듬는 저녁

나희덕 <어두워 진다는 것>전문




하루 중 진리가 있다면 진리는 저녁에 있다고 했다
그래서 유영모님은 여러 저녁이란 뜻으로 호를 다석으로 지었고
라즈니쉬님도 스스로 그 진리의 아름다운 저녁에 자신의 숨을 거두고 싶다고 했지

우리가 우리의 인생에서 바보처럼 산다는 것
어두워진다는 것..그래서 삶의모든 것을 다버린다는 것
채우지 않아도 다 버리기만 하면 그곳의 어둠.. 그것이 진리는 아닐지..

노자의 '현지우현' 어리석고 또 어리석게 되는 것
그곳이 모든 오묘한 것이 태어나는 문이라고 했는데
우리의 가슴 진정 그 모든 것이 자라나는 문이 될 수 있는가?

저녁은 모든 낮의 일을 모두 바보로 만드는 시간
바보!!! 그러려면 바보처럼이 아닌 진짜 바보가 되어야 하지...
바보가 되어야 바보가 없지
그러한 우주의 어둠이 우리들의 저녁이 되어야 하지.



파란여우 2005-09-21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보!!!
기꺼이 바보로 살고 싶어요.
그런데 진짜 바보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얼치기 바보인 저는 모릅니다.
몰라서 오늘도 슬픕니다.

어둔이 2005-09-26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쳇!! 바보!!!
바보가 바보 아닌 것처럼
그렇게 슬프한다고 누가 모를 줄 아나!!
바보!!!
슬프하지마 넌 바보니깐
살면서 울지 말란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