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가 휘면 칼을 만들 수 없고
나무가 굽으면 멍에를 만들 수 없다.
나도 이와 같으니
어리석고 몽매하여 쓸모가 없구나.
달갑게 명예와 이익 버리고
전원으로 돌아가 숨으리라.
초가에 앉았다 누웠다 하면서
오로지 거문고와 술을 마주하며 살리라.
몸은 고삐의 구속에서 벗어나고
귀는 세상의 소란함을 떠났다.
한가롭게 거닐며 하는 일 없이
때때로 노자의 글을 읽노라.
근심 없으니 본성은 즐겁고
욕심 적으니 마음은 맑아지네.
이제야 알았노라, 재주 없는 사람만이
진리의 근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