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곳에 빠졌다.

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 구멍에서 빠져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2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걸 못 본 체했다.

난 다시 그곳에 빠졌다.

똑같은 장소에 또다시 빠진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데

또다시 오랜 시간이 걸렸다.

 

3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미리 알아차렸지만 또다시 그곳에 빠졌다.

그건 이제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난 비로소 눈을 떴다.

난 내가 어디 있는가를 알았다.

그건 내 잘못이었다.

난 얼른 그곳에서 나왔다

 

4

내가 길을 걷고 있는데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 둘레로 돌아서 지나갔다.

 

5

난 이제 다른 길로 가고 있다.

 

 

                                      - 작자 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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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5-06-20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들 각각의 삶은 어쩌면 영혼의 길위에 놓여진 깊은 구멍일런지도 모른다.
늘 자신의 마음이 생기고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내가 있어도 자아에 집착함으로써 우리도 모르게 빠져버리는 질퍽한 삶의 구멍,
나는 또 얼마나 깊은 구멍에 빠져 있나
내 영혼을 놓치고 사는 오늘은 또 얼마만큼의 구멍인가?
눈을 떠야 비로소 내가 어디에 있는지 보이고
그래야 이 곳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생길 것 아닌가?
둘러서 가는 그 길은 어떤 길인가?
스스로 가보아야만 알 그 길이 아닌가?

파란여우 2005-06-20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구멍을 돌아서 왔음은 행운입니다.
저는 구멍에 여러 번 빠졌어요.
간신히 나와서 몇 해 지나곤 다시 빠지곤 했죠.
이제 다시는 빠지지 않을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시력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글쎄요, 다시는 안 빠질까요?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달팽이 2005-06-20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게 말이죠
저도 빠지지 않을 자신이 없어요..
빠질 만큼 빠져봐야 또 내가 어디 있는지 바라볼 눈이 생기겠죠.
그러니 빠지게 된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죠^^

어둔이 2005-06-21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이라는 구멍에 빠져있습니다 허덕이든 아니든 우리모두는
생사의 구멍을 돌고 돌면서 내내 빠져서 벗어나지 못하는 생명의 큰 구멍
이 구멍을 누가 알고있기라도 합니까?
너무 큰 것은 손에 잡히지도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으니
없는 것이라고 살면 빠져나올 생각도 아니하는 법입니다.
삶의 구멍을 네모로 만드나 동그라미로 만드나
직게 두거나 아니면 몸맘이 편하게 아주 크게 뚫어 파내거나
구멍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고
그 구멍으로 부터 빠져나와야 하는 생명 본래의 길
한번 빠져나오면 헛짓이었음을 알고 한바탕 웃음을 웃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인생의 구멍에 빠져 우리 모두는 살아갑니다.
그 질퍽한 삶 위의 우리들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하늘의 별빛 구멍조차
유혹당하지 않는 그런 생명의 길이 있다면, 누군가가 그런 길을 찾았다면
.................

나는 구멍에 빠져있었다
길 한가운데 구멍이 있었다
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건 나 잘못이 아니야라고 했지만
그 구멍을 빠져 나오는데는
그런 말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어둔이 2005-06-21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물을 벗어난 금빛 물고기는 무엇을 먹고 살지"
"그렇게 말하는 니가 그물에서 벗어난다면 말해주겠다"


그물 밖에 나온 금빛물고기는
고인물에 살지를 않아
천지를 뒤흔드는 몸부림
천길 물을 뿜어 큰 파도 일으켜
우뢰같이 쩡 울리면 한줄기 맑은 바람이 인다
아 하늘위 하늘아래
이 호쾌함을 아는 이 몇이나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