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 :  내 식사는 준비되었고 암양의 젖도 짜 두었습니다. 내 집 대문은 잠기어 있고 불은 타고 있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로 비를 뿌려도 좋습니다.

부처 :  내게는 더 이상 음식이나 젖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바람이 내 처소이며 불 또한 꺼졌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로 비를 내려도 좋습니다.

목자 :  내게는 황소가 있습니다. 내겐 암소가 있습니다. 내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목초지도 있고 내 암소를 모두 거느릴 씨받이 소도 있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로 비를 내려도 좋습니다.

부처 :  내게는 황소도 암소도, 목초지도 없습니다. 내겐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로 비를 내려도 좋습니다.

목자 :  내게는 말 잘 듣고 부지런한 양치기 여자가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이 여자는 내 아내였습니다. 밤에 아내를 희롱하는 나는 행복합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로 비를 뿌려도 좋습니다.

부처 :  내게는 자유롭고 착한 영혼이 있습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내 영혼을 길들여 왔고, 나와 희롱하는 것도 가르쳐 놓았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로 비를 내려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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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4-09-05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미할 말이군요..퍼감다^^

혜덕화 2004-09-06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타니파타의 제일 앞부분에 나오는 노래(?)이군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그 리듬이 너무 좋아서 수타니파타를 노래라고 부르고 싶거든요.)
그리스인 조르바에도 이런 대목이 있었나 싶군요. 오늘 집에가면 찾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