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꽃
와리스 디리 지음, 이다희 옮김 / 섬앤섬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의 길을 걷노라면 우리는 때때로 폭풍을 맞기도 하고 때로는 햇살을 즐기기도 하고 때로는 연이어 찾아오는 태풍의 눈 속에 버티고 서기도 한다. 이 때 생사는 오직 의지에 달려 있다."는 어머니에 대한 그녀의 편지글을 먼저 인용해야겠다. 그녀의 삶이란 아무것도 없는 사막 위에서 피어난 하나의 꽃과도 같다. 그것은 생사의 경계를 오가며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강한 의지의 씨앗에서 핀 꽃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있는 나의 삶, 그와 대조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몸뚱이 하나와 하루하루 주어진 자연과의 사이에서 극한 노력을 통해서만 지나갈 수 있는 아프리카의 하루. 시간으로서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비슷해보이는 하루이지만 그 하루의 의미는 다를 수밖에 없다. 물질적으로는 부족함이 없이 보내는 우리의 하루가 삶의 성숙함으로는 그들의 하루보다 더욱 초라해보이는 것은 왜일까? 부질없는 갖가지 고민들로 채워진 시간보다는 몸과 자연에 대한 직관과 정직해지고 맑은 정신으로 채워진 시간들이 바로 우리들의 삶에서 결핍된 것이기 때문이겠지.

  다 늙은 노인에게 시집가던 어느 밤, 그는 집을 뛰쳐나와 사막의 한 가운데로 걸어간다. 자신의 알 수 없는 삶을 찾아가며 그녀가 겪었던 많은 일들....때로는 술 취한 남성에게 성폭행당할 뻔하고 때로는 삼촌의 집 앞에서 한 남자에게 속아 몸을 빼앗기고 때로는 맹수의 눈 앞에서 삶을 포기하고 그의 한 끼 식사가 되는 상황 속에 놓이게 되고 그리고 무엇보다 아프리카라는 소말리아 사회라는 전통과 관습이 부과한 어린 여성에게는 너무나도 잔인하고 큰 고통인 [여성할례]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일이 이 어린 소녀에게 지나갔다. 그럼에도 그녀는 더욱 강하게 성장하였다. 물 한 줌 없는 사막 위에 피는 꽃은 자신이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 지를 그냥 알아지는 듯...

  런던과 파리 그리고 뉴욕의 모델 생활 속에서도 아프리카적인 삶의 정신을 놓지 않았고 또 놓을 수 없을 정도로 그의 가슴 깊숙이 새겨진 삶의 태도는 무엇이기에 그녀를 물질문명의 한가운데에서도 마음만은 오염되지 않게 하였던 것일까? 삶의 모순성은 늘 삶의 비밀처럼 우리에게 주어진다. 가장 더럽고 오염된 곳에서도 가장 깨끗하고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듯이 수많은 고통과 좌절과 폭력의 한가운데서도 그것을 극복하며 더욱 큰 의지와 정신이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그 모든 고통들을 겪게 하면서도 살아남게 하여 그녀의 운명을 끌어당기고 있었던 것일까?

  자신과 같은 운명에 처한 소말리아 나아가 아프리카 소녀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 그것이 그녀를 그 깊은 위험과 좌절에서 운명처럼 벗어나서 앞에 놓여진 길로 뚜벅 내딛게 만드는 힘이 아니었을까? 그녀의 삶을 적나라하게 카메라 앞에 내어 놓고 자신의 [여성할례]라는 깊은 상처를 사람들에게 내보일 수 있는 용기는 바로 더 큰 사랑 앞에서 하나될 수 있는 것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삶의 어떤 모습보다 그 일들이 지향하는 마음을 바로 세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새해에 다시 글쓰기를 시작하려 한다. 하지만 글쓰는 행위가 나의 마음에서 어떻게 방향지워지는지를 내 마음이 놓치지 않고 따라가기를 바란다. 허공 속에서 피어난 꽃처럼...사막 속에서 집을 지을 수 있는 의지와 용기를 그녀에게서 배운다. 아프리카 대륙의 뿔처럼 자리잡은 소말리아의 한 여성이 세상의 모든 편견과 욕심과 차별에 대해 그녀의 작은 뿔을 치켜세우고 들이받을 듯한 형세처럼 내 안의 게으름과 집착에 대해서도 나의 녹슬은 칼을 갈아두어야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0-01-04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달팽이님 반갑습니다.
새해에는 건강하시고 댁내 평안하시기를..
복도 많이 오시기를. 하하

사람이 태어난 환경이 그 사람의 삶의 양상(행, 불행 등)을 좌지우지 하는 듯합니다.
개개인의 삶의 토대가 미약함이 늘 안타깝답니다.
저같은 개인지상주의자에게는 특히..

달팽이님 새해에는 좀 더 자주 뵈요. 하하


달팽이 2010-01-04 17:40   좋아요 0 | URL
오랜 시간을 비어 두었던 자리에... 그래도 한 때 나누었던 정을 간직하여 이렇게 환대하여 주시니 시간이 지난 이 자리에 또 즐거운 마음으로 찾게 됩니다. 한사님도 올해 건강하시고 가끔씩 저에게 좋은 정보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경쾌한 웃음 그대로십니다. 하하

혜덕화 2010-01-05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돌아오셨군요.
환영합니다.^^

달팽이 2010-01-05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안녕하세요.. 소박하지만 마음담은 인사..여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