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벌
청안 지음, 이민영 옮김 / 김영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청안 스님이 제목을 이렇게 정한 데에는 숭산 스님에 대한 각별한 마음이 담겨 있다. 꽃과 벌은 숭산스님이 고봉 선사와의 최후 선문답에서 즉여의 답을 내리자 고봉 선사가 네가 꽃이 되었는데 내가 춤추지 않겠는가!하고 덩실 춤을 춘 이야기를 말할 것이다. 그래서 꽃과 벌은 줄탁동시의 이야기이자 우주의 피어난 아름다운 인연의 이야기일 것이다. 청안 스님의 법문에는 숭산스님의 기운과 어투가 그대로 살아 있다. 숭산스님은 가신 것이 아니라 여러 제자들의 가슴에 그리고 여기에 그대로 남아계신다. 어리석은 우리가 그것을 알지 못할 뿐이다.

  이제야 비로소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된 즈음에 이 책을 만난 것이 반갑다. 하루 공부의 시작과 끝이 있어야 하고 낮에는 그 공부의 이어짐이 있어야 공부의 진전이 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나는 다시 공부방법에 대한 귀중한 말씀을 들었기 때문이다. 당장 불교 서적으로 달려 나가야겠다. 절방법론에 대한 책을 찾아보니 서재지인의 리뷰가 하나 올라 있다. 아침시간을 좀 더 일찍 일어나서 108배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일과중 틈틈히 반야심경 정도의 경전 염불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중생인 나로서는 사실 하루에도 몸으로 짓는 그리고 입으로 짓는 업들이 많다. 그것을 순간 순간 부처님께 바치거나 정화하지 않고서 공부가 진전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백성욱 선생님 말대로 미륵존 여래불 하고 순간 순간 바치는 것이 공부가 된다. 하지만 공부가 정착되기까지는 이런 저런 방편들을 사용하면서 자신에 몸에 맞는 옷을 고르듯 맞추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몸이 출가를 해서 출가인의 생활을 따르자면 그대로 맞추어서 생활하면 되지만 일상인으로서 방향도 없이 공부하는 나로서는 이런 좌충우돌을 두려워할 필요도 주저할 필요도 없으리라.

  한 사람의 지혜로운 사람이 나오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사람이 드리우는 광채가 크다. 그 주변의 사람들이 생활을 지혜롭게 하고 또 지혜의 길을 찾아가게 된다. 아직 익지도 못하고 세상에 나아가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을 스님은 "장님이 장님을 이끌고 간다"라고 표현하였다. 눈이 밝아야 상대방의 업장을 바로 보고 깨뜨려 줄 수 있다는 말씀이다. 그러니 스님이 책 내내 강조하신 이 말씀을 옮겨보도록 한다.

 "내일 죽으면 어떤 몸을 받을 것인가? 이것이 마음의 가장 중요한 질문 아닌가. 서둘러라, 서둘러. 물은 바다로 흘러가고 구름은 천상까지 떠다닌다."

  한 사람의 깨달은 이가 나오면 그 사람의 할 일은 "어떻게 도와드릴까요?"의 입장이 된다고 했다. 그 깨달음의 깊이와 정도에 따라 주변의 사람들인지, 국가와 사회를 위할 것인지, 전 인류를 위하는 것인지, 나아가 온 우주와 생명의 세계가 될 것인지 결정 된다. 그렇다고 수행하는 사람이 자신만 보며 살 것은 없다. 성인들의 모습을 따라야 하니까. 바로 내 옆의 사람에게 옮겨가는 화가 나에게서 멈추도록 노력하고 바로 내 옆의 사람의 마음에 환한 밝음의 꽃 하나 피워내도록 그렇게 살면 되는 것 아닐까?

  꽃이 피어나면 벌이 모여든다. 한 사람의 깨달은 사람이 나오면 그 사람에게로 정신적인 양식을 찾아 사람들이 모여든다. 같은 이치다. 그리하여 또 깨달음은 촛불이 옮겨가듯 옮겨가고 스스로가 자기 자신의 정신적양식으로 먹고 사는 세상, 우주가 바로 극락천지이며 우아한 우주가 아닌가?


댓글(5)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2-05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 아미타불
나무 관세음보살
달팽이님 평안하시지요.
달팽이님 글 보러 들렀습니다.


달팽이 2007-02-05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한사님.
입춘이 지났습니다.
이렇게 걸음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혜덕화 2007-02-05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안 스님 만나셨군요. 축하합니다.
책으로 만난 인연이라도, 육신의 만남 못지 않음을 많은 서재인들의 글을 통해 느낍니다. 생활 속에 수행이 자리 잡기를.....

짱꿀라 2007-02-06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깨달음은 역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나 봅니다. 늘 올바른 깨달음을 위해 삶 자체가 진실되어야 할 텐데 저는 그러지를 못하니...... 좋은 하루 되세요.

달팽이 2007-02-06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사람에겐 이미 그 가능성도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산타님의 방대하고도 멋진 자료에 요즘 제가 사료의 호사를 누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