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탄줘잉 엮음, 김명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내가 죽음 앞에 서 있다면 어떤 일이 가장 아쉬운 것일까? 자문해본다. 아쉬운 일들이 참 많다. 나의 부모와 형제 가족에게 마음을 다 써서 대해주지 못한 점. 또한 만나는 사람들에게 품었던 좋지 못한 생각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일을 지키지 못했던 일들. 나를 스쳐갔던 그리고 내 삶 깊숙히 들어왔던 사람들에게 남은 아쉬움과 그리움...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후회스러운 점은 내가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르고 세상에 와서 또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아침에 학교에 일찍 도착하여 교문을 지나면서 바라보니 간밤 추위에 다 떨어져내린 은행잎들이 땅에 수북히 쌓여 있다. 그 노란색 물감으로 칠해진 교정의 한 켠이 문득 마음에 쏙 들어와버린 것은 왜일까? 차에서 내린 나는 다시 교문을 향해 걸었고 그 은행잎들의 무리 속을 잠시동안 거닐었다. 다시 이들을 볼려면 일년을 기다려야 한다. 지금 발 밑에서 부드러운 느낌으로 밟히고 있는 이 은행잎들...아침이 문득 상쾌한 아름다움으로 가득차는 듯하다.

탄줘잉이 옮겨놓은 49가지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하루 아침에 다 읽기는 아깝다. 하지만 도종환 시인의 말대로 한편 한편 새로운 감동의 파도로 밀려드는 아름다운 인생의 바다 앞에 나는 들었던 책을 쉬이 놓을 수가 없었다. 삶의 가장 아름답고 소중했던 순간들의 이야기들은 나의 가슴 속의 가장 아름다운 면들을 일깨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자신을 잊어버린 삶의 이야기들이 우리들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그것이 우리들의 본래 모습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쉰 여덟 살의 노직원에게 오늘 어떤가? 하고 묻는 사장의 말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살아오면서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입니다." "또 다른 수많은 아름다운 날들도 기억합니다. 분명히 그런 날들도 무척 행복했어요. 하지만 오늘처럼 좋았던 날은 없지요. 그날들 중 어떤 날도 단지 두 번째일 뿐이에요. 그 하루하루가 지금의 생활을 만들어주었습니다. 행복했던 날들이 모두 모여서 오늘을 만들어준 것이니, 바로 오늘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을 행복하게 사는 비결은 오늘, 지금, 이곳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런데 그 오늘, 지금, 이곳은 자신의 존재에 깊이 천착할 수 있게 하는 문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온전히 깨어있을 때 우리는 자신의 존재가 자신의 육체만으로 구성된 것을 넘은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럴때에야 비로소 자신을 넘어선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넘치는 행복한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말하는 삶의 소중한 가치의 비밀은 마음이다. 작고 하찮은 일이지만 거기에 사람의 진정한 마음이 담기게 되면 그것은 당사자에게 어떤 값으로도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인생의 가치를 가지게 된다. 자신의 대학등록금을 위해 집안 가보로 물려오던 담뱃대를 판 아버지에게 그것을 돌려주기 위해 걸린 수십년의 노력 속에 담긴 그 마음을 받고 아버지는 기뻐하였던 것이다. 제자를 생각하는 노 선생의 방에 모아둔 수많은 제자들의 소식과 현황에 담긴 그녀의 제자사랑이 바로 한 남자의 마음을 그토록 깊게 울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사람을 대할 때 진정으로 대하고 사물을 대할 때 진정으로 대해야 한다. 그 진정한 마음 속에 담겨진 보석이 바로 인생의 보석이다. 창조주는 세상을 창조하면서 가장 중요한 보석을 어디에 숨길 것인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그것을 가장 잘 숨겨두는 것은 아무렇게나 세상 어디에나 두는 것이란 걸.... 그 보석은 마음이다. 세상의 일들을 아름답게 하기도 하고 추하게 하기도 하는 것. 보잘것 없고 하찮고 사소한 일 하나가 이토록 우리들의 마음 속에 깊이 스며들어 우리의 인생을 움직이게 하기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마음이고 삶의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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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2-04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꼭 해보고싶은 일..
'세계 유명미술관 100일 순례'랍니다.


달팽이 2006-12-04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그날이 오면 꼭 사진으로 페이퍼에 남겨주시길...
덕분에 앉아서 간접적으로나마...

파란여우 2006-12-04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죽음을 너무 쉽고 간단하게 여기는 걸까요.
별로 여한이 없을 듯합니다.
원래 생각 짧게 사는 사람인지라...
한사님의 사진 다큐를 저도 볼 수 있는거죠?^^

달팽이 2006-12-04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짧다고 하는 말에 여우님의 삶이 얹혀진 것을 안다면 누가 함부로 입을 놀릴 수 있겠습니까? 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