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재도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5
모리 히로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정이 떠오른다. 이토록 놀라운 작가를 만날 수 있다니. 닥치는대로 그의 글을 읽어나가다 글쓴이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너무 놀랐다. 물론 글이란 영원히 남을 테니까 상관은 없지만, 챈들러가 더이상 글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은 서글펐다.

 

모리 히로시에 푹 빠졌다. 구체적으로 에스 엠 시리즈다. 이제 반환점을 돌았는데 벌써부터 아쉽다. 그는 더이상 소설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직 죽지는 않았다.

 

<봉인재도>는 재미면에서는 가장 압권이 아닌가 싶다. 추리 기법은 다소 느슨하지만 사이카와와 모에의 캐미가 장난 아니다. 만우절을 빙자한 죽을병 소동은 그 중에서도 최고다. 연애소설 저리가라할만큼 달달한 사랑스러움이 가득해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이 마감입니다만 - 1미터 안에 아이디어가 있다
크리스토프 니먼 지음, 신현림 옮김 / 윌북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난 너무 부족한 사람이야"

"긴장 풀어! 스스로에게 너무 매저아게 굴지마"(X)

"연습해서 실력을 더 키워"(O)

 

훌륭한 아이디어는 억지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할 일이란 내 실력에 집둥하고, 작업 환경을 좋게 만들고, 생각하고 실험할 시간을 갖는 것이다.

나머지는 운에 맡겨야 한다.

 

한군데 오래 눌러 살면 좀이 쑤시게 마련이다. 한두가지가 거슬이기 시작하다가 겁잡을 수 업이 커져버린다. 급기야 이사만이 살길이라고 외친다. 요즘 내가 그렇다.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다. 급기야는 싫다고 떠나버린 옛 동네까지 기웃거리고 있다. 핑계는 있다. 부동산이 호재다. 그러다 깨달았다. 이런 바보같은.

 

 

청소부터 시작했다. 충전용 라디오로만 듣던 음악을 포기하고  거금을 들여산 오디오도 털고 닦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전원부터 켠다. 전기값이 얼마나 든다고. 그리고 내 방에 가서 책상앞 의자에 앉아 노트북 전원을 켠다. 아, 내거 얼마나 원하던 삶이었던가? 그런데 지겹다고, 집이 마음에 안 든다고.

 

 

<오늘이 마담입니다만>은 창작자의 이야기다.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의 숙명을 묘사하고 있다. 차라리 정해진 시간에 주어진 일을 하는 직장인이 되고 싶을 정도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쏟아 부어도 허탕치는 날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에도 붙잡고 있는 까닭은 영감은 들인 시간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일단 잡념부터 버려야 한다. 테이블위의 잡다한 물건을 싹 버리고 오로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만 기다려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재인의 운명 (특별판)
문재인 지음 / 북팔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가 높다. 조금 낮아졌다고 해도 75퍼센트 정도가 지지한다고 하니 전국민의 4분의 3이 그를 좋아하는 것 아닌가? 사실 선거전때만 해도 불안했다. 말이 어눌하고 상황판단이 다소 늦은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언제 그랬냐는듯 말씀도 잘하시고 행동도 빠릿빠릿(?)하다. 역시 대통령감인가?

 

<운명>은 이미 출간된 책을 대선이후 조금 내용을 수정하여 내놓은 것이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과정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만약 그가 노무현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혹은 전 대통령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펼쳐졌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문재인은 매우 평범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곧 소명이 그를 정치로 끌어낸 것인지, 스스로 대통령이 되겠다고 자처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2012년 선거에서 박근혜에게 진 것도 따지고 보면 자발성의 부족 때문이었다.

 

한가지 분명한 건 그는 대통령에서 물러나면 더욱 빛을 볼 것이다. 권위를 싫어하고 혼자 조용히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문재인에게는 더욱 어울리는 자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버리지 (반양장) - 자본주의 속에 숨겨진 부의 비밀
롭 무어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아리키메데스는 지렛대만 준다면 지구도 들어올릴 수 있다고 장담했다. 헛소리처럼 들리지만 이론상으론 문제가 없다. 과학에서나 쓰일 법한 레버리지가 각광을 받는 건 투자에 응용되면서부터다. 부동산은 대표적이다. 적은 돈으로 몇 십배 혹은 몇 백배의 돈이 들어가는 빌딩을 사서 되팔아 이익을 보는 식이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먼트 선분양제도는 전형적인 레버리지다. 정부나 시는 땅을 제공하고 건설사는 입주예정자로부터 미리 돈을 받아 자기 비용은 거의 들이지 않고 집을 지어 이익을 챙긴다.

 

 

저자는 레버리지야말로 자본주의의 첨병이라고 강조한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해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투자의 허점을 찾아 뒤짚기로 돈을 버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단 말이다. 예를 들어 경매는 전형적인 레버리지다. 싼값에 나온 집들을 사들여 웃돈을 받고 되판다. 재건축 혹은 재개발이 예정된 지역의 허름한 집들을 사서 개발후 팔아버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도덕이다. 결국 레버리지는 누군가의 피땀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것이다. 아무리 합법으로 가장한다고 하더라도 악어에 붙어 사는 새같은 기생적인 존재다. 지하세계에서나 빌어 먹을 법한 직종이 이제는 당당하고 그리고 떳떳하게 자리잡는 상황을 보면 말세가 가까워졌음을 직감한다. 아이들의 꿈이 건물주인 세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신 사례로 꼼꼼히 설명한 상속 증여
홍원표 지음 / 인벤션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회사 직원분이 나를 찾아왔다. 직장에 빛이 있단다. 아버지가 대표셨으이 당연히 그 문제는 장자인 내가 해결해야 했다. 놀라웠던 건 그전까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병원에 오래 계셔서 비용이 꽤 나갔으리라 짐작은 했지만 모두 합쳐 3억 원을 빚지고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당시(2002년)도 물론 큰 금액이었지만 지금 따지면 훨씬 더 충격이 컸다. 경황없이 장례를 마치고 가족과 친척이 모였을 때 유일한 혈육인 큰아버지께서는 집을 팔아 빚을 같으라고 했다. 나는 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따르려고 했는데 동생이 크게 반발했다. 집은 절대 안됩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큰 아버지는 동생 몫의 유산을 모두 가져갔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병원에 계실 때도 금전적 지원이 거의 없었다. 마침 이런저런 부침을 겪던 큰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선산까지 팔아 벼락부자 행세를 하고 있었다. 동생은 그 속사정을 내밀히 알고 있었다.

 

상속이나 증여는 돈많은 사람들이나 고민할 문제로 여겨져왔다. 살아 생전에 재산을 정리하는 문호가 없는 탓도 크다. 어딜 이렇게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감히. 아버지도 그랬다. 말기암투병으로 고투하면서도 스스로는 죽는다는 생각을 단 한순간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뒤치적거리는 언제나 피곤하다.

 

나는 죽음이후를 늘 고민한다. 가장 좋은 건 빚없이 있는 돈 다쓰고 깨끗하게 사라지는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빚은 물론 재산은 남겨줄 생각이 없다. 그러나 뜻대로 안되는게 인생. 어떻게 해서든 부스러기가 생기게 마련이다. 아내나 나 둘 중에 누가 먼저 죽게될지도 모르는데. 한가지 중요한건 대부분은 살아있을 동안 재산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다 병원비로 다 날리고 남은 유산을 두고 가족끼리 피터지게 싸운다는 것이다. 일찌감치 공증까지 마치고 돈문제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서양전통과는 사뭇 다르다.

 

<상속, 증여>는 다양한 사례의 재산처리 방식을 논하고 있다. 이런 류의 책은 대부분 얄팍한 꼼수를 나열하는 것에 그치는데 저자는 정공법을 택한다. 증여와 상속관련 법은 그때그때 따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다만 합법적인 범위내에서 가족간 분쟁을 막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옳은 말이다. 재산이 얼마간 남은 돈은 언제나 싸움의 도화선이 되게 마련이니 살아있는 동안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야말로 아름다운 마무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