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사례로 꼼꼼히 설명한 상속 증여
홍원표 지음 / 인벤션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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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회사 직원분이 나를 찾아왔다. 직장에 빛이 있단다. 아버지가 대표셨으이 당연히 그 문제는 장자인 내가 해결해야 했다. 놀라웠던 건 그전까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병원에 오래 계셔서 비용이 꽤 나갔으리라 짐작은 했지만 모두 합쳐 3억 원을 빚지고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당시(2002년)도 물론 큰 금액이었지만 지금 따지면 훨씬 더 충격이 컸다. 경황없이 장례를 마치고 가족과 친척이 모였을 때 유일한 혈육인 큰아버지께서는 집을 팔아 빚을 같으라고 했다. 나는 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따르려고 했는데 동생이 크게 반발했다. 집은 절대 안됩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큰 아버지는 동생 몫의 유산을 모두 가져갔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병원에 계실 때도 금전적 지원이 거의 없었다. 마침 이런저런 부침을 겪던 큰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선산까지 팔아 벼락부자 행세를 하고 있었다. 동생은 그 속사정을 내밀히 알고 있었다.

 

상속이나 증여는 돈많은 사람들이나 고민할 문제로 여겨져왔다. 살아 생전에 재산을 정리하는 문호가 없는 탓도 크다. 어딜 이렇게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감히. 아버지도 그랬다. 말기암투병으로 고투하면서도 스스로는 죽는다는 생각을 단 한순간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뒤치적거리는 언제나 피곤하다.

 

나는 죽음이후를 늘 고민한다. 가장 좋은 건 빚없이 있는 돈 다쓰고 깨끗하게 사라지는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빚은 물론 재산은 남겨줄 생각이 없다. 그러나 뜻대로 안되는게 인생. 어떻게 해서든 부스러기가 생기게 마련이다. 아내나 나 둘 중에 누가 먼저 죽게될지도 모르는데. 한가지 중요한건 대부분은 살아있을 동안 재산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다 병원비로 다 날리고 남은 유산을 두고 가족끼리 피터지게 싸운다는 것이다. 일찌감치 공증까지 마치고 돈문제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서양전통과는 사뭇 다르다.

 

<상속, 증여>는 다양한 사례의 재산처리 방식을 논하고 있다. 이런 류의 책은 대부분 얄팍한 꼼수를 나열하는 것에 그치는데 저자는 정공법을 택한다. 증여와 상속관련 법은 그때그때 따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다만 합법적인 범위내에서 가족간 분쟁을 막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옳은 말이다. 재산이 얼마간 남은 돈은 언제나 싸움의 도화선이 되게 마련이니 살아있는 동안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야말로 아름다운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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