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트 파워 - 초연결 세상은 비즈니스 판도를 어떻게 바꾸는가?
박명규 외 지음 / 포르체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늘 미래를 꿈꾼다. 자동차는 하늘을 날아다니고 여름휴가는 달은 지겨우니 이번엔 초고속 비행기로 화성에 다녀오고 집에는 로봇 하인과 하녀들이 늘 함께 있다. 이런 상상은 이미 백 년 전부터 꾸었다. 그러나 과연 지금의 현실은? 우산은 원래 만들어진 형태에서 전혀 진화하지 못하고 있으며 석유로 돌아가는 세상도 변함이 없고 대한민국은 늘 공사 중이다. 그럼에도 변화의 조짐은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 변동은 코로나 19 때문에 나타났다. 사람들 간 이동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면서 온라인으로 만나는 일이 잦아졌다. 과거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가능해졌다. 이른바 가상세계에서의 커넥트가 일상화된 사회가 된 것이다. 이 책은 새로운 사회의 도래를 다양한 방면에서 파해친다. 사회학자들답게 장밋빛 전망만 제시하지는 않는다. 정보 격차나 소외 문제도 들여다본다. 그럼에도 공허하다. 쭉 나열은 하고 있지만 그래서 뭐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정작 궁금해 하는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건 자신들의 몫이 아니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들에게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에 불과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거사 크리스티 완전 공략
시모쓰키 아오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한겨레출판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번 꽂히면 대충 넘어가지 않고 모든 걸 뒤지는 버릇은 아직도 여전하다. 문제라면 이런 근성이 실생활이 아니라 책을 읽을 때만 적용된다. 어쩌면 다행일지도? 세상일을 그렇게 한다면 스스로 꼬꾸라지고 말테니까. 실제 비슷한 경지까지 간 적도 있다. 아무튼 늦바람은 무섭다. 미스 마플에 빠져 그가 등장하는 모든 작품을 발간 순서대로 읽고 있다. 간간이 단편에도 등장하는데 이 모든 걸 채우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저 귀여운 할머니 탐정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어쩌다가. 영국 아이티브이에서 방영한 시리즈물의 영향이 컸다. 과거 케이비에스에서 여름철이면 납량특집 비슷하게 틀어줄 때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대게 심야시간이었고 딱히 재미도 없었다. 그러나 이아피티브이의 발달로 전체를 볼 수 있게 되자 평가가 달라졌다. 아니 이렇게 흥미진진할 수가. 그렇다면 원작은 얼마나 대단하길래. <애거사 크리스티 완전 공략>은 책제목처럼 작가의 전 작품을 샅샅이 훓고 있다. 각 소설의 간단한 줄거리와 해설을 촘촘하게 적고 나름 별점까지 매기고 있다. 마치 애거사 대학 입시대비 교과서 느낌이다. 참 일본이 이런 건 잘해. 크리스티의 팬이라면 늘 곁에 두고 읽어야만 하는 필독서다. 단 원작을 다 읽지 않았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스포일러는 건너 띄어야만 한다. 다행히 해당되는 내용은 먹칠을 해놓았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 한강의 기적에서 헬조선까지 잃어버린 사회의 품격을 찾아서 서가명강 시리즈 4
이재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확실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제력 못지않게 중요한 건 


살아오면서 참 스승을 만나기란 매우 어렵다. 어떤 선생에게 배우느냐에 따라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도가 확 달라진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시절 미남 선생에게 반해 그가 가르치는 영어에 올인하여 외교관이 될 수도 있다. 반면 가뜩이나 어려운 수학을 무조건 외워만 반복해 영영 숫자와 멀어지기도 한다. 이재열 교수는 다행히 전자다. 그렇다고 잘생겨서는 아니다. 본인께는 죄송하지만. 사회학을 아름답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흔히 사회학은 사회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탐구한다. 그 출발자체가 산업혁명의 혼란기였기에 사회학 자체도 다이내믹하게 발전해왔다. 문제는 각 나라의 특성에 맞게 적용하지 못하고 이른바 선진국의 이론 틀을 따라 하기에 급급했다. 단지 사회학의 문제만이 아니다. 외국 학자들의 이름과 이론만 잔뜩 적어놓은 교과서들을 보라. 이재열 교수는 이 책에서 그 틀을 깬다. 이론은 최소화하면서도 핵심 내용은 놓치지 않는다. 잘 드는 수술 칼로 예리하게 한국사회를 해부한다. 우리 사회의 3대 문제로 불신, 불만, 불안을 든 것은 대표적인 예이다. 풍요의 역설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곧 어느 정도 먹고살만해지면서 끊임없이 남과의 비교에 시달린다. 


그는 대안으로 품격을 제시한다.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쉽게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품위를 찾아가라. 꽤 막연한 듯싶지만 책을 끝까지 읽어보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사회나 국가는 개인과 뚝 떨어진 별개의 사물이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전체가 된다. 시작은 여전히 개인일 수밖에 없다. 과거 먹고살기 힘들 때는 강력한 조직만이 살길이었다. 매우 권위적이고 강압적이었지만 성장하기 위해서는 뭉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다르다. 가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개인이 되었지만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칠 공동체는 어느 곳에서도 찾기 어렵다. 심지어 가족조차 해체되고 있다. 일인가구의 급증은 그 증거다. 역설적으로 개인은 개인이 돌볼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불확실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경제력 못지않게 중요한 건 스스로에 대한 존엄이다. 어떻게 자존감을 유지하고 고양시켜나갈 수 있느냐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재열 교수는 이 점을 지적하고 싶지 않았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틴어 수업 (리커버)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아마도 계속 그럴 겁니다.


라틴어수업은 좋은 책이다. 한동안 잊었다가 저자가 직접 낭독하는 오디오북(다이제스트판)을 듣고 다시 책을 꺼내들었다. 여전히 훌륭하다. 그 중에서도 내 삶에 각인처럼 박힐 교훈을 소개하겠다. 7장 나는 공부라는 노동자입니다에 나온 내용이다. 글쓴이 한동일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한다. 곧 공부는 항상 열심히 할 수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중요한 건 지속성이다. 나만의 리듬을 찾아 좋은 습관을 정착시켜야 한다. 


살아가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늘 잘 살수는 없지 않겠는가? 때로는 게으르고 어떨 때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자신을 내가 아니면 누가 위로하고 격려하겠는가? 괜찮아 하면서 다독이며 새 날을 맞이해야지. 문제는 그런 나를 괴롭히는 세상의 모든 방해물들이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유혹에 흔들리고 있다. 한꺼번에 다섯 권의 책에 대한 리뷰를 쓰다 보니 지치기도 한다. 조금만 쉬었다 할까? 티브이라도 보면서. 그래 딱 10분만 보자. 나는 안다. 그 10분은 곧 30분이 되고 어느덧 두 시간을 넘을 거라는 걸.


“사실 인생은 자신의 뜻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갈 때가 많습니다. 주변에서 끊임없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그중 많은 문제가 우리를 괴롭히죠.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아마도 계속 그럴 겁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그것이고 나는 내가 할 일을 한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냥 ”쌩까“세요”


적절한 인용문을 찾고 나니 한결 마음이 산뜻하다. 마지막 리뷰를 마무리하기에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엔 비스듬히 누워 잠들기 전 수면촉진제용로 페이지를 들추었다. 제목부터 딱 그랬다. 느릿느릿하며 지루하겠지. 예상은 맞았다. 적어도 문장만큼은. 그러나 나는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가 의자에 허리를 붙이고 정독하기 시작했다. 이혼을 결심한 중년의 출판사 편집장. 자신이 살던 집에서도 쫓겨나야 하는 처지다. 하나뿐인 아이는 미국에 있는데 부부에게 관심이 없다. 애써 냉정한 척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돈은 원래 전처가 더 많았다. 본인이 위자료를 받아야 할 판이다. 모든 상황이 도로에 바짝 눌어붙은 비 맞은 낙엽신세인데 어쩐 일인지 다다시는 희망에 차있다. 이제야말로 나만의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보자. 그 출발은 나만의 하우스다.


저자 마쓰이에 마사시는 다작하는 작가가 아니다. 당초 직업도 건축가였다. 스스로의 경험을 풀어 쓴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가 히트를 치면서 다들 후속작을 기다렸다. <우아한지 어쩐지 모르는>은 그 결과물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두 인물이 떠올랐다. 한 명은 윤광준, 다른 한 명은 무라카미 하루키. 두 사람 모두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그걸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다. 코로나 19 이전에 일찌감치 언텍트 생활을 실천에 옳기기도 했다. 그러나 마사시가 이 둘과 다른 점은 생활의 때에 절어 있으면서도 고상한 감각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곧 윤광준이 소비주의로 하루키가 관념적 우아미로 포장한다면 마사시는 성실한 생활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품위 있는 삶을 살아갈지 고민하는 사람이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