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바이블 - 조셉 필라테스의
조셉 필라테스 지음, 저드 로빈스 외 엮음, 원정희 옮김 / 판미동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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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어느 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그동안 수백만 번 했을 단순한 행동이었는데 그날은 달랐다. 뇌는 계속 일어나라고 외쳤지만 꼼짝할 수 없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 몸을 뒤집어 팔을 바닥에 대고는 끙끙대며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긴 투병의 시작이었다.


누구나 멀쩡하던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가 있다. 대부분은 원인이 명확하다. 무리해서다. 오랜만에 산에 올랐던지 아니면 밤새 엎드려 휴대폰 게임을 했던지 혹은 김장김치를 하느라고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기를 수십 번 했던지. 그러나 때로는 간혹 가다 선천적으로 몸이 기형인 사람이 있다. 내가 그랬다. 문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병이 생겨서 알았다.


<필라테스 바이블>은 제목 그대로 이 분야의 바이블이다. 저자가 직접 썼고 또 창시자이기고 하니까. 이런 저런 관련 책들을 찾아보기 전에 여기에서 소개한 동작들을 꼼꼼하게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의 몸에 대해 알게 된다.


결국 나는 완치됐다. 꾸준하게 재활치료를 한 덕이다. 주사나 수술이 아닌 오로지 약물과 체조로 극복했다. 초기에 받은 물리치료를 했더라면 악화되었을 뻔했다. 필라테스 덕도 크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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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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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을 처음 알게 된 건 <마녀사냥>이었다.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연애상담쇼였다. 자칫 진지하거나 혹은 과장될 수 있었지만 가벼운 접근 덕에 시청률이 꽤 나왔다. 물론 허지웅의 몫도 컸다. 이후 이러저런 방송에 출연하고 에세이도 내던 그가 돌연 자취를 감추었다. 암에 걸린 것이다. 저런, 젊은 나이에 어쩌다. 다행히 그는 돌아왔고 예전보다 다소 기력이 없어 보였지만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전반부는 암투병, 후반부는 영화평론에 할애하고 있다. 극적인 경험을 하였으니 당연히 투병기는 극적이다. 읽는 재미도 있다. 그러나 영화비평은 왠지 맥이 빠진다. 두루뭉술하다고 할까? 좋게 말하면 원만해진 거고 나쁘게 보면 촉수를 죄다 잘린 기분이다. 아마도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영화를 뚫어져라 볼 기운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앞부분만 따로 떼어 내용을 덧붙였더라면 더 좋을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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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드그렌, 삐삐 롱스타킹의 탄생 한겨레 인물탐구 8
카트린 하네만 지음, 우베 마이어 그림, 윤혜정 옮김 / 한겨레아이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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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눈이 내렸다. 일기예보로는 흩날릴 정도에 그친다고 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말 그대로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퍼부었다. 걱정부터 앞섰다. 차는 얼마나 막힐까? 아니 가기나 할까? 기온이 급강하한다는데 얼어붙으면 어떡하지? 이런저런 고민에 빠져 있는데 와하는 함성소리가 들렸다. 아파트먼트 안에 갇혀 있던 동네 아이들 모두가 바깥으로 뛰어 나와 내지르는 환호였다. 그래, 아이들은 눈이 오면 미쳐 날뛰듯이 좋아하지, 개들도.


린드그렌은 평생 아이의 마음으로 살았다. 그 안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동심만 있는 건 아니었다. 후회와 눈물, 비통함도 버무려져 있었다. 아무 고민 없이 사는 것 같던 삐삐도 왠지 서글퍼 보이고 죽음의 세상에서도 용기를 보여준 사자왕 형제는 또 다른 희망을 안겨준다. 이 책은 아스트리드의 세계로 인도하는 좋은 길잡이다. 이제 남은 건 직접 그의 글을 읽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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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2disc)
요한 렌크 감독, 제어드 해리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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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의 출발은 무기였지만 다행히 종착지는 전기였다. 보다 값싸고 공해 없이 공급할 수 있는, 한 때는 안전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관리만 잘하면 됐다. 그러나 체르노빌 폭파 사건은 모든 평판을 한 번에 뒤집었다. 얼마나 끔찍했으면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논란을 낳고 있다. 공식 사망자 31명은 도리어 이 사건이 얼마나 철저하게 은폐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드라마 <체르노빌>은 하나씩 하나씩 잔해를 뒤져 진실의 퍼즐을 맞추어나간다. 정부는 압박을 가하면서도 필요한 지원은 거의 다 해준다. 성실한 공산당 간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끔찍한 짓을 자행한 이나 수습한 사람들 모두 자랑스러운 소비에트 인민들이었다는 사실이. 비록 영어로 말하고 있지만 등장인물 모두 실제 사건에서 튀어나온 듯 자연스럽다. 게다가 생김새도 비슷하다. 보는 내내 숨이 막히고 귀가 멍멍해지지만 그 와중에도 자신에게 주어지 임무를 보란 듯이 해내는 사람들을 보며 가슴이 뜨거워진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겹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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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영화 공식 원작 소설·오리지널 커버)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강미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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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만큼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소설도 드물다. 톰 소여의 모험과 비교될 정도니까. 그만큼 재미와 감동의 요소가 크다. 그럼에도 불만이 생기는 건 번역이다. 여러 번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음에도 수준이 들쑥날쑥하다. 이번 판은 최악에 가깝다. 영화 개봉에 맞춰 책 중간 중간에 사진도 넣고 초판본 흉내도 냈지만 역시 중요한 건 내용 아니겠는가? 예를 들어 첫 문장을 보자.


"선물도 없는 크리스마스가 무슨 크리스마스야"

조가 양탄자 위에 벌렁 드러누우며 불만을 터뜨렸다.

"가난한 건 정말 싫어."

매그가 낡아빠진 옷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구요? 그럼 원문을 읽읍시다.


"Christmas won't be Christmas without any presents" grumbled Jo, lying on the rug.

"It's so dreadful to be poor!“ sighed Meg, looking down at her old dress.


영어에는 구어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선물이 없는 크리스마스에 대한 아이들의 불만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번역문에서는 어린이들은 그런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듯 매우 반듯한 표현을 쓴다. 또한 쉽표를 활용한 급박한 느낌을 느리고 지루한 문장으로 둔갑시켰다. 전혀 생생함이 전달되지 않는다. 역사장 가장 위대한 첫 문장이라고 알려진 <작은 아씨들>을 이렇게 뒤바꿀 수 있는가? 공보경 번역본을 보자.


"선물 없는 크리스마스가 무슨 크리스마스야" 러그에 드러누운 조가 투덜거렸다.

"가난은 정말 끔직해." 자신의 낡은 드레스를 내려다보며 메그도 한숨을 쉬었다,


한결 낫지 않은가? 벌렁이라는 단어가 원문 어디에 있는가? 번역자가 창작자라도 되는 줄 아는가? dreadful을 그냥 정말로 옮기는 용기는? old dress는 낡아빠진 옷이 아니라 낡은 드레스가 맞다. 그냥 입는 옷이 아니라 오래도록 크리스마스에만 아껴 입고 있는 드레스지만 너무 낡아 슬프다는 느낌이 전해지지 않는다. 주격 조사는 왜 한결같이 가만 쓰는가? 점층적으로 고조되는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가 다음에는 도를 활용하는 게 원칙인데. 이 책을 읽을 바에는 차라리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원본을 찾아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아니면 다른 좋은 번역책을 고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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