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 한강의 기적에서 헬조선까지 잃어버린 사회의 품격을 찾아서 서가명강 시리즈 4
이재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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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확실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제력 못지않게 중요한 건 


살아오면서 참 스승을 만나기란 매우 어렵다. 어떤 선생에게 배우느냐에 따라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도가 확 달라진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시절 미남 선생에게 반해 그가 가르치는 영어에 올인하여 외교관이 될 수도 있다. 반면 가뜩이나 어려운 수학을 무조건 외워만 반복해 영영 숫자와 멀어지기도 한다. 이재열 교수는 다행히 전자다. 그렇다고 잘생겨서는 아니다. 본인께는 죄송하지만. 사회학을 아름답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흔히 사회학은 사회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탐구한다. 그 출발자체가 산업혁명의 혼란기였기에 사회학 자체도 다이내믹하게 발전해왔다. 문제는 각 나라의 특성에 맞게 적용하지 못하고 이른바 선진국의 이론 틀을 따라 하기에 급급했다. 단지 사회학의 문제만이 아니다. 외국 학자들의 이름과 이론만 잔뜩 적어놓은 교과서들을 보라. 이재열 교수는 이 책에서 그 틀을 깬다. 이론은 최소화하면서도 핵심 내용은 놓치지 않는다. 잘 드는 수술 칼로 예리하게 한국사회를 해부한다. 우리 사회의 3대 문제로 불신, 불만, 불안을 든 것은 대표적인 예이다. 풍요의 역설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곧 어느 정도 먹고살만해지면서 끊임없이 남과의 비교에 시달린다. 


그는 대안으로 품격을 제시한다.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쉽게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품위를 찾아가라. 꽤 막연한 듯싶지만 책을 끝까지 읽어보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사회나 국가는 개인과 뚝 떨어진 별개의 사물이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전체가 된다. 시작은 여전히 개인일 수밖에 없다. 과거 먹고살기 힘들 때는 강력한 조직만이 살길이었다. 매우 권위적이고 강압적이었지만 성장하기 위해서는 뭉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다르다. 가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개인이 되었지만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칠 공동체는 어느 곳에서도 찾기 어렵다. 심지어 가족조차 해체되고 있다. 일인가구의 급증은 그 증거다. 역설적으로 개인은 개인이 돌볼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불확실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경제력 못지않게 중요한 건 스스로에 대한 존엄이다. 어떻게 자존감을 유지하고 고양시켜나갈 수 있느냐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재열 교수는 이 점을 지적하고 싶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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