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Mozart [뮤지컬 모차르트] O.S.T - [Original Cast]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노래 / Polydor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세상에는 기이한 일이 많다. 모차르트를 둘러싼 갖가지 일화도 그 중 하나다. 어떻게 30대 초반에 삶을 마감한 음악가가가 그토록 많은 곡을, 그것도 장르불문하고, 썼고 대부분 명곡일 수 있었을까? 오늘날로 치면 록, 힙합, 레게, 더 나아가 트로트까지 작사 작곡하고 죄다 차트 1등에 올린 셈이랄까? 그의 삶 또한 독특했다. 아버지의 훈육과 학대, 아내의 푼수끼(?), 주변 지인들의 질투까지 하나의 이야기로서도 충분한 생이었다. 영화 <아마데우스>는 이런 사실에 바탕해 창작의 날개를 달아 만든 명작이었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당연히 나와야 마땅한데 그 거대한 작업을 미하엘 쿤체가 해냈다. 체코 출신의 그는 독일에서 뮤지컬로 잔뼈가 굵었는데 영미계통의 감미로운 선율과 달리 매우 직선적이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실 이 뮤지컬은 전체를 보기 전에 <황금별>을 듣고 먼저 반해버렸다. 내친김에 오리지널 캐스팅 음반까지. 브로드웨이나 이스트 엔드처럼 하이라이트와 전 녹음을 분리하여 장삿속을 채우기보다 한 음반에 24곡을 꽉꽉 채워넣은 점도 마음에 든다. <황금별>뿐만 아니라 <내 운명 피하고 싶어>나 <난 예술가의 아내라> 등을 원곡으로 감상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가타 미스터리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7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강호걸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은퇴하면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며 젊은 나날을 보내는 사람은 없다. 지금도 바빠 죽겠는데 무슨 뭐 그냥 적당히 편하게. 나는 좀 달랐다. 언젠가 시간이 태산처럼 많아지면 읽고 싶은 책들을 잔뜩 봐야지. 일단 지금은 모아두자. 돈 대신 북으로. 새 책 헌 책 가리지 말고 사자. 그 중에는 해문 출판사의 아가사 크리스티 전집도 있었다. 적당한 분량으로 심심할 때 꺼내 먹듯 읽기 딱 좋은 책이니까. 어제도 그랬다. 대충 지하철에서 보낼 시간을 계산해보니 단편집이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마플, 포와로, 파커 파인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니 고르고 말고 할 필요조차 없었다. 


이 책은 10개의 단편을 담고 있다. 이곳저곳에 실은 글을 하나의 단행본으로 만든 것이라 짜임새는 덜하지만 읽기에 괴로운 수준은 아니다. 기호에 따라 골라 읽으면 된다. 나야 마플팬이니까 당연히 ‘마플 양, 이야기를 하다’부터 보았다. 심심한 듯 하지만 조근조근 사건을 쪼아가는 특유의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다. 아쉽게도 마플은 이번 한번 뿐이다. 대신 파커의 단편이 많은 편이다. 섬뜩한 사건보다 실생활 전문 해결사다운 파커의 매력은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기 어렵다. 그럼에도 가장 재미있는 글은 포와로가 등장하는 ‘당신은 정원을 어떻게 가꾸시나요?’다. 포와로는 귀족들의 내면을 꿰뚫어보고 그들의 허상을 벗겨나가는데. 앗, 여기까지만. 지루한 장마 끝에 맞이한 찜통더위. 코로나 19의 재확산과 태풍으로 심란하다. 다행히 바비는 한반도를 비껴갔지만 조만간 또 다른 녀석이 올라온다고 하니. 이럴 땐 냉커피 한 잔 타서 홀짝거리며 선풍기 앞 탁자에 발을 올려놓고 크리스티에 빠져들어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법의 시간여행 21 - 미국 남북 전쟁에서 만난 소년 마법의 시간여행 21
메리 폽 어즈번 지음, 노은정 옮김, 살 머도카 그림 / 비룡소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은 하나의 나라가 아니다. 각 주가 독립성을 유치한 채 연방 국가를 구성한다. 많은 미국인들은 자신이 태어난 주의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나고 자라서 죽는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미국인하면 떠오르는 하나의 이미지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마법의 시간여행 21편은 그 기원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려준다. 우리의 고려처럼 느슨한 연방체제로 운영되던 미국은 노예제도를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갖게 된다. 구체적으로 북부는 반대를, 남부는 찬성을 한다. 단지 인권문제 때문이라기보다는 지역의 산업구조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북부는 공업이 발달하여 자유로운 계약을 할 수 있는 노동력이 필요한 반면 남부는 여전히 목화를 포함한 농업이 주산업이었기 때문에 노예제가 필수적이었다. 노예제 반대를 내세운 링컨이 대통령이 되면서 갈등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결국 전쟁에 이르고 말았다. 주인공들은 이번에는 남북전쟁의 한가운데로 휩쓸려 가고 마는데. 그곳에서 아이들은 선두에 나선 북치기 소년도 만나고 전쟁터의 천사로 알려진 간호사 클라라 버턴을 방문하여 참상을 몸소 체험한다. 잭과 에니는 어김없이 교훈을 얻는다. “전쟁은 게임이 아니야. 절대 아니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통의 죽음 지만지 고전선집 97
게오르그 뷔히너 지음, 임호일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빵을 원하는데 사람머리를 던져주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출발부터 축복받은 정부다. 이전 권력이 탄핵사태로 거의 몰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사실 특별히 뭘 잘해서가 아니라 어부지리로 승리했다. 초기에는 뭘 해도 적어도 과거와는 다르겠지, 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평가는 냉혹하다. 지지율이 그 증거다. 가장 큰 이유는 정책실패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프랑스의 공화주의자들은 민중을 등에 업고 권력을 잡았다. 귀족들을 적폐로 몰아 피의 숙청을 이끌었다. 최대한 많이 그리고 빨리 죽음에 이르게 하기 위해 단두대를 발명하기까지 했다. 이들의 행동은 환호를 이끌었다. 그러나 살림살이는 그대로였다. 아니 더 나빠졌다. 귀족들을 지원하는 경제가 망했기 때문이다. 당황한 지도부는 업자들의 모가지를 비틀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우유 값이 폭등하자 가격상한제를 정하고 축산농가를 닦달했다. 결과는 파국이었다. 그렇게 싸게 파느니 차라리 죽여 버리자. 이전보다 더 뛰어 우유는 사치품이 되고 말았다. 


이제 단두대는 더이상 귀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든 희생양을 찾아야 했다. 당통이 걸려들렀다. 혁명의 최전선에 서서 로베스 피에로와 함께 새로운 프랑스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던 영웅이었다. 그는 도덕주의자였던 로베스와 달리 인간의 욕망을 그 누구보다 중시했다. 곧 사람들의 욕구를 채우지 못하는 정치나 정책은 필연적으로 망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피에르에게 당통은 눈엣 가시였다. 결국 잡아들일 것을 명령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자신은 나중에 더 치욕스럽게 죽게 된다는 걸 모른 채.


이 책은 희곡이다. 독일의 천재 극작가 게오르크 뷔히너의 작품이다. 그는 왜 당통에 주목하였는가? 그것도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다 읽고 나서 든 느낌은 섬뜩함이다. 어쩌면 이렇게 우리의 현 상황과 일치하지. 과거를 부정하기에 급급하여 모든 문제의 원인을 이전 정부에 돌리는 짓거리나 선전선동으로 계급간 분리를 자아내는 행태에는 소름이 돋는다. 그들이 꺼내든 평등의 도끼는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흔들거리고 있다. 심지어 자신들을 향해서도. 이제 고위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집은 한 채만 갖고 있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드나이트 저택의 비밀 봄나무 문학선
조안 에이킨 지음, 고수미 옮김 / 봄나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 종착지로 달려갈 때 쯤 되면 더 이상 살아서 무엇하나, 라는 생각이 불끈 하고 든다. 뭔가 새로운 걸 도전하거나 꿈을 꾸거나 이루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게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뻔 한 이야기를 해대겠지만 그건 그냥 하는 소리다. 삶의 재미는 시계바늘과 함께 어이없이 사그러든다.


<미드나이트 저택의 비밀>은 더 이상 새로운 소설은 없는 게 아닌가, 라는 망상이 들 째쯤 만났다. 게다가 1974년 작품이라니. 이래서 사람은 절대 교만해서는 안 되고 세상은 더 살아봐야 마땅하다. 알아보니 이 소설에 대한 찬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얼핏 보면 아동성장같지만 자세히 보면 고딕풍 공포추리라는 평가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는 게 이미 명작이란 뜻이다.


큰 공장을 물려받기로 되어 있는 루카스. 소년은 아무 관심이 없다. 그저 황량한 땅에 괴물처럼 버티고 있는 시설들이 이상할 뿐이다. 안나마리아의 등장은 순간 기쁨이었으나 막상 만나고 보니 고통으로 변한다. 내가 원한 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였는데. 게다가 비밀을 잔뜩 간직한 여자아이라니. 사실 이 둘은 사업체를 물려받을 자격을 두고 싸워야 하는 라이벌이었다. 과연 루카스와 마리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연치고는 기묘하게 장마가 지루하게 계속되던 시기에 읽었다. 여전히 그 끝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간 47일 기록을 깰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다행은 비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오죽하면 첫 문장이 ‘온종일 비가 내리고 있었다’ 겠는가? 오염된 공기와 희뿌연 중금속 하늘 아래 희망이라곤 한 개도 없는 시대를 견뎌내야 했던 소년 소녀들이 눈에 어른거린다. 비단 영국뿐이었겠는가?  


덧붙이는 말


결정적인 흠이 있다. 노동자나 하녀와 같은 이들의 말을 모조리 충청도 말로 바꿔놓았다. 원작을 읽지 못해 어떤 식으로 표현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을까? 높임말로 대체했어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굳이 지방말로 옮겼다고 뭐라 하는 게 아니라 읽는 내내 속도가 나지 않아 답답했다. 또한 불편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