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타 미스터리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7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강호걸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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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면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며 젊은 나날을 보내는 사람은 없다. 지금도 바빠 죽겠는데 무슨 뭐 그냥 적당히 편하게. 나는 좀 달랐다. 언젠가 시간이 태산처럼 많아지면 읽고 싶은 책들을 잔뜩 봐야지. 일단 지금은 모아두자. 돈 대신 북으로. 새 책 헌 책 가리지 말고 사자. 그 중에는 해문 출판사의 아가사 크리스티 전집도 있었다. 적당한 분량으로 심심할 때 꺼내 먹듯 읽기 딱 좋은 책이니까. 어제도 그랬다. 대충 지하철에서 보낼 시간을 계산해보니 단편집이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마플, 포와로, 파커 파인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니 고르고 말고 할 필요조차 없었다. 


이 책은 10개의 단편을 담고 있다. 이곳저곳에 실은 글을 하나의 단행본으로 만든 것이라 짜임새는 덜하지만 읽기에 괴로운 수준은 아니다. 기호에 따라 골라 읽으면 된다. 나야 마플팬이니까 당연히 ‘마플 양, 이야기를 하다’부터 보았다. 심심한 듯 하지만 조근조근 사건을 쪼아가는 특유의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다. 아쉽게도 마플은 이번 한번 뿐이다. 대신 파커의 단편이 많은 편이다. 섬뜩한 사건보다 실생활 전문 해결사다운 파커의 매력은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기 어렵다. 그럼에도 가장 재미있는 글은 포와로가 등장하는 ‘당신은 정원을 어떻게 가꾸시나요?’다. 포와로는 귀족들의 내면을 꿰뚫어보고 그들의 허상을 벗겨나가는데. 앗, 여기까지만. 지루한 장마 끝에 맞이한 찜통더위. 코로나 19의 재확산과 태풍으로 심란하다. 다행히 바비는 한반도를 비껴갔지만 조만간 또 다른 녀석이 올라온다고 하니. 이럴 땐 냉커피 한 잔 타서 홀짝거리며 선풍기 앞 탁자에 발을 올려놓고 크리스티에 빠져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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