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이트 저택의 비밀 봄나무 문학선
조안 에이킨 지음, 고수미 옮김 / 봄나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 종착지로 달려갈 때 쯤 되면 더 이상 살아서 무엇하나, 라는 생각이 불끈 하고 든다. 뭔가 새로운 걸 도전하거나 꿈을 꾸거나 이루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게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뻔 한 이야기를 해대겠지만 그건 그냥 하는 소리다. 삶의 재미는 시계바늘과 함께 어이없이 사그러든다.


<미드나이트 저택의 비밀>은 더 이상 새로운 소설은 없는 게 아닌가, 라는 망상이 들 째쯤 만났다. 게다가 1974년 작품이라니. 이래서 사람은 절대 교만해서는 안 되고 세상은 더 살아봐야 마땅하다. 알아보니 이 소설에 대한 찬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얼핏 보면 아동성장같지만 자세히 보면 고딕풍 공포추리라는 평가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는 게 이미 명작이란 뜻이다.


큰 공장을 물려받기로 되어 있는 루카스. 소년은 아무 관심이 없다. 그저 황량한 땅에 괴물처럼 버티고 있는 시설들이 이상할 뿐이다. 안나마리아의 등장은 순간 기쁨이었으나 막상 만나고 보니 고통으로 변한다. 내가 원한 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였는데. 게다가 비밀을 잔뜩 간직한 여자아이라니. 사실 이 둘은 사업체를 물려받을 자격을 두고 싸워야 하는 라이벌이었다. 과연 루카스와 마리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연치고는 기묘하게 장마가 지루하게 계속되던 시기에 읽었다. 여전히 그 끝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간 47일 기록을 깰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다행은 비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오죽하면 첫 문장이 ‘온종일 비가 내리고 있었다’ 겠는가? 오염된 공기와 희뿌연 중금속 하늘 아래 희망이라곤 한 개도 없는 시대를 견뎌내야 했던 소년 소녀들이 눈에 어른거린다. 비단 영국뿐이었겠는가?  


덧붙이는 말


결정적인 흠이 있다. 노동자나 하녀와 같은 이들의 말을 모조리 충청도 말로 바꿔놓았다. 원작을 읽지 못해 어떤 식으로 표현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을까? 높임말로 대체했어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굳이 지방말로 옮겼다고 뭐라 하는 게 아니라 읽는 내내 속도가 나지 않아 답답했다. 또한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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