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 웬만하면 하지 마.... 2004/07/24 00:51

웬만하면(가능하면)  결혼하지 마라...

 

사귀는 사람이 있어서 결혼이라는 것을 고민하면서 결혼에 대해 내게 묻을 때, 그에게 나는 그렇게 말해준다.

 

그에게 내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비교적 단순하다.

 

먼저, 위에서 말하는 그는 성별로 보면 여성임을 미리 밝힌다. 왜 여성에게 그런 말을 하게 되는지는 곧 알게 될 것이다. 

 

비교적 단순하다고 한 이유는, 대한민국에 사는 수컷인간(남성)에 의해 여성은 모든 것들에 있어 종속적인 위치에 있게 되는데, 결혼이라는 또 하나의 굴레를 더 뒤짚어 쓰려 하느냐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대한민국의 수컷인간들이 들으면 섭할 지 모르니, 굳이 덧붙이자면 전세계 수컷인간들도 다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수컷인간들은  여성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해 무감각하며, 여성들의 차별에 대한 항의에 대해 귀기울이지도 않을 뿐더러 열심히 설명을 해도 이해하지도 못한다.

 

나는 그 대부분의 수컷인간의 범주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낫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실제 대화를 하거나 생활 속에서 과연 내가 그 어느 정도마저 벗어낫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스스로더 의문을 가질 때도 많다.

 

예를 들어, 예전에 나는 집안 일을 하면서 무의식 중에 그거는 내가 "해줄께"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 때 우리 각시는 "줄께"라는 말에 대해 지적하기 시작했다.

 

집안 일은 남성이던 여성이던 같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집안 일은 여성들의 몫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가정, 사회 등으로부터 배워왔고 그 결과 남성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 당연한 생각이 말로 표현되는데, 바로 "해준다" 또는 "준다"라는 말이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면서 "해준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가 ?

 

뒤통수를 세게 한대 맞은 느낌이었다. 분명 난 그런 느낌을 받았다(남성들이 만약 지금 여자친구 또는 각시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정말 결혼을 진짜 해야 하나 ?  결혼 ? 특히 이성간의 결혼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에서 이성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이성과 결혼을 시켜야할까 ? 결혼을 하게 됨으로서 자기 생활을 송두리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할까 ? 만약 당신이 그런 처지에 있음에도 당신은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

 

난 결혼생활도 하나의 삶의 방식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각자 스스로 생각하는 삶의 방식이 있고, 그 삶의 방식에 결혼이 끼여들 여지가 없는 사람이라면 결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그리고 그런 사회를 온전한 사회의 모습으로 여기는 대부분의 남성들 중 어느 하나를 골라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이라면, 내 결론은 당연하게도 "여성들이여, 웬만하면 결혼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너무 좋아서 같이 살고 싶은데, 그래서 결혼한 나에게 도움말을 부탁했는데 그런 말을 하는 나도 그리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웬만하면 하지 말라는 말은 곧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보라는 말이기도 하고, 그것이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좋은 감정으로 무엇인가를 대할 때는 그 무엇의 좋고나쁨에 대해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마음의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 냉정하라고 충고하는 것이다. 정말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하라고...

 

그런 뜻이라면 좀 좋게 말하지, 그렇게 말하면 아무튼 기분이 안좋잖아요..그런가 ?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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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07-25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치만 시누이 앞에서까지 그런 말을 하면 내가 곤란해진단 말야. T_T

숨은아이 2004-07-25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내가없는 이 안 2004-08-01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늘 제가 말하는 대사인데 님 집에선 옆지기님이 하시는군요. 오호~ 전 딸이 크면 조금씩 대놓고는 아니지만, 슬며시 말해주고픈 생각입니다. ^^

숨은아이 2004-08-01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에 따르는 의례적인 관습들... 특히 결혼식은 정말 부모님을 위한 형식이란 생각을 많이 했지요. 자연스레 가족으로서 가까워지고 서로를 위해 뭔가 하고픈 마음이 우러나는 관계가 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결혼했다 하면 으레 부과되는 의무들... 하지만 이안이가 컸을 땐 결혼이 좀더 행복한 시대가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