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茶母], 장성백, 길 2004/08/11 15:25

1. 드라마 [다모]

 

내가 처음으로 이 드라마 괜찮다 싶다 말한 게 [다모]였다. 또 처음으로 관련되는 카페에 가입했으며, 또 처음으로 OST에다가 DVD를 샀으며, 또 처음으로 만화(방학기, 드라마와는 많이 다른 느낌을 갖게 하는)까지 샀다. 또 처음으로 같은 드라마를 세번 보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책을 읽기 시작했으며, 처음으로 손에 잡은 책이 [장길산]이다.

 

14부로 짧게 만들어진 것이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간혹 들 정도로 주연 배우들의 연기는 솔직히 그리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연기를 잘하는 조연 배우들은 빼고, 주연 배우들 중에서는 하지원이 제일 나은 듯 싶다).

 

[다모]는 매회마다 한장면 한장면,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하는 수많은 글들을 매일 쏟아낼 만큼, 매우 흥미로운 드라마였다. 나는 그 글들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졌었다.

 

제목은 [다모](조선여형사)인데, 내용에는 [다모]는 없는 드라마였다(방학기의 만화는 다모의 활약상을 중심으로 그려져 있다). 그 내용을 그저 세남녀간의 사랑 다툼 정도로만 본다면, 그저 그런 멜로 드라마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 볼 수 있겠다.

 

 

2. 장성백

 

 

작가(감독이었을 지도)는 특히, 장성백이라는 인물에 대해 심혈을 기울이려 한 흔적은 엿보인다. 작가가 체게바라와 장길산을 한데 섞은 인물이 장성백이라 말한 적이 있었고, 무삭제 DVD판을 내놓을 때도 역시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장성백에 대한 관심에 비해서 드라마 속의 장성백은 체게바라도 장길산도 아니었다. 엉성하기 그지 없는, 머리 속에 든 것은 별로 없는, 그렇다고 머리 속에 뭘 집어 넣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별로 없는, 그저 그런 화적패 두령(그러나, 말은 좀 멋있게 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 나마 장성백이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은, 작가가 둘에 관한 책을 읽었구나 하는 정도의 느낌을 갖게는 했으나 체게바라의 무엇을, 장길산의 무엇을 그가 가지고 있었는지가 의문스럽다. 

 

그럼에도 장성백에게 정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그가 꿈꾸는 세상은 아름답지 않는가 ?

 

 

3. 길

 

 

조세옥(좌포청 포도대장)이 벼랑끝에 몰린 장성백에게 “네놈의 길은 길이 아닌 길을 걸어온 게다”하자 장성백이 “길이라는 것이 어찌 처음부터 있단 말이오, 한사람이 다니고 두사람이 다니고 많은 사람이 다니면 그 것이 길이 되는 법, 이 썩은 세상에 나 또한 새로운 길을 내고자 달려왔을 뿐이오”라고 말한다. 

 

아무튼, 그는 패배자로 죽었고, 그의 머리는 저잣거리에 반역죄 괴수로 효수되었을 것이나, 그를 죽인 승리자는 그 후로도 계속, 그리고 지금도 어쩌면 앞으로도 그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또 다른 장성백을 죽이고 승리자가 되었으며, 될 지도 모른다.

 

장성백이 간 길...그리고 또 다른 장성백이 가야 할 길....

 

그리고,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뭘까 ?


   마주보며말하기 2004/08/11
장성백의 말의 원전은 루쉰의 소설 [고향]이라고 합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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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4-08-1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구나... 그 말 기가 막히게 멋있어서, 어딘가에서 얻어왔을 거라는 생각은 했죠.
한때는 만화책을 보면서, 소설책을 보면서 좋은 글들을 베껴두기도 했는데, 아마 그 작가도 그러다 써먹었나봐요 ^^

숨은아이 2004-08-12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장성백은 정말 말만 멋있게 하는 두령이었죠. ^^